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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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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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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567

작성
21.11.0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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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0장 복수#1

DUMMY

푸르스름한 향 연기가 외줄기 피어오른다. 그 사이로 울긋불긋 채색한 만신들이 늘어서 있다. 연화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정성스레 치성을 드리고 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곱단이가 들어서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다. 연화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곱단이는 한쪽에 조용히 앉아 눈을 감는다. 숲이 깊어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다. 도저히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가시덤불이 할퀴어대고 각다귀들이 덤벼들어 온몸이 긁히고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누가 나를 여기까지 인도해 왔는가?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소리일까? 천둥소리? 폭포 소리? 파도 소리? 아니 놋그릇 깨지는 소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연화가 방울을 집어 들고 연신 흔들며 주문을 외워대고 있다. 그 새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알라, 훌라, 기따마라, 초리타라마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연화가 접신을 하는지 길길이 뛰기 시작한다. 바닥에서 먼지가 풀썩풀썩 일어난다. 연화가 입은 색동옷고름이 춤을 춘다. 곱단이는 자신도 모르게 장단을 맞추기 시작한다.

‘얼쑤. 어허.’

연화가 곱단이를 돌아다 본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다. 얼굴은 땀범벅이다.

‘어허 무엄하다. 어디다 대고 요설을 퍼붓는고.’

곱단이는 주눅이 들어 야단맞은 아이처럼 한쪽 구석으로 기어가서 쪼그리고 앉는다. 한 식경을 길길이 뛰던 연화가 지쳤는지 아니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앉았는지 조용해진다. 쪼그리고 있던 곱단이가 눈을 들었다. 땀범벅이 된 연화가 깃털 모자를 벗고는 저고리를 벗은 채 부채를 부치고 있다.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언니 왔어?’

‘그래.’

곱단이가 모깃소리를 낸다.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엄을 세우던 연화가 갑자기 달려들어 곱단이를 부둥켜안는다.

‘언니 그렇지 않아도 언니 기다렸어. 옥황상제님께서 부르셔서 잠깐 뵙고 오는 길이야.’

‘어이구. 귀하신 몸을 내가 가까이하자니 조심이 되는구나.’

연화가 곱단이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언니. 마님께 허락은 받아오셨어요?’

‘응?’

곱단이는 대답을 하면서도 찜찜하다.

‘응. 반승낙을 받았어.’

‘반승낙이라니? 그럼 승낙하지 않았다는 거네. 그자가 전생에 음덕을 너무 쌓아 놓아서 후생에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거침이 없다는 거야. 그 앞길에 함정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네. 그래서 다른 사람이 파놓은 함정은 필요가 없다는 거야. 당사자가 직접 함정을 파놓아야 한다는 거지.’

‘그것도 어렵구나. 그만두고 말까?’

‘아니 언니.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자르라고 했어. 왜 그래? 언니를 도우려고 기껏 마음을 먹었는데 이제 발을 빼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렇지?’

‘그리고 그런 인간들은 참을 수가 없어. 언니 그럼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당사자가 직접 함정을 파놓은 것처럼 만들어 놓는 거야.’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옥황상제님 눈을 후리는 거지.’

‘얘. 천벌을 받겠다.’


‘어머니. 문안드립니다.’

곱단이가 안방 장지문을 열고 빼꼼히 내다본다. 형이를 알아보고는 한달음에 달려 나온다.

‘어이구 그동안 적조했구나.’

‘아이가 아파서 경황이 없었습니다.’

‘어이구 그럼 연락을 좀 하지. 할미가 되어서 손주가 아프다는데 얼굴 정도는 내비쳐야지.’

‘괜히 걱정하실 것 같아서. 이제는 웬만해졌어요.’

‘어이구 내가 도리를 못 하는구나. 어서 들어오너라.’

문을 열고 형이를 맞아들이며 한편으로는 섭섭한 생각이, 한편으로는 짠한 생각이 든다. 제 어머니가 살아있다면 집안을 풀 방구리 드나들 듯 집을 들락날락하며 미주알고주알 주워섬겼을 텐데 제 친어머니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는 듯하다.

‘자 이리 앉아라.’

방석을 내주며 형이의 맞은 편에 앉는다. 인기척이 들리더니 삼월이가 다과를 들고 들어온다.

‘유모. 잘 지냈어?’

삼월이가 어찌나 반가운지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어이구 코흘리개 똥싸개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리 번듯이 커서 이젠 나보다도 키가 크네. 키만 큰 것이 아니지. 이제 아이 아버지에 번듯이 벼슬자리까지 꿰차고 있으니. 어이구. 이 목소리 우렁우렁한 것 좀 봐. 이젠 사내대장부야. 사내대장부.’

호들갑을 떨어대더니 분위기가 조금 무거운 것을 눈치챘는지 눈치를 본다.

‘어멈은 조금 나가 있게. 내가 형이랑 조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불렀어.’

‘예.’

삼월이가 조심조심 일어서서는 뒷걸음으로 물러나 나간다. 문 닫히는 소리가 나고 삼월이의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확인하고 곱단이가 입을 연다.

‘실은 내가 긴히 상의할 게 있어서. 너를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무슨 말씀이든 하세요.’

‘네 어머니 말이야.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지?’

‘네.’

곱단이가 목소리를 더욱 낮춘다.

‘확실히 알아야 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의심스럽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네 어머니의 죽음에는 김자량이라는 자의 농간이 숨어있다.’

‘제가 한 번 얘기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짐작은 하고 있어요.’

‘사실은 내가 이상하게 꼬여서 네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에 이 집에 들어앉게 되어서 그림이 이상하게 되었다. 시앗 사이가 좋았을 리는 없었겠지만 내가 이런 입장에 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네 어머니가 그 엄청난 일을 당하며 얼마나 불안하고 안타까웠겠니? 그걸 생각하면 요새 밤잠도 안 온다. 얼마나 속이 터졌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진심이다.’

묵묵히 앉아서 듣고 있던 형이의 눈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고맙습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시는지는 몰랐어요. 오히려 이렇게 안일하게 나날을 보내는 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곱단이가 형이를 흘끗 쳐다본다.

‘형아. 네가 이해해 줄 거라고 믿고 이런 말을 한다. 드디어 내가 결심을 했다. 내가 네 어머니 복수를 하기로 했다. 너도 네 어머니가 누구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는지 짐작하고 있다니 더 말할 게 없구나. 어머니뿐이 아니구나. 네 아버지가 저런 일을 당해서 오랜 기간 저러고 있는 것도 다 그 사람 탓이다. 내가 네 아버지의 큰 은혜를 입고 항상 그 보답을 언제나 할꼬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게 마음만큼 쉽지는 않구나. 너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비치지 않았지만, 만약 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지금쯤 이국만리 중국 땅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꼭 은혜에 대해 보답만은 하고 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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