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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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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67

작성
21.11.0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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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0장 복수#2

DUMMY

고개를 숙이고 귀 기울이고 있던 형이가 얼굴을 들었을 때는 눈가가 벌게져 있었다.

‘어머니가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저는 그저 중국에 다녀오는 길에 모시고 온 분 정도로, 아버지와 조부모님들이 인정해 주시니까 형식적으로 어머니 대접을 해드리고 아버지가 없는 가운데에도 집을 지키고 재산을 지켜 주시는 것만으로 고맙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구나.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복수를 하려고 하시는지?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으신지? 이렇게 말씀을 비추시는 걸 보면.’

‘글쎄다. 일을 벌일 때 너무 크게 벌여 놓으면 꼭 사달이 나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자가 만인지상이 되었다고 하니 더욱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설사 협조를 받으려고 해도 다들 꽁무니를 빼기 십상일 거야. 그래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거사를 치르려고 한다.’

‘제가 뭘 도와 드려야 할지? 얼마 전에 아버지에게 다녀왔다고 하시던데. 아버지에게 그런 말씀을 비추셨는지?’

‘아버지에게는 말씀을 드렸다. 반대하시더구나. 아마 실패했을 때 몰아닥칠 일들을 걱정하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 처지에서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그런 자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은 빨리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죠.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조용히 있었다는 게 참말로 부끄러워집니다. 저도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네 도움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일이 진행되는 중에 필요하면 어느 때라도 얘기하마. 괜찮겠지?’

‘괜찮겠냐니요. 제가 주도해서 일을 꾸며야 하는데 어머니가 이런 생각을 하실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제가 원망스러워져요.’

‘혹시 유갑석이라고 알지? 지금은 무반에서 꽤 성공했다고 하던데.’

‘물론 알지요. 가끔 연락을 넣어요. 본래 용인 할아버지 밑에서 소작을 부치던 친구인데 아버지가 뒤를 봐주어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건 왜 물어보세요.’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남경의 이궁을 경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왜 그 친구 도움을 받으시려고요.’

‘아. 그랬구나. 아버지가 언뜻 그런 말을 비추더구나. 얼마 전에 아버지를 찾아왔는데 나와 비슷한 말을 했다는 거야.’

‘그 친구도 아마 아버지의 은혜를 많이 입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면 일간에 그 사람에게 연락을 좀 넣어 줘. 한번 찾아와도 좋고 아니면 내가 짬을 내서 찾아가 봐도 좋고.’


‘언니.’

‘연화 아씨. 이제는 언니가 아니에요. 곱단이라고 하세요. 쉽지는 않겠지만. 곱단이라고 해도 나를 쉽게 알아보지는 못할 거예요. 이제는 이름을 바꾸었으니까요. 내 옛날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연화가 금방 말투를 바꾼다.

‘알았어. 곱단아. 그런데 우리가 그치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짓거리를 봐서는 여우나 족제비 상이 아닐까?’

연화는 비단으로 곱게 차리고 갖가지 장신구로 치장을 했다. 명문가의 귀여움 받고 자란 외동딸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 곱단이는 한 걸음 뒤처져 보퉁이를 안고는 댕기 머리에 짚세기를 끌며 뒤뚱뒤뚱 따라가는 꼴이 영락없는 연화 아씨의 몸종이다.

‘아씨. 그치가 약삭빠르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비열한 인간이지만 생기기는 호남형으로 잘 생겼다는군요. 한 번 보면 넘어가지 않는 여식이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네요. 괜히 그치한테 넘어가서 일 그르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알겠다. 곱단아. 그치를 어떻게 알아보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 찻집에서 일하는 부르미를 잘 구워삶아 놓았으니 그치가 나타나기만 하면 그 즉시 우리에게 눈치를 줄 거예요.’

‘그런데 오늘 나타날까?’

‘걱정도 팔자시우. 오늘만 날짜요. 내일은 없답디까? 내일, 아니면 모래. 모래 아니면 글피.’

‘얘. 가슴 졸이며 어떻게 그리 질질 끌 수가 있겠니?’

‘우리 연화 아씨. 영락없는 명문가 아씨 마님이네.’

관공서 일을 마치는 즈음해서 벼슬아치들이 들락거린다는 궁궐 앞 찻집에 들어섰다. 찻집은 한산했다. 연경에서 들여왔다는 차를 한 잔씩 시키고는 마주 앉았다. 연화의 화려한 옷차림과 외모에 주위 사람들이 흘끔흘끔 연화를 쳐다본다. 무료해서 곱단이와 산가지로 패 떼기를 하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비어있던 자리들이 가득 채워졌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지 바깥은 이미 어두컴컴하고 찻집 안은 심지를 돋운 등잔불로 어둠을 몰아내고 있다. 술 냄새를 풍기며 호기롭게 떠들어 대는 사내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술집에서 한잔하고 찻집으로 자리를 옮긴 패거리들이 많은 듯하다. 마침 출출하기도 하고 찻집 주인 눈치도 보여 중국 떡과 만두를 시켰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새로 들어온 풍습이라 이 호사를 누리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곱단이가 중국 떡을 한입 베어 무는데 부르미가 지나가며 탁자를 툭 친다. 부르미를 올려다보니 눈짓을 하고는 건너편에 있는 탁자에 가서 서더니 무언가를 공손한 자세로 묻고 있다. 별일 아닌 듯 대화가 끝나고 부르미는 금방 물러났다.

‘드디어 나타났군요.’

곱단이가 귓속말로 연화에서 속삭인다.

‘나도 보고 있었어.’

건너편 탁자에 앉은 사내들을 쳐다본다. 관복을 입고 한차례 술을 했는지 불콰한 얼굴에 무슨 말인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세 사내가 마주 보고 앉았는데 등을 보이는 사내는 조금은 신분이 낮은 듯 다소곳한 모습으로 조용히 상대편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듯했고 둘은 얼굴이 보이는 위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중에서 누가 김자량인지 알아볼 정도로 한 사내는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많고 수염은 덥수룩했지만 온 개경의 아씨 마님들이 혹할 정도의 외모다. 순간 곱단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내들이 앉아 있는 탁자 옆을 지나 출입문 쪽으로 갔다. 연화가 무엇을 잃어버린 듯 따라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곱단이 뒤를 따르며 소리를 지른다.

‘야. 이년아. 거기 서라. 어디로 도망을 가느냐.’

찻집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연화에게 쏠린다. 사람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연화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곱단이를 뒤따르다가 사내들의 탁자가 있는 곳을 스쳐 간다. 그 순간 연화가 김자량이 탁자 밖으로 내놓고 있던 다리에 걸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대로 코를 박을 정도로 세차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놀라기는 김자량 쪽이 더 심했을 것이다. 황급히 일어나 연화를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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