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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드라마

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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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421,635

작성
23.06.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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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3화. 그녀의 이야기.

DUMMY

43화. 그녀의 이야기.



며칠째 같은 고민이 머릿속을 뱅뱅 맴돈다.


‘나는 애초에 은하였던게 아닐까?’하고.


과거를 되짚을수록 가정에 무게가 실리고 점점 확신에 가까워졌다.

명호와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까닭에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꽃순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내 행동은 별났고 명호와 달리 소심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았다.

공통점 하나 없는 성격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임을 알려 주었다.

왜 그동안 한 번도 의심하지 못했을까?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아니면 진정 그가 되고 싶어서?

이유도 이 가정이 맞는지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나는 명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과거를 송두리째 앗아가고 명호의 기억을 심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몸이 바뀐 줄 알았던 그날 이후 난 줄곧 다른 사람이었다.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된 건지.

어쩌면 나는 과거를 알고 싶지 않아 본능적으로 거부했는지도 모르겠다.

잊은체 살고 싶어서 밀어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명호가 아니라서 그리고 은하일지 몰라서.

서서히 소멸해 사라지는 결말이 아닌 합리적이고 완벽한 엔딩이라 베시시 웃음이 번진다. 그리고 셀프 러버가 아님에 안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난 기억을 잃었을까?’


이 또한, 짐작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다르지만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 다른 혼란을 맞이했지만, 그날 이후 운명이 뒤틀린 건 같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그날, 같은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나와 달리 첫사랑의 기억을 잃었다.

마치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그는 그 날, 지우고 싶었던 과거를 보란듯이 기억에서 도려내 버렸다.

만취해야 할 정도로 죽도록 미웠던 그녀를 그날 이후, 미워하지도 생각나지도 않게 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을 좀먹는 기억이니 불가사이한 힘을 빌려 털어 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슬픔은 한때고 그 날마저 언젠가 추억이 될 걸 알기에 아쉽기만 했다.

내 기억이 아닌데도 이어진 마음은 공명하며 마른 눈물을 지었다.

그날이 어렴풋이 떠 오른다.

샤넬, 그녀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세상을 다 잃은 사람처럼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날이.

이미 직감하고 있었기에 충격은 덜 했지만, 연락을 기다리며 피폐해진 정신은 그 한마디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그날 과음을 하게 되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장소가 바뀌어 음악 소리에 귀가 멍멍한 좁디 좁은 클럽이었다.

그 후의 기억은 모두 불분명하다.

드문 드문 사진처럼 몇 장면이 떠오르지만 이게 누구의 기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모든 기억이 명호의 것이었으니, 이 다음도 명호의 기억이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점점 현상의 본질이 명확해진다.

그는 지우고 싶은 첫사랑을 지웠고, 나는 내가 싫어 존재 자체를 지우고 싶어던 게 분명하다.

이 가정 말고 조건을 만족할 만한 다른 가정을 찾을 수 없어 생각은 계속 제자리를 돌았다. 하지만 이 가정 또한 완벽하다 볼 수 없었다.

스스로가 싫다고 해서 명호가 될 이유는 없으니.

차라리 바보가 되었다면 수긍할 텐데, 불가사이한 힘은 내 머리에 명호의 기억을 주입했다.

이 부분만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해 보아도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되면 명호에게도 말해 주려 했는데, 나는 끝끝내 정리하지 못하고 긴 머리를 풀어 헤치며 주방으로 향했다.

물 한 모금만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갑자기 울린 핸드폰에 발길이 멈췄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 하지만 누군인지 불 보듯 뻔해 울컥 짜증이 솟았다.


“아 이자식, 또 전화질이네.”


명호가 누군가의 핸드폰을 빌려 전화하는 거 겠거니. 처음엔 받지 않으려 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두어 시간에 한 번 꼴로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인내심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생각할 게 많은데, 자꾸 보고싶다는 둥, 애정공새를 퍼붓는 그가 못 마땅했다.

나는 끊어지기 무섭게 다시 전화벨이 울리자 신경질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이상 연락을 금지하기 위해 버럭 화부터 냈다.


“아 좀! 그만 전화해. 오늘만 대체 몇 번짼 줄 알아?”

[은하 맞니? 나야 해진.]

“어라, 네가 이 번호는 어떻게 알고?”

[명호씨가 알려 줬어.]


그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명호가 알려 줬다고?

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얼굴을 구기고 통화를 이었다.


“명호가 퍽이나 알려 줬겠다. 똑바로 말해. 번호 어떻게 알았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 좀 만나자.]

“내가 너를 왜?”

[할 말이 있어. 중요한 이야기야.]

“통화로 해!”

[아니, 얼굴 보면서 말 해! 이건 기억나지 않아도 기억해야하는 문제이니까.]

“뭔 소리야 그게.”

[아무튼 내일 저녁,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시간 좀 내!]

“우리집도 알아?”

[길게 통화 못해, 나도 알아봐야 할 게 있거든. 그럼 그런 줄 알고 끊는다.]

“야 야!”


지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통화.

평소와 다른 말투에 의문이 생겼다.

이유를 알려면 만나 봐야 겠지만, 탐탐치 않아 할 명호가 떠올라 입술이 물렸다.


“하, 내가 눈치를 다 보고.”


언제부턴가 녀석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헛 웃음이 새어 나왔다.

되 돌리기엔 너무 늦었고 딱히 싫진 않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끈끈한 가족애가 변형된 거라 인정할 수 없었다.

사랑이라기엔 갑작스럽고 아련함이 부족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어 부정하고 발길을 다시 방으로 향했다.

노트북의 화면 보호기를 해제하고 들고 온 컵을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뚫어져라 화면만 노려봤다.

얼마나 오래 보았던지 스페이스 바 크기의 공란은 팝업북처럼 튀어나와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비밀 번호를 요구하는 폴더.

폴더를 열겠다며 씨름한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인간 해독기 수준으로 왠만한 번호는 다 넣어 봤지만, 무슨 짓을 해도 말짱 헛수고였다.

집안 식구들의 생년 월일. 그리고 가정부 아주머니의 지식까지 총 동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명호의 지식을 바탕으로 강제 열람도 시도해 봤지만, 내 지식이 아니라 그런지 써먹을 수 없었다.


“하, 이걸 어떻게 풀지. 명호를 불러야 하나.”


이 안에 뭔가가 숨겨져 있을 텐데,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일기 아니면 사진? 아무튼 결정적인 열쇠가 있는게 분명한데, 열리지 않으니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이게 최선이니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내게 남은 연결고리는 이거 뿐이었다.

잦은 실패로 한숨은 잦아지고 심신은 지쳐갔다. 나는 결국 집중력이 산만해져 노트북 이곳 저곳을 뒤적이게 되었다.

엉덩이를 붙인지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바탕화면 구석에 놓인 휴지통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버려진 파일 중 볼만한 게 있지 않을까? 정처없이 인터넷을 떠돌던 커서는 휴지통에 멈추더니 화면을 두드렸다.

버려진 날짜 순으로 파일 목록이 나열되자 스크롤이 위아래로 오갔다. 그러다 발견한 한 문서.

문서는 단숨에 호기심을 자극하며 복원을 유도했다.


‘유서.’


자필이 아닌 유서가 과연 신빈성이 있나 하는 생각도 잠시.

파일을 열기 전 수정된 날짜와 삭제된 날짜가 동공 가득 맺혔다.


[수정된 날짜 2013-04-23 오전 01:34]

[삭제된 날짜: 2013-04-23 오전 01:35]


저 날 자살을 결심했다는 소린데, 왠지 시간이 부자연스러웠다.

가정부 아주머니께 들었던 날과 일치했지만, 충동적이었다는 진술과 달라 고개가 갸웃해졌다.


‘유서가 발견됐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날 만취한 거로 아는데, 몸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유서를 쓰고 손목을 그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수정에 삭제까지. 모든 게 미심쩍기만 했다.

내가 은하라면 자살 따윈 하지 않을텐데, 나는 지체하지 않고 복원된 파일을 열어 보았다.

두서없이 작성된 내용.

정말 만취해 작성했는지 오탈자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짧은 문장 중 단연코 내시선을 끄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한 문장이었다.


[···아바지, 어먼니 머ㄴ저 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아무리 취했더라도 박장화씨를 어머니라 칭했을 리가.

절로 인상이 찌푸려 지는 내용에 유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았다.


[매버ㄴ 사고 쳐성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 부디 건강하시고, 아바지 어먼니 머ㄴ저 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죽음을 앞둔 사람 치고 길지 않는 유서.

감정이 격해져 있었을 텐데, 그런거 치고 담담하고 내용은 단촐했다.

죽음으로 진실을 규명하려는 발악이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낯설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이상함은 [아버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 /부디 건강하시고.] 문장.

절묘하게 이어지기는 한데 왠지 사이에 있어야 할 문장이 뭉텅그리 날아간 느낌이 들었다.

공개될 걸 바라고 쓴 듯한 유서.

나라면 저 따위로 쓰지 않을 것 같아 화면에 비친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전에 고작 매스컴에 흔들려 나약한 죽음을 택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이해되지 않는 유서 내용에 생각이 많아진다. 하지만 당장 알아낼 방도가 없으니 노트북을 덮어야 했다.


‘지이잉. 지이잉.’


고민이 만든 적막이 핸드폰 진동음에 부서졌다.

나는 화면 아래 시간을 확인하고 긴 한숨과 함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엔지 패션 막내.]


7시에 집 앞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나는 늦은 마당에 수하기 넘어 차가운 목소리에 노련하게 대응했다.


[오데고?]

[가고 있어!]

[어디서 거짓부렁을 시부릿쌌노. 내 니 집 앞이다. 알바가 쪼매 일찍 파여가 기다리고 있는데, 니 나올 생각을 안 하데.]

[나가고 있었어!]


부리나케 겉옷을 입고 방을 튀어 나갔다.

그녀 또한 나 못 지 않게 더러운 성깔의 소유자.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경상도 욕을 조금이라도 덜 들으려면 부단히 몸을 움직여야 했다.


“아 참참참, 핸드폰.”


핸드폰을 쥐고 쏜살같이 현관을 박차고 나갔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그녀는 입안 가득 모았던 걸레더미를 선사하는 대신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가스나야 그 카다 자빠진다. 천천히 온나.”

“미안, 미안, 진짜 미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지 몰랐어!”

“됐다 고마, 한두번도 아이고. 밥은 뭇나?”

“아직, 가자.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메뉴로 먹자.”

“니 내 좋아하는 메뉴는 아나?”

“치···. 치킨?”

“치아라 고마, 뜻뜻한 국밥이나 한사발 때리자.”

“그러던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밥이 놓이고 내내 재잘거리던 우주가 숟가락을 들었다.

그녀는 다대기를 푼 얼큰한 국물을 복스럽게 퍼 나르더니 생각에 잠겨 먼산을 바라보는 내게 물었다.


“먼 일 있나?”

“기억을 살리는 중이야.”

“명호 오빠야가 너 기억이 점점 돌아온다카던데, 진짜가?”

“점점은 아니고 아주 조금.”

“걱정 많이 했는데, 참말로 잘됐다. 고마 쪼매만 있으면 기억이 다 돌아올 거고만.”


그녀의 위로를 한 귀로 듣고 흘리기를 십여분.

어느덧 국밥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아직 반도 못 먹었는데, 우주는 뚝배기를 기울려 남은 국물까지 싹싹 긁어 완봉해 버렸다.


“워매 시원해븐그.”

“전라도 사투리도 배웠냐?”

“오빠야한테 배웠다 아이가.”


다시 시작된 수다.

그녀는 내가 없는 동안 벌어진 사건 사고를 다 말할 참인지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입술은 번질거리고 고춧가루가 묻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야기 봇다리는 끝없이 풀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고마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눈매는 호선을 그렸다.

집에 갇혀 우울해하진 않았을까? 수다로 승화된 걱정에 침이 튀어도 더럽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 글쎄, 성호 오빠야가 우리 매장으로 매일 여자 옷을 사러 왔다 아이가! 난 또 오빠야가 여자친구가 생긴줄 알았지. 그런데 어제 오빠야가 우쨌는 줄 아나?”

“꽃이라도 사왔어?”

“우에알았노? 재미없고롬. 명호 오빠야가 말해 준기가?”

“아니, 그럴 거 같아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나는 난 줄 알고 식겁했다 아이가. 창호 오빠야랑 사귀는거 뻔히 알텐데, 이 오빠가 왜 이카나 했제. 근데 알고 봤더니 종지 언니를 흠모했었데.”

“밤나무골 도령님 제법 강단있네.”

“니 알고 있었나? 내는 꿈에도 몰랐는데.”

“뭐 대충. 설마 고백할 줄 몰랐지만.”

“그런데 그 다음 우야 된 줄 아나? 종지 언니야는 얼굴 빨개져가 어쩔줄 몰라하는데 명호 오빠야가 챙피하다며 성호 오빠를 꽃으로 막 때리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아이가.”

“아, 아쉬워라. 그걸 못봤네.”

“지금 생각해 보면 오빠야 백난 천날 우리 매장 와가 종지 언니가 권하는 옷만 샀었는데 우째 나는 몰랐을까?”


소심한 놈인 줄 알았더니, 제법 대담한 면도 있고.

그런다고 종지 누나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이 가상하니 기회 된다면 도움 좀 줘야겠다.

나는 나름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미래를 그리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옴마야, 이제야 너 답게 웃네. 니 게안나?”

“뜬금없이 왜?”

“생각이 많아 보여서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만들어 계속 떠들었다 아이가. 집에서 고생이 많제?”


고생은 밖에서 하는 건데, 이놈의 집구석은 바깥친구가 걱정할 정도라니 하지만 걱정이 와 닿아 얼버무려야 했다.


“뭐 그럭저럭.”

“내한테는 털어 놔도 된다. 우리가 남이가!”

“남은 맞고. 아무튼 고맙다.”

“아 가스나 말 뽄새봐라 그카지 말고 말해봐라!”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하지만 한아름 담긴 걱정에 뱉지 못하고 삼켜졌다.

답답함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삼킨 이야기를 묻어버렸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과거를 조금이라도 알아 내는 게 현명한 처사.

나는 조심스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녀에게 과거를 물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더는 숨길 이유가 없으니 이젠 고분고분 답해 줄 거라 믿었다.

나는 먼저 가장 궁금했던, 이해되지 않았던, 자살기도에 대해 물었다.


“우주야, 내가 자살시도 했던 날 말이야.”

“그걸 와 묻는데.”

“충격을 받을 때 마다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더라고 혹시 기억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진짜가? 내 말 안 해 줄라 켔는데, 그런 이유라면 말해 줄기고마. 그런데 이상타 비슷한 질문을 명호 오빠야도 했었는데.”

“뭐? 명호가?”

“가스나 오빠한테 버르장머리 하고는. 좀 그라지 마라 오빠야한테 명호가 뭐꼬 명호가.”

“됐고, 뭐라 했는데?”

“그날 있잖아 니캉 내캉 술이 떡이 된 날. 너 기억을 잃고 강제 가출하게 된 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아이가. 그리고 네가 자살 기도를하게 된 경위도···.”

“걔가 그걸 왜?”

“왜 긴, 걱정되니까 그러지. 니는 사람 맴을 와이리 몰라 주노.”


녀석도 눈치 첸 건가?

그럴리는 없고, 그도 내 기억을 찾아 주려 노력하고 있었나 보다.

주둥이로만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내 치부를 알게 될까 부끄러우면서도 사소한 배려에 뭉클해졌다

하기사 날 걱정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니 궁금하겠지.

나는 물렁해진 두근거림을 입가에 띄우고 그녀의 회상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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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그녀의 이야기. 23.07.04 15 0 12쪽
65 64화. 그의 이야기. 23.07.03 15 0 12쪽
64 63화. 그녀의 이야기. 23.07.02 18 0 13쪽
63 62화. 그의 이야기. 23.07.01 16 0 12쪽
62 61화. 그녀의 이야기. 23.06.30 18 0 14쪽
61 60화. 그의 이야기. 23.06.29 13 0 12쪽
60 59화. 그녀의 이야기. 23.06.28 18 0 14쪽
59 58화. 그의 이야기. 23.06.27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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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그의 이야기. 23.06.19 18 0 11쪽
50 49화. 그녀의 이야기. 23.06.18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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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그녀의 이야기. 23.06.14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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