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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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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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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67

작성
21.11.1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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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배신#6

DUMMY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오히려 귀양살이했던 시절이 더 편안했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른 걱정 없이 책상을 끌어당겨 책을 펴고 그 세상으로 빠져들어 가면 그만이었다. 너무 복잡하다. 이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그만두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내려가 땅이나 파며 살아갈까? 내 일도 내 마음대로 풀어나갈 수가 없구나. 경사가 가팔라지자 말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잠시 말에서 내렸다. 시중드는 아이가 말을 물가로 인도해 물을 먹이고 뒤따라오던 휘하 관리들도 잠시 다리쉼을 한다. 그때 숲속에서 중무장을 한 병사들이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들 가시는 길이시오. 요새 하 시절이 수상해서 도둑떼들이 수시로 출몰하는데 대단들 하시오.’

그중 책임자인 듯한 자가 말을 걸어온다.

‘안동현 가는 길입니다. 향교 일 때문에’

‘아 그러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 현감께서 상당히 기다리시던데 먼 길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우리 현감께 연락을 넣어놓을 테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음 하십시오. 현감께서 너무 걱정하셔서 만일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고 있는데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온다. 상대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거리에 가까워지자 한 사내가 말에서 내린다.

‘대감. 오랜만입니다. 인연은 질기다더니 또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성민주 대감의 연락을 받고 이렇게 모시러 나왔습니다.’

곽상진도 답례를 하기 위해 말에서 내렸다.

‘누구시더라?’

‘기억 못하시겠지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습니까? 그래도 대감과의 인연은 질깁니다. 저 성절사로 연경에 가실 적에 김자량 대감의 소개로 동행했던 유지구입니다. 그래도 기억을 못 하시려나. 그 과거장에서도 뵈었었지요.’

그렇다.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다 유지구. 벼슬자리를 돈으로 사려고 했던 유지구. ‘여기 어쩐 일이시오.’

‘어쩐 일이라니요. 섭섭합니다. 저는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되란 법이 없습니까?’

시비조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관리 복장을 하고 있다.

‘제가 안동 현감입니다. 대감께서 오신다고 해서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일단 가시지요.’

일행을 멀리 물리고 둘이 말머리를 나란히 했다.

‘이런 곳에서 보다니 놀랍네.’

‘그러시겠지요? 아직도 과거시험장을 떠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셨을 테니.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여 이렇게 벼슬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비아냥대는 소리인지 눈웃음을 흘리며 바라다본다.

‘안동현이 몇 년 전에 큰일을 당했다던데 지금은 웬만한지 모르겠습니다.’

‘예 농민반란이 일어나서 쑥대밭이 되었었지요. 현에서 강등되었다가 겨우 수습하고 다시 복현을 하고 제가 새로이 현감으로 부임해서 정상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조정에서 추진하는 교육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옛날 안동현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벼슬자리에 나온 지 얼마나 되었길래 벌써 현감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 지금 안동현의 향교와 사학은 어떤 상황이지요? 조정에서 무엇을 도와야 하리까?’

‘뻔히 아시지 않습니까? 개경에서 멀리 떨어진 이런 궁벽한 곳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있겠습니까? 특히 인재가 없어요. 인재가. 다들 개경으로 몰려드니 참. 인재를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능력만큼 대접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뻔히 아시다시피 그만큼 뒷받침이 됩니까? 이번에 대감이 오면서 선물 보따리를 잔뜩 준비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선물은 무슨. 향교와 사학 운영에 보탬을 줄 학전을 마련해 주려고 왔어요. 그리고 조정에 바치는 세 중에서 일부를 떼어 강사들에게 수고비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있겠습니까? 일단 이렇게 먼 걸음을 하셨으니 일단 짐을 푸시고 안동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도록 모실 테니 마음을 편안히 하시고 푹 쉬다 가십시오.’


방으로 들어서니 맛난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먼 길을 오느라 출출해서인지 입에 군침이 돈다. 자리 잡고 앉으니 유지구도 맞은편에 앉는다.

‘시장하시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 편히 드십시오. 제가 대감님과 인연도 있고 오래간만에 허리띠 풀어놓고 편안하게 대감님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눌 겸 해서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했어요.’

‘잘했어요. 그런데 유현감이 나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은 아닐 텐데. 이건 몸 성히 돌아가는 것만도 다행이겠는데.’

‘이거 왜 이러십니까. 대감님. 저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인연을 쌓아가는 것 아니겠어요? 지나간 일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괘념하지 마세요.’

‘그럼 유현감 살아온 얘기나 좀 해주세요.’

‘제 얘기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러시지요?’

유지구가 싱긋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뭐 특별한 거 있겠어요? 그 뒤에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합격했고 김자량 대감이 힘을 써주셔서 이런 막중한 국가 대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차츰 얘기하시고 시장하실 텐데 식사를 하세요. 저는 늦은 점심을 해서 밥 생각은 별로 없지만, 대감님 동무해서 술이나 한잔하겠습니다. 한잔 드시지요.’

곽상진이 유지구가 따라 주는 술을 받아 단숨에 들이킨다. 빈속이라 그런지 독한 술이라 그런지 속이 후끈해진다. 음식은 입에도 안 대고 술만 들이켜던 유지구가 술이 몇 순배가 돌자 얼굴이 불콰해지며 갑자기 정색을 한다.

‘대감님. 섭섭하다 생각 마시고 들어주세요. 저는 그때 대감님이 옛정을 생각하셔서 배려해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답안지를 냉정하게 빼앗아 가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김자량 대감을 생각해서라도 봐주시리라 생각했는데. 법대로 하는 양반이라 생각했습니다.’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 당시 내 입장도 있고 하니까.’

‘그럼요.’

그때 문이 살며시 열리며 곱게 차려입은 기생 하나가 몸을 들이민다.

‘부르셨어요?’

열변을 토하고 있던 유지구가 말을 멈추고 기생을 올려다본다.

‘안 불렀는데. 우리가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야기가 다 끝나면 부를 테니 재촉하지 말아라.’

‘아, 그러셨어요. 죄송해요. 방에서 큰 소리가 나서 혹시 부르셨나 하고요. 물러가 있겠습니다. 이야기 다 끝나면 부르세요.’

기생이 나가자 유지구가 말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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