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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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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567

작성
21.10.2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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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9장 청자#3

DUMMY

귀남이가 소리를 지른다. 어찌 그렇다고 아무 죄도 없는 어여쁜 처녀의 목숨을 내놓는다는 말이오. 천벌을 받을 것이오. 나와 까비가 청룡을 무찌르고 무고한 생명을 구하리다.

귀남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돌이 쏟아져 내리는구나. 방죽의 물이 넘쳐나 문전옥답이 물바다가 되는구나.

얘 까비야 준비가 되었느냐?

예이

청룡에게 까비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어라.

까비 방망이를 들고 용통에 달려들어 휘두르는구나. 방망이에 당한 용통의 물이 출렁거리고 벌겋게 물드는구나.

이게 웬 조화란 말이냐. 달아났던 사람들이 연못 주위에 모여들어 수군거린다.

청룡이 뻗었구나. 이젠 저 귀남이 덕에 우리 발 뻗고 자게 생겼구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용통 주위에 돌아가며 손뼉을 친다.

이게 왠 조화인가? 까비의 방망이에 즉사한 줄 알았던 청룡이 용통에서 솟구쳐 올라 크르릉 대며 불을 뿜어대며 달려든다. 사람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난다.

귀남이가 사람들을 막아선다.

달아나지 마시오. 달아나지 마시오. 달아나 모두 하나 하나가 되면 청룡이 기가 살아난다오. 모두 모여들어 용통을 돌며 발을 구르시오. 쿵쿵쿵 소리에 청룡은 견디지 못하고 달아날 것이오.

사람들이 발을 구르며 용통을 돌기 시작하는구나. 쿵쿵쿵. 손뼉 소리를 내는구나. 짝짝짝.

모두가 하나가 되어 소리를 치기 시작하는구나.

청룡아 백룡아 우리 용통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주인 노릇하는구나.

용통은 우리 것이니라. 우리에게 내놓아라

내놓아라

내놓아라

내놓아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간다.

기세 좋던 청룡이 몸을 뒤틀더니 용통 속으로 빠져 들어가네.

오호라 이제 청룡이 기운이 다한 듯 하오. 어여쁜 처녀를 바치지 마시오.

무고한 생명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동네 사람들 한데 모여 무릎을 꿇고 감축하며 소원을 비는구나. 귀남이여 귀남이여 부디 우리의 왕이 되어 우리 마을을 지켜 주오. 그대가 떠나면 청룡과 흑룡이 우리에게 복수를 할까 두렵소.

걱정을 마시오. 걱정을 마시오. 청룡과 흑룡이 싸울 이때쯤 되면 용통 앞에 제사상을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놓고 청룡과 흑룡을 불러내시오, 그리고는 마을 사람들 하나 빠짐없이 나와 용통을 돌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노래하시오.

내놓아라. 내놓아라. 내놓아라.

그리하면 용통에서 청룡과 흑룡이 다시는 요사를 부리지 못할 것이리다.

어화 둥둥 어화 둥둥 우리 이제 놓여났구나. 귀남이와 까비 덕분에 청룡과 흑룡이 더는 심술을 부리지 못하게 되었구나. 얼씨구 절씨구. 이제 사람답게 살아보세.

귀남이와 까비는 잔뜩 신이 나서 우쭐우쭐 길을 나서겄다. 둥실둥실 이제 덕을 하나 더 쌓았네.’

여기까지 목청껏 장가를 불러 젖히던 색동이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돌아가고 구경하던 구경꾼들도 흥이 나서 덩실덩실 신이 났다. 곽상진은 색동이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하고 자리를 슬쩍 빠져나온다.


‘나으리, 대령했습니다. 막쇠입니다.’

귀양 사는 처지이지만 동네 사람들이 양반 대접은 해준다. 오늘은 낚시한다는 핑계로 회오리낭이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현감에게는 낚시를 간다고 미리 알렸다.

‘괜히 신세를 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은혜를 입는 게 얼마인데요.’

바닷가에 매여있는 자그마한 돛배에 올랐다. 바람이 없어 막쇠가 노를 젓는다.

‘찌그덕 찌그덕.’

하늘은 쨍 소리가 날 만큼 푸르고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이 새파랗다. 여기저기 뚝뚝 떼어놓은 듯한 초록의 섬들이 둥둥 떠 있고 돛배들이 돛을 내리고 고기잡이를 하고 고기 비린내를 맡은 갈매기들이 끼룩대며 배를 따른다. 바다와 부드럽게 이어지던 해안이 기암절벽으로 일어서기 시작한다.

‘나으리. 여기가 회오리낭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좋겠지만 물살이 거세서 자칫하면 빨려 들어가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어 여기서 뚝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지. 어여 자네 볼일 보게. 나도 오래간만에 낚시나 해보려네.’

낚시를 드리우고 회오리낭을 바라다본다. 깎아지른 절벽이다. 오래간만에 해보는 낚시라서 그런지 여간해서는 입질이 없다. 낚시를 뱃전에 비끌어 매고 술병을 들고는 막쇠에게 다가갔다.

‘한잔하게.’

‘감사합니다.’

‘여기 정착해 산지는 오래되었나?’

‘아비 때부터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합니다. 목수로 배 만드는 일을 하다가 여기에 정착했다고 하는군요.’

‘그렇구먼.’

‘그럼. 여기 토박이겠구먼. 그럼 회오리낭 얘기나 좀 해주게. 낚시야 세월을 낚는 것. 회오리낭 얘기만 듣고 가도 오늘일을 다한 셈이네. 고기는 많아 잡았나.’

‘그물을 들어보니 두어 마리 물고기가 보인다.’

‘꾼은 다르구먼.’

막쇠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내리쬐는 햇볕이 보통 따가운 것이 아니다. 햇볕을 가리려고 쓴 삿갓 그늘에 땀방울이 비친다.

‘저 회오리낭 위쪽에 자세히 보면 허리 굽은 노파가 서 있는 그림이 떠오를 겁니다.’

막쇠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과연 허리 굽은 노파의 모습이 가파른 절벽에 새겨 있다.

‘외적이 국경을 넘었습니다. 저 노파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아비와 첫째 아들이 군대에 들어갔대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승리하고 돌아와 행복하게 살자고 웃으며 떠났던 아비와 아들은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는군요. 어미는 울며불며 신세 한탄을 했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전쟁이 길어지다 보니 둘째 아들이 끌려갔는데 둘이나 끌려가 목숨을 바친 집안에서 또 끌어가면 어떡하느냐는 하소연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전장에서 죽었다는데 시체도 찾지 못했다고 해요. 아마 어느 전쟁터에서 까마귀밥이 되었겠지요. 그렇게 셋째, 넷째도 끌려갔고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는군요. 이제 다섯째 차례인데 어미는 다섯째까지 내줄 수는 없다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들을 꼭꼭 숨겨놓고 내어주지 않았는데 아들을 내어놓으라는 관원들의 협박에 어미가 시달리는 걸 보고는 다섯째가 제 발로 걸어 나와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어미를 안심시키며 군대로 떠났다고 해요. 다행히 전쟁은 끝났고 걱정하고 있을 어미가 안쓰러워 배를 타고 회오리낭을 지나던 중간에 거센 물살에 휩쓸려 배가 가라앉고 다섯째도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해요.’

‘슬픈 이야기구먼. 다섯이나 목숨을 바쳤으면 용서를 해주어야지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막내가 온다는 전갈을 받고는 회오리낭에 올라 막내가 탄 배를 기다리던 어미는 결국 그 자리에서 굳어 바위가 되어 버렸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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