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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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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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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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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12화 발상의 전환

DUMMY

[웨이브 종료까지 남은 시간 00:00]

[웨이브가 종료됩니다.]

[이벤트 구역에 남아있는 모든 몬스터가 삭제됩니다.]


무제한 웨이브가 끝났다.

알림창과 떠오름과 동시에 스켈레톤들은 일제히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박철과 그 일행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숨만 쉬고 있었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 한계까지 소모했기에 휴식이 필요했다.


우일신은 웨이브에서 얻은 깨달음을 곱씹기 바빴다.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깨달음을 정리했다.


우일신이 눈을 뜨자.


[시련의 탑 4층 클리어!]

[보상은 안전지대에서 수령됩니다.]

[안내된 위치로 이동하세요.]


알림창이 그를 반겼다.

반투명한 화살표는 아래층의 주차장으로 향하는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갈 때가 됐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떠나는 건가요?”


가까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윤지우가 있었다.

그녀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다리를 끌어안은 자세로 우일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겁니까?”

“눈 감고 명상에 잠겨있을 때부터요.”


처음부터라는 소리다.

웨이브가 끝나고 지칠 법도 한데 쉬지도 않고 저러고 있었다니.


윤지우는 우일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천사님이에요?”


뜬금없는 발언에 우일신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보입니까?”

“아니요, 천사처럼 잘 생기지는 않았어요.”


사실에 근거한 언어폭력에 얻어맞은 우일신이 휘청거렸다.


설마 면전에서 저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우일신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윤지우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키득거리며 웃어 보였다.


떠나는 거냐는 말과 천사냐는 물음.

시치미를 떼기에는 확신에 차 있는 눈빛이었다.


우일신은 발뺌하는 대신 물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천사인 거요?”

“제가 떠날 거라는 쪽입니다.”

“그거야 일신 씨의 행동거지가 묘했으니까요.”


그녀는 자신이 느낀 바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해골한테 쫓기는 게 뻔히 보이는데 굳이 뛰어와서 도와줬잖아요.”

“단순히 그럴 만한 능력과 여유가 있어서 했을 뿐입니다.”

“우와, 그거 무지 재수 없게 들리는 거 아세요?”

“······.”

“농담이에요!”


윤지우는 생긋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한 뒤 말을 이었다.


“세상이 요 지경이 된 뒤로 사람을 돕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졌어요. 그런데 일신 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저를 도우려고 했잖아요.”

“단순히 던전에 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바뀐 세상에 대해서 몰랐던 것뿐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윤지우는 우일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읽어낸 것처럼 맑게 빛나는 듯했다.


“단순한 선의라기에는 의무감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우일신의 행동거지에서 미션에 대한 걸 읽어낸 걸까?

돌려줄 말이 없었던 우일신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를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윤지우는 말을 이어 나갔다.


“박철 아저씨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때도 이상했죠. 딱히 그룹에 들어오고 싶어서 받아들인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성립된 부산역 공략 파티.


우일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션이 있었던 만큼 박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여러모로 형편이 좋았기 때문이다.


“꼭 떠돌이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 부탁을 들어 주는 것 같았어요.”


티가 많이 났던 걸까.

아니면 윤지우가 이런 일에 눈치가 빠른 걸까.


“명상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이만 가야겠다는 눈을 하고 있어서 확신했어요.”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듯했다.


“용케도 알아차리셨네요.”

“원래 제가 이런 데 눈치가 빠르거든요!”


에헴 하고 뻔뻔하게 미소 짓는 윤지우.

우일신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박철도 그렇고, 윤지우도 그렇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일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이곳에서의 만남은 탑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생긴 우연에 가까웠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우일신이 말이 없자, 윤지우가 말했다.


“그러면 말을 바꿔야겠네요. 우리 반드시 또 만나요!”


그녀 나름의 작별 인사였다.


“네, 또 봅시다.”


우일신은 윤지우에게서 시선을 돌려 박철과 그 일행을 보았다.

웨이브가 끝나고 조용해진 건물은 대화 소리가 울릴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대강 들은 박철은 말없이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인사를 건넸다.


우일신은 가볍게 눈인사를 한 뒤, 화살표가 가리키는 문을 향해 나아갔다.


문에 손을 얹은 채 3층으로 시선을 돌리자, 윤지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일신은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지옥 같은 탑으로 돌아갔다.


* * *


[보상을 수령합니다.]

[보상으로 레벨 업과 4000포인트가 획득합니다.]

[레벨 업!]


안전지대로 돌아오자 4층의 성공 보상이 들어왔다.


혼자뿐인 안전지대 내부는 조용했다.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돌아왔다.


우일신은 자신이 들어온 출입문을 바라보며 헤어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괜찮은 사람들이었지.”


적어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탑은 대체 뭘 원하는 거지?”


3층과 4층은 탑 안의 공간이라기에는 명백히 이질적이었다.


3층과 4층의 이어지는 구조는 물론, 예상치 못한 격변이 있기는 했지만, 그가 살던 곳과 너무도 흡사했다.


“설마 바깥도 저런 상황인 건가?”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갑자기 탑에 끌려와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바깥도 비슷한 상황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각 계층이랑 안전지대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쪽이 바깥과 같은 시간대일까.

계층을 공략하고 있을 때가 바깥과 같은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닐까 추측될 따름이었다.


“결국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5층을 클리어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나.”


다음 공략 계층은 5층.

드디어 체크 포인트가 눈앞에 다가왔다.

안전지대에서 체류할 수 있는 7일 동안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우일신은 먼저 3층에서 얻은 마석을 환전하기로 했다.


4층의 웨이브에서 나온 스켈레톤들은 아무것도 떨구지 않았다.


그렇게 징글징글하게 나왔으면서 주는 게 없다니 꽝 뽑기가 따로 없었다.


우일신이 상점을 열자, 이제는 익숙해진 팡파르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떠올랐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상점에 영약 카테고리가 추가됩니다.]


영약(靈藥).

말 그대로 영묘한 효험을 가진 약의 총칭.

그 종류는 자연에서 나는 것부터 별도의 제조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까지 다종다양.

당연히 효과 역시 영약별로 다양했다.


그러나 우일신의 기뻐할 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영약이 추가되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다음 계층이 빡세서 영약 하나쯤 먹지 않으면 안 된다던가.


“3층과 4층에서 얻은 포인트에 스켈레톤 마석 하나가 300포인트니까······.”


합계 2만 1천 포인트.


3층에 들어가기 전에 7천 포인트를 썼는데 그 세 배나 되는 포인트를 얻은 셈이다.


고급 등급의 명품 장비 세 개는 거뜬히 뽑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하지만 우일신은 새롭게 추가된 영약 쪽을 먼저 살폈다.


“제일 싼 영약이 2만 포인트나 하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능력치를 올려둬서 나쁠 건 없었다.

당장 4층의 웨이브에서 민첩 능력치를 투자했던 덕을 톡톡히 보지 않았던가.


“언제 이만큼 포인트가 모을지 알 수 없고, 지금 사두는 게 맞겠지.”


우일신은 눈물을 머금고 2만 포인트를 사용해 영약을 구매했다.


[맹호단(고급)]

[산군이라고도 불리는 호랑이의 용맹함을 재현한 환단. 전반적인 신체 능력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내공 증진에도 효험이 있다.]


2만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영약 중에서 가장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영약이었다.


어느 한쪽을 집중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지금처럼 균형 있게 올리는 쪽이 대응에 좋다는 판단이었다.


영약을 입 안에 머금어 삼키자, 체내에서 들끓는 기운이 느껴졌다.


스태미나 재생 물약과는 성질이 다른 약성이었다.


자연의 기운에 가까워서 내공으로 정제하기 용이했다.


우일신은 운기를 통해 영약의 기운을 정제하는 한편 전신으로 퍼트렸다.


스며든 약성은 근육, 뼈, 신경 등 신체에 골고루 침투되어 변화를 일으켰다.

성장 능력치를 투자하자 신체가 변화를 일으켰던 때와 비슷했다.


우일신은 성장 능력치로 인한 변화를 떠올리며 약성이 잘 스며들도록 유도했다.

능력치가 최대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맹호단을 온전히 흡수했습니다.]

[근력이 25로 성장합니다.]

[체력이 25로 성장합니다.]

[민첩이 25로 성장합니다.]

[기력이 25로 성장합니다.]


운기를 마치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근력과 체력이 7, 민첩과 내공 4씩 올라 총합 22만큼 성장했다.

4레벨을 올린 것이나 다름없는 성과였다.


“상태창.”


+

[이름: 우일신]

[레벨: 04]

[업적: 언데드 사냥꾼(고급)]

[근력: 25][기력: 25]

[민첩: 25][체력: 25]

[성장 능력치: 5]

[보유 능력]

-삼재심법(일반) 7성

-삼재검법(일반) 7성

-삼재보(일반) 3성

[남은 보유 포인트: 1358]

+


맹호단을 낭비 없이 흡수한 덕분에 모든 능력치가 균형 있게 성장했다.


이제 남은 기간은 운기조식을 하면서 무공을 수련하는 일만 남았다.


“삼재심법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고, 문제는 삼재검법이랑 삼재보인데······.”


검법과 보법은 안전지대에서 연습하는 게 쉽지 않았다.

확장으로 인해 원룸에서 투룸 크기가 되었다고는 해도 공간이 좁은 건 마찬가지였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우일신은 안전지대 내부를 둘러보다가 바닥에서 벽 그리고 천장까지 올려다보았다.


“꼭 바닥에서 훈련할 필요가 있나?”


바닥에 공간이 부족하면 벽이랑 천장까지 발판으로 삼아서 공간을 확보하면 된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우일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검을 꺼내 들었다.

연습인 만큼 칼집에서 검을 뽑지는 않았다.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끈으로 묶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아, 간다.”


우일신은 삼재보의 천축으로 몸을 가볍게 한 상태에서 벽을 향해 달렸다.


벽에 부딪히기 몇 걸음 전에 힘껏 뛰어올라 벽에 발을 붙였다.


그대로 벽을 타고 달리다가 이내 천장을 향해 뛰어서 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은 움직임.


신체를 가볍게 하는 경공과 신체의 중심을 옮기는 신법, 여기에 보법까지 섞어서 펼친 기예였다.


[삼재보의 보법, 신법, 경공을 동시에 운용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삼재보가 4성으로 성장합니다.]


그 시도가 올발랐다고 알려주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우일신은 천장에 매달린 상태에서 검을 휘둘러보았다.


생전 처음으로 몸이 뒤집힌 상태에서 검을 휘둘렀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후웅.

힘 빠진 검법이 거친 바람 소리를 냈다.


동시에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더 이상 천장에 붙어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우일신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쿵 소리를 냈다.


늦지 않게 낙법을 치기는 했으나 등짝이 얼얼했다.


그러나 우일신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거라면 삼재보도 수련하고, 검법 수련도 되겠지?”


방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검법과 보법 수련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벽을 달리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 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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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용종 라부 +2 23.06.15 1,095 21 11쪽
39 39화 중간 보스(3) +1 23.06.14 1,139 21 13쪽
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7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33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88 23 12쪽
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5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6 23 12쪽
29 29화 울프팩 제거 +1 23.06.04 1,452 20 12쪽
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7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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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1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8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66 23 13쪽
20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5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1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5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6 30 10쪽
16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1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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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3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46 34 10쪽
»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2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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