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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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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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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67

작성
21.11.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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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1장 배신#1

DUMMY

화려한 누각의 이층 지붕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가정전이라는 현판이 봄날 아지랑이가 우렁거리듯 울렁울렁거린다.

‘얼마 만에 들어와 보는 궁궐인가?’

곳곳에 궁궐을 수비하는 병사들이 무기를 갖추고는 일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보통 때와는 다른 경비 태세다. 가정전 안으로 들어서니 높직한 좌대에 임금이 예복을 갖춰 입고는 근엄한 자세로 앉아 있다. 그 왼쪽으로는 악사들이 악기를 갖춰 들고 곡을 연주할 준비를 하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관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음악연주가 시작되고 임금이 좌대 옆에 설치된 제단 앞으로 나아간다. 옆으로 늘어선 시종들의 부축을 받고 향로 앞으로 다가가자 향로에서 몇오라기의 향이 하늘로 피어오르며 향내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의식이 끝나고 임금이 좌대로 돌아와 앉는다. 그제야 오른편의 관리 하나가 앞으로 나선다.

‘태조 왕건 마마께서 고려를 건국하신 지 어언 400여 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대왕마마가 왕위에 오른 지도 어느덧 5년여가 흘러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리며 칭송하는 소리가 자자하고 도덕이 바로잡혀 문 열어 놓고 살 정도로 민심이 평화로워졌습니다. 백성들은 이 모두가 대왕마마의 선정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왕마마의 선정이 더욱 백성들에게 골고루 잘 돌아가게 하려고 몇몇 신하를 새로 임명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종2품 이상의 신하들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이 불리는 분들께서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서주셔서 예를 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 해 입은 옷이 몸에 익지 않아 까슬까슬하고 몸에 적지않이 불편하다. 많은 관리가 승진, 임명, 전보되는지 한참 동안 이름을 부른다. 곽상진은 온 신경을 곤두세워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지 주목하고 있다.

‘집현관 대제학 곽상진.’

앞으로 나서 예를 취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앞으로 나섰다. 임금이 이름 불리는 사람 하나하나 명패를 수여하고는 손을 꼭 잡아준다. 곽상진은 손이 잡힐 때 황공하여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다.

‘그동안 너무 소홀했습니다. 첨의부 시중 심찬경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또 그대를 불러올리지 못할뻔했어요. 귀양 간지 벌써 5년이 넘었다 하니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어요. 그동안 섭섭함은 다 물리치고 경을 도와 경이 막중한 국사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 주시오.’

대왕마마의 손을 놓으면서 회상에 잠긴다.

‘심찬경?’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 이름이 희미하게 머릿속을 떠돌 뿐이다. 임금이 자기 앞을 지나가고 그 넓은 전각 안이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넓은 전각 안이 윙윙 울리기 시작할 때야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관리들의 임명식이 끝났는지 앞으로 나섰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대제학.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경하드립니다.’

돌아다보니 낯이 많이 익은 사람인 듯한데 기억 속을 맴돌 뿐 언뜻 알아차리지 못한다.

‘저 기억하지 못하시는 모양입니다. 어련하시겠어요. 아직 어리둥절하시겠지요. 김자량 시중이 큰 일을 당하여 갑자기 연금이 풀렸으니 어리둥절할 것도 당연한 듯합니다. 차츰 적응이 되면 초청을 하겠습니다. 저는 서경 유수였던 하금도입니다. 성절사로 파견 가실 때 너무 대접이 소홀하여 행여나 했는데 기억을 못하시는군요.’

‘아 그렇다.’

뿌연 안깨 속에 차츰 사람의 윤곽이 드러나듯이 서서히 성절사 시절의 기억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어서 오시게.’

방안으로 들어서니 첨의부 시중 심찬경이 반갑게 맞이한다. 방은 널찍하고 맛들어진 음식이 차려진 술상이 벌려 있다. 병풍이 서 있는 오른쪽으로는 악공들 몇이 음률을 맞추느라 거문고의 줄을 고르거나 장구를 두드린다. 아직 초대한 손님이 채 도착하지 않은 듯 군데군데 비어있다. 군데군데 앉아 웅성거리고 있는 사람들도 궁궐에서의 행사에서 보기는 했지만 아직은 낯선 사람들이라 서먹서먹한 느낌에 손을 만지작거리며 먼 산을 응시하고 있다. 심찬경이 살그머니 옆자리에 와 앉아 제 소개를 하고는 은근히 다가앉는다.

‘귀양살이가 얼마나 고단하던가?’

‘아닙니다. 물산이 풍부하고 인심이 좋은 곳이라 오히려 대접받으며 생활했습니다. 5년 동안 편안히 쉬면서 마음도 갈고 닦고, 학문을 연마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인품과 학문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구먼.’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런 뜻에서 한 말은 아닙니다.’

‘허허. 아, 그럼 알아. 그렇기는 해도 아무래도 낯설고 물선 고장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가? 나도 그동안 초야에 묻혀 조용히 살고 있었네. 그런데 시절이 수상하다 보니 이렇게 졸지에 불려 나오게 되지 않았나. 김자량 대감이 변을 당했다는 소리는 들었겠지?’

‘네. 들었습니다. 상태가 어떠신지요?’

‘글쎄. 목숨줄이 길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지만 운신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깊어서 자리보전하고 누워있는 모양일세.’

‘참. 안됐군요. 기골이 장대하고 건강 체질인 양반인데. 조만간 문병을 가봐야겠습니다.’

‘잘 아는 모양이구먼.’

‘예전에 밀직사에서 정양홍 판서 밑에 같이 있었습니다. 한창때는 같이 경쟁자가 되어 격구를 하기도 했었지요.’

‘그렇군. 그럼 당연히 가봐야지. 그런데 아마 충격이 심해서 당분간은 가서 만나기는 어려울 듯하네.’

어느덧 자리가 얼추 메워지기 시작하자 심찬경이 일어선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세.’

심찬경이 자리 중간에 좌정하고 앉는다. 자리 잡고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니 어느 정도 낯익은 사람들도 눈에 뜨이고 전혀 처음 본 듯한 사람도 있다.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꽃단장을 한 기생들이 들어와 옆자리에 끼어 앉는다.

‘자, 자리가 정해졌으니 시중님 말씀을 듣도록 합시다.’

‘오늘 이렇게 복된 자리에 참석하게 되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습니다. 그동안 초야에 묻혀 밝은 세상을 보리라고는 꿈도 못 꾸었는데 이런 날도 있다고 하는 생각에 감개무량합니다. 여기 참석하신 분들도 대개 그런 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앞으로 여기 참석하신 분들 모두가 서로 밀고 끌고 하며 대왕마마를 도와 우리 고려를 복된 나라가 되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중의 말이 끝나고 참석한 사람들의 소개가 시작된다.

‘나는 이들 중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을까?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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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장 배신#1 21.11.09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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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0장 복수#5 21.11.05 22 0 7쪽
72 10장 복수#4 21.11.04 21 0 7쪽
71 10장 복수#3 21.11.03 19 0 7쪽
70 10장 복수#2 21.11.02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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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9장 청자#8 21.10.30 19 0 7쪽
66 9장 청자#7 21.10.29 19 0 7쪽
65 9장 청자#6 21.10.28 2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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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9장 청자#4 21.10.26 23 1 7쪽
62 9장 청자#3 21.10.25 21 0 7쪽
61 9장 청자#2 21.10.24 34 0 7쪽
60 9장 청자#1 21.10.23 22 0 7쪽
59 8장 청량산#7 21.10.22 21 0 13쪽
58 8장 청량산#6 21.10.21 30 0 7쪽
57 8장 청량산#5 21.10.20 2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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