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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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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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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8.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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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격구 #1

DUMMY

고삐를 쥐고 말에 올라탔다. 따뜻한 바람이 귀 끝을 스쳐 간다. 저 멀리 격구 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군부사 총랑 김자량과 마주쳤다.

‘어이 상진이. 오늘 어디 단단히 마음먹고 왔지?’

‘그럼, 승부를 겨뤄 보자고.’

김자량이 은근히 시비를 걸어온다. 승부에서 중요한 것은 기선을 제압하는 일이다. 경기장 밖에서부터 이미 경기는 시작되고 있다. 곽상진은 우리 쪽의 명예를 걸고, 또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번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미 경기장은 구름 관중으로 왁자지껄하다. 중앙관청의 격구 승부 겨루기는 항상 개경의 관심거리다. 결승전에는 대왕마마도 친히 행차하여 관람하고 우승한 쪽은 상금은 말할 것도 없고 개경 더 나아가 고려 전국에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중심 선수는 영웅이 되는 것은 물론 고려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각 관청에서는 연초부터 아니 1년 전부터 경기에 대비하는 작전을 짜고 유능한 선수들을 데려오려고 온 힘을 기울인다. 곽상진도 말타기는 물론 격구 기술을 연마한 덕분에 판도사에 특별히 선발되었고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선수들이 늘어섰다. 응원 함성이 들려오고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겁다. 비단으로 둘러놓은 담장 밖에서 기생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며 풍악이 울리고. 빨간 공이 경기장 안으로 던져진다. 공을 향해 선수들이 전속력으로 말을 달린다. 상진은 몸을 기울여 채로 공을 낚아챘다. 상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채를 빙빙 돌리며 위협을 한다. 말 한 마리가 길을 가로막고. 채의 고리에 담겨있던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미 말은 거친 숨을 몰아쉰다. 군부사의 윤태식이 재빨리 공을 낚아채 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채의 고리 위에 공을 올려놓고 팔을 높이 올려 돌진한다. 선수들이 윤태식을 향하여 달려들자 윤태식은 팔을 내리며 공을 다시 고리 안에 넣고 채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말 몸체와 평행이 되도록 팔을 뒤로 뻗고는 채를 빙빙 돌리며 달려드는 선수들을 위협한다. 따라붙던 군부사 선수들이 결국 윤태식을 놓쳤고 윤태식은 채를 힘껏 휘둘러 문안에 집어넣는다. 함성이 터져 나온다.

‘아! 안 되겠는데.’

곽상진은 선수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작전이다. 풍악이 울리며 다시 경기장 안으로 붉은 공이 던져지고 양쪽 선수들이 공을 향해 달려든다. 군부사 김자량이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김자량의 채를 김기준이 자신의 채로 쳐서 공은 허공을 가르며 바닥에 떨어지고 공을 향해 선수들이 달려들고 공은 군부사의 최진도의 채 속으로 들어간다.

‘채 돌리는 기술들은 부족하지만 말 타는 솜씨들은 좋으니까 돌진이다.’

중얼거리며 지시한 작전대로 팔을 휘두르며 전진하는 최진도를 에워싸며 슬쩍 스치듯이 최진도의 팔을 치며 달려 나가니 공을 놓쳐 버린다. 먼지는 자옥하게 일어나고 관중들의 함성은 하늘을 찌르고. 채 돌리는 기술이 부족한가? 자꾸 공을 놓치고. 그 틈을 타 군부사는 두 점을 더 집어넣고 경기는 끝났다.


절기가 한여름을 향해 치닫는지 지나는 길 동구 밖 느티나무는 푸르름을 더해간다. 경기를 치르느라 지쳤는지 말마저 기운 없이 터벅터벅 걷는다. 곽상진이 말에서 내렸다. 패거리들이 하나같이 기운이 쪽 빠졌다.

‘아. 분하지만 기운들 내자고. 오늘만 날인가? 다음 전리사 시합 때 힘내 보자고.’

‘네.’

기운이 빠졌을 듯도 한데도 함성이 우렁차다. 때를 놓치지 않고 김기준이 분위기를 돋운다.

‘우리 한 번 힘을 모아 보자고. 자! 힘 모으기 함성’

‘영차. 영차. 영차. 판도사.’

우렁찬 함성에 저 멀리 떨어진 동네 개들이 미친 듯이 짖고 길섶에 새들이 날아오른다.

‘자, 여기서 헤어지기 섭섭하니 한잔하러 가세.’

패거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한다.

‘네.’

말고삐를 쥐고 걸으며 소리 잘하는 석민호가 한 가락을 뽑는다.

‘우리 님을 사랑하사.

우리님과 더불어

예성강가 거닐던

그 추억이 어젠데

우리님 어데 가고

나홀로 남겨져서

이리도 적막강산인고.’

노랫가락이 늘어지고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인가가 가까워지자 조무래기 아이들이 구경삼아 따라온다.

‘무슨 구경이라도 났냐? 집에들 가거라.’


초록등에 술 주(酒)자가 쓰인 서래정이 보인다. 주모 홍랑이 버선발로 뛰어나오고 하인들이 몰려나와 말고삐를 건네받는다.

‘어서 오세요. 그동안 너무 적조하셨어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 했어요. 오늘 군부사와 격구 한판 하셨다더니 어데 결과가 좋으신 모양이에요. 판서님이 조금 전에 오셨는데 빨리 오르세요.’

석민호가 한마디 한다.

‘졌네. 졌다고 술 한잔 못 할까? 지면 기분이 울적해서 한 잔 이기면 기분이 좋아서 하는 게지.’

석민호의 핀잔에 홍랑이 입술을 삐죽이고는 애교를 부리며 팔짱을 낀다.

‘얘들아. 서방님들 오셨다. 어서 모셔라.’

계집들 서넛이 몰려나온다. 계집들이 흘리는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받으며 대청마루로 올라선다. 방에 오도카니 앉아 있던 판서 이성로가 일어나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패거리들을 맞이한다. 뜻밖에 판서가 나타나니 면목 없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면목 없습니다. 이겨야 했는데. 군부사 이기기에는 아직 훈련도 부족하고 말들도 좀 정비를 해야겠고.’

곽상진이 변명 아닌 듯 변명을 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면목이 없어 판서를 똑바로 바라보기도 민망하다. 그런 걸 알기에 패거리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판서와 눈이 안 마주치려고 먼 산을 바라보듯 외면을 한다.

‘이 사람아. 항상 이길 수야 없지. 저번에 전법사하고는 이기지 않았나. 무려 넉 점 차로. 그럼 항상 어떻게 이기나. 그나저나 내가 중요한 일이 있어 경기하는 거 참관을 해야 하는데 못했네. 오늘은 그동안 자네들 수고한 거 격려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네. 딴생각 말고 마음껏 드시게.’

어색한 기운이 감돌던 방안에 술상이 들어온다.

‘자 그동안 고생들 했네.’

이성로가 돌아가며 술을 친다.

‘자, 건배하자고. 자, 판도사를 위하여. 고려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대왕마마의 무병장수를 위하여. 가족들의 평안과 미래 화복을 위하여. 모든 것을 위하여. 건배.’

‘건배.’

술이 몇 순배 돌자 그제야 분위기가 살아난다. 떠들썩하니 술잔이 몇 순배 돌고 거나해지자 분위기를 잘 맞추는 김기준이 끼어 앉아 있는 기생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이것들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인가? 값을 해야지. 값을. 야! 명월아. 소문이 났던데 한 가락 때려보고 한바탕 놀아봐라. 이거 맨숭맨숭해서 당최 술이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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