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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드라마

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2,449
추천수 :
28
글자수 :
421,635

작성
23.06.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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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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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화. 그녀의 이야기.

DUMMY

39화. 그녀의 이야기.



당황하면 안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재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너무 갑작스러워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지만, 주도권을 찾으려면 정확히 인지하고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은하 엄마, 아줌마, 박장화씨.’


짧았던 대화로 유추해 보건데, 그녀는 이 몸의 친 어머니는 아닌 거로 보인다.

우주도 없는 엄마 그만 팔라 했고, 아줌마보단 박장화 씨가 듣기 좋다 말한 거로 보아 짐작은 틀리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계모라는 소린데, 왜 사이가 나쁜 거야?’


냉랭한 말투에 적대적인 눈빛, 둘 사이가 돈독하지 않다는 사실은 단편적인 사실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이가 좋을 거란 기대는 없지만, 재혼 가정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스러운게 보통,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하물며 성인이된 딸에게 원수 만난 듯 전투적으로 대하다니, 숨겨진 속 사정이 있어 보였다.

다짜고짜 신변을 구속한 건 둘째 치더라도 골치 아픈 문제를 마주한 표정을 가볍게 대처할 순 없었다.

곧 몸을 차지할 그녀를 위해서라도 현명하게 처신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은 잘 정리되지 않았다.

기억을 잃었다 한들 믿어 주진 않을 테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간 그녀가 난처해질 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지금으로선 그녀처럼 행동하는 것밖에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가시 박힌 한마디에 단번에 그녀로 빙의 되었다.


“다 해결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나가더니, 겨우 이거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됐고, 집에 갈 준비나 해!”

“여기서 하시죠! 나도 궁금하던 참인데.”

“넌 어쩜 그리 뻔뻔하니? 할 이야기는 많다만,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하는 거로 하자구나. 네가 내 말을 들을 위인도 아니고 입씨름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불러오시게?”

“너는 정신머리가 있니 없니? 바쁘신 분이야. 너 때문에 더 바빠지셨고. 오늘은 지방에 내려 가셨으니 우선 집으로 가!”

“그렇게 안 보이시던데, 딸 보다 자리가 더 중요하신 분인가 보네요.”

“말 버릇하고는. 너 도대체 언제 철 들래? 그간 참을 만큼 참았다. 그리고 내가 할 도리도 다 지켰고 말이야. 너는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너 때문에 소환 조사도 받으시고, 너 때문에 바쁜 시간 쪼개 가며 친구들 한 명 한 명 만나 해명해야 했고, 너 때문에 딴따라 따위에게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는데, 그런 네가 감히 아버지께 그딴 막말을 해?”

“우선, 알겠고. 피해서 될 게 아니네. 뭘 알아야 대답이라도 할 텐데.”

“하.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어이없다며 긴 한숨을 쉬는 새어머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컴퓨터가 꺼지기 전 보았던 많은 기사들의 제목만 떠올려도 공감될 지경이다.

남겨진 가족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

내막을 알 순 없으나 이 몸의 주인이 저지른 일이라면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나는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그녀의 의지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정말 제가 저지른 잘 못이 맞긴 하나요?”

“늘 부정하더니 무슨 수작이지?”

“아줌마 생각을 묻는 겁니다.”

“내 생각 따위 중요치 않아. 아버지를 위해 계속 부정되야 할 문제니까.”


믿진 않지만 믿어주겠다는 말이 거슬려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남 보다 못한 대꾸에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다.

제 배 아파 낳지 않았더라도 가족이라면 이래선 안 되는데, 적당히 위기를 넘기려 했던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잘 구슬려 돌려보내려 했는데, 어느새 과감하게 사자의 입속으로 걸음을 내 딛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읍시다. 그래서 아주머니께선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넌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없구나? 대충 알겠고, 가시죠! 나도 알아봐야 할 게 있으니.”


말은 호탕하게 뱉었지만,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할 수는 없었다.

아줌마가 순순히 보내 줄 거 같진 않고 연락이라도 취해야 도리가 맞았다.

아는 번호라곤 내 핸드폰 뿐,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녀석에겐 못 할 짓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말없이 떠나는 것보다 나으니 고민은 길지 않았다.

몇 번 통화음이 울리고 녀석이 모르는 번호를 툭명스럽게 받았다.

나는 안심시키려 평소보다 살갑게 받아 주었다.


“여보세요.”

“나야! 나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곧 돌아올 테니 혼자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일이 그렇게 됐어. 보라 누나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줘!”

“진짜 오는거 맞지?”

“오래 머물 곳은 못돼! 그러니 집을 나왔겠지.”

“누나에겐 내가 잘 말해 놓을게.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

“그래. 고맙다.”


차 안, 이동하는 내내 우린 말이 없었다.

나는 아는 게 없어 아꼈고 그녀는 상종도 하기 싫은 눈치다.

이럴거면 왜 데려가려는 지 도통 속을 알 수 없었다. 호기롭게 따라 나선 조금전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왠만한 중상층은 꿈도 못 꿀 으리으리한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었다.

그 중 담벼락이 내 키의 세배는 넘어 보이고 자동으로 개폐되는 차고가 딸린 집에 들어서자 기사는 차를 세웠다.

나는 휘동그레 고개까지 꺾어가며 집을 올려봤다.


“집 한번 삐까 뻔쩍 하네.”

“며칠 동안 집도 잊은 모양이구나. 네 방은 2층 복도 끝에 있다. 설마 그것도 잊은건 아니겠지?”

“정보 감사해요. 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는데.”

“하···.”


인사를 건네는 가정부 아주머니를 본체만체 홀랑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 새어머니 덕분에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버렸다.

처음 경험하는 독특한 환대에 어벙하게 총총히 사라지는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다.

원수를 초대했어도 이런 반응은 아닐진데, 남 보다 못한 처우에 눈매가 가늘어 졌다. 하지만 가족 아닌 다른 이의 걱정에 격해진 마음은 금세 사그라 들었다.


“걱정했는데, 어디서 무얼하다 이제야 오는 거야?”

“그게···. 좀 사정이 있어서.”

“너도 오죽하겠니. 그래 밥은 먹었고? 어디 아픈 데는 없지?”

“네 건강해요.”

“너 올 줄 알았으면 어릿굴젓이라도 해 놨을 텐데. 이제 완전히 들어온 거야?”

“아니요. 저 다시 나가요.”

“아버지께서 걱정 많이 하시는데, 그래 너라고 마음이 편할까!”


나를 걱정해주는 가정부 아주머니를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태도만 보자면 그녀가 더 엄마 같아서.

대조되는 태도에 당분간 의지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집을 나온 이유 또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집안 사정에 밝은 아주머니께 묻고 싶은건 많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을 지울 필요는 없었다.

인터넷만 뒤져도 왠만한 정보는 알 수 있으니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였다.

나는 아주머니 손을 꼭 잡고 안심시키곤 서둘러 일러준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풍스러운 하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만큼 넓은 공간이 날 맞이했다.

삭막한 집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 따스한 둥근 러그로 장식했지만 냉랭한 기운은 숨겨지지 않았다.

화사하지만 숨막히는 듯한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침대에 걸터 앉아도 엉덩이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 눈에 들어오는 집구경은 그만 두고 서둘러 컴퓨터를 찾았다. 하지만 어딜 보아도 컴퓨터는 없었다.

다행히 서랍안에 노트북이 한대 있었다.

나는 벨벳 의자를 끌어와 노트북을 설치하고 냉큼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전원을 켜 인터넷 창부터 올렸다.

망설이지 않고 이 몸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열람해 보았다.

카페며 블로그며 어찌나 정성스럽게 정리를 해 주었는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는데도 원하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여자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간간이 우호적인 블로그도 있었지만 대부분 힐난과 비난이 가득했다.

얼마나 사고를 많이 쳤는지, 아버지 팬카페에서도 같은 목소리로 책망하고 있었다.

새어머니 태도가 십분 이해되고도 남을 정도.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때때로 긴 한숨이 새어 나오고 머리속은 엉망진창 난잡해졌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오후 6시.

할 말을 잃고 천장만 올려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기다렸던 노크소리에 해결책 없는 잡념은 너무 쉽게 흩어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은하 학생, 저녁은 어떻게 할까?”

“지금 내려 가요!”

“어? 그래, 준비할게.”


냉큼 대답하기 전에 먼저 물었어야 했는데, 어색해하는 아주머니의 반응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복하기엔 늦었고 배도 고팠던 터라 무를 생각은 없었다.

나는 노트북을 종료하기 위해 커서를 시작 버튼으로 위치시켰다. 그러다 보았다.

검은 바탕화면 아래 위치한 이상한 폴더의 존재를.


‘어라, 이 폴더는 뭐지?’


별 생각 없이 클릭해 봤지만 비밀 번호를 요구하는 폴더는 열리지 않았다.

풀어 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혹시 일기는 아닐까? 궁금했지만, 그녀가 아닌 이상 풀지 못할 건 뻔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짓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배를 채우는 생산적인 일에 정성을 쏟고 싶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처럼 의아하다는 새엄마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한 집에 살지만 한 끼 식사조차 함께하지 않는 두 사람. 이몸과 새엄만 정말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나와 밥을 먹을 생각을 다하고 할 말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없습니다. 식사나 하시죠!”

“허 참, 그래 먹자. 나도 둘이선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는 그 후 말이 없는건 물론이고 차에서 그랬던 것처럼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먹지도 않은 밥그릇을 밀더니 물 한잔 들이 키고 몸을 세웠다.

이 집에 들어온지 불과 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갑갑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이 몸의 주인이 왜 집을 나온 건지 다시 한번 실감되는 순간이다.

나는 다시 방으로 향하는 새 어머니를 불러 이 숨막히는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아버지는 언제 오시나요? 오늘 안 오시면 집에 가고 싶은데.”

“집은 여기야. 어디 나갈 생각 말아. 또 나가면 이번엔 아주머니부터 짜를 테니까. 그리고 아버지는 오늘 안 오신다.”

“지금 절 감금하시는 건가요?”

“감금? 말은 바로 해야지. 이건 감시야. 네가 다신 사고 치지 않게 감시하는 거라고.”

“그럼 하나만 물읍시다. 노트북에 잠긴 폴더, 혹시 비밀번호를 아시나요?”


대답도 없이 뿌리치고 가버리는 새어머니.

모르면 말 것이지 왜 짜증인지. 하지만 수상해 보이는 반응에 육감은 그녀를 주시하라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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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그의 이야기. 23.06.11 21 0 12쪽
42 41화. 그녀의 이야기. 23.06.10 19 0 13쪽
41 40화. 그의 이야기. +2 23.06.09 18 0 12쪽
» 39화. 그녀의 이야기. 23.06.08 17 0 11쪽
39 38화. 그의 이야기. 23.06.07 15 0 14쪽
38 37화. 그녀의 이야기. +2 23.06.06 25 1 15쪽
37 36화. 그의 이야기. 23.06.05 16 0 14쪽
36 35화. 그녀의 이야기. 23.06.04 17 0 14쪽
35 34화. 그의 이야기. 23.06.03 17 0 13쪽
34 33화. 그녀의 이야기. 23.06.02 16 0 14쪽
33 32화. 그의 이야기. 23.06.01 17 0 12쪽
32 31화. 그녀의 이야기. 23.05.31 16 0 13쪽
31 30화. 그의 이야기. 23.05.30 19 0 14쪽
30 29화. 그녀의 이야기. 23.05.29 20 0 14쪽
29 28화. 그의 이야기. 23.05.28 16 0 13쪽
28 27화. 그녀의 이야기. 23.05.27 16 0 12쪽
27 26화. 그의 이야기. 23.05.26 18 0 13쪽
26 25화. 그녀의 이야기. 23.05.25 17 0 12쪽
25 24화. 그의 이야기. 23.05.24 20 0 12쪽
24 23화. 그녀의 이야기. 23.05.23 20 0 14쪽
23 22화. 그의 이야기. 23.05.22 23 0 12쪽
22 21화. 그녀의 이야기. +2 23.05.21 24 0 13쪽
21 20화. 그의 이야기. 23.05.20 23 0 13쪽
20 19화. 그녀의 이야기. 23.05.19 25 0 12쪽
19 18화. 그의 이야기. 23.05.18 22 0 12쪽
18 17화. 그녀의 이야기. 23.05.17 25 0 14쪽
17 16화. 그의 이야기. 23.05.16 24 0 15쪽
16 15화. 그녀의 이야기. 23.05.15 27 0 12쪽
15 14화. 그의 이야기. 23.05.15 28 0 12쪽
14 13화. 그녀의 이야기. 23.05.14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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