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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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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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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4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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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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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46화. 그의 이야기.

DUMMY

46화. 그의 이야기.



오늘은 미루고 미뤘던 옥외 창고를 정리하는 날이다.

매장 창고로 옮길, 잘 나가는 사이즈를 따로 빼고 먼지를 뒤짚어 써가며 뒤죽 박죽 섞인 제품을 시리얼 번호대로 정렬했다.

인기 있는 제품군은 쉽게 뺄 수 있는 공간으로 옮기고 계절 혹은 유행이 지난 제품은 꼭대기 선반으로 재배치했다.

나름 계산적으로 창고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어제 만났던 다래가 복도를 지났다.

그녀는 한 숨도 못잤는지 퀭한 얼굴로 마즌편 창고에 들어섰다. 그리고 아무렇게 패대기 쳐진 박스를 뜯더니 입고된 물품과 장부를 꼼꼼히 비교하기 시작했다.

알은체할까 하다가 못 본 척 내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해지게 새롭게 등장한 인물 때문에 이목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집요한 새끼.’


나를 흘기고 지나친 라이칸은 떡하니 다래 앞에 섰다.

어제 당한 망신으론 부족했던 건지. 그는 정한 사냥감을 놓지 않았다.

술도 같이 마신 사이겠다 내가 있는 걸 알면서도 유독 친분을 과시해 보였다.

그 꼴이 아니꼬워 나서려 했다. 하지만, 경고도 했겠다 쳐다보기도 싫어 그냥 눈길을 거뒀다.


“다래야, 아침부터 바쁘네.”

“안녕하세요. 주임님.”

“거리감 느껴지게 주임님이 뭐야. 그냥 오빠라고 해.”

“전 이 호칭이 편해서요.”

“호칭은 알아서 하고. 어제는 잘 들어 갔어?”

“네, 뭐.”

“명호씨가 날 좀 싫어 해. 예전에 사귀었던 친구랑 친한 사이거든. 얼마나 내가 밉겠어. 혹시 오해한 건 아니지?”

“네, 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거로 보아. 어제의 참견이 헛수고는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라이칸은 포기를 모르는 자.

싫은 내색이 뻔히 보이건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마치 발정난 개새끼 마냥 꼬리를 살랑거리며 환심을 살 만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어제 알려주려 했던 알바 자리 말이야. 조금 급하게 됐어. 그만 두겠다는 직원의 출산 예정일이 빨라져 오늘까지만 나오기로 했거든. 1층 안내데스크 인포. 어때, 생각 있어? 반 정직원이야.”

“반 정직원이요?”

“어, 수습 기간 3개월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채용돼. 페이도 나쁘지 않고.”

“저 할래요.”

“그래, 내가 잘 말해 놓을게. 대신 채용되면 거하게 한턱 쏘는 거다!”

“네, 알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입술을 비트는 라이칸.

면상이 재수 없어 인상을 찌푸리고 우악스럽게 박스를 노끈으로 묶었다.

그는 다래를 향해 웃어 보이곤 콧노래까지 부르며 사라졌다.


‘이미지 세탁하려는 건가?’


놈이 그런 좋은 자리를 쉽게 알려 줄리 없는데, 시간제 캐셔도 사은품 행사원도 아니고 믿을 수 없었다.

알바생과 즐기고 버리려면 오래 다녀서는 안 될텐데.

미끼 치곤 너무 좋은 자리라 눈매가 가늘어졌다.

인포라면 백화점의 꽃이자 간판이다.

정문 후문 할 거 없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이며 정직원에 백화점 소속이다.

다른 알바와 크게 차이는 없지만, 근무 환경도 좋고 성과금도 기대할 수 있어 노리는 이들이 많았다.

하루 종일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친절함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하지만, 쉽고 편한 일이니 나쁘지 않은 자리였다.

백화점 알바들에겐 꿈의 직장이자 그만큼 인원 변동이 없는 자리, 그 자리가 바로 인포였다.

걱정과 달리 라이칸은 이번엔 제대로 된 알바 자리를 소개시켜 줄 요량 인가 보다.


‘뭔가 숨기는 거 같은데. 괜찮겠지.’


이상하지만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접고 일에 집중했다.

어차피 나와는 무관한 일고 이 이상 나서기도 애매한 관계니 더는 관여하기 꺼려졌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정리의 끝이 보였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내고 셔츠를 펄럭여 잔열을 털어 냈다.

목선을 따라 흥건이 젖은 땀내음이 더운 공기를 만나 먼지와 뒤섞였다.

잠시의 휴식.

뻐근한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힐끔힐끔 날 주시하던 다래의 시선을 눈치 첼 수 있었다.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행동이 수상해 보였다. 하지만 먼저 말 걸기도 애매해 매장 창고로 옮길 짐을 챙겨 복귀할 채비를 서둘렀다.

풀어 헤쳤던 넥타이를 조이고 옥외 창고를 나서려 했다. 그런데 불쑥 다가온 하얀손이 어깨를 짚어 들었던 짐을 다시 놓아야 했다.

무슨 말을 하려나?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 곳에는 다래가 아닌 토커가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온 그는 거칠어진 숨이 진정되자 날 찾은 연유부터 설명했다.


“명호씨, 은하가 찾습니다.”

“은하가요?”

“네, 같이 가야 할 데가 있다면서. 전해 드렸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제가 지금 좀 바빠서. 이유는 은하에게 들으세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말씀해 주셔야죠.”

“내 정신 좀 보게, 요 앞 우린은행입니다.”


은하가 연락도 없이 어쩐 일로. 하지만 고민도 잠시, 옮기려던 짐을 팽개치고 외투를 낚아챘다.

다사다난했던 저녁식사 이후 처음 얼굴을 보는 거라 설레어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나는 점장에게 보고도 잊은체 창고를 나서려 했다. 그런데 또 다시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외투를 걸치는 척 다래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

그녀는 멍하니 내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할말이 있는 건가?’


하지만 의문도 잠시. 금세 돌아선 다리는 쉴 새 없이 꽃순이를 향해 움직였다.

대기 인원으로 만원을 이룬 은행 창구. 맨 가장자리에 그녀가 보인다.

적 갈색의 긴 생머리를 독립열사 마냥 질끈 묶은 그녀는 옆 창구 중년남성을 벌레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중년 남성 앞에는 통장이 널부러져 있고 앞에 있는 직원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모습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꽃순이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인상만 쓰고 말 줄 알았는데, 그녀의 기운이 심상치 않게 변해 갔다.

마치 폭풍을 몰고 올 거 같은 표정. 육감은 그녀가 사고 칠 거라 경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어김없이 내재된 미친력을 끌어 모아 늘 그랬던 것처럼 도장깨기를 감행했다.


“아이고, 진상 이런 진상 처음 보죠?”

“뭐? 뭔데, 네가 참견이야.”

“전 직원분께 물었는데, 왜 발끈하세요? 뭐 찔리는 거라도 있으시나?”


고개 숙여 간신히 웃음을 참던 은행 직원은 아니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모습이 우수꽝스러웠던지 대기하던 손님들도 숨죽여 웃음을 삼켰다.


“미안합니다. 곧 오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번호표를 다시 뽑으면 또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니. 부탁 좀 할게요. 저 진상이죠?”


옆 창구에 앉은 50대 중반의 남성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꽃순이를 향해 씩씩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악랄해지는 인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칼끝에 한껏 날이 서렸다.

이 구역의 진정한 패자가 누군지 신흥 돌아이에게 똑똑히 알려 주기 위해. 그녀는 교묘하게 비꼬며 그의 진상 짓을 질타했다.


“그쪽도 어느 집 귀한 자재분 일 텐데, 진상 때문에 고달프겠어요. 통장을 집어 던지지 않나, 다짜고짜 소리지르며 지점장을 찾지 않나. 정말, 서비스직은 할 게 못 되네요.”

“너···. 너.···”


아저씨는 제 이야기를 남의 이야긴양 말하는 꽃순이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화 상대는 은행 직원이지만, 자신을 헐뜯 의도가 뻔히 보여 참지 못했다.

결국 아저씨는 눈을 부라리더니 삿대질과 함께 고함을 쳤다.


“뭐하는 거야. 너!”

“아저씨 저 아세요? 왜 자꾸 우리 대화에 끼어드시는 거죠?”

“아가씨가 지금 내 얘기를 하고 있잖아!”

“아닌데, 은행 직원분의 애환을 짐작하고 이야기하는 건데. 왜? 뭐 찔리세요?”


당장이라도 그녀의 멱살을 움켜잡을 기새. 하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깡다구 하나만은 사천왕에 비견될 정도.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도 이 여자를 건들면 머 될거란 걸 직감했는지, 무시하고 지점 최고 권한자를 찾았다.

나는 그 모습이 재밌어.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점장 나오라 그래. 지점장 없어?”

“동창회를 은행에서 하시나? 친구를 왜 여기서 찾아. 이름도 웃기네 지점장이 뭐야 지점장이. 봉산 지씨인가?”

“너 진짜 뭐야? 네가 지점장 딸이라도 돼?”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닌데, 미안합니다. 혼잣말이 좀 컸죠? 계속 하세요. 아저씨 진상 짓 보는것도 나름 재밌으니까.”

“뭐라고? 이년이 미쳤나! 내가 여자라고 못 때릴 줄 알아?”

“때리게요? 때려 보세요. 이야 깽 값 벌겠네. 이왕이면 전치 4주 이상으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합의는 해 줄 테니. 합의금은 넉넉히 준비해 주시고.”


얼굴뿐 아니라 눈동자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저씨.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솥뚜껑 만한 손을 귀 뒤로 젖혔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기 일보직전.

깜짝 놀란 나는 다급히 그녀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손은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춰 섰다.

날카로운 눈빛에 꼬리를 만 모양새.

아저씨는 부르르 떨던 손을 창피함에 얼른 주머니로 꽂아 넣었다.


“쎈 척은 다 하더니, 합의금은 무섭나 보네. 나이를 곱게 잡수셔야지. 이러면 상품권이라도 한 장 준 답니까?”

“너 내가 가만 안 둬!”

“금방도 가만 두셨잖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아저씨 벌레 보듯 보는데, 여기 더 있으실 건가요? 하기사 두꺼운 낯짝 뭔들 못 하겠어.”

“너··· 너··· 내가 가만 안 둬!”

“앵무새 고기를 자셨나?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네. 아저씨 같은 블랙커슈머가 있으니까. 서비스업이 3D업종으로 분류되는 거예요. 알아요?”


본전도 찾지 못한 아저씨.

그는 팽개쳐진 통장을 낚아 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패배자의 넉두리를 늘어 놓으며 쓸쓸하게 밖으로 퇴장했다.

그 모습에 감격한 고딩 한 명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승전보에 축하를 보낸 이는 녀석뿐,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며 다시 시선을 핸드폰 화면에 고정시켰다.

나는 내 일인 양 뿌듯해 그녀 옆에 착 붙어 섰다. 그러자 그녀는 방관에 대한 대가를 치를 기세로 냅다 정강이를 차며 면박을 주었다.


“아 왜!”

“왜 이리 늦게 와 부른지가 언젠데.”

“난 5분전에 들었거든.”

“장난해! 한시간이나 지났고만.”

“아무튼 은행은 왜?”


엄지 손톱을 잘근 씹으며 고민하는 꽃순이.

이미 결정하고 부른 마당에 무얼 망설이는지.

불길한 예비동작에 무슨 말이 튀어나올 지 몰라 가슴을 철렁 내려 앉았다.

고민도 잠시, 직원의 눈치를 살핀 그녀가 서둘러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만 그녀답지 않게 길어지는 서론에 불길함은 더욱 고조되어 갔다.


“너 나 좀 도와줘야겠다.”

“뭘?”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밤나무골 도령에게 400만원을 빌려줬단 말이지. 지금쯤 주식은 3배 불어서 1200만원 이 되어 있을 거야. 그거 다 너 줄 테니, 600만원만 빌리자.”

“내가 600만원이 어딨어!”

“너 차 산다고 들어 둔 적금 있잖아. 우선 그것 좀 쓰자.”

“네가 그걸 어떻게···.”

“왜 아까워? 토커한테 빌리려다 너에게 영광을 하사한 거고만, 그냥 토커 부를까?”

“아···.”


귀신 같은 기집애. 이 통장의 정체는 가족들도 모르는데, 머리속을 다녀간 거 같은 신통방통한 능력이 오늘따라 저주스럽게 다가왔다.

발뺌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은 놓쳐 버렸고 하는 수 없어 통장 해지 문서를 작성해야했다.

신분증을 건네는 손길은 파르르 떨리고 한자 한자 빈칸을 채울 때 마다 머리카락이 뭉텅그리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와 무를 수 없어 붉은 동그라미 속 빈칸을 모두 채워야 했다.

그런데 그 큰돈을 어디에 쓰려는 걸까?

아까는 당황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어차피 바쳐야 할 돈,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사채라도 끌어 썼냐? 왜 이리 급해?”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

“사야 될 물건이 아니라?”

“전에 전당포에 맡긴 시계. 찾아야 될 이유가 생겼어.”


그녀는 급 어두워진 얼굴로 초조하게 창구 선반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이유를 묻고 보고 싶어 입술이 달싹였지만, 말 해주기전에 물으면 안 될 것 같아 억지로 삼켜야 했다.

이내 직원이 현금을 건넸고 시각에 반응한 눈매는 촉촉해졌다.

조금만 있으면 나도 도산처럼 멋드러지게 중고차 한 대 굴릴 수 있었는데, 무산된 단기 목표에 쓴물이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나는 쓰린 속을 명치를 압박해 진정시키고 떨리는 손으로 돈을 건넸다.

그녀는 돈을 받자 마자 보이스피싱에 성공한 조선족이 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은행을 나섰다.

그 모습이 너무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된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런 ㅆ···. 야, 같이 가.”

“넌 들어가서 일이나 해!”

“지금 들어가나 조금 있다가 들어가나 혼나는 건 매한가지야.”

“알았어. 따라와!”


대체 또 무슨 계략을 꾸미는지.

눈매가 가늘어진 것도 잠시, 그녀를 쫓기 위해 은행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다 문득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게 느껴졌다.

털이 곤두서고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스미는 불길한 시선이었다.

나는 잽싸게 뒤돌아 시선의 근원을 찾았다. 하지만 은행 창구를 찬찬히 훑어도 누가 날 보았는지는 알 순 없었다.


‘좀 예민했나?’


불길했지만 은행을 나서야 했다. 연락할 방법도 없는데 그녀가 저만치 멀어지고 있어서.

서둘러 쫓아야 했다.

얼마 후 전당포에 도착한 나는 생전 처음 본 내부 전경에 신기해 두리번거렸다.

딱히 시계엔 관심이 없어, 물 한잔을 뽑아 들고 느긋하게 비치된 안내문을 읽었다.

간략한 요약해 놓은 계약 절차. 하지만 반도 읽지 못했는데 꽃순이의 고함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이 튀어 나갔다.

머쓱해하는 주인장과 귓볼까지 빨개진 꽃순이.

그녀는 흉흉한 살기를 칸막이 너머 주인장을 향해 뿜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가게를 뒤엎을 기세로 무척 화나 있었다.

반면 아저씨 표정은 여유로웠다.

반복하는 ‘미안하다.’는 말이 무색해 보이게.

제 잘 못은 잘 알고 있지만, 사과에는 진심이 결여되어 있었다.

일이 크게 잘 못됐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기엔 아는 게 없어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주인 허락도 없이 주면 어떡해요.”

“아가씨 친구라고 해서 줬지.”

“그걸 변명이라고 하세요?”

“변상하면 될 거 아니야! 나 원 참.”


꽃순이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맞물린 입술을 비집고 더운 바람이 새어 나오고 흥분을 참지 못한 어깨는 가늘게 들썩거렸다.

곧 사고 칠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

나는 그녀를 뒤에서 안고 아버지를 생각하라며 뜯어 말려야 했다.

처음엔 저항하는가 싶더니 점차 상태가 누그러졌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자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공기중에 짙게 베였던 살기도 사라지고 들썩이던 어깨도 차분해졌다.

분노가 진정이 되자 그녀는 그제야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

간단 명료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한 혼잣말.

그제야 질끈 동여 멘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푼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기자는 아니겠지? 그럼 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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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그의 이야기. 23.07.09 10 0 14쪽
70 69화. 그녀의 이야기. 23.07.08 12 0 13쪽
69 68화. 그의 이야기. 23.07.07 18 0 12쪽
68 67화. 그녀의 이야기. 23.07.06 10 0 12쪽
67 66화. 그의 이야기. 23.07.05 14 0 11쪽
66 65화. 그녀의 이야기. 23.07.04 13 0 12쪽
65 64화. 그의 이야기. 23.07.03 14 0 12쪽
64 63화. 그녀의 이야기. 23.07.02 18 0 13쪽
63 62화. 그의 이야기. 23.07.01 15 0 12쪽
62 61화. 그녀의 이야기. 23.06.30 17 0 14쪽
61 60화. 그의 이야기. 23.06.29 12 0 12쪽
60 59화. 그녀의 이야기. 23.06.28 18 0 14쪽
59 58화. 그의 이야기. 23.06.27 17 0 13쪽
58 57화. 그녀의 이야기. 23.06.26 16 0 14쪽
57 56화. 그의 이야기. 23.06.25 16 0 14쪽
56 55화. 그녀의 이야기. 23.06.24 17 0 13쪽
55 54화. 그의 이야기. 23.06.23 17 0 13쪽
54 53화. 그녀의 이야기. 23.06.22 18 0 14쪽
53 52화. 그의 이야기. 23.06.21 14 0 14쪽
52 51화. 그녀의 이야기. 23.06.20 14 0 15쪽
51 50화. 그의 이야기. 23.06.19 18 0 11쪽
50 49화. 그녀의 이야기. 23.06.18 22 0 13쪽
49 48화. 그의 이야기. 23.06.17 16 0 12쪽
48 47화. 그녀의 이야기. 23.06.16 21 0 14쪽
» 46화. 그의 이야기. 23.06.15 20 0 15쪽
46 45화. 그녀의 이야기. 23.06.14 18 0 13쪽
45 44화. 그의 이야기. 23.06.13 19 0 13쪽
44 43화. 그녀의 이야기. 23.06.12 2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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