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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드라마

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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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3
추천수 :
28
글자수 :
421,635

작성
23.06.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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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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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37화. 그녀의 이야기.

DUMMY

37화. 그녀의 이야기.



밀어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성은 안된다며 채찍질했지만, 감성의 노예가 된 몸은 비명도 지르지 않고 굳건히 버티더니 오히려 녀석을 끌어안았다.

우리는 절대 맺어져서도 이뤄져서도 안 되는 사이가 분명한데 먹먹한 감정은 과거를 먹어 치워 오롯이 여자와 남자 사이로 만들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늦었고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어제는 실수였다고 잠시 착각한 거라고 둘러대야 했지만, 굳게 닫힌 입은 폭풍에 홍역을 앓고 잠잠해진 호수처럼 돌을 던져도 깨질 않았다.


‘사라질 거라면 잠시라도 나와 함께하고 싶다.’


그렇게 굳혀진 마음은 나를 위한 거라 핑계를 만들어 덧씌웠다.

몸을 다시 차지 할 수 없다면 가까이라도 보자고, 소멸하기전 작은 소망으로 만들었다.

좌석은 텅텅 비어 있는데, 보호를 핑계로 대나무처럼 서 있는 녀석을 쳐다볼 수 없다.

평소처럼 남처럼 멀리 앉아 있길 바랐는데, 녀석은 남자친구가 된 김에 사소한 것에도 정성을 쏟으려는 모양이다.


“그만 뒷자리에 앉지?”

“이게 편해, 신경 쓰지마!”

“내가 불편해, 정신 산만하니까. 가서 앉아!”

“아이쿠, 사람이 갑자기 많이 타네. 어쩔 수 없지. 양보하는 수밖에.”


넉살부리며 옆자리를 고수하는 녀석.

싫지 않았다. 입으론 말렸지만 내심 있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모든 일엔 계기가 필요하 듯 우린 어제 일로 달라진 것이다.

밀려든 인파에 핑계도 사라졌겠다. 창밖만 보던 시선을 돌려 그를 올려 보았다. 그러자 나만 바라보던 시선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입술을 깨물어 미소를 삼키고 풍경을 보는 척 딴청을 피웠다.

나는 평소처럼 널 대하고 있다고 변해버린 본심을 숨겼다. 하지만 눈가 따라 번지는 기쁨은 숨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 더욱 진한 미소를 만들어 냈다.

세상 다 갖은 표정.

샤넬로 하여금 상처입은 마음은 나로 말미암아 치유되고 있었다.

그걸 알기에, 포기하고 하얀 건치를 보이며 웃어 주었다.

그렇게 좋을까?

속물 같아 보이지만 나라도 이 외모에 배경이면 좋아 어쩔 줄 몰랐을 테다. 그렇지 않더라도 한 집에 부대끼며 나눈 정은 우리를 엮어 붉은 실선으로 이었을 것이다.

문득 어제 녀석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널 기억 못 하게 되면 너도 날 잊어줘!’


녀석을 위한 처방이자 진심 어린 충고. 하지만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답도 하지 못했으니.

잘못된 처신인 줄 알지만 바로잡을 수 없고 이젠 거부할 수도 없다.

내일의 내가 나일지 다른 이 일지 몰라도 지금에 충실하고 싶다.

나는 예전 내가 그리워 사랑하게 되었고 녀석은 이런 내게 끌려 사랑에 빠졌으니,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임은 부정할 수 없다.

언젠가는 큰 상처가 될 걸 알고 있지만 당장 내가 상처 입기 싫어 순응해 버렸다.

녀석의 가슴에 긴 자상을 새기고 치유될 수 없는 흉터를 남기더라도 손톱 아래 박힐 가시가 두려워 눈을 감아 외면해 버렸다.

녀석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다 갖은 얼굴로 해맑게 다른 이를 걱정해 주었다.


“형, 소개팅 좀 주선해 줬으면 하는데.”

“뭐? 밤나무골 도령?”

“많이 외로워 하더라고. 우리 껴안고 있는 모습 보고 지 방에서 주먹 물고 울고 있더라.”

“형 회사에는 여사우들 없어?”

“토목회사에 뭘 바라겠어. 그러지 말고 우주에게 한번 부탁해 보는 건 어때?”

“우주는 안돼!”

“왜? 우리 형 정도면 괜찮지.”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안되는 이유는 따로 있어.”

“남자친구 있어?”

“너도 눈치가 참. 아무튼, 걔는 안돼!”

“그럼 다른 친구라도.”

“우주에게 한번 물어 볼게. 걔도 친구는 나 밖에 없는거 같지만.”


명호는 도산이랑 우주가 사귄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칼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기어들어 와 식충이 타임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그가 매일 밤 늦게 들어오는 걸 안다면 눈치채 고도 남았을 텐데.

그게 아니더라도 비가 오나 천둥 번개가 치나 밤마다 옥상에 올라 전화를 붙들고 산다는 사실을 안다면 단번에 알아봤을 텐데.

밤나무골 도령도, 부모님도 아는 사실을 그는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

넌지시 말해줄까? 싶다가도 직접 마주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꾹 눌러 참았다.

모 연예인의 갈지자로 손을 올리고 입을 벌릴 모습을 상상하며 근질거리는 입을 닫았다.

그렇게 잡념에 빠져있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가까워진 만큼 함께 있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는 모양이다.

금방 버스에 몸을 실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우린 개점 준비로 분주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마냥 다정했던 우리는 회사에서만큼은 늘 그랬던 것처럼 평소같이 서로를 대했다.

서로 의견을 나눈적 없지만, 우린 애초에 하나였기에 별 탈없이 평소 같은 삶에 녹아 들 수 있었다. 게다가 개점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대화할 틈도 마땅치 않았다.

녀석이 한가할 땐 내가 바쁘고 좀 한가해졌다 싶으면 녀석이 판매 지원을 떠나 눈빛 교환을 나눌 여유조차 없었다.

우주라도 있었으면 수월했을 텐데, 그녀도 쉬는 날이라 시간은 유수같이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오전을 지나 점심시간에 가까워질 때쯤.

집에서 건담이나 조립해야 할 밤나무골 도령이 한껏 멋을 부리고 되지도 않는 스웩 넘치는 걸음으로 나타났다.

그는 날 보고 앙증맞게 알은체하더니 응대로 바쁜 녀석을 지나쳐 우리 매장으로 들어섰다.

먼저 맞이하려 했는데, 입구 쪽 매대를 정리하던 종지 누나가 더 빨랐다.

손님으로 착각한 그녀는 건조한 미소로 인사하더니 기계적인 멘트로 응대에 나섰다.


“찾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꽃···꽃···.”

“꽃무늬? 여자 친구분 것 보시나요?”

“그···. 그게 아니라. 그리고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만.”

“아 죄송합니다. 그럼 어머니꺼?”

“어머니는 살아 계시지만, 그게···.”


원래 여자 앞에서 말 더듬고 그러는 사람이었나?

내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는 당당하게 건들거렸던 첫 등장과 달리 친철한 응대에 쭈구리처럼 어깨를 구부리고 쑥스러워했다.

설마 취향이 이쪽인가?

알은체하려던 손짓을 멈추고 둘사이를 번갈아 봤다. 그랬더니 알 수 있었다.

미묘하지만, 뭐가 다른 시선처리를.

쉰내 나는 방에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2D그림을 봤을 때 눈치 쳈어야 했는데, 소아성애자인 줄 알았더니 눈 크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가슴이 이상형이었던 모양이다.

종지 누나에게 끌려 혼자 설레어 하는 모습이 퍽 재밌었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미친놈으로 오인하면 안 되니 재빨리 수습에 나서야 했다.


“우리 형이에요!”


종지 누나는 손님이 아니라는 말에 꾸벅 인사하고 창고로 떠났다. 그런데도 도령은 아쉬워하며 그녀의 동선을 쫓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오늘따라 귀엽다 느껴졌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었지만, 이왕이면 취향을 맞춰 주고 싶어 넌지시 물었다.


“관심 있어?”

“시스터 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 다네. 그저 눈길이 갔을 뿐, 다른 사심은 없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팬티 뭐 입어?”

“허 헉, 내 팬티는 왜?”

“너 드로즈 입지? 다행이다. 그러면 관문 하나는 통과했네.”

“혹시 그녀 취향이?”

“한번 말은 해 볼게. 누나도 솔로니까.”

“그렇다면 거절은 하지 않겠다.”

“그런데 왜 온 거야?”

“마이 브로와 소개팅에 앞서 꾸밈없는 나를 꾸미기로 약속했지. 나도 내 스웨그 넘치는 옷들이 소개팅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저놈의 도움을 받아? 그냥 나랑 가!”

“아, 이것 참 고민되는구먼. 시스터가 나을지 브로가 나을지.”

“그럼 셋 다 같이 가면 되지.”


어느 틈에 끼어든 명호는 평소와 다르게 어깨에 팔까지 두르고 밑도 끝도 없는 헤픈 웃음을 흘렸다.

나는 종지 누나가 와야 갈 수 있다고 뻐팅겼지만, 보라 누나에게 통 사정해 승낙을 받아낸 터라 따라 나 설 수밖에 없었다.

데이트를 생각하고 이 같은 일을 벌였는지 몰라도 바쁜 시간에 자리를 비워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보라 누나의 근심 어린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이 상태로 옷을 본들 눈에나 들어 올런지. 하지만 그의 원대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토커, 그의 등장으로 명호의 계획은 찬물세례를 받았다.


“식사하러 가시는 거란면 저도 함께 하죠.”

“쇼핑하러 가는 거거든요. 댁은 빠져 주시죠!”

“근무 중에 쇼핑하러 간다는 말을 아주 당연하게 하시네요.”

“우리는 쇼핑도 못 한 답니까? 게다가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거니까 상관하지 마시죠.”

“잘됐네요. 마침 저도 옷 한벌 사려했거든요.”

“명품관은 1층에 있으니 조심히 가시고 우리는 5층으로 가자!”

“전 명품 별로 안 좋아해서. 마침 5층으로 가려 했는데. 잘 됐네요.”

“온몸에 명품을 도배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불편하니 그만 빠져 주시죠!”


두 남자는 어제 못다 한 눈싸움을 신성한 일터에서 마저 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목덜미가 결려왔지만, 어설프게 중재했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 한숨만 터져 나왔다.

길어지는 투닥임에 옷자락을 잡아 명호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목줄이 채워진 강아지는 제 주인만 믿고 부라린 눈을 거두지 않는다.

사귀자는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도 했고 돌고래 녀석에게 먹이도 끊어야 했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토커의 귀에 입을 대고 이러면 안 되는 이유를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우리 사귀기로 했어. 그러니 이제 그만둬!”

“공격수가 많은 것보다 골키퍼 한 명 제치는 게 더 쉽지. 게다가 엉성한 수문장이라면 더더욱.”

“이게 진짜! 그만하라고 했다.”

“아니, 그만 못 둬. 기억을 잃고 헤매는 널 두고 내가 어떻게 그만둬!”

“하, 너를 어쩌니.”

“됐고, 앞장서! 형님 옷 사시는데, 나도 도움이 될 거야!”

“이미 다 듣고 왔고만, 도청장치 심어 놨냐?”

“네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에스컬레이터 내려오는데, 네 목소리 밖에 안 들리더라.”

“가자 가! 내가 확실히 정떨어지게 해 줄게.”

“마음껏!”


나는 일부러 명호 옆에 착 붙어 팔짱까지 끼우며 은연중 꺼지라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로는 부족했는지 콧방귀도 뀌지 않고 형의 옆에 착 붙어 자기가 필요한 이유를 어필했다.

그는 자신은 이곳 지점장이며 모든 옷을 반의반 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로 밤나무골 도령을 현혹했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이 치고 과도한 스킨십을 나누며 나를 도발했다.

나는 명호에게 어떻게 좀 해 보라고 옆구리를 찌르며 과감한 행동을 요구했다. 하지만 뻣뻣이 굳은 녀석은 헤픈 웃음만 흘릴 뿐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팔짱은 부작용만 나타나는 것 같아 풀고 명치를 가격했다. 그런데도 녀석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어 형을 잡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차라리 혼자가 낫다며 두 인간에겐 사라지라 으름장을 놓았다.


“꺼져! 우리 둘만 갈 거야!”

“시스터, 저 친구가 나에게 반의반 값을 약속했지 뭔가. 브로는 버리더라도 저 친구는 같이 갔으면 하는데.”

“너는 형이라는 작자가 그게 할 말이냐?”

“할인엔 형제 아우 없으며 반의반 값에 비해 혈육의 정은 너무나 덧없다 느껴지는구나. 게다가 눈이 있다면 잘 알겠지. 누가 더 옷을 잘 입는지 말이야.”


반박할 수 없는 진실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긴 기럭지에 탄탄한 근육남이 소화한 옷. 옷이 구렸더라도 명호의 물컹한 태가 감히 따라올 수준이 아니었다.

비록 명품으로 도배된 치장이지만 센스는 명품이 아니더라도 확연이 차이나 보였다.

세 놈 다 마음에 안 들어 잔뜩 아미가 구겨졌다.

이 동행을 적어도 30분을 더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가 갈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냥 매장에 복귀해 버릴까 싶다가도 내가 떠나면 매몰차게 버려질 도령이 불쌍해 그럴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어 기묘한 동행을 계속 이어야 했다.


“남자는 역시 슈트 빨 이죠. 형님!”

“맞선 나가는 줄 아나? 가벼운 거 입어. 면바지에 셔츠 그리고 가디건.”

“뭘 잘 모르시네. 남녀 사이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첫인상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정장으로 품위 있게 그리고 격식을 갖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호감도가 30% 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남색 계열의 슈트로 가시죠!”

“우리 형이야 당신이 왜 왈가왈부하는 건데.”

“가족이 소개팅도 대신 나가 준답니까? 저는 형님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뿐입니다.”


벌떼가 지나가는 것 마냥 귓가는 웅웅거리고 정신은 산만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려면 승부를 봐서라도 옷을 고르는 방법밖엔 도리가 없었다.


“둘 다 시끄러워! 두 사람 각자 한 벌씩 제시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 확인할 테니까.”

“소개팅녀 찾았어?”

“아직, 헌데 후보는 정해 졌어.”


두 사람은 주어진 과제에 눈을 빛내며 한참을 매장을 뒤적였다.

한 명은 모두가 알고, 한 명은 오래 근무해 안면이 있던 터라 옷가지를 들고 가도 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스러워하며 타 매장 옷을 선반에 버젓이 올리고 콧대를 세웠다. 그리고 상대의 선택을 조롱하며 코웃음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는 짓이 점점 서로 닮아 가는 것 같아 한숨이 세어 나왔다. 그리고 유치한 투닥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형은 두 사람이 제시한 옷가지를 저울질하더니 동생이 고른 옷은 휙 던지고 남색 슈트를 몸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이씨, 왜 불란을 조장하는 거야.’


안 그래도 둘 사이가 냉랭해 신경쓰였던 참이다. 그런데 승부를 보기도 전에 결정해 버리니 골치가 다 아팠다.

하지만 이해되는 선택에 뭐라 할 순 없었다.

눈치 보였지만, 나설 수 없었다.

토커가 고른 옷은 대충 봐도 그럴싸해 보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슈트는 베이스가 평균을 웃도니 입지 않아도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명호가 제시한 코디는 한물간 건 둘째 치고 난잡해 보였다.

여자가 되고 보는 눈이 생긴 건지, 옷을 팔다 보니 자연스레 안목이 생긴 건지.

그의 선택은 형의 단점을 부각해 도드라지게 만들게 뻔했다.

승패는 결정된 것 같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패자를 납득시키려면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내키진 않지만 도령에게 두 옷을 입혀 결착을 봐야 했다.

나는 형이 옷을 입고 나오면 사진을 찍어 뒀다가 목 위를 날려 종지 누나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어느게 낫냐고 물어보았다.

얼마 후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나는 답장을 읽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뒤돌아 끅끅거려야 했다.


[옷걸이가 엉망이라서 둘 다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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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그녀의 이야기. 23.06.10 19 0 13쪽
41 40화. 그의 이야기. +2 23.06.09 18 0 12쪽
40 39화. 그녀의 이야기. 23.06.08 17 0 11쪽
39 38화. 그의 이야기. 23.06.07 15 0 14쪽
» 37화. 그녀의 이야기. +2 23.06.06 27 1 15쪽
37 36화. 그의 이야기. 23.06.05 16 0 14쪽
36 35화. 그녀의 이야기. 23.06.04 17 0 14쪽
35 34화. 그의 이야기. 23.06.03 18 0 13쪽
34 33화. 그녀의 이야기. 23.06.02 16 0 14쪽
33 32화. 그의 이야기. 23.06.01 17 0 12쪽
32 31화. 그녀의 이야기. 23.05.31 16 0 13쪽
31 30화. 그의 이야기. 23.05.30 19 0 14쪽
30 29화. 그녀의 이야기. 23.05.29 20 0 14쪽
29 28화. 그의 이야기. 23.05.28 16 0 13쪽
28 27화. 그녀의 이야기. 23.05.27 16 0 12쪽
27 26화. 그의 이야기. 23.05.26 18 0 13쪽
26 25화. 그녀의 이야기. 23.05.25 17 0 12쪽
25 24화. 그의 이야기. 23.05.24 20 0 12쪽
24 23화. 그녀의 이야기. 23.05.23 20 0 14쪽
23 22화. 그의 이야기. 23.05.22 23 0 12쪽
22 21화. 그녀의 이야기. +2 23.05.21 24 0 13쪽
21 20화. 그의 이야기. 23.05.20 23 0 13쪽
20 19화. 그녀의 이야기. 23.05.19 26 0 12쪽
19 18화. 그의 이야기. 23.05.18 22 0 12쪽
18 17화. 그녀의 이야기. 23.05.17 25 0 14쪽
17 16화. 그의 이야기. 23.05.16 24 0 15쪽
16 15화. 그녀의 이야기. 23.05.15 27 0 12쪽
15 14화. 그의 이야기. 23.05.15 28 0 12쪽
14 13화. 그녀의 이야기. 23.05.14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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