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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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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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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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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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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블랙크리스탈

DUMMY

칠레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Las Campanas Observatory에 이 천문대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카네기재단의 초청으로 역시 천문대 설립의 일익을 담당했던 미국 다섯 개 대학의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연례적인 초대를 받아 천문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희박한 산소와 힘든 여정으로 도중에 천문대까지 오르지 못하고 포기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을 본다는 설렘에 모두들 흥분상태였다.


8.4m 구경의 반사경 일곱 장으로 이루어져 25.4m 구경의 단일망원경과 같은 성능을 가지는 GMT는 다음 달부터 역시 이 망원경의 제작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에 한 달간 사용토록 해야 하는데 그 중간 일주일의 시간 동안 미국 대학의 아마추어 천문인들을 초대하는 것이 이 천문대가 매년 행해오는 연례행사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한달하고도 일주일의 기간이 이 천문대에 종사하는 이들의 크리스마스를 낀 휴가기간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가 휴가를 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게도 이곳의 모든 관리를 맡기기가 꺼려지는 판에 아마추어 천문인들만을 놔두고 자리를 비웠다가 기계라도 망가지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케빈! 수고해.”


“젠장! 재수없이 제비뽑기에 걸리다니.”


“그래도 일주일만 지나면 한국인들도 오잖아.

걔들 분명 한국라면과 김치를 잔뜩 가지고 올 거라고.

그뿐인 줄 알아.

작년에 보니까 한국드라마도 잔뜩 가지고 오더라.

일주일만 지나면 심심할 새가 없을 걸.”


“관리는?”


“야, 소장님이 하는 말은 그냥 흘려들어.

한국인들도 전문간데 망원경 하나 다루지 못할까.”


“하긴. 그런데 소장님은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는 건지 원.”


“네가 처음으로 맡은 일이니 그렇지.

더구나 내가 듣기로 한국천문대에 여자도 둘이나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둘 다 미혼이고.”


“정말?”


“그래 그러니까 그 미스 카밀라는 잊어.

대신 이번 휴가에 내가 데이트 좀 하자.”


“뭐? 네가 친구냐. 이 xx 자식아.”


“하하. 어쩌겠어. 너는 여기 안데스에 박혀 있고 카밀라는 남자의 품이 그리울 텐데.”


“꺼져.”


“뭐가 이리 시끄러운가.

케빈!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하게.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떠날 때 식당 아줌마를 비롯해 천문대 나머지 인원들 모두 휴가 보내는 거 잊지 말고.

물론 자네의 식사는 내 한국천문대에 말해 놓았으니 그들과 같이 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마침 차가 올라오는군.”


버스가 줄을 지어 올라와 일단의 인물들을 토해낸 후 천문대의 인원들을 집어 삼키더니 휑하니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케빈은 뭣도 모르는 대학생 수십 명이 바라보는 어미닭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둘러본 병아리들에 성이 다른 이가 하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 여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거기 여성분!

내가 알기로 여성분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어찌 된 거죠?”


“저기! 메일을 보냈는데요.

저는 하바드의 알프레드 대신에 참석하게 된 크리스탈 리라고 합니다.

알프레드가 갑자기 맹장수술을 하게 돼 제가 대신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미리 메일로 보냈습니다만.”


“크리스탈 리? 유학생인가요?”


그녀의 발음이 미국인의 발음은 아니었다.


“맞습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그리고 하바드 대학내 아마추어 천문인이기도 하고요.”


“뭐, 알겠습니다.

여성분들이 지낼 방이 없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숙소 문제로 좀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뭐야 한국학생이었어! 그런데 뭐가 저래.

한국여자들은 그 애교라는 게 그렇게 많다고 하던데.

딱 보니 수학이나 물리학 전공자군.’


동양인치고는 커 보이는 키에 커다랗고 두꺼운 안경과 머리는 대충 뒤로 묶은 것이 감지도 않은 듯한 모습이다.

더구나 하는 말투가 딱딱한 게 분명 수학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도 없다.


“뭐,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천문관측이라는 것이 아마추어 여러분들이 생각하듯이 마냥 하늘이나 쳐다보며 감탄하는 일이 아닙니다.

목표로 하는 천체의 사진을 찍어 천문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진과 비교해 차이점을 찾는 것이 보통 우리가 하는 일이죠.

물론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망원경을 통해 직접 관측할 기회는 드릴 겁니다.

또한 여러분들의 소망처럼 혹 새로운 천체라고 생각하면 비교분석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기존 사진과의 차이점은 여러분들이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새로운 별을 발견한다면 여러분의 이름이 붙을 수도 있을 거고요.

그렇지만 이곳은 한여름. 밤이 짧지요.

즉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는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또 일기가 좋지 않은 날을 대비한 여유도 있어야 할 거고요.

그러니 서로 상의를 해 망원경을 사용할 시간을 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각자의 방을 안내하도록 하죠.”


일은 순조로웠다.

대학생들이 흔히 하듯이 술이나 마시며 연애나 하는 일 따위는 없이 모두가 하늘을 보기 위해 밤에는 잠을 자지 않았고 낮에는 시간을 아껴 지난밤 찍은 사진과 천문대가 가진 사진과의 차이를 찾기 위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며칠이 지나 이제 이틀 후면 이들도 떠나야 할 시점에 예의 그 한국인 여학생이 케빈을 찾았다.


“미스터 케빈, 제가 새로운 별을 발견한 거 같은데 확인 좀 해주시겠어요?”


이런 요구가 처음은 아니었다.

케빈이 기억하기로 이 한국인 여학생을 빼고도 이미 여러 번이었고 그런 요구 모두 아마추어적인 실수를 확인했을 뿐이다.

당연 케빈 역시 소파에서 빈둥거리다 일어나면서도 반응은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 너도 꼴에 천문인이라 이거지.’

“그래, 크리스탈 양은 어디를 찍은 거죠?”


“소행성대입니다.

제가 상당기간 관찰하던 곳인데 제가 가진 망원경으로 여태까지 관측되지 않은 별이 등장해서요.”


“소행성대요?

음, 아시겠지만 소행성대에서의 새로운 별의 발견은 좀 그렇군요.

다른 이들처럼 카이퍼 벨트나 더 멀리 오르트 구름대를 관찰하시지 그랬어요?”


“사실 저는 그 정도로 천문에 관심이 깊은 것은 아니고 또 그쪽은 잘 몰라서 말이죠.”


“그렇군요.

그럼 다른 이들처럼 크리스탈 양의 발견이 실수여도 실망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뭐, 크게 실망할 것은 없습니다.

단지 행운을 기대할 뿐이죠.”


여전히 두꺼운 안경과 푸석푸석한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에 케빈은 속으로 혀를 차며 그녀가 찍었다는 사진을 기존의 사진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봐달라고 했던 때와는 달리 상당 시간을 모니터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아니 여태 이렇게 큰 별을 찾지 못했단 말야?

이거 크기로는 대충해도 지름 100km는 될 거 같은데.’


1801년 주세페 피아치Giuseppe Piazzi(1746~1826)에 의해 세레스가 발견된 이후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행성대에서 발견된 소행성의 숫자는 40만개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소행성대에서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하는 일이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일만큼 어렵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도 간혹 새로운 소행성이 발견되곤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발견되는 소행성이라는 것은 유성체라고 해도 될 만큼 작은 크기의 소행성들이다.

간혹 발견되는 것들이라고 하는 것이 지름이 수십cm에서 10m 이내의 크기니까.


너무나 넓은 우주공간으로 인해 다른 별들의 인력에 끌려가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작은 소행성들이 최근의 발견인 것이다.

소행성대에서의 지름 100km급의 소행성이라는 것은 저 19C에나 발견이 되었지 20C에도 발견된 적이 없는 것이다.

하물며 21C도 한참 지난 2030년에 지름 100km의 소행성이라니.


‘이 정도면 소행성도 아니고 거의 왜소행성급인데.

그나저나 다른 이를 대신해 참석한 여학생이 이런 행운을 얻다니.

휴, 이제 휴가는 물건너갔군.’


“모두들 주목해 주세요.

여기 크리스탈 리가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한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물론 좀 더 관찰을 해봐야 하겠지만 어쩌면 왜소행성으로 분류될지도 모르겠군요.

모두 박수.”


“오, 축하해. 짝짝짝.”

“이런 행운이 있다니.”

“이번에는 하버드가 한 건 했군.”


“그러면 그 별의 이름은 크리스탈이 되는 겁니까?”

“뭐, 그거야 크리스탈의 맘이겠지만 일단은 임시번호를 부여하고 우리 전문가들의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별의 크기와 공전궤도 등 확인할 게 상당히 많으니까요.

그런 후 크리스탈 리에게 정식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크리스탈 리가 원하는 이름으로 별칭이 부여될 겁니다.

아시겠지만 세레스니 팔라스니 하는 소행성의 이름은 이제는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니까요.

뭐 그래도 별의 크기가 상당하니 분명 별칭은 정해질 겁니다.

크리스탈이라고 부르기에는 별의 반사도가 좀 낮은 거 같지만요.”


“휴, 그래도 그게 어디야. 자기 이름을 가진 별이 생기는 건데.”


“아무튼 일단 이 별의 임시 번호는 2030 YA가 되겠군요.”


그렇게 새로이 발견된 소행성 하나로 인해 재수없는 케빈은 남들이 연말 휴가를 보내는 동안 한국천문대들이 가져온 한국드라마 대신 매일밤 소행성 2030 YA를 관측하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


“작년 연말 우리 한국인 이수정 씨가 발견한 소행성 2030 YA가 공식적으로 새로운 소행성이라는 것이 밝혀져 소행성의 이름이 블랙크리스탈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그간 한국인 이름이 붙은 소행성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름이 100km 정도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소행성에 한국인이 그 명명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수정 씨를 만나 보시죠. 먼저 축하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행운을 잡으셨는데 그 행운을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하군요.”


“작년이 제 하버드 생활의 마지막 해였습니다.

물론 하버드 생활을 하는 중 저는 하버드내 천문 동아리의 일원이었고요.

그러다 ..... 그렇게 된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 발견된 별 블랙크리스탈을 두고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 짧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 일단 이 별의 반사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작은 블랙홀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관찰 결과 블랙홀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 이 별의 공전속도가 여타 다른 별들보다 빠르다는 것과 좀 더 관찰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공전궤도를 보면 이 별이 소행성대에 존재하는 소행성이 아니라 혹시 혜성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고 합니다.”


“혜성이요? 그 기다란 꼬리를 가진 별 말인가요?”


“맞습니다.

다만 태양에 이만큼이나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꼬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혜성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고 또 혜성에 꼬리가 생기는 것은 혜성이 물과 가스로 뒤범벅이 된 별이기 때문인데 이번의 별은 그렇지 않은 혜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직 어떤 별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거죠.”


“그럼 소행성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세계천문학회에서는 소행성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국내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유튜브에서 소행성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발견이 소행성대에서 되었다는 것이지 소행성이라고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별은 공식적으로 2030 YA고 별칭으로는 제가 신청한 블랙크리스탈인 겁니다.”


“그럼 왜 이름을 블랙크리스탈이라고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제 이름이 수정이다 보니 제 영어 이름이 크리스탈입니다.

그런데 이 별은 그 크기에 비해 너무 어둡거든요.

겉보기등급이 +22.5로 나올 정돈데 이 정도면 소행성대의 아주 작은 소행성들 보다도 더 어두운 별이라고 할 정도죠.

그래서 블랙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수정 씨는 이 별이 소행성이기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혜성이기를 원하십니까?”


“예?

그게 제가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만 뭐 그래도 물으신다면 저는 혜성이기를 바랍니다.”


“왜죠?”


“글쎄요.

혜성이라면 이번에 왔으니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더 이상 오지 않을 텐데 그건 왔을 때 잡아야 하는 행운처럼 여겨져서요.”


“그렇군요. 행운이라! 멋진 말이군요. 오늘 스튜디오에 나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예, 저도 감사했습니다.”


“이상 오늘의 초대석이었습니다.”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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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마법사란 +1 21.09.24 637 19 15쪽
129 탈출 2 +1 21.09.23 615 20 15쪽
128 탈출 +1 21.09.22 618 21 14쪽
127 전쟁? +1 21.09.21 634 21 17쪽
126 소문 +1 21.09.20 633 20 14쪽
125 취재 - 8월 30일 휴재분 +1 21.09.19 630 21 14쪽
124 빙하지대 +1 21.09.18 645 23 14쪽
123 예티 +2 21.09.17 626 25 15쪽
122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1 21.09.16 649 21 14쪽
121 모의 +1 21.09.15 656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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