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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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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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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0.3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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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9장 청자#9

DUMMY

‘아니. 왜 직접 관련이 없는 하나 건너서 일인데 왜 그리 흥분하는 거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다시 태어난 인생이에요. 저는 서방님에게 인생을 걸기로 했어요. 그런데 왜 서방님이 이렇게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왜 이렇게 고난을 받아야 하시는 거지요. 저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에요.’

곱단이의 눈에 어느덧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곽상진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곱단이의 마음은 충분히 안다. 서방도 없는 집에서 형이의 뒷바라지를 하며 세월을 죽이는 이유도 충분히 알 만하다. 그렇지만 김자량에 대한 복수만은 안 된다. 막아야 한다. 유갑석에 곱단이에. 이들이 행동에 들어간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이제 김자량이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그 근원을 밝혀내어 물고를 낼 것이다. 그 여파가 어디에 미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울고 있는 곱단이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진다.

‘자. 그만 진정해라. 너도 답답하겠지만 나도 답답하다.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니듯이 서로의 마음은 아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너도 언젠가는 나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왔는데 내가 네 속마음을 풀어 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 개경 생활은 어떻더냐. 아는 사람도 없고 답답하지는 않은가 모르겠구나?’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서 생활은 적적하지 않아요. 연화 무당이 말동무해주어서 너무나 위안이 돼요.’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친정 동네는 다녀왔느냐? 여기서 엎드리면 코 닿을 곳인데.’

‘아니요. 가봐야 반겨줄 사람도 없고.’

‘왜? 너를 키워 주었던 분들도 만나고 동네 사람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더라도 어릴 적 뛰놀던 곳 흙냄새만 맡아도 반가운 게 인지상정이니라. 그러지 말고 나하고 같이 거기 들러보자. 죄인의 몸이지만 현감에게 잘만 얘기하면 며칠간의 휴가는 내어 줄 것이다.’

순간 곱단이의 얼굴이 환하게 핀다.


여기가 꽃님이 못이에요. 연못이라기보다는 황무지다. 뒷배경으로 가파른 낭떠러지가 솟아있고 연못이 있었으리라 짐작되는 곳은 어찌 된 일인지 나무 하나 자라지 않고 거친 풀들만 자라나고 있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거친 풀들이 가로눕고 있다.

‘바람이 너무 부는구나. 여기 좀 앉자꾸나.’

펀펀하고 앉기에 알맞춤한 바위를 골라 앉았다.

‘여기는 아이들도 놀러 오기 무서워하는 곳이었어요. 죽음의 냄새가 풍긴다고 할까? 근처를 지나가는 것도 꺼릴 정도였어요.’

‘왜 그랬을까? 그렇게 듣고 보니 왠지 음침한 느낌이 드는 걸. 꽃님이 못 전설이 있다고 했지? 그 얘기 도중에 그쳤었는데 마저 듣고 싶구나.’

‘어디까지 들으셨지요.’

‘형제가 꽃님이를 사랑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것 같은데.’

‘꽃님이가 자기 동생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형이 꽃님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대요. 화가 난 형이 결국은 동생을 죽이고 말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옥황상제님의 저주를 받아 폭포수의 물은 멈추고 마을에는 사람이 사라져 버렸다는 거지요.’

‘슬픈 이야기구나. 이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어가는 일은 없는 것 같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 이제는 다 포기하고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도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도 나하고 원수질 일이 있어서 나에게 그렇게 했겠어. 상황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그리고 나에게도 잘못은 있는 거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 말려들지도 않았을 거고. 그런 일도 없었을 거야.’

‘서방님 성인군자로군요. 나라면 분해서 복수할 방법을 찾느라 밤잠을 못 잤을 텐데요. 어쨌든 저는 연화와 함께 복수할 방법을 찾겠어요.’

‘그럼 어떻게 하려고 생각은 했니?’

이름 모를 벌 나비들이 벌판 가득 피어있는 꽃들을 찾아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서방님 저는 저런 벌, 나비를 보면 누군가의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원한에 사무쳐 평안히 하늘나라로 오르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영혼이 되었다고.’

바람이 다시 불어오자 풀과 꽃대가 한 데 어울려 흔들리고 꿀을 찾아 꽃을 찾던 벌, 나비가 날아오른다.

‘왜 꼭 그렇게만 보느냐? 이승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이루려고 임을 찾아 날아다니는 연인들로 볼 수는 없어?’

‘서방님. 세상이 서방님이 보는 것 같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아요. 제가 살아온 인생에 비추어 보더라도 말이지요. 원한이 풀리지 않으면 하늘나라로 오르지 못하고 인간 세상에서 신음하는 영혼들이 이 세상에 넘쳐날 거예요. 서방님은 제가 얼마나 험한 일을 당했는지를 모르실 거예요. 언젠가는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을 말해 드릴 기회가 있을 거예요.’

‘곱단아. 마음을 조금만 푸근하게 가져봐라. 그러면 세상이 한결 따뜻하게 보일 거다.’

‘서방님은 마음도 참 푸근하세요. 어쨌든 저는 제가 결심한 일을 꼭 하고야 말 거예요. 연화와 계획을 다 세워 놓았어요.’

‘연화라는 아이는 또 왜 한통속이 되었니?’

‘이야기하다 보니 연화와 저는 너무나 처지가 비슷했고, 생각도 비슷했어요. 어쩌면 헤어진 언니를 만났는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할 정도예요. 연화가 자기 일같이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옥황상제님, 용왕님, 오방신 모두 도와줄 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관찰해 온 바로는 김자량이 그동안 경험이 있어서 보통 몸조심을 하는 게 아니에요. 경계도 심하고 경호무사들을 항상 데리고 다니더군요.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미인계. 김자량이 계집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 앞에서는 김자량도 어쩔 수 없이 무장해제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각오를 해야 할 게다.’

‘각오는 하고 있어요. 이미 이 목숨은 서방님에게 바친 거나 한가지인걸요.’

‘그럼 왜 내려왔니. 내 설득을 들을 생각이 아니라면.’

‘허락을 받으러 왔어요. 허락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연화가.’

‘그렇다면 허락을 할 수가 없다.’

순간 곱단이가 곽상진을 노려본다. 큰 눈망울에 원망의 빛이 가득 담겨 있다.

‘어쩔 수 없지요. 일을 저지르고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는 없지요.’

곽상진이 곁눈질로 곱단이를 보니 곱단이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샘솟듯 흘러내린다.

‘서방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저 같았으면 제가 나서서 일을 꾸밀 거예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곽상진이 지나가는 소리로 중얼거린다.

‘갑석이 같은 사람이 또 하나 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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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9장 청자#7 21.10.29 1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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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9장 청자#3 21.10.25 2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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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8장 청량산#5 21.10.20 2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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