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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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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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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567

작성
21.10.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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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9장 청자#6

DUMMY

‘아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고도 고맙구나. 처지가 이런지라 천릿길을 마다하고 나 하나 보고 달려온 너를 이런 곳에서밖에는 만나 볼 수 없다니.’

‘마님이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안방마님 돌아가시고 주향이 저세상으로 떠나고 마님마저 이렇게 귀양살이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니다. 말만으로도 고맙다.’

‘마님. 사실은 너무나도 뻔뻔스럽고 인간 같지도 않은 김자량이를 처단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곽상진은 귀를 의심했다.

‘자네 무슨 말을 하는가? 김자량이가 지금 만인지상이 되었다는데. 삐끗하면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마님 악인이 더 잘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자가 농민반란을 무사히 진압했다는 공으로 첨의부 시중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저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불쌍한 우리 나리는 어찌 되는가? 그때 절단내야 했는데.’

어둠 속에 갑을이의 눈이 반짝인다.

‘그게 무슨 말이냐?’

‘사실은 제가 김자량을 응징하기 위하여 일을 꾸몄었습니다. 술집에서 역적모의를 하고 나오던 김자량에게 칼을 휘둘렀습니다.’

곽상진은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제가 마님께 허락도 받지 않고 김자량에게 복수를 하려고 일을 꾸몄습니다.’

‘자네. 제정신인가?’

‘혼자였다면 틀림없이 성공했을 텐데 칼날이 엉뚱한 곳을 베고 말았습니다. 밤이 달도 없는 어두운 밤이기 때문인지. 너무 마음이 앞섰던지. 어쨌든 둘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데 빨리 헤어지기를 바랐는데 무슨 역적모의가 그렇게 긴지 헤어지지 않고 열심히 떠들어 댔습니다. 소피까지 보면서. 밤은 점점 깊어가고 마음이 조급했던 모양입니다. 칼을 빼 들고 달려들었는데 김자량이 순간 몸을 피하면서 깊지 않은 상처를 내고는 옆에 있던 자를 깊이 베고 말았습니다. 옆에 있던 자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쓰러지고 김자량은 비틀거리며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그럴 거야. 김자량이 문신이기는 하지만 무예에도 뛰어난 자라.’

곽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논평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갑을이가 조용히 곽상진을 응시하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졸지에 일어난 일이라 뒤를 쫓지도 못하고 재빨리 자리를 피해 밤을 도와 남경으로 몸을 피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꾸미고 다음 날 출근해서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만하기를 천만다행이네.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말게. 다시 말하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네. 억울하더라도 죽은 사람이 살아오는 것은 아니네. 이 상황에서는 숨죽이고 사는 게 최고야.’

‘아닙니다. 마님은 어떻게 그놈이 한 짓을 그렇게 쉽게 용서하시려고 합니까? 그놈은 진짜 교활한 인간입니다.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는 자신의 정적들을 몰아내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결국은 제가 그 인간의 야심을 채워주는 역할밖에는 하지 못한 셈입니다. 그런 인간이 만인지상이 되었으니 이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뻔합니다.’

밤이 점점 더 이슥해져 간다.

‘마님. 점점 더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여보게. 이제는 자네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을 테고 자리를 잡아갈 텐데 이제는 타협하게. 나는 이제 원한 같은 것은 다 잊어버렸네.’

갑을이가 곽상진을 쳐다보는 눈길에는 원망이 가득하다.

‘마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님만 만나면 마님과 힘을 합하기만 하면 이 원수를 갚고 우리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마님 너무 많이 변했어요. 세월이 마님을 변하게 한 건지. 아니면 세상이 마님을 변하게 한 건지.’

‘어떻게 생각을 해도 좋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거야.’

갑을이가 한숨을 몰아쉬며 생각에 잠긴다.

‘김자량이 안동으로 내려올 때 저도 그 부대에 소속되어 김자량과 같이 내려왔습니다.’

‘그랬었구나. 그러면 김자량에 대해서 이해를 많이 했을 텐데.’

‘제가 가까이서 느낀 바로는 머리도 좋고 재주도 있어요. 그렇지만 뭐랄까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어요.’

‘한 번 봐서 알 수 있나. 여러 번 봐야지.’

‘여러 번 봤어요. 어쨌거나 김자량이라는 인물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사실은 안동 내려가는 길에 청주에서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습니다.’

곽상진이 갑을이 목소리가 너무 컸다고 생각했는지 주위를 조심스럽게 다시 둘러본다. 밤의 정적만이 흐르고 별다른 자취와 흔적을 느낄 수는 없었다.

‘인제 그만하게. 듣지 않은 걸로 하겠네.’

‘문경에서 김자량이 혼자 떨어졌습니다. 기녀에게 마음을 빼앗겨서였는지 아니면 절대 난리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했는지 그건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다른 병사들이 떠난 뒤에 기녀와 함께 숙사에 들었습니다. 저는 그게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은밀하게 농민군의 첩자에게 정보를 흘렸습니다. 구체적인 장소와 상태까지. 정확하게 농민군이 반응을 했습니다. 김자량이 기녀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칼잡이들이 들이닥쳤고 칼을 휘둘렀다고 합니다. 성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김자량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화를 면했고 기녀만 화를 당했다고 합니다.’

곽상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벼룩이 잡으려다 초간 삼간 다 태우려고 하는가?’

어둠 속에서도 갑을이의 눈에 눈물이 어리는 것을 몰 수 있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등골을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는 하지만 열기를 식히기는 역부족이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정작 가장 핍박을 받은 사람은 나인데. 왜 엉뚱한 사람이 목숨까지 내놓고 복수를 한다고 난리를 치는가? 결국은 그것이 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걸 모른단 말인가?’

유갑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의리를 중시하는 유갑석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위험한 행동을 두 번씩이나 결행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냥 내버려 둔다면 유갑석의 성격에 또다시 일을 벌일 것이고 그것이 결국은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사태까지 발전할는지도 모른다.

‘안녕하십니까? 최문기 현감의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늙수그레한 영감 하나가 반가이 맞으며 손을 내민다. 손을 맞잡는 순간 거친 손마디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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