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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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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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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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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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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화. 그의 이야기.

DUMMY

32화. 그의 이야기.



성격은 대부분 유전이라 들었다. 그래서 더 두렵다.

그녀의 아버지를 만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있지도 않은 손톱은 물어 뜯겨 붉은 속살을 보였다.

만약 그녀가 아버지를 닮았다면, 또라이 인자가 연륜이 쌓여 어떤 식으로 분출될지 몰라 숨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안절부절 다리를 달달 떨며 그녀가 어머니의 성격을 닮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꽃순이랑 헤어졌냐?”

“왜? 뭐?”

“샤넬이랑 연락 안 되던 때처럼 오줌마려운 강아지 새끼마냥 발발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니까 묻는 거지!”

“헤어질 사이도 아니고 그런 거 없어.”

“그런데 왜 그래? 내 주식 상한가 쳐서 배 아파 그러는 거냐?”

“그런 게 있어!”

“뭔 데? 궁금하게.”

“오늘 꽃순이 아버지 뵙기로 했다.”

“뭐? 상견례?”

“쉿! 조용히 해! 꽃순이 듣겠다. 그런 거 아니고 아무튼 입도 뻥긋하지마 쟤 귀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드디어 동거하다 걸렸구나. 꽃순이 재벌도 알고 집안이 심상치 않은데, 너 내일부터 못 보는 거 아니냐?”

“대로에서 뵙기로 했어. 조금 겁나긴 한데 그건 아닐 거야!”

“혹시 모르니 연인 위치 확인 앱 깔아 놔라. 네 위치는 수시로 내가 확인해 줄 테니.”

“그···. 그럴까?”


그렇지않아도 겁이 났던 차다. 그것도 아주 많이.

우리는 아무 사이 아니고 난 잘 못 한 게 없지만,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드라마를 보면 재벌들은 일반인 한 명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리던데, 혹시 몰라 그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뭐 깔면 돼?”

“개소리라 할 줄 알았더니, 겁이 나긴 나는 모양이네.”

“만약을 위해서야.”

“스토어에서 아니다. 줘봐 내가 깔아 줄 테니.”

“별 희한한 어플이 다 있네. 된 거야?”

“이렇게 연동시키면 끝···. 야 야, 꽃순이 온다.”


나는 그와 앱을 동기화시키다. 발 없는 귀신처럼 성큼성큼 다가서는 그녀를 보고 기겁해 그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주워든 핸드폰의 잠금 패턴을 제 폰마냥 풀어버리고 우리의 수상한 모의를 확인했다.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뭐 하는 어플이야?”

“남북 화합의···. 아아아악.”

“똑바로 말 안 해? 흑형 너도 이리와 너도 이거 깔던데 실행시켜봐!”


나는 야설을 읽다 걸린 아이처럼 우악스럽게 귀를 잡혀 취조를 당했다. 그러자 흑형은 같은 꼴이 되기 싫은지 그녀에게 굴복해 앱을 바로 실행시켰다.


“둘이 사귀냐?”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그리고 친구를 위해 감내하도록 하겠다.”

“똑바로 말 안 해? 귀때기 뽑혀 볼래?”

“명호가 부탁해서···.”

“너 감시하려고 그랬다. 갑자기 홀연히 사라질까 겁나서!”

“나 핸드폰도 없는데.”

“오늘 아니, 내일 하나 사자! 내가 사줄게.”

“됐어! 의도도 불순하고 필요도 없고. 뭐 재밌는 거 있나 보러 왔더니. 재미도 없네. 둘이 알콩달콩 잘 놀아라.”


그녀는 핸드폰을 사주겠다는 내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더니 행여나 또 권할까 봐 냉큼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후 눈길도 주지 않고 자기 일에 열중했다.

저 행동의 의미를 알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자신은 마음을 정 했으며 여지를 주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한편으로는 서운했지만, 고작 이름밖에 모르는 나는 자격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알고 싶었지만, 우주의 말만 따라 알아서도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오늘 그녀만 하염없이 눈에 담았다.

오늘 이후로 못 볼 거 같아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흑형은 주식이 롤러코스터 타듯 올랐다 내려 안절부절못했고 덕분에 심심해진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상상하며 그녀의 동선만 쫓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혹시 그녀가 집에 같이 가자 할까 봐 일부러 창고 정리를 자처한 후 그곳에서 바로 퇴근을 단행했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한숨은 커지고 입은 바짝 말랐다.

자꾸 쇼인도에 비췬 옷매무새를 고치게 되고 발은 정처 없이 달달 떨렸다. 그러길 수십 분 약속한 시각에 맞춰 낡고 오래된 세단 한 대가 앞에 멈춰 섰다.

날 알아본 탑승자는 창문을 내린 후, 볼 에난 상처를 구기며 흉포한 얼굴로 이름을 불렀다.

그 얼굴엔 또렷하게 꽃순이의 이목구비가 박혀 있다. 누구라고 물을 필요도 없이 같은 피가 흐르는 게 보였다.

나는 압도적인 외모에 절로 움츠러들어 냉큼 차에 다가섰다.


“이명호 씨?”

“안녕하십니까! 이명호라 합니다.”

“차에 내려서 인사해야 맞지만, 급하니 우선 차에 타 주시겠습니까?”


친절하지만 약간 강압적인 태도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이 문을 열고 타면 과연 내일 빛을 볼 수 있을까?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았다.

너무 겁먹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냉큼 차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청한 악수에 두 손으로 맞잡고 꼽추 마냥 굽신거렸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일고 어깨는 바짝 움츠려 작은 행동에도 깜짝깜짝 놀랐다.

감히 얼굴은 들지 못하고 그의 반짝이는 구두만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명호 씨, 더 일찍 찾아 뵀어야 했는데 최근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잘 지냅니다.”

“물어보려 했더니, 다행이네요. 성격은 지랄 맞아도 착한 녀석인데. 오죽했으면···.”

“그런데, 저를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건지?”

“제가 할 말은 아니고 우선 가시죠.”


차는 불빛 가득한 서울에서 멀어지더니 인적이 뜸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벌써 한 시간을 이동했는데 아직도 목적지가 아닌지 차는 달리고 또 달렸다.

집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젠 식은땀을 넘어 입술이 파르르 떨려 왔다. 간간히 말을 걸던 아버님도 말이 없어 두려움은 점점 세를 불렸다.

이윽고 불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산속 허름한 산장에 도착하자 차는 멈춰 섰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점점 맞아 떨어져 가자 침을 꼴깍 삼키고 흑형과 잠시 연인이 되게 해준 앱을 실행시켰다.

내부는 선선한데 혹여 들켰을까? 마음 졸였더니 땀은 비 오듯 흘렀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우주가 분명 변호사라고 했었어. 그냥 이 장소가 좋으신 걸 거야!’


나는 주문을 외 듯 속으로 읊조리며 불길한 생각을 지우고 또 지웠다. 하지만 기사와 아버님의 대화에 화들짝 놀라 이까지 부딪히며 떨게 되었다.


“형님, 다 왔습니다. 애들에게는 준비해두라고 미리 언질해 뒀습니다.”

“잘했다. 푹 삶으려면 그 편이 빠르지.”


아버님과 다른 이유로 살벌하게 생긴 기사.

주어가 빠진 대화지만 룸미러에 비친 얼굴에 의심은 공고해져 갔다.


“뭐, 뭐, 뭘 푹 삶나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내리시죠!”

“저, 저, 저를 어 어 어떻게 하시려고?”

“육 사시미 좋아하시나요?”

“사, 사, 사시미?”

“제가 실력이 아주 좋지요. 도축도 전문인데 불법이라서 그만둔 지 오래 입니다.”

“도, 도, 도축?”

“또 모르죠. 자가소비용은 허용되니 기회 되면 또 할 일이 있을지.”

“자, 자, 자가소비?”

“차가 많이 추웠나 보네요. 제가 열이 많아서 에어컨을 좀 세게 틀었거든요. 마침 저기 은하 아버지가 배웅 나오시네요. 내리시죠!”

“아, 아, 아버님이 아니세요?”

“제가 더 닮긴 했죠? 매형께서 제게 부탁하더라고요. 요새 좀 민감해서.”

“아···.”


버선발로 마중 나온 그녀의 아버지를 보고 알게 되었다.

민감한 게 무엇인지, 번거롭게 먼 거리까지 이동해가며 이 장소를 고집했던 이유가 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어제 보았던 뉴스가 파노라마처럼 재생되며 앵커의 멘트가 떠오랐다.

가수 유진의 인터뷰에 대한 앵커의 짤막한 소감.

내용은 지워져 백지가 되었는데 거론되던 서모양에 꽃순이가 대입 되 지워지지 않았다.

얼마나 멍하게 서 있었는지 모른다.

검색 창 메인 화면 할 거 없이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인물의 등장으로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반면 그는 차가운 정치인이 아닌 낡은 구두를 꼬불쳐 신은 옆집 아저씨가 되어 해맑게 날 반겨 주었다.

그 모습이 택배 받으러 가는 아이 마냥 정겨웠다.

먼저 정중히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어벙하게 눈만 끔벅 이는 몸은 통제를 잘 따라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아랑곳 않고 손을 잡아주자 상념이 깨지며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렇게 반가울 때가. 미안합니다. 내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아 아닙니다. 아버님.”

“오호,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가 그런 사이가 되었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아닙니다. 우선 드시죠. 식사 들며 이야기 나눠요 우리.”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의원님.”

“의원은 무슨. 내려 놓은 지가 언젠데.”


등 떠밀려 어느새 산장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음식 자랑으로 시작된 유쾌한 대화가 오가는데 좀처럼 어색함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폭 두목에 더 가까운 그의 처남이 합석하자 언제 주눅들었냐며 손바닥까지 마주치며 과한 리엑션을 펼쳐 보였다.

오리 백숙을 매인 디쉬로 육사시미와 찬거리가 놓이고 대화가 이어질수록 긴장감은 점점 풀렸다.

처음엔 무서워 맞장구를 쳤는데 어느덧 심취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아버님은 호탕하게 아직 속도 채우지 않았는데 소주 한 병을 열었다. 그리고 처남에게 한잔 딸 더니 내게도 한잔 권했다.


“소주 한잔 괜찮지?”

“영광입니다.”

“왜 이러나 부담스럽게. 편하게 받아.”

“그래도···.”

“아버님이라며, 우리 딸도 댁에 들어가 눈치 보며 사는 모양이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자기 집처럼 아주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 그 아이 성품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미안하네! 자네 부모님을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도리인데. 그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내 자네 먼저 보자 청했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은하는 이제 좀 괜찮아졌는가?”

“안 괜찮은지도 몰랐습니다. 댁의 자제분인지도 몰랐고.”

“그런 것 같더라니. 백화점 알바하고 있다 해서 짐작은 하고 있었네. 잘 지낸다니 그걸로 된 거지.”

“꽃순이 아니 은하를 집에 데려가실 생각이 아닙니까?”

“마음은 굴뚝같으나 어디 그 아이가 내 말을 들어야 말이지. 지금 만족하고 있다면 그러고 싶지 않네.”

“그래도···.”

“쫓아내고 싶은 겐가?”

“그건 아닙니다만, 요새 통 풀 죽어 있길래 집에 돌아가려나 해서요.”

“그건 아닐걸세. 그나마 한 가지 일이 잘 풀려 생각이 많은 거겠지.”

“기억을 잃었다고 하던데요.”

“그 아이가? 하하하. 거짓말은 죽어도 못하는 성품인데 어찌 그런 고약한 거짓말을. 그럼 속아 줘야겠지!”


기억을 잃은 게 맞는데, 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혹여 마음이 변할까?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를 거론하고 싶진 않았다.

마음이 쓰이는 건 ‘좀 괜찮아 졌냐?’는 물음.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됐다는 말이 두 가지 이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입술이 달싹였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검색만 해도 나올 거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방정맞은 주둥이가 어떤 실수를 할지 몰라 궁금함은 찍어 눌러야 했다.


“오늘 보자고 한 건 다른 뜻은 없네. 우리 딸이 누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할까?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사과도 하고 싶었고.”

“전해 드릴까요?”

“기억을 잃었다 할 정도로 확고한데 그럴 순 없겠지. 식사나 들지 밥 한 끼는 꼭 대접하고 싶었네.”

“네···.”


소탈한 그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드리웠다. 그리고 분위기에 쓸려 나도 모르게 과음을 하고 말았다.

버티고 버텼는데 아버님은 어찌나 말술이던지, 나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기억 나는 건 통영에서 낚시의 참맛을 알았다는 이야기까지.

정신이 조금 들었을 땐 내 머리는 꽃순이의 무릎에 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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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그의 이야기. 23.06.11 21 0 12쪽
42 41화. 그녀의 이야기. 23.06.10 19 0 13쪽
41 40화. 그의 이야기. +2 23.06.09 19 0 12쪽
40 39화. 그녀의 이야기. 23.06.08 18 0 11쪽
39 38화. 그의 이야기. 23.06.07 16 0 14쪽
38 37화. 그녀의 이야기. +2 23.06.06 27 1 15쪽
37 36화. 그의 이야기. 23.06.05 16 0 14쪽
36 35화. 그녀의 이야기. 23.06.04 18 0 14쪽
35 34화. 그의 이야기. 23.06.03 19 0 13쪽
34 33화. 그녀의 이야기. 23.06.02 17 0 14쪽
» 32화. 그의 이야기. 23.06.01 18 0 12쪽
32 31화. 그녀의 이야기. 23.05.31 17 0 13쪽
31 30화. 그의 이야기. 23.05.30 20 0 14쪽
30 29화. 그녀의 이야기. 23.05.29 20 0 14쪽
29 28화. 그의 이야기. 23.05.28 16 0 13쪽
28 27화. 그녀의 이야기. 23.05.27 16 0 12쪽
27 26화. 그의 이야기. 23.05.26 18 0 13쪽
26 25화. 그녀의 이야기. 23.05.25 18 0 12쪽
25 24화. 그의 이야기. 23.05.24 20 0 12쪽
24 23화. 그녀의 이야기. 23.05.23 20 0 14쪽
23 22화. 그의 이야기. 23.05.22 23 0 12쪽
22 21화. 그녀의 이야기. +2 23.05.21 24 0 13쪽
21 20화. 그의 이야기. 23.05.20 23 0 13쪽
20 19화. 그녀의 이야기. 23.05.19 26 0 12쪽
19 18화. 그의 이야기. 23.05.18 22 0 12쪽
18 17화. 그녀의 이야기. 23.05.17 25 0 14쪽
17 16화. 그의 이야기. 23.05.16 24 0 15쪽
16 15화. 그녀의 이야기. 23.05.15 27 0 12쪽
15 14화. 그의 이야기. 23.05.15 28 0 12쪽
14 13화. 그녀의 이야기. 23.05.14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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