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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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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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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272,567

작성
21.11.1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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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1장 배신#3

DUMMY

‘마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모임이 모두 마무리되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유갑석이 무릎을 꿇고 흐느낀다.

‘마님은 무슨 마님. 이제는 자네도 장군 소리를 듣는 처지인데. 듣는 나도 거북하네. 빨리 호칭을 정리해야겠어. 그리고 무릎을 왜 꿇는가? 죽을죄는 또 무슨 죽을죄인가?’

‘사실은 안방마님과 같이 일을 꾸몄습니다.’

‘뭐라고? 그럼 그 곱단이가 사라진 이유가 있었구먼.’

‘그렇습니다. 안방마님이 저에게 연락을 넣으셨습니다. 연화라는 무당과 미인계로 놈을 유인해 놓을 테니 저에게 마지막 처리를 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칼을 품고 약속된 장소로 갔습니다. 의외로 경비는 허술했습니다. 몇 번 일을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듯했습니다. 칼잡이 하나를 방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배치해 놓았더군요. 연화라는 무당이 신호를 보내와 칼잡이를 유인해 처치하고 방으로 들어서니 가관이더군요. 그놈이 벌거벗고 기둥에 손을 뒤로 묶인 채로 입에 수건으로 재갈을 물린 채 눈을 둥그렇게 뜨고 저를 쳐다보더군요.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칼을 들어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습니다. 피가 튀더군요. 흥분하지 말아야 했는데. 피를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분명히 칼끝이 심장을 도려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목숨줄이 긴 그놈이 살아있더군요. 몇 번 칼을 더 찔러 넣거나 칼끝에 독약이라도 바르거나 아니면 목을 베었어야 하는 건데. 분명히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저는 그 뒤만 생각했습니다. 연화라는 무당과 황급히 현장을 뛰쳐나왔고 저는 제 갈 길로 튀었습니다. 연화라는 무당이 어찌 되었는지 확인도 못 하고 제 살길만 찾았습니다. 마님과 그 무당을 잘 피신시키는 일까지 해야 했는데.’

‘아! 그랬구먼.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는가? 내가 말렸건만. 그래도 천만다행이네. 김자량 대감도 살아있고 자네도 이렇게 무사하니. 다만 우리 곱단이가 문제구먼. 결국, 그 무당과 어울리더니 사달이 났어. 금옥이도 그 무당과 어울려 사달이 나더니. 자네 어쨌든 몸조심하게 김자량이 많이 다쳤다고는 하지만 아직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으니 조심해야 하네.’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마님의 행방은 알아보셨습니까?’

‘백방으로 알아보기는 했지만 벌건 대낮에 개경 거리를 활보하며 그 짓을 꾸몄으니 얼굴이 다 알려지고 어찌 견딜 수가 있겠는가? 알아서 피신한 거겠지? 오리무중이네.’

‘그렇겠지요. 아무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 살 궁리만 했으니.’

‘그래도 다행 아닌가? 그만한 거로 마무리되면 다행인 거지. 그건 그렇고 자네는 어찌 오늘 모임에 나왔는가? 지금 어디 나가 있는가?’

‘이번에 저는 지금 바닷가로 옮겨 나가 있습니다. 왜구들이 하도 노략질이 심해서.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참석하기는 했지만, 마님을 만나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습니다.’

‘내가 귀양에서 풀렸네. 대왕마마가 직접 부르셔서 대제학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내리시더군.’

‘마님. 그 인간이 죽지는 않았지만,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고비를 넘기기는 했는데 일을 볼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못되어 사퇴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틈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오늘 모인 이 자리도 그런 의미에서 김자량의 반대편에 설 사람들을 도당으로 묶으려 한 자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마님에게 막중한 임무가 맡겨진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경비가 삼엄하다. 으리으리한 대문 앞에서 한참 기다렸다. 들어오라는 전갈을 하러 온 자가 의심의 눈을 번득이며 집안으로 안내한다. 중문을 지나니 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규모가 큰 연못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정자가 있는데 그 정자까지는 다리가 놓여 있다. 아마 흥이 날 때는 정자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시구를 흥얼거리며 세월을 낚았으리라. 방안으로 들어서니 탕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춥지 않은 날씨인데도 방바닥이 뜨겁고 방 공기는 훈훈했다. 김자량은 그 한쪽 구석에 두꺼운 요를 깔고 누워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몸이 많이 축났다.

‘어서 오시게. 그래도 옛정을 잊지 않고 이리 찾아와 주니 고맙기가 한량이 없네.’

‘별말씀을요. 당연히 찾아뵈야지요. 너무 늦게 찾아뵈었습니다. 남도에서 올라오자마자 궁궐에서 행사를 치르고 새로 부임하는 부서에 가서 업무를 파악하고 인계받느라 많이 시간이 지체되네요. 변고를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보는 대로네. 한치만 정통으로 꽂혔어도 나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었을 거야. 그래도 빨리 발견이 되어서 치료를 받고 이만큼이네.’

말을 하면서 숨이 가쁜지 기침을 하고 그때마다 가슴이 아픈지 얼굴을 찌푸린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의원님이.’

옆에 앉아서 시중을 들던 여인이 한마디 한다.

‘그러시겠지요. 지금 찾아보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건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뵙게 되었습니다.’

‘잘했네. 그렇지 않아도 자네를 불러 얘기를 할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직접 이렇게 힘든 걸음을 하니 너무 고마워. 실은 내가 이렇게 되면서 가장 먼저 자네를 생각했네. 자리를 물러나게 되자 대왕마마께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자네를 추천했어.’

‘고맙습니다.’

곽상진은 김자량이 하는 말이 입에 발린 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도에 간 지 얼마나 되었나?’

‘5년입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내가 너무 무심했어.’

‘아닙니다. 물산도 풍부하고 인심도 좋은 곳으로 보내주셔서 평소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건강도 되찾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 소문에 자네 학문이 많이 진보해서 이름이 자자하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대제학으로 추천을 했네. 어때? 실수한 거라도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별말씀을.’

바른 말만 내뱉는 김자량을 보며 속으로는 울화가 치민다.

‘우리 고려가 태조대왕께서 나라를 세운 지 벌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세월이 흘렀는데 여러 나라의 침략을 받고 국토가 피폐해지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게 된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 아닌가. 이제 이를 바로잡는 일은 학문을 바로 세우고 윤리 도덕을 올바로 해서 인재를 길러내는 일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네. 내 대왕마마를 도와 그 일을 이루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성과는 없고 내가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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