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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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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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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9
추천수 :
28
글자수 :
421,635

작성
23.06.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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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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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8화. 그의 이야기.

DUMMY

48화. 그의 이야기.



모를레야 모를 수 없지.

과거도, 잊고 싶은 치부도, 앞으로의 계획도 모두 알고 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 없다.

확신하게 된 계기는 한참 후지만,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 했었다.

집착 끝판 왕 희대의 스토커일지라도 절대 알 수 없는 사실을 그녀는 당사자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둘이 된 것 같은 비 현실적인 상황.

이건 머릿속을 열어 본 게 아니라면 절대 설명되지 않았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나를 가짜라 부르며 몸을 탐했던 이유를.

내 것을 자기 것인양 행동하는 까닭을.

물어서 확인해야 하나 망설여 졌을 뿐, 기억이 전이됐단 사실은 알고 있었다.

샤넬과 삼자 대면했던 때다.

그녀가 내 기억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날 꽃순이는 잃었던 기억을 인용해 샤넬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비전도 능력 없는 사람.’


내가 들었던 충격적인 평가를 그녀는 비꼬아 되갚아 주었다.

술이 떡이되어 잃고 싶었던 기억을 대신 간직하고 있었다.

이게 과연 우연이었을까?

계속되는 우연은 필연이라 했다. 짐작은 확신으로 공고해져갔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글쎄, 오래되진 않았어.”

“왜 모른척 한건데?”

“너도 나도 설명할 수 없는데, 이야기해서 뭐해!”

“이제와 밝히는 이유는?”

“나 취조하니?”

“빨리 말 해봐! 왜? 샤넬과의 추억을 찾고 싶어 졌어?”


질투하는 건가?

도끼 눈을 뜨고 사납게 캐묻는 그녀가 귀여워 베시시 미소가 번진다.

이미 끝난 사이인데, 질투라는 불씨가 개입해 더럽혀졌던 순정에 싹이 튼 기분이다.

나는 쓸데없는 집착이 싫지 않아,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삐죽이는 입꼬리를 눌렀다. 그러다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도산의 유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게 그녀의 팔에 채워져 있다면 이유는 뻔할 뻔자.

그녀는 잃어버린 기억을 원하고 있었다.

모텔에 왔을 때 이미 짐작했던 일.

기억을 되찾겠단 결심을 응원하며 싫지 않는 질투에 쐐기를 꽂았다.


“나랑 상관없는 여자야.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난 완벽히 네 것이 될 테고.”


내가 뱉은 멘트에 나도 느끼해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하지만 오해를 종식시킬 대답이라서 취조는 막을 내렸다.

꽃순이가 가득 채운 맥주를 단숨에 들이 킨다.

나 또한 속이 미식거려 남은 맥주를 털어 넣었다.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보자고한 이유는···.”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이 달싹인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망설일 필요는 없는데, 알면서, 모르는 척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에 대지도 않던 닭다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손만 잡고 잘거야! 그리고 기억을 찾게 되면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설마 날 잊기야 하겠어!”

“모르지.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


다시 팔찌에 고정된 시야.

팔찌에 박힌 푸른 구슬 조각이 오늘따라 영롱하게 반짝거린다.

우리에게 닥친 혼란이 정말 저 구슬 조각에 비롯된 걸까?

급 밀려오는 불안감에 입술이 잘근 씹혔다.

난 이데로가 좋은데, 저 구슬 조각이 다시 빛바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예고된 혼란에 당장이라도 이 곳에서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걱정마! 내가 기억할 테니까.”

“네가 무슨 수로.”

“다 방법이 있어. 그러니 염려하지 않아도 돼!”


위로라고 건넨 말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자고 내가 기억을 찾아 주겠노라고 설득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간절함에 목젖을 지나지 못하고 삼켜졌다.


“설마 또 기억을 잃겠어!”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녀는 먹다만 닭다리를 팽개치고 욕실로 향했다.

절절한 마음이 공명한 듯 물 떨어지는 소리 사이 움직임의 공백이 보인다.

생각이 많아 샤워기 아래 고개를 떨구고 멍하니 물을 맞고 있을 그녀가 그려졌다.

남녀가 한침대에서 밤을 보낸다는 긴장감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막연한 두려움만이 방안 짙게 베였다.

오늘밤 이후 우리는 어떻게 될까?

사형 집행을 통보받은 사형수처럼 욕망은 무저갱 깊은 곳으로 꺼져 버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젖은 머리결을 털며 화장대에 앉았다.

담담한 뒷모습에 입술이 맞물리고 쉴새없이 떨던 다리는 꼬아져 고정됐다.

우울해하며 시간을 축내긴 싫어서 그리고 새로운 시작임을 알기에.

나도 그녀따라 담담하게 창밖을 내려보았다.


‘이왕이면, 기억에 남은 밤을 보내자.’


정리할 시간도 없었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밤을 나는 그렇게 맞이하려 한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고대했던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순응하고 받아들였다.

그녀는 샤워 가운을 입은체 침대에 누워 곁으로 오라며 베개를 팡팡 두드렸다.

그제야 이 곳이 어딘지 깨닫고 술기운에 붉어진 볼이 진홍색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런 내 모습이 음침해 보였을까? 그녀는 곁으로 오라며 베개를 두드릴 땐 언제고 괜한 심술을 부렸다.


“맥주를 혼자 다 쳐먹으면 어떻게 해!”

“씻으러 가길래 그만 먹으려나 싶었지.”

“아껴둔 건데. 지금 몇 시지?”


자기엔 너무 이른 시간. 그게 아니더라도 아직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시간을 깎아 짧은 밤을 연장하고는 권했던 자리에 누으며 자연스레 팔 베개를 둘렀다.


“아직 11시도 안 됐어!”


잠깐 드리웠다 사라진 미소, 긍정의 뜻으로 보인다.

내 명치를 가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정도면 허락이라 할 수 있었다.


“포근하다.”


심장이 연결되고 숨결이 맞닿은 것처럼 몸이 뜨거워진다.

그녀도 같은 느낌인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 차 열기를 식혔다.

벌어진 샤워 가운 사이 매끈한 하얀 다리가 위태롭게 날 유혹한다.

본능은 이성과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며 목젖을 넘더니 꼴깍 삼켜 졌다.

그녀의 행동이 더욱 과감해진다.

그녀는 돌아 눞더니 붉은 입술을 귀 가까이 붙이며 달콤한 제안을 속삭였다.


“키스 할래?”


기다렸던 한마디에 쉴 새 없이 목젖이 출렁인다. 하지만 남자답지 못하게 시선은 천장에 처박혀 내려올 줄 몰랐다.

돌아 누워 감은 팔을 당기기만하면 되는데, 깜박이도 켜지 않고 끼어든 유혹에 몸은 급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해 버렸다.


“싫으면 말고.”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늘 네 입술을 탐했었다고 이실직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윽한 눈빛을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리드는 못할 망정 맡겨야 했다. 하지만 목석이 된 몸은 굳어 튀어나올 듯 뛰는 심장도 간수하지 못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가빠지는 숨소리만이 살아 있음을 알려줄 뿐,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지금이라도 행동해야 한다고 수 없이 되뇌었지만 가위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형광등에서 뿜어 나오는 광원이 바늘 구멍만해진 동공에 가득 찬다.

방안이 밝아 온통 하얀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나는 머리속이 새하해진건 저 빌어먹을 빛 때문이라며 부족한 용기를 두둔하며 누명을 씌웠다.

돌아 누은 감촉이 버스가 떠났음을 알려 주었다. 그럼에도 빳빳이 굳은 두 팔은 제 것이 아닌양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불 끌게. 잘자!”


튀어 날 올 듯 뛰던 심장이 그제야 후회스럽게 진정된다.

감각을 잃은 왼팔이 찌릿찌릿, 때 늦은 아쉬움을 닥달한다. 그리고 자격이 없다며 치우라 조롱했다.

지금이라도 돌려 안을까? 하지만 생각만 겉돌 뿐 몸은 움직여 주지 않는다.

팔 베개를 해 줄 때만 해도 호기로웠는데, 추진력은 이차 성징도 못 끝낸 풋내기에 불과했다.

불이 꺼지고 새우처럼 웅크린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기회마저 차버린 스스로를 자유로운 손으로 쥐어 뜯어 훈육했다.

벌써 잠이든 걸까?

뒤척이던 그녀가 잠잠해졌다.

그제서야 나는 감각이 없어진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피가 돌며 따끔따끔 고통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한탄에 비할 바 못 되 감각은 점차 무뎌졌다.

이 팔을 뺄 순 없다. 괴사해 잘라 내는 한이 있어도.

닿지 못한 그녀에 대한 마음의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고 싶었다.


‘부시럭 부시럭.’


꿈틀대는 그녀의 움직임이 무감각해진 팔을 타고 전이되 왔다. 그리고 어두운 방안 더욱 짙은 어둠이 나를 내려보는게 느껴졌다.


“안 잤ㅇ···.”


체 묻기도 전,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건조한 입술과 부딪혀 매끄러워진다.

이 다음은 욕망의 영역인양 가만히 있는데도 몸은 제 멋대로 움직여 뒤 섞였다.

사르르 녹는 샤베트처럼, 달콤한 초콜릿처럼, 황홀하게 펼쳐진 신세계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게 만들었다.

제 멋대로 손이 그녀를 탐닉하고 몸은 하나가 된 듯 겹쳐졌다.

시작은 그녀가 했으나 광명을 찾은 욕구는 다음을 심하게 갈구했다.

그녀는 절정으로 치닫는 날 밀어 진정시키고 마지막으로 입술을 적셔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미안한데, 여기까지.”


시작도 끝도 그녀의 결정. 하지만 나쁘지 않는 리드에 더운 숨소리만 아쉽다며 고막을 두드렸다.

비로소 그녀와 연인 된 기분이다.

전엔 혼자 단정짓고 혼자 우리라 엮었는데, 이제야 하나가 돼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가 부끄러움에 말이 없자, 이 밤의 끝을 놓치고 싶지 않아 주저리 떠들게 되었다.


“우리 처음 만난 날.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

“너 팬티 입고 잠들었잖아. 아무 일도 없었겠지. 지금처럼. 그런데 그 이야기는 왜?”

“그냥, 아쉬워서. 혹시나 해서 말이야.”

“나도 참는 거야. 이해해줘! 내가 나란 걸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이게 최선이니까 도와줘.”


기억이 온전치 못 하니까, 두렵겠지.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껴안아 마음을 대신했다.

밀착해 가까워진 심장만큼 고동소리는 선명해진다.

우리가 정한 상한선은 여기까지 인데 정직한 몸은 어느때 보다 열심히 다음을 갈망했다.

맞 닿은 살결이 간질거리고 더운 숨은 서로를 오가며 진득해진다.

피가 몰리며 두번째 인격은 저 혼자 성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보름달에 각성한 늑대인간처럼 녀석은 어느때 보다 강인하고 거대해 졌다.

나는 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해 급하게 놈에게 진정제를 투입했다.

움직일 때 마다 맞물린 살결과 쉴새 없이 머리속에 울려 퍼지는 애국심.

팽팽한 줄다리기는 낯게 퍼지는 코고는 소리를 끝으로 승부에 결착을 냈다.

그제야 나는 자세를 바꿔 잠든 그녀의 머릿결을 정돈할 수 있었다.

빛 한점 새어 들어오지 않는 암실.

눈뜬 봉사가 되서야 수척해진 볼이 매만져진다.

뽀얗고 매끄러웠던 피부는 까슬까슬 거칠어졌고 마른 머리카락은 지푸라기처럼 푸석해져 있었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숨막힐 거 같은 담장 안에서 진실을 밝히겠노라고 고군분투했을 그녀가 떠올라 가슴 아팠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감당하지 못했던, 다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대신 떠안고 싶어 속으로 주절거렸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이 느려지더니 멈춰선다. 그리고 스르르 눈이 감긴다.

입술을 타고 전해졌던 감정의 잔향을 만끽하고파 억지로 감기는 눈을 부릅떠 봤지만, 그녀의 낮은 숨소리는 자장가가 되어 날 깊은 숙면으로 유도했다.

달콤했던 입맞춤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데, 창고에서 혹사당했던 몸은 온기에 노곤노곤 정신을 놓았다.

감긴 눈 커플 사이, 푸른 광원이 비집고 들어온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과 달리 무거운 눈커플은 떠지지 않았다. 그리고 몽롱한 정신은 무의식이 만든 이상한 꿈속으로 날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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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그의 이야기. 23.07.11 14 0 11쪽
72 71화. 그녀의 이야기. 23.07.10 12 0 12쪽
71 70화. 그의 이야기. 23.07.09 10 0 14쪽
70 69화. 그녀의 이야기. 23.07.08 12 0 13쪽
69 68화. 그의 이야기. 23.07.07 20 0 12쪽
68 67화. 그녀의 이야기. 23.07.06 13 0 12쪽
67 66화. 그의 이야기. 23.07.05 15 0 11쪽
66 65화. 그녀의 이야기. 23.07.04 15 0 12쪽
65 64화. 그의 이야기. 23.07.03 15 0 12쪽
64 63화. 그녀의 이야기. 23.07.02 18 0 13쪽
63 62화. 그의 이야기. 23.07.01 16 0 12쪽
62 61화. 그녀의 이야기. 23.06.30 18 0 14쪽
61 60화. 그의 이야기. 23.06.29 13 0 12쪽
60 59화. 그녀의 이야기. 23.06.28 18 0 14쪽
59 58화. 그의 이야기. 23.06.27 17 0 13쪽
58 57화. 그녀의 이야기. 23.06.26 16 0 14쪽
57 56화. 그의 이야기. 23.06.25 16 0 14쪽
56 55화. 그녀의 이야기. 23.06.24 17 0 13쪽
55 54화. 그의 이야기. 23.06.23 17 0 13쪽
54 53화. 그녀의 이야기. 23.06.22 19 0 14쪽
53 52화. 그의 이야기. 23.06.21 14 0 14쪽
52 51화. 그녀의 이야기. 23.06.20 14 0 15쪽
51 50화. 그의 이야기. 23.06.19 18 0 11쪽
50 49화. 그녀의 이야기. 23.06.18 24 0 13쪽
» 48화. 그의 이야기. 23.06.17 17 0 12쪽
48 47화. 그녀의 이야기. 23.06.16 21 0 14쪽
47 46화. 그의 이야기. 23.06.15 21 0 15쪽
46 45화. 그녀의 이야기. 23.06.14 18 0 13쪽
45 44화. 그의 이야기. 23.06.13 19 0 13쪽
44 43화. 그녀의 이야기. 23.06.12 2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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