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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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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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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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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1장 배신#5

DUMMY

지나가던 병사가 군례를 취한다. 유갑석이 답례를 하고 곽상진에게 눈을 돌린다.

‘이번에 교육 진흥을 위하여 각 지방에 향교를 세우고 유능한 학자를 선발해서 재정적으로 강력하게 지원하기로 했다는군. 그래서 내가 그 일을 돕기 위해 지방으로 행차하던 중에 마침 자네가 여기에 주둔하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라서 자네도 볼 겸 얘기도 좀 들어볼 겸 이렇게 들렀네.’

‘잘 오셨습니다. 마님이 다시 이렇게 올라오셨는데 자주 찾아봬야 도리인데 그게 그리 쉽지 않네요. 몽골이 예전만 같지 못해서인지 왜구들이 심심치 않게 해안을 침범해서 민생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아서.’

해송 숲을 타고 바람이 불어오자 비릿한 바다 내음이 밀려온다. 해무로 먼바다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섬이 둥실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파도가 갯바위를 부딪는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서 많은 얘기를 나누기는 어렵고 잠깐 시간 좀 내시지요. 반가운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길섶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피어있다.

‘교육사업 얘기를 하셨는데 저도 그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걸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 좋게 보다니? 우리 같은 나라가 교육으로 인재를 키워 나라의 동량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신이 나서 이렇게 각 지방으로 돌아다니고 있네만.’

‘마님.’

‘마님이라니 이제는 그 말투는 벗어던져야지. 자네 어엿이 장군 소리를 듣는 사람인데. 나도 듣기 거북하고 다른 사람이 들어도 이상하게 생각할 걸세. 그냥 대감이라고 부르게.’

‘예,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대감. 그 교육사업에 함정이 숨어있다는 겁니다. 그 교육사업에 엄청난 자원을 들이고 있는데 그 자원이 특정 세력의 배를 불리고 결국은 그 세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별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구먼. 어찌 보면 그리 볼 수도 있겠어.’

입씨름하며 걸어가는 사이에 외딴곳에 번듯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날아갈 듯한 처마 밑에 당호 현판까지 붙어있다. 마루에 올라 방문을 여니 점잖은 차림의 사내 하나가 앉아있다. 낯익은 얼굴이다.

‘어서 오시오. 대감이 여기 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않고 왔는데 뜻밖입니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만나 뵈려고 했습니다.’

시중 심찬경이 일어나 다가오며 반갑게 두 손을 맞잡아 쥔다.

‘이리 앉으시지요.’

자리에 앉자 차 심부름하는 아이가 차를 끓여 내온다.

‘얘야. 이제 너를 부를 일이 없을 테니. 여기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사람이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신경 좀 쓰거라.’

심부름하는 아이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심찬경이 입을 연다.

‘대감께서도 눈치를 채셨겠지만 지금 조정이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본디 김자량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었는데 이번에 변을 당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며 물갈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자량의 패거리가 자기들의 세력을 유지하려고 여러 가지 계략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이번에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겁니다. 명목은 좋습니다. 교육을 진흥해서 인재를 키우겠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향교나 사학에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학전을 지급하거나 자금을 집행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 지방관이 김자량 패거리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기 편에게 자금을 지급하고 결국은 자기 세력을 키우자는 계략인 것 같습니다. 또 중간에 그 자금을 착복해서 자기들 패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겠지요.’

곽상진은 멍하니 듣고 있다.

‘그 돈을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한 쌀 한 톨 사는 데 쓰는 게 백배 낫지 않겠습니까? 대감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딴은 그렇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에 은근히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글쎄요. 그건 그거도 저건 저거 아닐까요? 저는 마침 그 교육사업 격려차 지방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미처 생각 못 했습니다. 제가 오랜만에 관직에 나오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다 보니.’

‘제가 얘기는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감을 추궁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감께서도 김자량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김자량이 변을 당한 후에 관직에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인지상정이라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여지를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벼슬자리에 앉은 것도 고려를 발전시키고 백성들을 잘살게 해 보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무리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겁니다. 오늘 제가 이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기 내려온 이유는 일을 추진하는데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도움도 필요하겠다고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유갑석 장군을 만나기 위해섭니다.’

곽상진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판을 크게 벌이고 있구나. 여기에 말려들 건가? 아니면 괘념치 말고 내 할 일만 할 건가?

심찬경이 바짝 다가앉는다.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는 태도다.

‘어차피 이번에 들어온 사람들을 그자들은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자기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대감도 아마 마찬가지 취급을 받을 겁니다. 처음에는 구워삶기 위해 감언이설로 꼬드기겠지요. 그러나 결국은 거리를 두고 볼 겁니다. 이왕 그럴 바에는 우리가 스스로 살 바를 찾아야 합니다.’

심찬경이 안타깝다는 듯이 재촉한다.

‘대감. 대감 말이 맞는 듯합니다.’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듣고만 있던 유갑석이 끼어든다. 비장한 어조다.

‘대감이 5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저는 외톨이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껴서인지 아니면 진짜 그런 건지 말입니다. 아마 대감께서도 곧 그렇게 느끼게 될 겁니다.’

찻잔에 담긴 차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맞는 말이 아닐까? 물 위의 기름같이 섞이지 못하고 떠도는 자신을 그려본다.

‘알겠습니다. 제가 마침 그 일로 안동에 내려가는 길입니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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