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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드라마

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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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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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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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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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그의 이야기.

DUMMY

40화. 그의 이야기.



꽃순이를 못 본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이 무색해지게 연락 한통 없이 깜깜 무소식이다. 그래서 우주에게 물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죽을상 하며 기다리는 건 사양이었다.


“여가 꽃순이 집이냐? 워메 으리으리 해븐그!”

“그러게, 생각보다 엄청 잘 사네.”


억 소리나게 높은 담장에 우리집이 창고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저택.

이 마을은 부자들만 모여 사는 동네인가 보다.

낡은 구두에 구형 세단을 타던 그녀 아버지의 모습이 가식이라 느껴질 정도로.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은 왠만한 졸부도 감당 못 할 만큼 거대하고 웅장했다. 하지만 우주에게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들었던 탓에 오해는 하지 않았다.

이 집의 진짜 주인은 그녀의 새 어머니.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한 준 재벌에 버금가는 어머니의 재력이다.

재혼하기 전엔 전세를 전전했다고 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소탈한 모습 그대로인 아버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도산과 한참을 벽을 따라 이동하다 대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곤 우선 방해꾼을 쫓았다.


“넌 이제 가!”

“뭐시여 시방? 나보고 가라 고야?”

“괜히 북적대면 민폐니까 그냥 가는 게 좋겠다.”

“그렇게는 안 되제. 나도 가족인디. 니가 그래 말해블면 섭해불제.”

“날 데려다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일 했어. 그러니 네 여친이나 만나러 가!”

“아야, 나도 꽃순이 잘 있나 면상도 좀 보고, 인사도 좀 나누고 그래야제 온지 얼마나 됐다고 가라고 하냐. 그라고 소심한 네가 벨이나 누를 수 있겄냐? 나가 나서 줘야 너도 덜 민망하제.”

“그럴까? 사실 혼자 들어가기 뻘쯤하긴 했는데.”

“그래야. 나가 같이 가 주께.”


호흡을 가다듬고 인터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초인종과 한뼘 앞, 하지만 검지는 멈추더니허공을 맴돌았다.

인터폰을 눌러서 뭐라고 말해야 할까?

집에 잘 들어갔는지 안부 차 왔다 할까? 아니면 며칠째 연락이 안되 걱정 되 왔다고 할까?

외부인이 어머니 따라 집에 돌아간 가출 소녀를 걱정한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 누르지 못하고 서성이게 되었다.


“니 시방 뭣 허냐? 나가 누를까?”

“기다려봐. 기다려봐. 뭐라고 말할지 생각 좀 하고.”

“그냥 친구라고 하면 돼제, 뭔 염병이여! 그냥 눌러야.”

“아 좀, 잠깐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앞 머리를 베베꼬며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머리를 쥐어짜 헤집었는데도 마땅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우주 말에 의하면 새어머니와 그녀는 매우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베프인 우주조차 감히 집에 찾아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새어머니는 그녀의 지인을 학을 떼며 싫어 한다 했다.

그 이유를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서삼식 의원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기사가 그녀와 그녀 친구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녀를 둘러싼 의혹 중 가장 많은 질타를 받는 사건.

그녀의 어머니가 친구를 싫어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부족할 게 없는 그녀가 굳이 그랬을까 싶지만, 여러 인터뷰와 기록들은 그녀 혹은 그녀의 아버지가 사건의 배후임을 명확히 가리켰다.


“변비걸린 강아지 맨키로 뭘 그리 고민하냐, 내가 알아서 할랑께, 넌 찌그러져 있어 봐라잉”

“너어 하지마···.”

“아따 자식 겁은 많아가꼬. 었어봐!”


내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시 한눈 판사이, 한심하게 쳐다보던 도산은 냉큼 대문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제제할 틈도 없이 곧장 초인종을 눌러 버렸다.


‘띵동’


“누구세요?”

“안녕하신지라, 저로 말할 거 같으면 꽃순이...”

“꽃 안 삽니다.”

‘뚝.’


이자식이···.

중년 여성 치고 중 저음의 허스키한 음색만 확인하고 대화는 속절없이 막을 내렸다.

너무 짜증나 냅다 놈의 엉덩이를 발로 차고 버럭 소리 질렀다.

다 망쳤다고 있지도 않은 계획이 폐기됐다며 짜증을 부렸다.


“내가 기다려 보라고 했잖아!”

“아줌씨 성격도 급한그, 뭔 말도 다 안 듣고 끊어 븐다냐!”

“네 목소리가 딱 봐도 방문 판매 같으니까 그렇지.”

“말이 돼는 소리를 해라. 이 신뢰가는 목소리가 우째···.”

“가!”

“내가 다시 해 볼랑께. 흥분하지 마야!”

“가라고!”

“아라쓰야. 아라써. 아 새끼 성질머리 하고는. 난 갈랑께 꽃순이 만나거든 가족들이 기다린다고 전해줘.”

“알았으니까 얼른 가!”

“하 참 껄쩍지근 하고만. 꽃순이 얼굴만 좀 보고 갈라 했드니만, 알았어야. 우주랑 저녁약속 있어서 안 그래도 갈라 그래써. 아무튼 너는 오늘 꽃순이 못 만나고 오면 내 손에 디질 줄 알아라.”


한마디 엄포를 놓고 그는 차를 세워둔 공터로 총총히 사라졌다.

나는 차가 떠나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다시 저택을 올려 보았다.

마치 감옥 같은 삭막함.

세상 어느 곳 보다 포근하고 따뜻해야 할 공간은 높은 담장과 회색빛 구조물에 시리도록 차갑게 느껴 졌다.

언제나 밝은 그녀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이미지였다.

나는 조금 텀을 두고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잠시 인근 공원 벤치에 몸을 의탁했다.

등을 기대 하늘을 올려 보자 나와 같이 길 잃은 매 한 마리가 창공을 날며 주변을 선회했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나뭇가지를 주어 흙 바닥에 의미 없는 낙서를 끄적였다.


[유진은 그 동안 왜 침묵했을까?]


불현듯 최근에 풀린 그녀의 행적 중 하나가 떠 올라 바닥에 휘갈겼다.

연예계 사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부풀어진 소문.

그 중심에는 가수 유진이 있었다.

그녀에게 밉보인 유진은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은하에게 번번히 활동을 방해 받았는데, 방송PD는 권력이 무서워 그녀를 쓰지 않았고, 음원은 조작 되 하위권을 맴돌았고 한다.

21세기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이야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공공연하게 퍼져 사실로 굳혀져 있었다.

추측만 난무하고 증인하나 없는 낭설에 불과한데, 권력이란 감투는 이 모든 걸 초월해 진실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침묵.

해명 없는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진이 빛을 보게 되는 때가, 이런 낭설이 퍼지고 난 후이니, 어쩌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서야 그녀가 왜곡된 진실을 정정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젠 무슨 말을 하던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도산을 포함 너무도 많았다.


‘후~’


나뭇가지를 내려 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꽃순이 집을 향해 걸음을 딛었다.

생각이 많아 시선은 허공을 가르고 손가락 끝은 담벼락을 훑었다.

오돌토돌한 감촉에 가끔 통감이 느껴질 정도록 찌릿했지만 머리속을 난잡하게 만드는 고민에 무감각해져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10보 남짓 이동했을까?

전과 다른 촉감에 시선은 벽을 향했다.


[가장 행복했던 불행해지다.]


뜻을 알 수 없는 문구에 멈춰진 시선은 주변 풍경을 지우고 올 곧이 들어 찼다.

누가 쓴지도 왜 저런 글귀를 새겼는지도 모르는데 한번 멈춘 시선은 글귀에서 떠날 줄 몰랐다.


[2001.10.13]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뭉개지고 작은 글씨.

글씨체는 정갈하고 반듯했지만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왠지 낯설지 않는 차량의 경적 소리에 시선이 돌아갔다.


‘빵!’


차가 멈춰 서고 익숙한 중년 남성이 차에 내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꺾어 깎듯이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셨습니까? 아버님.”

“자네 그날 잘 들어 갔나? 그간 바빠서 안부도 묻지 못했네 그려. 그건 그렇고 술이 그리 약해서야 어디 내 딸을 맡길 수 있겠나!”

“원래는 그 보다 더 잘 먹습니다. 그날은 좀 긴장해서···.”

“변명은···. 왔으면 들어가지 않고 예서 뭐하는 겐가?”

“아 저···.”

“문전박대라도 당한게야?”

“그게 아니라···.”

“그럼 뭐해 어서 들어 가지! 나도 은하 돌아왔다는 소식에 남은 일정 취소하고 돌아오는 길이니까!”


우악스럽게 미는 힘에 엉겁결에 현관까지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자 그 곳엔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가정부 아주머니와 백화점에서 봤던 카랑카랑한 귀부인이 서 있었다.


“새로 온 보좌관인가요?”

“아···. 안녕하십니까? 은하 친구 명호라 합니다.”

“친구?”

“아 네. 백화점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겸 친···.구···.입...”


훽 돌아서 멀어지는 귀부인의 뒷모습에 말끝은 흐려지더니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돌아 서기전 표정이 어찌나 냉냉했던지 추운 겨울날 소변을 보고 몸을 부르르 떨 듯 아랫배를 타고 오한이 전신을 휘감았다.

당황해 어찌할 바 몰라 눈만 말똥 말똥 뜨고 굳어 있자 아버님은 멋적은 미소를 짓더니 감싼 어깨를 살며시 끌어당겼다.


“예민한 사람이라 자네가 이해 바라네.”

“아···.아닙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그런데 이 자식은 아비왔는데 코빼기도 안 비춰?”


거실을 두리번 은하를 찾는 아버님. 반면 나는 단번에 그녀의 위치를 찾았다.

2층계단과 거실을 잇는 사각, 그녀는 첩보원을 연상시키는 긴장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와 아버님을 주시 하고 있었다.

아직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 아버지가 낯설겠거니, 모른척 하며 그녀가 스스로 등장하기를 어색하게 기다려 주었다.


“은하 학생 거기서 뭐해? 아버지 오셨어!”

“아···. 갑자기 급똥이 마렵네.”

“아까도 갔다 오더니 어디 탈이라도 난 거 아니야?”

“아···. 변비가 나으려나.”

“어딜 도망가려고, 집을 나갔으면 혼이 나야지 이리와 앉아 봐!”


아버님의 호통에 무언의 신호를 보내던 그녀는 총총히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말이 없자 옆구리를 찌르며 자신의 상황을 대변하라 넌지시 압박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그래, 집 나가서 사니까 좋더냐?”

“아버님이 아니고 아버지.”

“아버지?”

“음···. 아빠?”

“너도 미안하긴 한가 보구나!”

“본의 아니게 가출을 한 꼴이 되었는데, 아빠 오해는 하지마!”

“집은 나갔지만 가출은 아니다? 연락 한통 없이 이제야 나타난 녀석이 한다는 변명이 그거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기억을 잃어서···.”

“됐다. 밥이나 먹자.”

“아니, 아직 말 다 안 했는데.”


아버님은 화가 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일어서더니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그 모습에 바짝 움츠려 들어 한마디도 뱉을 수 없었다.

고작 한다는 변명이 내게 들었던 기억 소실을 짓거렸으니 실망스러울 수 밖에.

내가 있어 화는 못 내고 언짢아 딸을 피하시는 모양이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게 맞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 멀뚱히 그녀만 보았다.


“야, 어떻게 좀 해봐!”

“야 나도 무서워!”

“그러게 너 보고 말하라고 했잖아! 이게 뭐야.”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아옹다옹 투닥임도 잠시, 중저음의 목소리의 호통에 몸은 빠릿하게 식당을 향했다.


“밥 먹자니까 뭐 하는 게야?”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냉냉한 분위기에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초기 계획은 사라지고 의무적으로 하얀 쌀밥을 입으로 퍼 날랐다.

그 모습을 오해한 가정부 아주머니는 입맛에 안 맞아 미안하다며 되려 내게 사과하셨다.

나는 손사래 치며 아니다 부정했지만, 그녀는 이미 제 손재주에 실망한 후였다.


‘어째, 아주머니가 더 엄마 같냐.’


꽃순이는 우리집에서 눈치 한번 안 보고 잘만 지냈었는데, 반면 죽눅든 나는 눈치 살피기 바빴다.

화가나신 아버님도 말씀이 없고 싸늘한 분위기에 먹다 체할 것만 같았다.

한참 후에나 이어진 짧은 대화.

이제야 식사다운 식사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 벌어진 기막힌 상황에 나는 너무 놀라 딸국질까지 터져 나왔다.

꽃순이는 새어머니의 질타에 말대꾸하다가 결국 뺨을 얻어 맞았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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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그의 이야기. 23.06.11 21 0 12쪽
42 41화. 그녀의 이야기. 23.06.10 19 0 13쪽
» 40화. 그의 이야기. +2 23.06.09 19 0 12쪽
40 39화. 그녀의 이야기. 23.06.08 18 0 11쪽
39 38화. 그의 이야기. 23.06.07 15 0 14쪽
38 37화. 그녀의 이야기. +2 23.06.06 27 1 15쪽
37 36화. 그의 이야기. 23.06.05 16 0 14쪽
36 35화. 그녀의 이야기. 23.06.04 17 0 14쪽
35 34화. 그의 이야기. 23.06.03 19 0 13쪽
34 33화. 그녀의 이야기. 23.06.02 16 0 14쪽
33 32화. 그의 이야기. 23.06.01 17 0 12쪽
32 31화. 그녀의 이야기. 23.05.31 16 0 13쪽
31 30화. 그의 이야기. 23.05.30 19 0 14쪽
30 29화. 그녀의 이야기. 23.05.29 20 0 14쪽
29 28화. 그의 이야기. 23.05.28 16 0 13쪽
28 27화. 그녀의 이야기. 23.05.27 16 0 12쪽
27 26화. 그의 이야기. 23.05.26 18 0 13쪽
26 25화. 그녀의 이야기. 23.05.25 18 0 12쪽
25 24화. 그의 이야기. 23.05.24 20 0 12쪽
24 23화. 그녀의 이야기. 23.05.23 20 0 14쪽
23 22화. 그의 이야기. 23.05.22 23 0 12쪽
22 21화. 그녀의 이야기. +2 23.05.21 24 0 13쪽
21 20화. 그의 이야기. 23.05.20 23 0 13쪽
20 19화. 그녀의 이야기. 23.05.19 26 0 12쪽
19 18화. 그의 이야기. 23.05.18 22 0 12쪽
18 17화. 그녀의 이야기. 23.05.17 25 0 14쪽
17 16화. 그의 이야기. 23.05.16 24 0 15쪽
16 15화. 그녀의 이야기. 23.05.15 27 0 12쪽
15 14화. 그의 이야기. 23.05.15 28 0 12쪽
14 13화. 그녀의 이야기. 23.05.14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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