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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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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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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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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4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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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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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그녀의 이야기.

DUMMY

19화. 그녀의 이야기.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녀의 뒤를 쫓고 싶었다. 어차피 그녀는 나를 모를 것이니 대놓고 무작정 쫓았다.

가끔 나를 힐끗 쳐다봤지만 이내 관심을 거두었다.

넓은 백화점 직원 통로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니 으레 다른 용무가 있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1층에 들어서자 그녀와의 추억이 돋아나며 망막에 맺혔다.

동공은 그녀를 놓쳤지만 뇌는 추억에 젖어 억지로 날 회상시켰다.

의자도 없는 직원 통로의 벽에 기대 우리는 커피를 홀짝였다.

별 대단한 이야깃거리도 아니고 재밌는 이야기도 아니건만 그렇게 해맑을 수 없었다.

그날이 떠오르자 슬프게도 얼굴은 미소 짓고 말았다. 그 후의 미래가 그토록 아리건만 마냥 좋아 표정은 과거에 머물렀다.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깨워도 잔상은 쉬이 사라지지 않고 함께한 시간만큼 곳곳에서 피어났다.

추억이 깃든 공간엔 수많은 족적이 남아 지워지지 않은 체 가슴속에 그렇게 잠들었었나 보다.

배신당했을 때 변질했을 거라 믿었는데, 분노에 모두 재가 됐을 거라 여겼는데, 추억은 순수하게 온전히 남아 두 감정을 제압해 오히려 꺼버렸다.

걸을 때마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었다.

그때의 그 감정의 동화 되 현재를 잊고 과거에 머물게 되었다.

서로 스치며 눈인사할 때도, 친해져 장난칠 때도, 지나는 통로마다 가득해 미소는 끊이질 않았다.

문을 벌컥 열어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는 과거를 끝으로 시선은 화장품 코너에 서 있는 그녀에게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는 과거를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게 되었다.

추억에 잠시 드리웠던 미소는 언제 그랬냐며 싸하게 지워졌다.

나도 모르게 쥐어진 주먹에 원망과 분노가 물들었다.

차라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날 차버렸다면 그토록 아프지 않았을 텐데.

며칠간 손발을 떨며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때가 떠올라 이가 갈리고 치가 떨렸다.

소셜미디어를 밤새 뒤적거리던 그 날이 떠오른다.

미친놈처럼 손톱을 물어뜯으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그때가.

전화도 안 돼, 집도 몰라, 할 수 있는 거라곤 내겐 그거뿐이었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와 다른 남자의 사진을.

그녀는 내가 사준 가방을 메고 목걸이를 차고 옷을 입고 그를 만나고 있었다.

배신감에 두 눈이 뻘겋게 물들고 빠득, 깨문 이가 저릿했다.

얼마나 오래 그 사진을 쳐다봤는지 모른다.

처음 마주했을 땐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렸지만 금세 주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걱정은 화로 변해 폭주하고 부정하던 의심은 확신이 되어 불같이 타올랐다.

당장이라도 네가 사람이냐고 따지고 싶어 얼마나 방구석을 서성였는지 모른다.

인간의 탈을 쓰고 내가 쏟은 정성을 두르고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냐며 멱살을 잡고 흔들어 실망한 실체를 마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변명을 만들어 그녀를 대변하고 말았다.

진실을 대변하는 글귀에도 눈을 가리고 긍정을 덧씌우며 그녀의 행동을 정당화해 주었다.

마주하고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기까지는 인정할 수 없어 그렇게 밀어내고 편을 들어주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서일까?

그때의 내 모자란 행동이 순수하다 느껴졌다.

가면이 벗겨진 그녀는 역겹고 가증스러웠만 그때의 나는 순애보를 치장한 순정남으로 보였다. 그리고 용서하게 되었다.

며칠을 암흑 속에 가두고 남의 감정을 가지고 논, 그녀가 아닌. 그런 그녀를 놓지 못해 목을 맸던 멍청하기만 했던 나를.

연결된 통화에 화는커녕, 사진 속 남자에 대해 조심스레 넌지시 묻던 고구마를 100개 삼킨 답답했던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몸이 바뀐 날, 술을 먹지 않았다면, 몸이 여자가 되지 않았다면, 녀석처럼 시무룩해 옛사랑에 사로잡혀 아직도 우울해 있었을까?

1층을 가로질러 그녀를 지나치는데도 머릿속엔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녀석으로 들어찼다.

액세서리 매장을 지나 비상구 계단을 향하는데도 내 시선은 추억이 담긴 장소를 모르쇠하며 오직 나 로만 가득 찼다.

어떻게 감정이 갑자기 순식간에 변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게 잊혀지는 거라면 순응하고 싶었다.

이 감정이 나에게 평온을 주는 까닭에 받아들이고 가슴 벌려 맞이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그곳에 가고 싶다.

바로 묻어 버리기엔 너무도 소중했던 기억이기에 이 감정에 동화되기 전 추억하고 싶다.

아른아른 기억이 떠올라 직원 통로를 지날 때처럼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지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금세 미소는 메말라 버렸다.

외지고 으슥한 주차장 한 켠.

그녀의 얼굴을 지우고 추억을 상기시켰다.

붉어진 얼굴을 숙이고 어찌나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지 등 뒤로 맞잡은 손은 안절부절 끊임없이 꼼지락거렸다.

난 참 멋 대가리가 없는 놈이었구나.

고백을 그것도 며칠을 머리를 싸매고 준비한 이벤트가 고작 습하고 냄새나는 주차장이라니.

어이없을 정도로 여자의 감정은 눈곱만치도 헤아리지 못한 내가 한심했지만 어쩌면 그런 면이 더 순수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아닌 나를 보고 미소 짓는 행태가 이상했지만, 이곳까지 오면서 웃고 증오하고 그리워하고 화를 삭였기에 그에 비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시선이 주차하는 자동차를 쫓다 내게 멈춰선 시선으로 향했다.

가짜녀석도 나처럼 추억에 젖어 우리가 정한 성지에 서성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쏟아 낼 것 같으면서 담담한 척 거짓 표정을 지으며 내 움직임을 쫓았다.

위로해 주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녀석을 잘 알기에 지금은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길 바랬다.

나는 다 안다며 이젠 털어내 자며 녀석을 와락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함께 울며 지난 과오를 털어내 날려 보냈다.


“괜찮아. 다 괜찮아. 넌 잘 못 한 게 없어.”


이 말이 위로될 리 없지만, 녀석도 과거의 자신을 이해해 줬으면 했다.

갈피를 잡지 못해 정신 분열증상까지 보이며 매달렸던 병신 같았던 그때를 용서하길 바랬다.


“잘 이겨 낼 거야. 너라면 분명히 잘 이겨 낼 거야. 그러니 흔들리지 마!”

“나는 다 잊게 될 거야. 그래도 괜찮을까?”


나는 다 잊고 이제 후련한데 녀석은 아직 그러질 못한 모양이다.

몸에 흐르는 호르몬이 다른 까닭에 이제는 다름을 인정해야 했다.

여자는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고 오롯이 전념하는 동물이지만 남자는 언제나 한 켠을 내주고 머물게 하는 동물.

여자의 몸이 된 나는 훌훌 털어 버렸지만 남자인 녀석은 평생 가슴에 안고 때때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녀석의 미숙함을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말하는 꼬락서니가 점점 이상해진다.

녀석은 어이없는 개소리를 늘어놓더니 베풀었던 온정을 하찮게 만들었다.


“흑형에게 들었지 나 치매야!”

“너?”

“응 나!”


울컥.

이 새끼가 감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는 화로 뒤바뀐 온정을 실어 대차게 정강이를 차주었다. 그리고 받은 위로를 돌려 달라며 눈을 부라려 노려보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혼자 심각했던 것 같아 자괴감이 밀려온다.

다른 놈도 아닌 녀석에게 놀림당해 코에선 연신 더운 바람이 밀려 나왔다.

한바탕 욕의 쓰나미를 퍼부어 주려다. 꾹 눌러 참았다.

나만 우스워질 걸 알기에. 홱 돌아 발길을 돌렸다.


‘개새끼 장난을 칠 때가 있고 안 칠 때가 있지.’


내 감정을 무참히 짓밟은 녀석을 향해 독기 어린 욕지기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내 멈춰서 웃고 말았다.

그게 멋없는 나의 위로 방법임을 알기에. 뒤 돌아 남몰래 미소 짓게 되었다.



....

“엄마, 여자는 원래 변비를 달고 살아?”

“나도 그런데, 왜? 변비약이라도 주랴?”

“아 좀 조용히 말해! 다 듣겠어.”

“어이구, 부끄럼 따위는 없는 줄 알았더니 변비는 창피하냐?”

“남자들 사이에선 그래, 똥과 관련된 문제는 숨겨야 하지.”

“얼씨구, 네가 남정네들 생각을 다 해주고.”

“아무튼 줘봐! 작은 약통 있으면 같이 주고. 왜 여자들은 똥을 싸면 서로 축하해 주는지 알 것 같아.”

“절시구, 평생 변비는 모르고 살았다는 것처럼 말하네.”

“어, 전에는 똥공장 공장장님이 너무 일을 잘 해 주셨거든. 먹었다 하면 바로 쏴아! 하루에 3번도 쏴아!”

“드러워라 고만해. 옛다. 그런데 작은 약통은 왜?”

“겉표지에 무슨 약인지 쓰여있잖아. 숨기려면 확실히 숨겨 야지. 그리고 원래 약은 쓰러져 바닥을 기며 달달 떠는 손으로 입에 털어 넣어야 효과가 즉빵이야.”

“너를 누가 말리니.”


그간 스트레스에 시달려 그만 변비에 걸리고 말았다.

병원에 입원한 날 이후로 언제 변을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아랫배는 움찔움찔 신호를 주지만 막상 변기에 앉으면 뻐근하게 걸려 순산의 희열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찌나 된똥인지 말라 비틀어진 항문에서 콘크리트를 밀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약에 의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밤 말은 쥐가 듣고 낯 말은 새가 듣는다 했던가?

밤나무골 도령은 이런 쪽으로 어찌나 귀가 밝은 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고 날 찬찬히 관찰했다.

나는 모르는 척 옮겨 담은 약통을 등 뒤로 숨기며 그를 피해 방으로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줄 몰랐다.

그는 슬그머니 쫓아오더니 기회를 엿보다 순식간에 약병을 가로챘다.


“시스터, 이 약은 대체 뭐지?”

“비타민.”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군. 우리를 독살해 집을 차지하려는 수작임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웃기지 마라. 나는 네 가식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으니. 언제나 미친놈 마냥 웃기만 하던 내 동생이 너의 해악질에 정신을 가출시키고 반 병신이 됐을 때 이미 알아보았다. 순순히 실토하는 게 좋을 거야! 이 약의 정체에 대해.”


미친놈 미치려면 곱게 미치지. 왜 내게 패악 질인지.

그는 치매에 걸렸다며 스스로 세뇌를 거는 가짜녀석을 내가 쓴 약에 취해 미친놈이 된 거로 둔갑시켰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똥과 관련된 별명을 얻고 싶지 않아 참아 주었다.


“내놔! 개소리 작작하고.”

“역시 숨기는 게 있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성분분석을 마치고 주도록 하지!”

“네가 무슨 수로 성분을 분석해.”

“그건 나의 일, 너는 앞으로 일이나 걱정해라. 이젠 이곳이 아닌 차디찬 감방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니.”


저 놈은 언제 제정신이 박힐련지.

저런 놈을 형이라 받들어 줘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나도 그와 도찐개찐이었다.

가짜녀석은 독약이란 말에 눈동자를 파르르 떨며 그에게 약을 건내 받았다.


“이게, 독약?”

“브라더, 나의 동생아. 드디어 내가 그녀의 간악한 흉수를 찾아 냈다.”

“진짜 독약?”

“심증은 충분하다. 내 이것의 성분을 분석해서···.”


떨리는 동공으로 약병을 쥔 녀석은 약효를 극대화 하기위에 손을 달달 떨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러고는 무릎 꿇고 눈을 희번덕 뜨더니 고민도 잠시,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오늘 단체로 약 먹었나?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내 약을 지 입에 털어 넣냐고. 절망에 빠진 얼굴로 그것도 여댓개나.

모습은 어찌나 가관이던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고 꿀꺽 삼켰다.

이젠 나도 녀석을 모르겠어, 얼빠진 얼굴로 그 모습을 넋 놓고 보게 되었다.

정말 죽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극적으로 비타민을 뺏어 먹고 싶었던 걸까?

녀석은 그렇게 새벽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원했던 데로 얼굴이 하얗게 떠, 변싼체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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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그의 이야기. 23.06.11 21 0 12쪽
42 41화. 그녀의 이야기. 23.06.10 19 0 13쪽
41 40화. 그의 이야기. +2 23.06.09 18 0 12쪽
40 39화. 그녀의 이야기. 23.06.08 17 0 11쪽
39 38화. 그의 이야기. 23.06.07 15 0 14쪽
38 37화. 그녀의 이야기. +2 23.06.06 26 1 15쪽
37 36화. 그의 이야기. 23.06.05 16 0 14쪽
36 35화. 그녀의 이야기. 23.06.04 17 0 14쪽
35 34화. 그의 이야기. 23.06.03 18 0 13쪽
34 33화. 그녀의 이야기. 23.06.02 16 0 14쪽
33 32화. 그의 이야기. 23.06.01 17 0 12쪽
32 31화. 그녀의 이야기. 23.05.31 16 0 13쪽
31 30화. 그의 이야기. 23.05.30 19 0 14쪽
30 29화. 그녀의 이야기. 23.05.29 20 0 14쪽
29 28화. 그의 이야기. 23.05.28 16 0 13쪽
28 27화. 그녀의 이야기. 23.05.27 16 0 12쪽
27 26화. 그의 이야기. 23.05.26 18 0 13쪽
26 25화. 그녀의 이야기. 23.05.25 17 0 12쪽
25 24화. 그의 이야기. 23.05.24 20 0 12쪽
24 23화. 그녀의 이야기. 23.05.23 20 0 14쪽
23 22화. 그의 이야기. 23.05.22 23 0 12쪽
22 21화. 그녀의 이야기. +2 23.05.21 24 0 13쪽
21 20화. 그의 이야기. 23.05.20 23 0 13쪽
» 19화. 그녀의 이야기. 23.05.19 26 0 12쪽
19 18화. 그의 이야기. 23.05.18 22 0 12쪽
18 17화. 그녀의 이야기. 23.05.17 25 0 14쪽
17 16화. 그의 이야기. 23.05.16 24 0 15쪽
16 15화. 그녀의 이야기. 23.05.15 27 0 12쪽
15 14화. 그의 이야기. 23.05.15 28 0 12쪽
14 13화. 그녀의 이야기. 23.05.14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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