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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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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32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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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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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1쪽

11화 웨이브(3)

DUMMY

기이한 체험이었다.

전투하는 와중에도 실시간으로 체내의 변화를 관조할 수 있다니.


심지어 관조 되는 건 신체의 움직임만이 아니었다.

물약의 힘으로 피로가 해소되는 과정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물약의 기운이 체내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피로가 발생하면 즉각 해소하고 있었다.


물약의 기운은 자연지기나 내공과는 또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운을 내공으로 정제해서 사용할 수 없을까?’


우일신은 발상을 떠올리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물약의 기운, 약성(藥性)의 정제는 기존의 삼재심법의 구결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내공 정제 구결을 뜯어고쳤다.


[스태미나 재생 물약의 지속 시간이 1시간 55분으로 줄어듭니다.]


물약의 기운을 떼어내 정제하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일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눈앞의 10분을 버티지 못하면 죽을 목숨.

물약의 지속 시간이 정도는 얼마든지 줄어들어도 상관없었다.


도리어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는 횟수를 명확히 알게 된 셈이었다.


약성에 맞추어 정제 방식을 끊임없이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물약의 지속 시간이 1시간까지 줄어들었다.


시행착오 끝에 간신히 정제한 진기는 순도와 양 어느 쪽도 형편없었다.


하지만 우일신은 실망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축기를 통한 단전의 확장이 아니었다.

즉석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내력이었다.


‘굳이 단전으로 보낼 필요는 없어.’


우일신은 만들어진 약성의 진기를 혈도에 흘려보냈다.


사지의 혈도에는 내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자체로는 힘이 될 수 없는 내공의 파편이었다.


‘부족하다면 그만큼 더하면 돼.’


우일신은 내공 파편에 약성의 진기를 불어넣었다.


물약의 힘으로 체내의 피로가 사라지고 체력이 돌아오는 것처럼 내공에 내공을 더하는 것으로 내력의 지속 시간을 늘릴 생각이었다.


확고한 심상과 의지가 의념이 되어 약성의 진기에 깃들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혀 다른 두 개의 기운이 합쳐지면서 내력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일신은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그 현상을 정의 내렸다.


‘남아 있는(餘波) 내공을 묶는(結) 기법.’


여파결(餘波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진기 운용법의 탄생이었다.


멈춘 것처럼 가속했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일신은 눈앞의 해골들을 응시했다.


내력이 돌아온 이상, 밀릴 이유가 없었다.


‘횡소천군.’


회전을 담은 수평 베기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들을 휩쓸었다.


그러자 한 번에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위력이 늘었어?’


의아해하면서 다시 한번 횡소천군을 사용해 봤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운이었던 게 아니라 위력이 늘어난 게 확실했다.


‘여파결의 공능인가?’


그럴 리 없었다.

여파결은 어디까지나 내력의 지속 시간을 늘리기 위한 진기 운용법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움직이면서 내공을 회복하는 동공(動功)과 흡사했다.

내공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거지, 위력의 향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일신은 여파결 이외에 자신에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살폈다.


뒤늦게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면서 얻은 깨달음에 의해서라는 걸 알아차렸다.


‘의념, 내공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이든지 되게 하는 근간.’


여파결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리고자 하는 심상에 의지를 더해 의념을 자아냈다.


무공의 축이 되는 정기신(精氣神), 즉 신체와 내공 그리고 정신 중에서 정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뜻이다.


내공에 담긴 의념이 짙어지니 자연히 내력이 고강해졌다.


‘내공은 어떠한 의념을 불어넣느냐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떠오르는 화두에 자연스레 들고 있는 장검에 시선이 갔다.

내공 운용에서 일류의 경지란 신체 외의 물건, 신외지물(身外之物)에 내공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을 의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스태미나 재생 물약의 지속 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듭니다.]


여파결로 약성을 내공으로 바꾸었다.


새로운 의념을 덧씌워 장검에 진기를 흘려 넣었다.


장검의 손잡이를 타고 올라간 진기는 이내 검신 전체로 퍼져나갔다.


웅-!

진기를 머금은 장검이 잘게 떨렸다.

마치 주인과 자신이 이어진 것을 기뻐하며 이를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직 검명(劍鳴)이라고 할 정도로 선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련을 쌓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일신은 내공을 받아먹은 절단검으로 횡소천군을 펼쳤다.


진기를 머금은 장검은 검광을 번뜩이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베어 넘겼다.


단숨에 여덟 마리의 해골이 쓰러졌다.


원래도 뛰어난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던 장검이 진기까지 머금으니 가만히 있어도 공기를 베어 버릴 것 같은 날카로움을 품었다.


그러나 우일신의 표정을 밝기는커녕 불만스러운 듯 일그러졌다.


진기를 통해 검과 연결되면서 자신의 검기(劍技)가 얼마나 부족한지 인지했기 때문이다.


‘나는 무기의 성능과 내력으로 강화된 신체로 밀어붙인 거에 불과하구나.’


삼재검법이 가지는 검법의 이치, 검의(劍意)는 삼재심법과 동일했다.


바로 무공의 토대를 쌓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법의 토대는 무엇일까.


바로 제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에 있었다.


삼재검법의 세 초식이 단순하고 기초적인 동작인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초심자라고 해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검법이기 때문이다.


가령 초심자가 팔과 몸통의 회전만으로 수평 베기를 한다면 그 위력은 어떨까?


당연히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 게 태반일 거다.


횡소천군의 초식은 이를 발디딤과 몸 전체의 회전으로 해결했다.


쉽고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눈에 뻔히 보이는 수법이었다.


그렇다면 이 초식을 실전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빠르게 하면 돼. 반응할 겨를도 없이 쾌속하게 베어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신체 능력만으로는 부족했다.


신체의 중심 이동, 체중을 싣는 방법,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한 폭발까지.


일검에 쓸 수 있는 모든 수를 쏟아서 가속해야 했다.


‘0에서 100까지 단숨에 도달해야 해. 그러면서도 다음 동작에 무리가 없어야 해.’


스스로 생각해도 무리한 난제였다.


하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마침 눈앞에 끝도 없이 몰려드는 해골이라는 좋은 실험 대상이 있지 않은가.


우일신은 장검을 잡고 기수식을 취했다.


웨이브의 제한 시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쿵, 강하게 내딛는 걸음이 울린다.

몸의 회전과 함께 허리를 튕기며 가속을 극대화했다.

마치 신체를 거대한 채찍으로 쓰는 것처럼 물 흐르듯 이어졌다.


칼끝이 번뜩이며 사라졌다.


사아아악!

뒤이어 스산한 칼바람 소리가 들리며 해골들이 쓸려나갔다.


[삼재검법의 검의를 이해합니다.]

[삼재검법이 7성으로 성장합니다.]


정체되어 있던 삼재검법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삼재검법은 8성이 대성이었으니, 완성까지 한 단계만 남겨두고 있었다.


우일신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제야 조금 검법이라는 걸 알 것 같다고.


* * *


‘젠장, 대체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박철은 뒤쪽에서 계속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음이 거슬렸다.


해골 놈들의 병장기와 방패가 부딪치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만큼이나 소름 끼쳤다.


그러나 뒤를 돌아서 확인해 볼 여유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정면에서 시선을 떼는 순간 해골 놈들에게 매타작당할 판이었다.


“어이, 후방! 반대쪽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데 이렇게 시끄러워!”


결국 궁금함을 참다못한 박철이 뒤쪽에서 쉬고 있는 중상자들에게 소리쳤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뿐, 뒤쪽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호, 혼자서 다 쓸어버리고 있는데요?”

“원래 그랬잖아. 다른 거 뭐 없어?”

“아니, 그냥 다 쓸어버리고 있다고요!”


물어도 같은 말만 반복하니까 답답해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직접 보기 위해 로테이션을 돌릴 때까지 버틴 뒤 후방으로 왔는데.


“저게 뭐시여.”


반대쪽의 전투 상황을 보자 반사적으로 방언이 터져 나왔다.


중상자들이 말한 대로 진짜 혼자서 다 쓸어버리고 있었다.


단순히 못 넘어오게 막는 걸 넘어서 혼자서 스켈레톤 무리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발악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딱 봐도 움직임에 여유가 넘치고 있지 않은가.


저건 도리어 밀어버릴 수 있는데 일부러 그러지 않고 있는 거였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3층 에스컬레이터 아래까지 내려가게 된다.


우일신 본인이야 해골이 바글거리는 2층으로 내려가도 별문제 없으리라.


하지만 비어버린 에스컬레이터에 해골들이 투척이라도 한다면?


그때는 뒤가 뚫려서 이쪽이 샌드위치로 끼이는 상황이 되어버리게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일신 말고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터.


“와씨, 저게 같은 인간 맞나?”


박철은 우일신이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람이 아니라 초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골목길에서 쫓아오던 해골들을 죄다 박살냈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를 두고 지형적 이점과 특출한 장비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박철 본인도 고급 명품 방패라는 최상위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우일신도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었다.


“같기는 개뿔이 저거 아이템이 하나만 있는 거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 던전에서 탈출한 모든 사람은 하나의 장비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일신은 못 해도 네 개는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장검과 움직임을 빠르게 해주는 아이템, 체력을 회복하는 소모품.

그리고 지금처럼 짧은 시간 동안 미친 듯한 강화를 주는 아이템까지.


“대체 얼마나 어려운 던전을 통과했으면 아이템을 네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면전에 대놓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실 게임 같은 걸 하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반대쪽은 신경 써줄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대장, 교대!”

“간다, 가!”


박철은 동료의 부름에 구경하던 것을 멈추고 전선으로 복귀했다.


작가의말

축하합니다! 우일신은 일류로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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