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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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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48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5.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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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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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16화 너무 쉽다

DUMMY

경찰서에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신고가 들어온다.


“부, 부산역에 테러를 일으키려는 녀석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신고는 뭔가 심상치 않았다.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목소리에서 다급함과 긴장이 느껴졌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하시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분히 설명해 주세요.”


통화자는 경찰관의 말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 본 것을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바, 방금 장검을 든 괴한이 부산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연히 들은 건데 테러를 일으킬 거라고.”


정리되지 않은 말이 쏟아져 나왔으나, 말투에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프, 플랫폼에 포, 폭탄을 설치해서 시, 십 분 후에 터트릴 거라고 했, 어?”


통화자는 놀란 듯 말을 멈추었다.

마치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것처럼.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안 돼! 오지 마, 아아아악!”


비명에 이어서 들고 있던 전화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들키기는 했지만, 상관없나.”


뒤이어 전화기 너머로 노이즈가 섞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누군가가 떨어진 전화기를 주웠다가 우연히 내뱉은 말이 전달된 것처럼.


“앞으로 10분이다. 구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구해봐라.”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당연히 경찰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 * *


“잘 됐으려나.”


부산역 2층에 있는 화장실.


마지막 목소리의 주인이자 경찰에 연락을 보낸 통화자인 우일신이 중얼거렸다.


우일신은 테러를 벌이기에 앞서 112와 119에 전화를 걸었다.


테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부산역 바깥으로 내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명 피해를 국가 기관에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


‘공무원 아저씨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저지른 이상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권총을 뽑았으니 이제 방아쇠를 당길 차례였다.


“비명이 들리던데 괜찮습니까?”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들기며 말을 걸어왔다.


아무리 화장실이라고 해도 큰 소리를 내면 당연히 사람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우일신은 대답 대신 장비창에서 미노스의 투구를 꺼내 머리에 썼다.


뒤이어 전신에 뼈로 된 갑옷이 뒤덮였다.


이걸로 맨얼굴을 들킬 일은 없어졌다.


대신 이 전신 갑옷 입은 모습이 범죄자로 낙인찍히겠지만, 사람의 목숨과 비교하면 싼값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한 번 저질러보자.’


부산역에 몬스터가 나타나기까지 5분.


5분이면 천하를 훔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5분으로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할 생각이었다.


우일신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화장실 문 주위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놀란 얼굴을 했다.


문을 열고 나온 게 뼈로 된 전신 갑옷을 입고 있는 괴한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일부러 사람들의 면면을 한 차례 훑어보고는 말했다.


“비켜라.”


투구 너머에서 나온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처럼 불쾌감이 드는 목소리였다.

내공을 이용해서 목소리를 변조하는 기술을 어설프게 재현한 결과물이었다.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이쪽이 여러모로 형편이 좋았다.


일부러 기세를 일으키며 앞으로 나서자, 사람들은 주춤거리며 길을 비켜주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뿐만 아니라 길을 걷던 행인들도 드문드문 이쪽에 시선을 두었다.


그 모든 시선을 무시하고 화장실 근처에 있는 소화전을 찾았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절단의 장검을 뽑아서 손잡이 끝으로 비상벨을 때렸다.


띠리리리링!

비상벨의 경고음이 귓전을 때렸다.


비상벨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비상벨을 누른 장면을 보았기에 손가락질했다.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으니 곧장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목표는 2층 대기실 근처에 자리한 종합안내센터.

이곳이라면 외부에 구원 요청을 하거나 건물 전체에 알림을 보낼 수 있을 터.


뼈로 된 전신 갑옷에 날붙이까지 든 괴한이 접근해 오자 직원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우일신은 종합안내센터 앞에 와서 변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방송을 보내라. 이 역 어딘가에 폭탄이 설치됐다고.”


터무니없는 발언 때문일까.

안내원들은 말문이 막힌 채 눈만 굴리고 있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무력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 안내소의 표지판을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서겅 하는 절삭음과 함께 잘려 나간 표지판의 파편이 땅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괴한과 표지판의 파편을 번갈아 보았다.


들고 있는 검은 장식이 아닌 진짜.

그렇다면 테러 발언도 혹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

거기에 물을 주듯이 힘주어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역에 폭탄이 설치되었다고 알려라.”


그제야 괴한이 한 소리가 진짜임을 받아들인 안내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일신은 안내원들을 내버려 둔 채 주변에 소리쳤다.

내공으로 만든 어설픈 변성술로 최대한 소리를 키웠다.


“지금 역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앞으로 10분 안에 터진다. 살고 싶은 인간은 도망쳐라!”


쇠를 긁는 듯한 끔찍한 목소리가 비상벨 소리를 뚫고 대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호루라기를 불면서 경비원들이 달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제압용 진압봉과 테이저가 들려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 정도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쪽은 무공을 익힌 일류 무인.

고작 그 정도 무기로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우일신은 장검을 휘둘러 경비원들의 손에 들린 제압용 무기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그리고 손이 빈 경비원들을 한 손으로 가볍게 제압한 뒤 바닥에 무릎 꿇게 했다.


그 모든 과정이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짜고 치는 액션씬으로 보일 정도였다.


우일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도망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강경책이 필요한 듯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이 역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도망치지 않겠다면······.”


우일신은 주변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쪽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도망칠 생각은 안 하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영상을 찍어서 SNS 같은 데 올릴 생각만 하는 사람들.


내력을 사용해 경공과 보법을 섞어서 그들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장검을 휘둘러 스마트폰을 조각내버렸다.


“죽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발언과 함께 살의를 일으켰다.


탑을 오르면서 목숨을 건 사투를 하다 보니 체득한 것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살의를 마주하는 경험이 몇 번이나 되겠는가.


살의에 노출되자 대기실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생존 본능이 경종을 울려댔다.


“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일제히 바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가라.”


우일신은 종합안내센터에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설마 도망치게 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직원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저희도요?”

“아니면 저세상으로 가고 싶나?”

“아니요, 바깥으로 가겠습니다!”


장검을 들이대며 말하자, 직원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2층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무렵,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의 전등이 연신 깜빡거리고, 대기실 전광판의 불이 꺼졌다.


우일신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파 상태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통화권 이탈이라고 떠 있었다.


‘젠장,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어.’


뒤이어 눈앞에 익숙한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종말 시퀀스 시동.]

[페이즈 1. 하얀 기수 로딩 중.]

[부산역이 던전으로 변모합니다.]

[건물 내의 출입과 이동이 제한됩니다.]


[대응 프로그램 - 각성자 기동.]

[탑의 접속 권한을 확인.]

[대응 프로그램과 연동됩니다.]

[각성 레벨을 획득합니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알림창의 내용들.


“꺄아아아아아악!”


뒤이어 째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직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익숙한 괴물이었다.

머리에는 푸른 귀화를 피우고, 뼈밖에 없는데도 멀쩡히 혼자서 움직이는 해골.

스켈레톤.


그와 함께 알림창의 맑은 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부산역 돌발 미션]

[부산역에 나타난 모든 스켈레톤을 처치하시오.]

[스켈레톤 처치 : 0/100]

[성공 보상 : 1000포인트]

+


노골적으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션이었다.


우일신은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그럴 목적으로 부산역에 온 것이었으니까.


스켈레톤들이 사람들을 습격하는 것보다 빠르게 접근하여 검을 휘둘렀다.


‘횡소천군.’


수평으로 휘둘러진 칼질 한 번에 스켈레톤 세 마리의 머리가 사라졌다.


설마 테러범이 자신들을 도울 거라고 생각 못 했는지 사람들은 멍하니 서 있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도망쳐라.”


그 말을 남기고 우일신은 스켈레톤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해골이 해골을 부수는 동족상잔의 광경이었다.


스켈레톤들은 3층과 4층에 나왔던 스켈레톤에 비해 턱없이 약했다.


무기가 없는 것은 물론,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은 스켈레톤보다는 좀비를 연상케 했다.


좀비랑 동급의 스켈레톤 100마리 따위는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이 녀석들에게는 경파는커녕 내력을 쓰는 것조차 아까웠다.


완력으로 휘두르는 검법만으로 네다섯씩 벨 수 있었다.


도리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녀석들을 찾아다니는 게 더 시간이 걸릴 지경이었다.


[스켈레톤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스켈레톤을 사냥하는 도중 본 적 없는 알림창이 계속 떠올랐다.


이제까지 몬스터를 사냥해서 레벨 업을 한 적은 없었다.

아까 알림창에서 봤던 각성 레벨을 획득했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자세한 건 나중에 확인하자.’


우일신은 의문을 잠시 접어두고 3층에서 1층까지 모든 스켈레톤을 처리했다.


[스켈레톤 처치 : 100/100]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연계 미션의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

[부산역 연계 미션]

[고속철도 플랫폼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시오.]

[성공 보상 : 2000포인트, 부산역 던전의 출입 제한 해제.]

+


아주 그냥 뽕을 뽑아먹으려고 작정했다.

이제는 보스 몬스터까지 처리하라니.


“할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니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우일신은 내심 한숨을 쉬며 2층 대합실로 향했다.


던전으로 변해버린 부산역은 바깥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 내의 일부 구역도 반투명한 막으로 막혀 있었다.


대합실에서 고속철도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길이 그러한 제한 구역이었다.


우일신이 일렁이는 보라색 반투명한 막에 손을 올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던전 내의 모든 몬스터의 소멸을 확인.]

[보스 룸의 이동 제한이 해제됩니다.]


알림창이 사라지자 보라색의 투명한 막도 서서히 사라졌다.


정지된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3미터 크기의 거대한 스켈레톤이 서 있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를 발견하자 거대한 해골이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아!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스켈레톤이 등장했습니다.]


일반인이었다면 덩치와 기세에 밀려서 움츠러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일신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쾌검식 태산압정.’


일격에 자이언트 스켈레톤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거대 해골의 두개골에 자리한 푸른 귀화가 억울하다는 듯이 일렁거렸다.


보스 몬스터는 등장과 동시에 퇴장하고 말았다.


우일신은 재가 되어 흩어지는 거대 스켈레톤을 바라보며 고개를 모로 꼬았다.


“······이게 맞나?”


각오했던 것과 달리 부산역 던전은 너무 쉬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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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용종 라부(2) +1 23.06.16 1,073 19 12쪽
40 40화 용종 라부 +2 23.06.15 1,095 21 11쪽
39 39화 중간 보스(3) +1 23.06.14 1,139 21 13쪽
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7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33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88 23 12쪽
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5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6 23 12쪽
29 29화 울프팩 제거 +1 23.06.04 1,452 20 12쪽
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7 23 10쪽
27 27화 불청객 +2 23.06.03 1,507 25 10쪽
26 26화 손님 +4 23.06.02 1,541 26 10쪽
25 25화 삼재공 +3 23.06.01 1,582 31 11쪽
24 24화 종말을 걷어내는 영웅 +1 23.05.31 1,589 30 12쪽
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1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8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66 23 13쪽
20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5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1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5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6 30 10쪽
»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2 29 12쪽
15 15화 테러를 하자 +2 23.05.22 1,948 31 12쪽
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3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46 34 10쪽
12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2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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