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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드라마

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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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8
추천수 :
28
글자수 :
421,635

작성
23.07.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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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8화. 그의 이야기.

DUMMY

68화. 그의 이야기.



완연한 겨울.

거제의 겨울은 춥지 않았다.

서울을 출발할 때만해도 영하의 온도였는데, 위도상 얼마 차이도 안나는 이곳의 날씨는 초가을쯤이었다.

나는 일년에 두 번 눈이 내린다는 거제도의 따뜻한 날씨를 몸소 체험하며 방파제를 거닐었다.


“이 방파제는 아닌가 봅니다.”

“하···. 이양반은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 사장은 일 안 해도 된답니까? 무슨 놈의 집구석이 자리를 지키는 놈이 없어.”

“비꼬는 겁니까?”

“아니,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지방으로 쫓겨났으면, 참회하고 죄를 늬우칠 생각을 해야지. 대낯부터 낚시질이야 낚시질이.”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나까지 싸잡아 말씀하시니 좀 거슬리네요.”


토커와 나는 해산을 찾아 그의 비서가 알려준 장소를 뒤지는 중이다.

벌써 네번째 후보군을 탐색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었다.

몇몇 장소는 네비도 찍히지 않아 죽을 맛이다. 게다가 이번 방파제는 유독 길어 더 짜증이 났다.

이젠 유순해 보이는 비서가 우릴 따돌리려 거짓말을 한게 아닌지 의심이 될 지경이다.


‘설마 배타고 나건건 아니겠지?’


우린 계속되는 허탕에 기운이 빠져 느그적 다음 포인트로 이동했다.

이번 행선지는 와현 해수욕장.

진절머리 나는 짠내를 맡으며 해변을 걸었다. 그리고 쳐박기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평일, 퇴근 전 이라 몇 있지도 않아 금세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번 장소도 역시 꽝인듯 싶었다. 그런데 해변 끝 갯바위에서 돌연 토커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모자를 꾹 물러쓴 남자 곁에 서더니 긴 한숨과 함께 바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아니나 다를까? 초라한 행색의 사내는 해산이었다.

그래도 형제라는 건가? 그는 단번에 제 형을 알아보았다.

나는 내가 없는 사이 수상한 모의를 할까 재빨리 두 형제를 향해 뛰었다.

마침 토커의 입이 열리고 해산의 시선이 잠시 그에게서 머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어쩐지 처량해 보이는 눈동자는 돌아서더니 다시 찌에 고정됐다.


“여기서 뭐해? 태평하게 낚시나 즐기고 있을 줄은 몰랐네.”


토커의 물음의 해산은 거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생각이 많은 듯 떠다니는 찌만 오롯이 보았다.

당장 나서 따질까 하다 이마에 참을 인자를 새겼다.

지켜보겠다 약속한 마당에 먼저 들이 댈 순 없었다.

집안 문제가 겹친 사안, 같이 이곳까지 와 줬으니 배려해 줘야 맞았다.


‘실패하기만 해봐라. 그땐 나도 참지 않을 테니.’


나는 손에 쥔 구슬조각을 요리조리 굴리며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했다.


“차기 회장 자리는 포기한 모양이지?”

“그럴리가.”

“복귀하려면 이럴 때가 아닐텐데, 조선 호황도 끝물이고 발등에 불 떨어졌지 않나?”

“네가 내 걱정을 다해주고 오래 살고 볼일이다.”

“둘재형이 전자 사장으로 취임한다는 소문이 있어. 걱정 안돼? 앞으로 돌아갈 자리가 없을 수도 있는데.”

“해성이를 내가? 하하하. 너라면 모를까? 그다지.”


빨리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하는데, 저놈의 주댕이는 여지껏 인사치레를 나블댄다.

입이 간질간질 하니 가래가 끓고 입이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다려 주었다.

나보단 그가 회유하는게 나으니 여유를 갖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너무 여유부리는 거 아니야?”

“놈은 굴러 온 복도 제 발로 찰 놈이야.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무너질 놈을 내가 뭐하러 견제해! 모양 빠지게.”

“그래서 낚시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겠다고? 아버지가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닐텐데.”

“너랑 입씨름하고 싶지 않다. 할 말 다 했으면 그만 가!”

“그리 자신만만한 양반이 죽을 상 하고 낚시나 하고 있나?”

“하···. 내가 분해서 그래. 부처님 손바닥에서 춤을 춘 거 같아서. 스스로에게 화가나 견딜 수가 없다고.”


해산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통에 담긴 미끼를 바다에 뿌렸다.

검푸른 바다는 열꽃이 핀듯 적갈색 반점이 번지더니 하얀 파도를 만나 다시 청량해졌다.

마침 방파제를 지나 어선이 항구로 들어서고 움직임에 따라 굽이 쳐 파도가 몰려왔다.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해산의 신발을 적시고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나는 인위적으로 성난 파도를 바라보다 목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그의 격양된 목소리만큼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래서 은하를 납치한 겁니까? 화풀이하려고 당한만큼 돌려주려고?”

“두 사람이 날 왜 찾아왔나 싶더니만, 납치라. 전 모르는 일입니다.”

“당신이잖아! 당신이 꾸몄잖아. 은하 어딨어?”

“명호씨는 내가 우수워 보입니까?”

“김진 실장이 은하를 납치하는 걸 본 목격자가 있어. 이래도 발뺌할 셈인가?”

“김진이라. 하하하. 그 놈 참 재밌는 놈 일세.”

“독단이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푸하하하.”


해산은 이 상황이 재밌다며 배를 잡고 웃었다.

나는 그 모습에 화가 끓어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놈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었다. 해진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랬을 테다.


“은하 어딨어? 빨리 말해! 죽여버리기 전에.”

“아 참, 당신 내게 가져간 기억 업데이트가 안됐지. 크흐흐흐. 당신을 보니 내가 얼마나 놈을 믿었는지 잘 알겠네.”

“뭐라고?”

“말 그대로야. 놈이 날 배신했어. 서의원과 붙어먹고 제대로 날 물 먹였다고.”


갑작스러운 진실에 멍해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객선이 지나고 거칠어진 파도가 끊임없이 바위에 부딪히는데도 내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말을 의심할 새 없이 다리는 후들거리고 눈커플은 쉴 새 없이 깜박였다.

해산의 얼굴에 고정된 시야는 흐려지더니 결국 날 주저 앉혔다.

더는 실망할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속은 마음은 부서져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무저갱보다 어두운 내면에 잠식된 마음은 더럽혀져 얼룩이 남았다.

왜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을까?

마치 전지적 존재라도 되는양 판을 한눈에 내려보고 있는데, 왜 의심한번 하지 못했을까?

몇 수를 내다보고 움직이고 있었는데 왜 듣고 서야 깨달은 걸까?

이제야 화나고 분해 기분은 더 참담했다.

난 어쩌면 끝까지 그를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째서···.”


그도 날 믿는 거라 생각했다.

딸을 지키고 싶어하는 남자의 선택이니 존중하고 받아들여 줄 줄 알았다.

비록 약속을 어기는 선택일 지라도 제 딸이 원한다면, 이해하리라 믿었다.

그게 아버지란 이름의 무게이며 자식을 위한 마땅한 처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제 딸도 믿지 않았다.

애초에 약속은 의미가 없었다.

그는 내가 사실을 안 순간부터 이미 제 딸을 감금할 생각이었다.

바위를 긁는 손톱에 선혈이 맺히고 울화 섞인 거친 숨이 몰아 셔 졌다.

몸서리쳐지는 아비의 독선에 분노한 눈동자는 끝없이 좌우를 오가며 요동쳤다.


“김실장이 배신자라고? 하, 그래서···.”


토커의 낮은 탄식이 고막에 맺히며 웅웅댔다. 그러자 지난 날의 의아했던 장면들이 이해되었다.

은하에게 시계를 채워 기억을 지운 자.

시계의 존재를 은근슬쩍 적에게 흘린 자.

독이든 사과를 먹기 좋게 내민 자.


그는 김 진이였고 뒤엔 서의원이 있었다.

원하는 결말을 봤는지는 모르나. 모든게 계략데로 흘렀다.

숙적은 제거됐고 꿈을 향한 발판은 마련됐다.

이 모든게 은하를 제물삼아 이룬 쾌거라 식도를 따라 열이 오르고 쥐어진 주먹엔 핏줄이 솟았다.

그는 더이상 그녀의 아버지가 아니다.

핏줄은 짙은 어둠에 끊어졌고 타당해 보였던 복수 칼은 빛을 잃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가 온당히 악당으로 보였다.


“명호씨,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은하 찾아야죠.”

“무슨 수로요. 제 아버지가 납치했다고 신고라도 할까요?”

“생각해 봐야죠. 방법이 있을 겁니다.”


찾아서 데려오면, 과연 누가 납치범이 되는 거지?

어이없는 상황에 콧바람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그곳에 스스로 갔다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뒤따르는 기억에 바로 생각이 고쳐 졌다.

성격상 납들 할 수 없는 모습에 난잡했던 머리는 제 자리를 찾았다.


‘과연, 이 모든 시나리오가 제 아버지 머리에서 나온 걸 알고도 그녀는 참았을까?’


그녀는 참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무런 설명없이 연락을 피하진 않았을 것이다.

시계 속 구슬 조각의 능력을 여전히 모르고 있어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본인 의지로 그곳에 있는 게 아니다.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감금했을 만한 위치를 찾았다. 그런데 후보지가 너무도 많았다.

그녀의 새 어머니는 부동산 부자.

아는 별장만해도 십여채가 넘어 쉽지 않았다. 그런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기억 속에 없는 장소 일지라도 해진의 도움을 받으면 못 찾을 것도 없으니.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다.

그런 내게 해산이 뜻하지 않은 선물을 줬다.

가뭄에 단비 같은 정보.

그에게 처음으로 고마운 감정이 생겼다.


“내가 도움을 좀 주지.”

“어딘 줄 안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고.”

“그럼 무슨 도움을?”

“내가 김 실장 차에 위치추적기를 심어 뒀거든.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 보려고. 그런데 이게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


위치추적기.

그거라면 당장이라도 놈을 찾을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은하가 감금된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있었다.

해산의 때늦은 의심이 동아줄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는 없는 법.

더구나 크게 당한 그라면 쉽게 내어 줄리 없었다.

나는 타는 속을 들키지 않으려 침도 삼키지 않고 무표정을 고수했다.

그는 역시나 걱정데로 요구조건을 말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다.

구슬조각을 요구하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그 정도로 욕심 많은 놈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냉큼 조건을 받아들였다.


“김실장의 변절의 이유. 정말 그거면 됩니까?”

“욕심 같아선 구슬 조각을 달라하고 싶지만, 주고받기엔 딱 그 정도가 적당하겠지.”

“안다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데, 연연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냥 호기심이랄까. 다른건 다 이해되는데, 그것만은 도저히 모르겠거든. 뒤 구린 깡패새끼가 정치할 것도 아니고 부귀영화를 마다한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알겠습니다. 구슬조각의 능력을 빌리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알아 오겠습니다.”

“좋습니다. 위치추적장치를 내어 드리리다.”


제게 받은 괄시와 모멸감 때문일거란 생각은 못하는 걸까? 하지만 쉬운 조건에 고개는 빠르게 위,아래를 오갔다.

우린 그의 새로운 비서가 노트북을 가져오자 뺏다 싶이 가지고 차에 올랐다.

토커가 운전하는 동안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김실장의 이동경로와 매칭되는 장소를 찾았다.

불과 10여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찾을 수 있었다.

그의 마지막 행선지.

기억 속 교점 없는 장소는 그녀에게 특별한 곳이었다.

길치인 그녀 또한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는 그녀의 아버지의 잔인한 심보에 비틀린 입술을 빠득 물었다.


“여기 근방 같은데, 맞나요?”

“해안가 따라 더 이동해야 합니다. 맞은편 해안 언덕, 저쯤 같네요.”


내 지시에 따라 이동하길 4시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는 가로등 하나 없는 해안도로를 올랐고 이윽고 그녀가 있을 법한 별장에 다다랐다.

헤드라이트가 외딴 곳, 홀로 환한 별장을 비췄다.

그곳엔 먼저 온 손님이 있는 모양인지 4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 중 한 대는 눈에 익었다.

연식이 제법 오래된 검은색 세단. 차주는 바로 서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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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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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그의 이야기. 23.07.11 13 0 11쪽
72 71화. 그녀의 이야기. 23.07.10 10 0 12쪽
71 70화. 그의 이야기. 23.07.09 10 0 14쪽
70 69화. 그녀의 이야기. 23.07.08 11 0 13쪽
» 68화. 그의 이야기. 23.07.07 18 0 12쪽
68 67화. 그녀의 이야기. 23.07.06 10 0 12쪽
67 66화. 그의 이야기. 23.07.05 14 0 11쪽
66 65화. 그녀의 이야기. 23.07.04 13 0 12쪽
65 64화. 그의 이야기. 23.07.03 13 0 12쪽
64 63화. 그녀의 이야기. 23.07.02 18 0 13쪽
63 62화. 그의 이야기. 23.07.01 14 0 12쪽
62 61화. 그녀의 이야기. 23.06.30 16 0 14쪽
61 60화. 그의 이야기. 23.06.29 12 0 12쪽
60 59화. 그녀의 이야기. 23.06.28 17 0 14쪽
59 58화. 그의 이야기. 23.06.27 16 0 13쪽
58 57화. 그녀의 이야기. 23.06.26 16 0 14쪽
57 56화. 그의 이야기. 23.06.25 16 0 14쪽
56 55화. 그녀의 이야기. 23.06.24 16 0 13쪽
55 54화. 그의 이야기. 23.06.23 16 0 13쪽
54 53화. 그녀의 이야기. 23.06.22 17 0 14쪽
53 52화. 그의 이야기. 23.06.21 14 0 14쪽
52 51화. 그녀의 이야기. 23.06.20 14 0 15쪽
51 50화. 그의 이야기. 23.06.19 18 0 11쪽
50 49화. 그녀의 이야기. 23.06.18 22 0 13쪽
49 48화. 그의 이야기. 23.06.17 16 0 12쪽
48 47화. 그녀의 이야기. 23.06.16 20 0 14쪽
47 46화. 그의 이야기. 23.06.15 19 0 15쪽
46 45화. 그녀의 이야기. 23.06.14 18 0 13쪽
45 44화. 그의 이야기. 23.06.13 18 0 13쪽
44 43화. 그녀의 이야기. 23.06.12 2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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