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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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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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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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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작성
23.05.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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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3화 질풍일도

DUMMY

우일신은 동료들을 곁눈질했다.


박철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백문희가 필사적으로 그를 치료했다.

윤지우의 안색이 창백하기는 했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내심 안도하면서 고블린 주술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잠깐 사이 외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바뀐 것은 외형만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기세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그 기척은 이 녀석 때문이었구나.’


삼재합일로 고블린 정예부대를 쓸어버린 직후,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고블린들이 입에서 검은 연기를 토해냈고, 바닥에 떨어진 마석도 검은 연기로 변해버렸다.


연기는 일제히 동료들과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해 황급히 달려왔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전원 죽었을지도 몰라.’


그 사실에 속이 들끓는 듯했다.


안이했던 자신의 판단과 동료를 이렇게 만든 보스 몬스터에게 분노했다.


이렇게까지 화가 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자신에게 놀랄 정도였다.


-인제 보니 그 해골바가지가 아니구나.


분노한 것은 고블린 주술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술로 한계까지 강화된 지금이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의 해골 기사는 그가 알고 있던 숙적이 아니었다.


숙적의 뼈를 뒤집어쓴 별개의 존재였다.


-네놈 정체가 뭐냐.


우일신이 돌려줄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네놈을 죽일 인간.”


그 말을 끝으로 해골 기사와 고블린 주술사가 격돌했다.


우일신은 고블린 주술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느껴지는 기색만으로 알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미노스보다는 못하지만, 거기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이런 상대는 가능하면 만전일 때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만전은커녕 2층에 들어온 뒤로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연전을 치르고 있었다.


고블린 정예 부대를 처리하느라 체력과 내공을 상당히 소모했다.


하지만 소모한 것은 고블린 주술사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저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을 터.


양쪽 모두 단기 결전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거리를 좁힌다.’


여파결로 경공 천축을 사용하며 바닥을 박찼다.


고블린 주술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재빨리 주술을 완성해 돌로 된 탄환을 쏟아냈다.


보법 인보를 사용해 가능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공격을 피했다.


절묘한 발놀림으로 사전에 짜기라도 한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공격이 스쳐 지나갔다.


돌 탄환이 바닥을 후려치면서 탄환에서 흙먼지가 일어났다.


흙먼지를 뚫고서 바깥으로 나온 순간, 그림자 기둥이 눈앞에 있었다.


‘피할 틈이 없어.’


그렇다면 받아친다.


경공의 기세를 신법 지추의 중심 이동을 이용해 공격에 더했다.


추진력이 실린 찌르기가 진기를 머금고 쏘아졌다.


팔방풍우의 경파는 그림자 기둥을 관통하고 그대로 고블린 주술사에게 날아갔다.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듯이, 그림자 기둥이 가림막이 된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좋아, 닿는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우일신은 부서지는 그림자 기둥의 틈새 사이로 보았다.


고블린 주술사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쭉쭉 뻗어나가던 찌르기의 경파가 투명한 벽에 막힌 것처럼 멈춰버렸다.


윤지우의 화살을 무력화했던 화살막이의 가호였다.


설마 경파를 통한 원거리 공격까지 막아낼 줄이야.


‘경파가 안 된다면 근접해서 때리면 돼!’


우일신은 자세를 고쳐 세우며 다시 한번 내달렸다.


주술이 완성되는 것보다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그대로 태산압정의 초식으로 내리찍으려는 순간, 고블린 주술사가 발을 굴렸다.


그러자 바닥이 출렁이더니 돌로 된 벽이 솟아올랐다.


‘주술?’


아니, 다르다.

주술이라기에는 전조가 너무 없었다.

그보다는 던전 자체가 녀석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


카가각!

절단검의 내려베기가 돌벽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러나 벽 뒤에 있던 고블린 주술사까지 베어낼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게 다 더냐.


베어낸 벽의 틈새 사이로 고블린 주술사가 손을 내밀고 있는 게 보였다.


회피 불가, 재차 공격하는 것도 무리.


가까스로 몸을 뒤로 날리며 팔을 들어서 방어 태세를 취한 순간.


돌벽이 가라앉는 것과 동시에 그림자로 된 기둥이 날아들었다.


“커헉?!”


우일신은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뒤로 튕겨 날아갔다.


방어한 팔의 갑옷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바닥을 구르면서 어떻게든 낙법을 취했다.


사전에 뒤로 뛰어서 충격을 줄였지만, 타격을 받은 양팔이 욱신거렸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고블린 주술사를 노려보았다.


녀석은 케케켁 웃으면서 다음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여유가 넘쳤지만, 방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까다로워.’


단순히 파괴력만 놓고 보면 미노스보다 한참 떨어졌다.


그러나 대응력과 치밀함은 주술사 쪽이 몇 수 위였다.


미노스가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파괴 전차라면, 고블린 주술사는 거미줄을 쳐서 얽어매는 거미였다.


원거리 공격은 화살막이의 가호에 막히고, 근접 공격은 땅에서 솟아나는 돌벽에 막힌다.


여기까지 철저하게 막는 걸 보면 본체는 그렇게 튼튼하지 않은 듯했다.


문제는 어떻게 이 방어를 뚫고서 공격할 것인가였다.


우일신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돌파 방법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장기전으로 몰고 가는 거였다.


아무리 녀석이 뛰어난 주술사라고 해도 한도가 있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주술로 인한 강화가 끊길 때까지 버틴다면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저 영악한 놈이 그걸 모를 리 없지.’


분명 싸움이 길어지려는 기미가 보이면 무슨 수를 쓸 게 분명했다.


가령 뒤쪽에서 쉬고 있는 동료들을 노린다던가.


지금도 주문을 읊으면서 동료들에게 곁눈질하고 있었다.


틈이 보이는 순간 주문을 써서 공격을 막도록 유도할 생각인 게 분명했다.


‘장기전은 기각.’


다른 방법은 방어째로 밀어버리는 거였다.


돌벽이 튼튼하다고 해도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근접한 상태에서 경파를 때려 박으면 단숨에 밀어버릴 수 있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삼재합일을 쓰는 거다.’


삼중경파라면 흙벽과 가호를 동시에 뚫어버릴 만한 충분한 화력이었다.


문제는 이쪽이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고블린 정예를 쓸어버리는데 삼재합일을 써버렸어.’


거기에 더해 아까 그림자 기둥을 날려버리는데 경파를 쓰면서 상당히 무리했다.


남아있는 공력으로는 경파 한 번, 쥐어짜 내도 두 번이 한계였다.


‘이러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인가.’


분명 돌벽이 생기기 전에 고블린 주술사는 발을 굴렸다.


아마 돌벽을 만들어 내는 신호가 아닐까 싶었다.


즉 녀석이 대처하는 것보다 빠르게 접근해서 벨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보신경만으로는 속도가 부족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쓸 수밖에 없나.’


고블린 정예 부대를 끌고 다니면서 만들어 낸 새로운 보신경.


이를 실전에서 완성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좋아, 간다!’


우일신은 보법, 신법, 경공을 동시에 운용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동시에 고블린 주술사의 주문이 완성되어 돌로 된 가시가 땅에서 솟아나며 전진했다.


세 갈래로 나뉘어서 날아오는 공격에는 행동반경을 줄이겠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거기에 곧이곧대로 따라줄 의리는 없었다.


공중으로 몸을 날려 가시를 피하는 동시에 가시를 밟고서 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피하는 걸 넘어서 발판으로 삼았다고?!


고블린 주술사도 상대가 저런 곡예를 할 줄은 예상치 못한 듯했다.


그러나 우일신은 고블린 주술사가 경악하든 말든 한 가지 일에 골몰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적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힐 수 있는 몸놀림.’


이를 위해서 삼재보의 모든 요소를 분해하고 재조립했다.


새로운 의념을 담기 위해 기존의 무공을 뜯어고치는 일.


이미 여파결을 만들 때 삼재심법을 통해서 해봤던 일이었다.


완성이 코앞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완성할 수가 없었다.


속이 근질거리면서 도저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삼재합일을 만들 때처럼 완성을 위한 영감이 필요했다.


-어디 한눈을 파는 거냐!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고블린 주술사가 다음 주문을 완성했다.


돌로 된 산탄을 날리는 주술이었다.


가시 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회피 행동에 제약이 걸렸다.


빠르게 대응책을 찾아내는 것이 영악한 놈다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탄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시 위로 떨어진 판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등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귓가를 스치며 날아간 바람은 가호에 막히기 직전 펑 하고 터져버렸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소음이 주술의 완성을 방해했다.


바람을 쏜 장본인은 윤지우였다.


그녀는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냈는지 안색이 푸르죽죽했다.


그러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걸로 빚 하나예요?”

-인간 계집이!


고블린 주술사는 분노하며 목표를 윤지우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분노에 의해 흐트러진 판단이 수초의 시간을 만들어 냈다.


-뭣?!


야생의 본능이 경고를 울렸다.


힘을 다한 정령사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강렬한 위기감에 고블린 주술사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번뜩이는 안광을 발하는 해골 기사가 있었다.


[보법, 신법, 경공의 기초가 낱낱이 분해되어 몸놀림에 녹아듭니다.]

[삼재보가 8성(대성)으로 성장합니다.]


깨달음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바람, 검풍, 경파, 발경, 몸놀림.’


윤지우의 마지막 발버둥이 영감이 되었다.


영감은 곧 구결이 되어서 조립해 둔 구상과 하나 되었다.


적과의 거리를 바꾸는 보법.

신체의 중심을 옮기는 신법.

진기 운용으로 질주하는 경공.


이 모든 요소는 몸놀림과 연결되어 있다.


정제된 몸놀림은 발경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보신경으로 발경을, 나아가 경파를 일으킬 수 없는 걸까?


우일신은 그 해답을 자아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

그 과정에서 바뀌는 무게 중심.

이를 보조하는 내력의 움직임.


나아가는 방향에 레일을 깔듯이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진기 위로 발을 내딛는 순간, 전신을 감싸는 바람이 일어났다.


바람은 적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최단 거리의 길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우일신은 말 그대로 한 줄기의 바람이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진 거리.


발을 굴려서 돌벽을 세우는 것보다 빠르게 장검이 쏘아졌다.


-어, 떻게?!


그것이 고블린 주술사의 유언이 되었다.


팔방풍우의 쾌검식이 붉게 물든 고블린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냈다.


뒤늦게 추진력으로 삼은 경파가 들이닥치며 휘몰아쳤다.


그 광경을 본 윤지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사람이, 바람이 됐어?”


빠르고 거센 바람(疾風)이 휘몰아치듯이 한 번에 도달(一到)하게 하는 발경 신법.


신법 질풍일도(疾風一到)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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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7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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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4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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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7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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