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2,284
추천수 :
2
글자수 :
272,567

작성
21.11.08 20:39
조회
12
추천
0
글자
7쪽

10장 복수#6

DUMMY

발걸음을 빨리하려고 했는데 기어코 그 사내가 따라붙는다.

‘곱단아. 나야. 오빠야.’

그렇게 무던히도 속을 썩였던 오빠다. 그 오빠가 나타났다. 별로 좋은 기억은 없지만, 오빠를 보니 눈물이 솟는다.

‘너를 무던히도 찾았다. 나중에 가보니 집을 떠났더구나. 몽골로 갔다고 들었는데 어쩐 일이냐?’

‘정말일까? 정말로 나를 찾았을까?’

어릴 때 무던히도 속을 썩이고 자기만 알던 오빠다. 그런 오빠가 자기를 그렇게도 찾았다니 거짓말이라도 반가운 건 사실이다.

‘오빠는 어떻게 지내?’

‘나? 글쎄. 워낙 해 놓은 게 없으니 어떻게 하겠냐? 머슴 노릇이나 하면서 이집 저집 일 봐주고 있지. 잠깐만 내가 얘기 좀 하고 빠져나와야겠다.’

오빠는 탁배기를 걸치고 불콰한 얼굴로 일을 시작하려는 무리 곁으로 다가간다.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기는 꿈에도 그리던 오빠일 텐데. 동기간에 회포를 풀어야지. 환영할 일이네.’

‘그렇지만 이건 우리가 그리던 그림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어떻게 할 거냐? 일단은 이 상황을 모면할 수는 없으니 슬기롭게 헤쳐나가야지.’

무리 속에서 두런거리던 오빠가 뭐라고 소리치고는 홀가분한 몸가짐으로 무리를 벗어난다. 연화를 보더니 그제야 일행을 눈치챈 듯이 묻는다.

‘누구시냐?’

‘응. 나와 친한 언니예요.’

‘그렇구나. 네 신수를 보니 편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어쨌든 우리 집으로 가자.’

오빠에게 이끌려 마을 어귀에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집에 들어섰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인기척에 아이들이 콧물을 훌쩍거리며 몰려나온다.

‘얘들아. 인사해라. 너희 고모다.’

쭈뼛거리던 아이들이 일제히 일을 연다.

‘안녕하세요.’

올케와도 인사를 나누고 안방으로 들어섰다.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차츰차츰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윗목에 자그마한 농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 이불이 몇 채 쌓여 있다.

‘이거 원 누추해서.’

올케가 차가운 냉수 사발을 내온다.

‘그래 너 살아온 얘기 좀 해 봐라. 신수를 봐서는 어렵지 않은 게구나. 시집은 갔느냐?’

곱단이는 자기가 살아온 내력을 오빠에게 털어놓는다. 이런 처지에 몰린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렇구나. 매제가 남도에 계시다니 내가 한 번 가봐야겠구나.’

곱단이가 움찔했다.

‘오빠. 서방님이 귀양살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가서 뵙도록 하지.’

‘그럴까. 그건 그렇고 이참에 잘 됐다. 내가 너 따라서 개경으로 올라가야겠다. 여기 있어봐야 뾰족한 수도 없고 딸린 새끼들 등살에 신세 피기도 어렵고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겠다. 네 생각은 어떠냐?’

‘이 아이들 데리고요? 그리고 개경에 간다고 딱히 살 궁리가 서겠어요. 고향이 제일이지요. 제가 셈이 조금 피면 오빠를 좀 도와 드릴게요.’

‘아니다. 새끼들하고 마누라는 일단 놔두고 나만 올라가서 네 집안일이나 도와주면서 기회를 봐야겠다.’


‘마님. 다녀왔어요.’

끝순이가 품에서 소중히 간직해온 서찰을 꺼낸다. 옆에 있던 연화가 바짝 다가앉는다.

‘빨리 펴봐.’

빼곡하게 글씨가 씌어 있다.

‘내가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 달필인 거 아니야.’

‘이웃집 선비에게 써달라고 했다면 되지요.’

‘그럴까?’

‘대감마님의 서찰은 잘 받아 보았습니다. 서찰을 받은 날 저녁 저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서찰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은 저의 잘못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곱단이가 내 속을 뒤집어 놓고 뛰쳐나가기에 쫓아가다가 대감님이 탁자 밖으로 내놓은 발에 걸려 나동그라졌습니다. 대감님이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을까 짐작이 됩니다.’

‘어쩌면 자기가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이 썼네.’

곱단이가 서찰을 읽다가 감탄한다. 연화가 맞장구를 친다.

‘맞아 그 인간도 놀랐겠지. 갑자기 말만 한 처녀가 발에 걸려 나동그라지니. 아니야. 어쩌면 꿍꿍이가 있어서 일부러 발을 걸었을지도 모르지. 인간성으로 봐서는 그게 맞을 듯싶네.’

끝순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는 곱단이와 연화를 그 자리에 서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곱단이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몇 닢 꺼내 끝순이에게 건네준다.

‘얘야. 네 임무는 끝이다. 집으로 가라. 가다가 만두 좀 사서 같이들 먹어라.’

동전을 받아드는 끝순이가 입이 헤 벌어진다.

‘고맙습니다. 뭐 달리 시키실 일은 없으세요?’

‘딱히 없다. 우리 오빠한테는 연화 만나러 왔다고 말씀드려라.’

‘네.’

끝순이가 뛰어나가고 나서 다시 서찰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도 제가 걱정되어 저를 부축해 올리는 대감님을 보고는 어떻게 이런 분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저를 쳐다보시는 대감님의 눈망울만큼 순수한 것을 저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대감님의 눈망울을 쳐다보면서 저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왜 이런 분을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대감님을 뵙는 짧은 순간에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저만의 짧은 생각이라고 느꼈는데 대감님의 서찰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너무 놀랐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생들 앞에서 연꽃을 흔들 때 제자 가섭만이 그 의미를 깨닫고는 빙그레 웃었다고 했는데 석가모니와 가섭같이 대감님과 저는 그 순간 석가모니와 가섭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답장을 하고 하루빨리 만나 뵈려고 했는데 고향에 볼일이 있어 곱단이와 함께 다녀오느라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면목이 없게 되었습니다. 상처를 입은 무릎은 이제 모두 아물었습니다. 저에게 세게 채었던 다리는 어떠신지요. 많이 걱정되옵니다. 하루빨리 저번에 뵈었던 그 찻집에서 대감님을 뵙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명문이야. 명문. 그 인간이 홀딱 빠지겠어. 내가 찻집에 잠깐 들러서 서찰을 전해줘야겠어.’

·

‘제가 끝까지 있어야 하나요?’

‘글쎄. 처음 마음먹고 만나는 거니까 적당히 방해를 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싫어하는 내색을 하더라도 적당히 핑계를 대고 눌어붙어 앉아 있어.’

연화가 곱단이 옷에 묻은 검불이라도 떼어내려는 듯 곱단이의 등짝을 털어 내린다.

‘오늘은 적당히 안면만 익히고 천천히 나아가야지. 처음부터 찐하게 나아가면 길게 못갈 것 같아. 네가 적당히 끼어들어서 방해를 놓고 적당히 뜯어내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21.11.15 16 0 -
공지 못 올린 거 올립니다. 21.11.14 16 0 -
공지 다시 올립니다. 21.11.08 19 0 -
83 11장 배신#7 끝 21.11.15 21 0 7쪽
82 11장 배신#6 21.11.14 14 0 7쪽
81 11장 배신#5 21.11.14 19 0 7쪽
80 11장 배신#4 21.11.12 16 0 8쪽
79 11장 배신#3 21.11.11 19 0 7쪽
78 11장 배신#2 21.11.10 20 0 7쪽
77 11장 배신#1 21.11.09 16 0 7쪽
76 10장 복수#8 21.11.08 16 0 8쪽
75 10장 복수#7 21.11.08 17 0 7쪽
» 10장 복수#6 21.11.08 13 0 7쪽
73 10장 복수#5 21.11.05 22 0 7쪽
72 10장 복수#4 21.11.04 21 0 7쪽
71 10장 복수#3 21.11.03 19 0 7쪽
70 10장 복수#2 21.11.02 21 0 7쪽
69 10장 복수#1 21.11.01 24 0 7쪽
68 9장 청자#9 21.10.31 21 0 7쪽
67 9장 청자#8 21.10.30 20 0 7쪽
66 9장 청자#7 21.10.29 19 0 7쪽
65 9장 청자#6 21.10.28 25 0 7쪽
64 9장 청자#5 21.10.27 20 0 7쪽
63 9장 청자#4 21.10.26 23 1 7쪽
62 9장 청자#3 21.10.25 22 0 7쪽
61 9장 청자#2 21.10.24 35 0 7쪽
60 9장 청자#1 21.10.23 22 0 7쪽
59 8장 청량산#7 21.10.22 21 0 13쪽
58 8장 청량산#6 21.10.21 30 0 7쪽
57 8장 청량산#5 21.10.20 24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