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2,273
추천수 :
2
글자수 :
272,567

작성
21.11.15 06:12
조회
20
추천
0
글자
7쪽

11장 배신#7 끝

DUMMY

‘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저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닙니다. 절대로 대감님 원망하는 게 아니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런 말이 내게는 더 신경이 쓰이네.’

‘아,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취소.’

‘그런 얘기는 그만하기로 합시다. 별로 유쾌한 이야기도 아니고.’

‘참, 하나 꼭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번에 김자량 나으리 마님이 변을 당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셨는데 이제 아주 끝난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마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조정안에 가득합니다. 그런 건 생각 못 하고 마님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자기 세상 만난 듯이 날뛰는 사람들이 있어요. 절대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유지구가 곽상진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본다.

‘왜 그러세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아닙니다. 대감님에게 하는 말은 아닙니다.’

유지구가 갑자기 손뼉을 친다. 기다렸다는 듯이 어여쁜 기생 하나가 머리를 디민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불렀다. 음식이 다 식었다. 상 다시 차리고 이 집에서 최고 대접을 잘할 아이들 들여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술상이 다시 차려지고 어여쁘게 차려입은 기생들이 들어온다. 가야금과 장고도 들고 들어온다.

‘얘들아. 오늘 귀한 손님 모셨으니 최상의 대접이 뭔지를 보여드려라.’

모란이라고 불린 기생 하나가 가야금을 품에 안고 줄을 퉁기기 시작한다.

‘우리집 뜰에 모란꽃이 피어날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네

어제 떠나보냈던 그 옛 님이라네

다시 해 바뀌어 모란꽃이 다시 필 때

그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던 그님

어찌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오.’

장고로 품에 안은 기생이 중간중간 가락을 넣으니 가야금 튕기는 소리와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얼씨구. 좋을시고. 얘 너 일품이구나. 나랑 노랫가락을 주고 받아 보자꾸나.’

‘좋습니다. 나리부터 소리를 매기시지요.’

가야금을 튕기는 손놀림이 눈부시다.

‘봄이 오는 소리가 도랑을 깨우는구나.’

모란이 가야금을 퉁기며 이어받는다.

‘꽃이 피어나는 소리가 천지를 흔드는데’

유지구가 이어받는다.

‘아 슬프도다. 아직 봄을 느끼려는 사람은 멀리 있네.’

‘얼음이 너무 두껍구나! 두껍구나.’

‘벗님네들아 얼음을 깨려느냐 얼음 속에 웅크리려느냐.’

‘부질없는 짓이도다. 오는 봄을 어찌 막으리오.’

‘우리 모두 봄을 맞아 다 같이 꽃놀이 가세.’

많이 놀아본 품새다.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방구석을 어지럽게 돌아간다.


‘지방을 돌아보니 어때요?’

곽상진이 들어서자 성민주가 반가이 맞아들인다.

‘지방관들이나 지방 유지들이 근래 보기 드문 반가운 일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더군요.’

‘듣던 중 반가운 일이군요. 서둘러 대왕마마를 만나 뵙고 성과를 말씀드려야겠어요. 그런데 일이 생겼습니다.’

‘일이라니요?’

‘역모가 일어났어요.’

‘역모요?’

개경에 들어설 때부터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하게 들떠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주모자들이 사병까지 키우면서 여차하면 도모할 계획을 세웠었는데 계획 단계에서 발각이 되어 다행입니다.’

‘몹쓸 일이로군요. 역모라니.’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대감께서 안동 내려가는 길에 유갑석 장군을 만나셨다면서요.’

섬찟한 느낌이 든다. 뭔가 잘못됐다.

‘네 만났습니다. 그게 뭐 잘못이라도.’

‘사실은 시중 심찬경이 역모를 주도하면서 유갑석을 끌어들여 군사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한 모양입니다. 유갑석을 만나면서 어떤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습니까?’

‘네. 아무런 낌새도.’

‘유갑석은 어찌 아시오.’

‘동향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잘 아시겠네요.’

모골이 송연하다. 이자들이 나도 의심하는가?

‘그냥. 동향이라서 안동 내려가던 길에 잠깐 들러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사실입니다.’

‘대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오. 김자량 대감이 저리되니 무도한 놈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음모를 꾸몄던 것 같아요. 내일 역도들을 심문하는 자리가 전법사 앞에서 열린다고 하니 참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눈앞이 깜깜하다. 분명히 세력 다툼 끝에 일을 꾸몄으리라. 도대체 누구누구를 끄집어 넣고 일을 꾸몄을까? 도대체 누구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본단 말인가? 사직하고 낙향을 할까? 사직하고 낙향을 한다고 그들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

성민주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허허롭다. 벼슬자리를 준다고 덥석 받아 돌아온 것이 후회된다. 지금 이렇게 빠져나간다고 해도 역도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른다.

‘아버님.’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 허공을 걷는 것 같이 휘청거리며 걷는데 누군가가 부른다. 돌아보니 형이다.

‘너구나. 어디 가는 길이냐?’

‘아버님 뵈러 가는 길입니다. 걱정이 돼서.’

‘걱정할 필요까지 뭐가 있겠느냐? 걸리는 것만 없으면 평소같이 행동하며 살면 되는 거지.’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세상이라.’

‘그런 말은 하지도 말아라. 누가 들을까 무섭다. 네 할 일 제대로 하면서 열심히 살면 일이 잘 해결되겠지.’


전법사 앞뜰로 나서니 어렴풋하게 피비린내가 풍겨온다. 형틀에 한 사내가 묶여있다. 취조관이 다가가서 상투를 틀어잡아 올리니 얼굴에 피가 낭자하게 엉겨 붙어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어렵다.

‘끈질긴 놈이로구나. 얘들아. 이놈이 정신을 잃은 체하는구나. 이놈 정신이 바짝 들도록 해줘라.’

그러자 옆에 있던 형리들이 물통의 물을 머리 위에서 한꺼번에 쏟아붓는다. 그러자 사내가 숨이 막히는지 입으로 물을 뿜어내며 눈을 뜬다.

‘이놈이 그래도 살고 싶은 게로군. 자 사실대로 불어라. 무슨 일을 꾸몄는지 대라. 네가 얘기하지 않아도 관련자들이 다 불었으니 용빼는 재주가 없을 것이다.’

그러자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나에게 입 아프게 또 얘기를 시키는 거냐.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너희들이 꾸민 대로 사건을 만들어내면 될 거 아니냐?’

소리를 질러대는 사내에서 유갑석의 얼굴 윤곽이 서서히 떠오른다.

‘ 이놈이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증인을 한 사람 모실 터이니 봐라. 아마 더는 발을 빼지는 못할 거다.’

곽상진이 형틀에 묶여있는 유갑석 쪽으로 다가간다. 짧은 거리가 한나절이 걸리는 듯하다. 유갑석이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곽상진을 보더니, 눈이 둥그레진다.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21.11.15 15 0 -
공지 못 올린 거 올립니다. 21.11.14 16 0 -
공지 다시 올립니다. 21.11.08 19 0 -
» 11장 배신#7 끝 21.11.15 21 0 7쪽
82 11장 배신#6 21.11.14 14 0 7쪽
81 11장 배신#5 21.11.14 19 0 7쪽
80 11장 배신#4 21.11.12 16 0 8쪽
79 11장 배신#3 21.11.11 19 0 7쪽
78 11장 배신#2 21.11.10 20 0 7쪽
77 11장 배신#1 21.11.09 15 0 7쪽
76 10장 복수#8 21.11.08 16 0 8쪽
75 10장 복수#7 21.11.08 17 0 7쪽
74 10장 복수#6 21.11.08 12 0 7쪽
73 10장 복수#5 21.11.05 22 0 7쪽
72 10장 복수#4 21.11.04 21 0 7쪽
71 10장 복수#3 21.11.03 19 0 7쪽
70 10장 복수#2 21.11.02 21 0 7쪽
69 10장 복수#1 21.11.01 24 0 7쪽
68 9장 청자#9 21.10.31 20 0 7쪽
67 9장 청자#8 21.10.30 19 0 7쪽
66 9장 청자#7 21.10.29 19 0 7쪽
65 9장 청자#6 21.10.28 24 0 7쪽
64 9장 청자#5 21.10.27 20 0 7쪽
63 9장 청자#4 21.10.26 23 1 7쪽
62 9장 청자#3 21.10.25 21 0 7쪽
61 9장 청자#2 21.10.24 34 0 7쪽
60 9장 청자#1 21.10.23 22 0 7쪽
59 8장 청량산#7 21.10.22 21 0 13쪽
58 8장 청량산#6 21.10.21 30 0 7쪽
57 8장 청량산#5 21.10.20 24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