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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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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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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567

작성
21.11.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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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1장 배신#4

DUMMY

지당한 말씀이다. 이렇게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자가 어찌 그런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자가 금옥이에게 못된 짓을 한 것이 사실일까? 그리고 왜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남도 땅에 5년씩이나 처박아 두었단 말인가?

‘이제 나는 건강이 이리 시원치 않아서 다시 관직에 나아가 대왕마마를 도와 큰 뜻을 펴기는 어렵게 되었으니 자네 같은 사람들이 힘을 많이 써주어야 할 거야. 워낙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

아침에 출발했는데 벌써 해가 중천이다. 오늘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너는 어머니에게 어떤 귀띔이라도 듣지 못했니?’

형이가 곽상진을 흘끗 쳐다본다.

‘사실은.’

‘너 뭔가 알고 있구나. 사실대로 이야기해 봐라.’

‘어머니께서 벌써 오래전부터 말은 비추고 있었어요. 김자량 대감이 일을 꾸며서 우리 집안을 이 꼴로 만들었다. 내가 서방님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으니 반드시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복수하고야 말겠다. 그런 투로 말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는 저를 부르더니 일을 도모하기로 하였으니 네 힘을 빌려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어요. 저는 그 얘기를 듣고 나보다 어머님이 낫구나. 내가 칼을 휘두르는 한이 있더라도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어느 날인가 연서를 부탁하더라고요.’

‘연서?’

‘네 김자량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연서요.’

‘웬 뜬금없는 연서란 말이냐?’

‘아마 김자량을 미인계로 유인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그 얼마 후에 어머니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행방을 감추었어요. 그래서 혹시 용인 할아버지를 뵈러 간 건 아닌가 연락을 넣어 보았지만, 거기도 안 계시고 오리무중이더라고요.’

‘그럼 도대체 그 사람이 어디로 갔다는 말이냐?’

‘그리고서 김자량 대감이 변을 당했다는 풍문이 들려오더라고요. 아마 제 생각에는 일을 치르면서 얼굴이 다 알려지니까 조용히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구나. 그럼 그 연서는 네가 직접 써준 거야?’

‘네.’

‘위험천만한 짓을 했구나. 사람이 얼굴 모양이 다르고 행동 양식이 다르듯이 글씨체도 다른 거야. 글씨를 보면 그 사람 얼굴이 보인다는 말 몰라. 네가 추궁당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구나.’

‘어떻게 그런 말씀을. 어머님은 충심에서 우러나와서 하신 행동일 텐데. 결국은 그것이 아버님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하신 일일 텐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섭섭해하실까요.’

‘형아. 얼마 전에 그 사람이 남도까지 내려왔었다. 네가 했던 그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쓸데없는 짓이라는 투로 얘기를 해주었다.’

곽상진을 바라보는 형이의 눈빛이 묘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 어머니가 자진을 한 것이 김자량 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

‘저는 거의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니다. 아니 아닐 거야. 그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네 어머니에게 몹쓸 짓을 했겠느냐? 내가 직접 김자량 대감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때 두 번씩이나 우리 집을 찾아온 거냐? 그랬더니 자기는 성절사로 중국에 간 나 때문에 걱정이 심한 어머니를 위로하자는 차원이었다는 거야. 나는 그걸 믿는다.’

‘그럼 어머니는 왜 자진을 하셨을까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너희 어머니가 심약한 면이 좀 있었어. 나중에 들어보니 네 어머니가 송악산에 올라가 굿을 하고 치성을 드렸다고 하더구나.’

‘그거하고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무슨 관련이 있겠어요.’

‘그렇지? 그렇지만 어머니의 자진이 김자량 대감 때문이었다는 증거는 없잖아.’


저 멀리 강기슭 모래톱에서 노는 아이들의 새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가끔 물새가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줄기를 따라 날다가 내려앉는 모습도 눈에 뜨인다. 평화롭기만 한 풍경이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질펀하게 차려 놓은 맛난 음식이 코끝을 자극한다. 술 냄새가 음식 냄새와 어우러져 공중을 떠돈다. 곱게 단장한 기생 하나가 악기 소리에 맞추어 목청을 드높인다. 박수 소리가 이어지며 기생의 짝인 듯한 벼슬아치에게 한 곡을 권유하는 응원이 이어지고 마지못해 한 곡을 뽑아내자 기생이 그에 맞춰 간드러지게 춤을 춰 댄다. 곽상진에게는 아직 낯선 풍경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만 생활하던 버릇이 든 탓인지 많은 사람이 모여 이렇게 모여 떠들썩한 모습이 너무 생경하다.

‘실례합니다.’

밀직사 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성민주가 슬그머니 기생을 몰아내고 옆자리로 다가앉는다.

‘김자량 시중께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교류가 많았다고요? 대감이 변을 당해서 일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대감을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도 대감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대제학 대감을 모신 것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자는 의미입니다. 김자량 대감이 강력하게 추천하셨습니다.’

왁자지껄하던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지며 시선이 곽상진이 있는 곳으로 쏠린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기생이 다가오더니 성민주의 겨드랑이에 팔짱을 끼며 일으켜 세운다. 어허 하며 일어난 성민주가 노래 한 곡을 뽑는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 소리가 이어진다.

‘자 한잔하시지요. 한 곡 뽑았더니 목이 컬컬합니다.’

‘노래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들었다.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니 술기운으로 목덜미가 후끈하다. 성민주가 아주 친근하다는 듯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술 냄새를 풍긴다. 얼굴 모공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다.

‘대감. 저 뒤쪽에 보이는 산이 장군봉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특이하게 불뚝 솟아있는 봉우리가 바라다보인다.

‘저 장군봉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마을에 떡메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답니다. 어머니가 떡메를 가졌을 때 꿈을 꾸었는데 호랑이 한 마리가 어머니의 가슴을 향해 뛰어들더랍니다. 떡메라는 아이는 어릴 때부터 힘이 장사여서 집채만 한 바위를 번쩍번쩍 들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병장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말타기도 능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기대가 컸다는데 새옹지마라고 떡메에게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라님이 떡메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 세상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떡메를 감옥에 잡아다 가두어 두었답니다. 그 부모님들이 얼마나 원통했겠습니까? 그래서 부모들이 감옥 앞에 와서는 일 년 365일 내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거나 떡메를 부르며 대성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쳤답니다. 부모님의 통곡 소리가 감옥의 담을 넘어 떡메의 귀에 들어오자 흥분한 떡메가 감옥을 부수고는 튀어나와 산속으로 들어가 병사를 조직하여 나라에 맞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왕은 명령을 내려 그 부모들을 잡아들여 감옥에 가두고는 전국에 방을 붙여 떡메가 항복해 오지 않으면 부모들을 죽이겠다고 했답니다. 그러자 떡메가 병사들을 데리고 감옥으로 쳐들어왔는데 함정에 빠져 결국은 죽임을 당했답니다. 왕은 떡메의 시체를 조각내어 강가에 뿌렸는데 그 원한이 커서 이렇게 높다란 봉우리로 솟아올랐답니다.’

성민주가 술잔을 비운다. 곽상진이 성민주의 말을 들으며 무심결에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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