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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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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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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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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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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신검합일

DUMMY

리자드맨 챔피언을 쓰러뜨린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우두머리를 잃은 리자드맨들을 처리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5000포인트와 던전 해방을 획득합니다.]

[던전이 해방되어 해당 지역이 원래대로 복구됩니다.]


모든 리자드맨을 처리하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부산역 철도 던전 때처럼 지진과 함께 불타는 늪지대가 서서히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던전이 완전히 사라지고 남포역 승강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네요.”


윤지우가 말했다.


“확실히 상대하기 쉽기는 했어.”


박철이 맞장구를 쳤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포역 던전의 무서운 점은 몬스터가 아니라 환경 그 자체였다.


리자드맨은 불에 약하다는 약점 대신 환경의 이점을 살리는 적이었다.


화재로 늪지대가 망가졌으니, 리자드맨의 전투력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긴장을 풀기에는 아직 일렀다.


남포역 던전은 몸풀기에 불과했다.


[종말을 걷어내는 영웅(영웅)이 활성화됩니다.]

[운명 변동의 대상이 되는 적을 상대할 때 모든 활동에 300% 보정을 받습니다.]


[오크 학살자(희귀)가 활성화됩니다.]

[오크에게 100% 추가 피해를 줍니다.]


알림창이 떠오르며 능력치가 증폭했다.


민첩 수치가 3배로 올라가면서 날카로워진 감각이 인기척을 감지했다.


스크린 도어 너머, 지하철의 터널 쪽에서 느껴졌다.


감각이 날카로운 사람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눈치챘다.


터널에서 메아리치는 대량의 발소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오빠, 이 소리는?”

“오크들이 침공을 시작한 모양이야.”


이제까지 진입을 막고 있던 던전이 사라지면서 접근이 쉬워진 모양이었다.


반면에 이쪽은 방금 던전 공략을 마쳤기 때문에 지친 사람들이 많았다.


원래는 휴식을 취한 다음에 대응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오크 측의 침공이 빨랐다.


‘아니, 거꾸로인가.’


남포역 던전을 사라져서 조바심을 내는 걸지도 모른다.


위기였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녀석들이 침공했다는 건, 어딘가 연결된 길이 있다는 뜻이었다.


녀석들이 침공 루트로 쓰고 있는 남포역과 자갈치역을 이어주는 지하 통로.


이를 거꾸로 타고 올라가면, 단숨에 두르가쉬의 본거지에 파고들 수 있으리라.


“지금부터 인원을 둘로 나눠서 행동합니다. 한쪽은 이대로 지하 통로로 이동. 다른 한쪽은 1층의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합니다.”


우일신은 일행에게 말했다.


인원을 나누는 기준은 체력과 능력 소모의 여유였다.


여유가 있다면 이대로 지하철을 따라 이동하면서 오크들의 진격을 저지.


소모가 빠듯하다면 1층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대피하기로 했다.


진격 팀은 우일신이 지휘를 맡았고, 후퇴 팀은 독고민이 지휘를 맡았다.


“나는 여유가 있는데 왜 후퇴 팀인데?”


독고민은 마음에 안 든다며 항의했다.


이에 우일신은 이유를 말해주었다.


“네가 나 다음으로 강하니까. 돌파는 내가 있으면 어떻게든 돼.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모두 지키려면 네 실력이 필요해.”

“······이번만 넘어가 줄게. 하지만 다음 보스 공략에는 내가 주역으로 나설 거니까!”


호적수의 솔직한 발언에 자칭 최강의 마법사는 용서해 주었다.


‘너무 쉬운 거 아니야?’


독고민을 제외한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같은 생각을 했다.


인원을 나눈 뒤, 각 팀은 곧장 작전 실행에 들어갔다.


우일신은 스크린도어를 열어젖힌 다음, 철로 위로 내려갔다.


멀리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한층 더 선명해졌다.


우일신은 일행과 함께 지하 통로의 어둠 속으로 발을 내밀었다.


침략자에게 쓴맛을 보여줄 때였다.


* * *


오크 로드 두르가쉬는 생각했다.

어째서 계획이 이렇게까지 꼬인 것일까.


세 번째 영역, 인간들이 자갈치 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을 점령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남은 것은 도마뱀 놈들이 점령하고 있는 남포역 던전 하나뿐.


그곳만 집어삼킨다면 이 구역의 진정한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답게 리자드맨들은 여러모로 까다로운 상대였다.


특히 녀석들이 살고 있는 늪지대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장애물이나 다름없었다.


시야를 가리는 빽빽한 수풀도 문제이지만, 바닥에 깔린 진흙과 늪도 문제였다.


진흙은 진군을 속도를 늦추고, 늪은 아예 진군 자체를 막아버린다.


반면에 리자드맨들은 발에 붙은 갈퀴로 늪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거기에 특유의 청록색 피부는 어두운 늪지대에서 위장과 은신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두르가쉬도 침공에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리자드맨의 이점이 환경이라면, 오크의 이점은 숫자였다.


두르가쉬는 숫자의 이점을 살려서 양동 작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먼저 미끼 부대가 위에서 공격해 주의를 끄는 사이, 본진이 지하 통로를 통해 몰래 숨어들어 늪지대를 지워나간다는 계획이었다.


아무리 늪지대에서 게릴라 전술이 효과적이더라도, 숨을 곳이 있을 때나 통하는 법이다.


숫자를 살려서 나무를 치우고 늪지대를 메워버리면 도마뱀 놈들도 속수무책일 터.


그런데 계획의 실행을 눈앞에 두고, 지상에 보내뒀던 1만 마리의 오크가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병력에 공백이 생겨버렸으니, 침공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상황 파악과 병력의 재생산을 위해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포역에 있던 던전의 기척까지 사라졌다.


마지막 던전을 집어삼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계획의 전제부터 파탄 나버렸다.


-취이익!


하지만 두르가쉬는 포기하지 않았다.


준비해 뒀던 지하통로를 급히 개방하여 부하들을 보냈다.


다음 등급 성장의 조건은 모든 던전의 영역을 점령하는 것.


던전이 있었던 공간을 점령한다면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다.


던전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지역 전체를 점령한 다음 인간을 죽이는 걸로 충당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세운 계획은 시작도 전에 망가지고 말았다.


통로를 통해 내보낸 부하들의 기척이 차례차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취이익!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기 위해서 부하에게 명령했다.


-취익, 취익!


상황 파악을 명령받은 부하가 허둥지둥 달려와 통로에 침입자가 있음을 알렸다.


십중팔구 던전을 지워버린 장본인일 게 분명했다.


-취익! 취익! 취익!


두르가쉬는 황급히 후퇴를 명령했다.


빨리 병력을 회수한 다음, 통로의 연결을 끊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에게 본거지까지 지름길을 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알았을 때는 늦은 뒤였다.


콰쾅!

커다란 진동과 함께 통로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흙먼지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해골 기사와 인간들이었다.


두르가쉬는 인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해골 기사를 주시했다.


느껴지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오크 로드는 직감했다.


지상의 부하들을 죽이고, 남포역의 던전을 지운 게 바로 저 해골 기사라고.


시선을 느꼈는지 해골 기사가 두르가쉬 쪽에 고개를 돌렸다.


피할 수 없는 전투가 막을 올렸다.


* * *


+

[자갈치역 철도 긴급 미션]

[오크 로드 두르가쉬가 뚫어둔 통로를 통해 본거지에 진입했습니다. 빈틈을 보인 보스 몬스터와 그 부하들을 처치하시오.]

[성공 보상 : 아이템 강화권(희귀), 던전 해방]

+


오크 무리를 뚫으며 지하철 통로를 따라 자갈치역에 도착하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제대로 1층부터 차례대로 공략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평소와 내용과 보상이 달랐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다르지 않았다.


“오크들의 견제를 부탁합니다.”


우일신은 일행에게 부탁한 뒤 오크 로드를 향해 뛰었다.


신법 질풍일도의 추진 경파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3배로 늘어난 능력치로 인해 두르가쉬는 움직임 자체를 따라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대로 목을 베기 위해서 장검을 휘둘렀지만, 두르가쉬가 들고 있던 도끼가 움직였다.


쾅!

장검과 도끼가 충돌했다.


충격파와 함께 두르가쉬가 튕기듯이 날아갔다.


그러나 우일신은 보았다.


검과 도끼가 충돌하는 순간, 두르가쉬 쪽에서 먼저 몸을 뺐다.


분명 오감이 따라가질 못할 기습이었을 텐데 어떻게 반응한 걸까.


우우웅.

정답을 말해주듯이 오크 로드가 들고 있는 도끼가 맑은 울음을 토해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아니 이 경우, 도끼니까 신부합일(身斧合一)일까?


단순히 내공을 무기에 주입하는 것을 넘어 하나 되는 경지이자 기예.


오감과는 다른 무기와 연결된 감각을 통해서 공격에 반응한 것이다.


저 현상이 가리키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몬스터가 무공을 쓸 줄 알다니.’


그것도 일류 무인, 우일신과 동급의 경지였다.


‘보스 몬스터는 저마다 특별한 뭔가를 가지고 있었어.’


미노스는 변형과 재생.

고블린 주술사는 주술.

리자드맨 챔피언을 물을 다룰 수 있었다.

두르가쉬가 무공을 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상대가 신검합일을 쓸 줄 아는 무인이라면 계산을 새로 해야 했다.


‘내공은 넉넉하지만, 삼재합일을 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야.’


영웅 업적의 효과로 내공이 세 배로 늘어났지만, 그만큼 소모도 많이 했다.


특히 첩진경과 삼재합일을 동시에 사용한 게 문제였다.


경파를 중첩하는 삼재합일은 원래부터 내공을 많이 잡아먹는 기술이다.


여기에 진동으로 위력을 증폭하는 첩진경은 추가적인 내공 소모를 가져왔다.


그런데 남포역에 도착했을 때, 오크 1만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 이 둘을 함께 썼다.


여섯 번 중첩된 경파는 위력이 절륜한 만큼 내공 소모도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자갈치역으로 향하는 통로를 뚫기 위해서 또 한 번 첩진경을 사용했다.


‘알고 있었지만, 삼재심법은 내공 효율이 너무 떨어져.’


삼재심법으로 정제된 진기는 순도가 뛰어나지만, 순도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효율 대신 범용성에 중점을 둔 진기의 성질 때문이었다.


어떤 기운에도 대응할 수 있지만, 진기를 쓸 때마다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내력의 효율을 높이는 여파결로도 경파의 내공 소모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삼재합일은 더는 못 써. 첩진경도 한 번 정도가 한계야.’


경파조차 넉넉하게 다섯 번, 쥐어짜 내면 여섯 번 정도였다.


질풍일도를 쓸 수 있는 횟수도 그 정도라고 봐야 했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무기술의 실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신체 능력이 높고 업적 효과로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이쪽이 유리했다.


우일신은 추진 경파와 함께 두르가쉬와의 거리를 좁혔다.


빨라진 속도만큼이나 강해진 검력이 두르가쉬의 급소를 노렸다.


그러나 오크 로드는 이번에도 도끼와의 연결을 통해 공격을 인지하고 방어했다.


오크 특유의 강인한 몸이 도끼를 타고 전해지는 검력을 버텨냈다.


방어했음에도 신체에 두른 호신기공이 흔들리며 진기의 파편이 흩날렸다.


우일신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 두르가쉬의 움직임을 쫓았다.


반응의 범위가 어떤지, 무기에 진기를 어떻게 싣는지, 도끼에서 울림은 어떻게 나는지.


느껴지는 모든 것을 역으로 되짚어가면서 근간을 파헤쳤다.


오크 로드는 남포동 구역을 정복하려는 행적처럼, 패도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는 화경(化勁) 같은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신검합일의 경지에 의존한 것이었다.


신검합일은 진기를 매개로 무기와 무인을 잇는 기예였다.


무기를 제 몸처럼 다룰 수 있는 것은 물론, 무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 또한 가능했다.


공격이 계속 막히는 것도 이 시점의 차이 때문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이 차이를 따라 잡히는 순간, 오크 로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우우웅!

진기를 머금은 무기가 스스로 우는 것처럼 진동했다.


두르가쉬의 도끼에서 난 소리가 아니었다.


“본보기가 있으니까 익히기 쉽네.”


우일신이 들고 있는 절단의 장검이 검명(劍鳴)을 노래했다.


신검합일에 도달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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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중간 보스(3) +1 23.06.14 1,139 21 13쪽
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7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89 23 12쪽
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5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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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7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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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1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8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66 23 13쪽
20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5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1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5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6 30 10쪽
16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2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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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3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46 34 10쪽
12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2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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