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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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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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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567

작성
21.11.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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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0장 복수#7

DUMMY

‘아이고, 애기씨. 연애 대장 같네. 하나부터 열까지 지당하신 말씀 같아요.’

‘얘. 우리가 그런 신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정신 똑바로 차려. 놀러 온 게 아니야.’

‘애기씨. 너무 진지하면 안 돼요. 놀이같이 가볍게 해야지! 의심해요.’

‘딴은 그렇구나.’

찻집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차향이 그윽하게 흐르고 있다. 찻집 안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연화를 알아본 부르미가 슬며시 다가온다.

‘대감님이 뒷방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눈치채지 않게 자연스럽게 조용히 드시지요.’

연화가 찻집 마당을 지나 뒷방으로 든다. 곱단이는 거침없이 연화를 쭐레쭐레 뒤따라 들어간다. 부르미가 황급히 따라오더니 곱단이를 막는다.

‘아씨만 들어오라고 했는데요.’

‘알고 있어요.’

알았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먼저 뒷방으로 들어간다. 곱단이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아랫목에 눕듯이 장침에 기대어 있던 김자량이 잔기침을 하며 바로 고쳐 앉는다.

‘어떻게 네가 들어오느냐? 애기씨는 어디 갔느냐?’

곱단이가 따라 들어오는 걸 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자. 어서 오세요. 이리로 앉으시지요.’

장침 앞에 놓여 있는 방석을 가리킨다. 연화가 방석에 앉자 곱단이는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는다. 김자량의 쏘아보는 눈길에 연화가 한마디 한다.

‘대감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높으신 대감님 뵙는데 천한 쌍것을 데려와서 뭐라 할 말씀이 없는데 쟤가 오늘 기대가 컸어요. 오늘 잘생긴 대감님 뵙는다. 그 대감님 어떻게 그리 잘 생기셨을까? 애기씨. 오늘 따라가도 되지요. 그런 상남자 곁에 앉아 보는 것이 제 소원이었어요. 제가 따라가도 되지요. 높으신 대감님이니까 맛있는 것도 사 주실 거야. 아 좋아라. 설마 나도 사 주시겠지? 그래서 제가 여부가 있냐? 너도 충분히 귀여워해 주실 거야 했지요. 대감님 허락도 안 받고 제가 반승낙을 했습니다.’

‘그러십니까.’

연화의 말에 김자량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 김자량이 주눅이 든 듯 한쪽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곱단이를 그윽이 쳐다본다.

‘허허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도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맛있는 것은 무엇을 먹고 싶냐?’

그때까지 쭈그리고 앉아 있던 곱단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김자량에게 다가온다.

‘대감님. 미남 대감님. 성품도 고우셔.’

김자량에게 달려들어 김자량의 팔짱을 끼며 정이 담뿍 담긴 말투로 지껄여댄다.

‘아이고 왜 이러느냐.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게 아니라 네 애기씨에게 고마워해라.’

‘대감 고맙습니다. 이렇게 아랫것들 소원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시니.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칭찬의 말을 들은 김자량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어서 와요. 애기씨’

곱단이를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로 차가워진 연화 손목을 잡아 아랫목으로 끌어 앉힌다. 방바닥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손이 차가워요?’

‘마음이 차가워져서 그런가? 날이 꽤 추워졌어.’

‘어제는 어땠어요. 재미 많이 봤어요.’

‘재미라니? 얼마나 들이대고 질척거리는지. 더러워서. 꾹 참았지. 그렇지 않았으면 뛰쳐나왔을 거야. 생긴 건 점잖게 생겨 가지고.’

‘어제 찻집에서는 아주 점잖고 예의 바르던데.’

‘딱 거기까지만이야.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찻집을 나서서는 데리고 간 곳이 요상한 곳이야. 개경에 그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아마 작정한 것 같아. 밖에서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것 같은 집이 울창한 숲속에 있더라고.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일 거야.’

‘진짜 작정을 했군요.’

‘방 안으로 들어갔더니 술상이 차려져 있더라고. 대낮부터 무슨 술이냐고 했더니 그냥 싱긋이 웃더라고. 그리고는 나를 자기 옆에 앉히더니 무조건 술을 따르더라고. 처음에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뻗댔지. 억지로 먹이려고 하는 거야. 못 이기는 척하고 마셨지. 내가 웬만한 남자들보다 술이 세잖아. 아마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거기서 넘어갔을 거야.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해서 술이 거나하게 취하니까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군. 조그마한 오리 연적이야. 그러더니 오리 돌리기를 하자고 하더군.’

‘오리 돌리기요?’

‘오리 돌리기가 뭐냐 하면 오리 연적을 돌리다가 오리 부리가 향하는 곳에 앉아 있는 사람이 옷을 벗는 거야.’

‘망측해라.’

‘술 취한 척하고 그 인간이 하는 대로 따랐지. 자연스럽게 오리 부리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지 않겠어. 오리 부리가 멈추면 탄성이 터져 나오는 거야. 속곳만 남고 옷을 다 벗고 나서도 계속하자는 거야. 이제는 벗어놓은 옷으로 기둥에 묶어 매고 상대편이 하자는 대로 하자는 거야. 결국은 내가 기둥에 묶였어. 옷은 속곳만 남겨 놓고 다 벗었겠다. 나를 기둥에 묶어놓았겠다. 그 인간이 들이대기 시작하더라고. 어떻게 할까 참아야 할까 아니면 거부를 할까?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건 아닐까? 그러다가 퍼뜩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조금만 더 뜸을 들이자. 그래서 소리를 질렀어.’

‘애기씨 잘 생각했어요. 호락호락했다가는 그자가 너무 쉽게 생각하겠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고. 아마 경호원을 세워 놓았던 것 같아. 만약을 대비해서. 그야 몇 번 위험한 상황을 겪었으니 당연하겠지.’

‘그렇구나. 그러면 일을 처리할 때 신중하게 해야겠네요.’

‘글쎄 쉽지는 않을 것 같아. 그리고는 뛰쳐나왔어. 그런데 분명 인기척을 느꼈는데 아무도 없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뛰쳐나왔더니 그 인간이 뒤따라 나오더라고. 그래서 뿌리쳤어. 끝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하는 걸 거절하고.’

‘잘했어요. 너무 쉽게 보이면 의심을 할지도 모르지요.’

‘계속 따라붙는 걸 따돌리느라 고생했어.’

‘잘했는데. 너무 냉정하게 한 건 아닐까요? 아냐. 그런 인간이 아니야. 반죽이 좋아서 또 연락이 있을 거야.’


‘덩! 덩! 덩! 키덩! 키덩! 키덩!’

‘챙그렁덩. 챙그렁덩’

요란한 악기 소리가 신당 안을 가득 메우고 그 열기로 후끈후끈하다. 장군의 복장을 갖춘 연화가 소리에 맞춰 길길이 뛰어오를 때마다 바닥의 먼지가 풀썩풀썩 피어오른다.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 번들거린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멈추더니 들고 있던 병장기로 허공을 찌르더니 병장기를 내던지며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린다. 악기 소리를 뚫고 서서히 연화가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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