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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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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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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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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작성
23.06.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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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32화 남포역 철도(2)

DUMMY

다행히 생존자들과 충돌해 유혈 사태로 번지는 일은 없었다.


우일신이 뼈 갑옷을 해제하고 맨얼굴을 보여서 인간임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소란을 듣고 뒤쫓아 온 일행의 해명이 더해지자, 생존자들은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았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생존자들의 상태는 전체적으로 썩 좋지 못했다.


후덥지근한 던전의 환경에 더해 식량이 없어서 며칠을 굶었는지 안색이 나빴다.


그나마 수분은 주변에 널린 나무 넝쿨로 해결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바닥에 버려져 있는 넝쿨 줄기와 입가에 묻은 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쯧, 왜 오해할 만한 모습을 해서 사람 귀찮게 하고 있어.”


생존자들은 사과는커녕 불평을 내뱉었다.


여유가 없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봤자, 서로 지치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쪽은 어디서 온 뭐 하는 사람들이오?”

“저희는 초량동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초량동? 그 시커먼 막 바깥에서 왔다고?”


남포동 바깥에서 왔다고 밝히자, 생존자들이 웅성거렸다.


며칠째 이곳에 갇혀 있는 신세이니 저런 반응이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까는 폐를 끼쳤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이걸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우일신은 사과와 함께 장비창에서 식량을 꺼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온 물자였다.


생존자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후덥지근한 환경과 공복 때문이다.


사흘 넘게 넝쿨에서 얻은 물만 마셔온 사람들이 먹을 것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아이고, 뭐 이런 걸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지치셨을 텐데 이리 와서 쉬세요.”


식량을 받은 생존자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며 일행을 환영했다.


역시 먹을 것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었다.


우일신은 우호적으로 된 생존자들에게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여기 있는 대다수는 오크를 피해서 바깥에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2층으로 내려간 사람들에 대해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보스를 잡으러 내려간 뒤로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보스를 잡으러 내려간 공략대는 4명씩 다섯 개의 파티로 구성되어 있었다.

던전 해방이 되지 않은 걸 보면, 십중팔구 2층에서 전멸했으리라.


“환경 자체가 독이나 다름없습니다. 습한 환경이다 보니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아요.”


휴식을 취해도 평소처럼 회복할 수 없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였다.


이곳에 오래 머물면 도리어 체력이 빼앗길 위험이 있었다.


서둘러 2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었다.


“2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디입니까?”

“저기입니다.”


생존자가 가리킨 곳은 아래로 내려가는 동굴이 있었다.


“원래는 한 번에 내려갈 수 있는 숫자에 제한이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인원 제한이 사라졌더군요.”


아마도 공략대를 전멸시킨 보스 몬스터가 2층의 출입 설정을 바꾼 게 아닐까 싶다.


인원수 제한을 해제한 걸 보면 어지간히 자신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일행은 생존자들의 작별 인사 나누고 2층으로 향하는 동굴로 들어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습한 공기가 더욱 짙어졌다.


“이게 뭐야.”


동굴의 끝에 도달하자, 일행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여기저기 솟아나 있는 나무.

찐득하게 달라붙는 진흙 바닥과 늪.

한층 후덥지근한 공기까지.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열대 밀림에서나 볼 법한 울창한 늪지대였다.


+

[남포역 철도 연계 미션]

[늪지대로 변모한 남포역 철도 2층의 보스 몬스터 리자드맨 챔피언과 그 부하들을 처치하시오.]

[성공 보상 : 5000포인트, 던전 해방]

+


알림창이 떠올랐지만, 일행 중 누구도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냄새 때문이었다.


짙은 피비린내와 시체 썩는 냄새였다.


냄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풍겨오고 있었다.


일행은 얼굴을 굳힌 채 냄새의 진원지로 향했다.


냄새가 풍겨오는 곳은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탁 트인 장소였다.


“······!”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숨을 죽였다.


광장에는 토막 난 사람들의 시체가 장대에 매달려 있었다.


우일신은 장대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20개, 먼저 내려간 공략대의 숫자와 일치했다.


어느 시체도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얼굴이 멀쩡한 시체들은 하나같이 고통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지고 놀다가 죽였다는 걸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던전에서 이런 짓을 할 만한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던전에 서식하는 리자드맨.


굳이 입구 근처에 시체를 매달아 놓은 것은 일종의 영역 표시였다.


이 늪지대에 함부로 발을 들이면 이렇게 만들 거라는 알기 쉬운 경고였다.


우일신은 속에서 들끓는 분노를 애써 삭이며 일행에게 말했다.


“······우선 시체를 내립시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말고요.”


다행히 시체 주변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다.


사납고 잔혹하지만 영악하지 않은 리자드맨다웠다.


시체는 들고 다닐 수 없었기에 장비창에 보관해 두기로 했다.


던전을 해방한 뒤,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던전이 해방될 때 함께 사라질 게 분명했으니까.


“이제 어떻게 하죠?”


윤지우가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을 대표하여 물었다.


우일신은 공략대의 표정을 살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크든 작든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 자진해서 싸우기를 정한 사람들이었다.

공포를 주려던 리자드맨들의 의도는 도리어 전의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이 넓은 늪지대에서 리자드맨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령 발견한다고 해도 늪지대에서 리자드맨들과 싸우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만약 리자드맨들이 작정하고 게릴라전을 벌인다면 피해가 커질 게 분명했다.


우일신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늪지대를 둘러보았다.


이 초록 지옥 속에서 리자드맨에게 이길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환경이 문제가 된다면, 그 전제를 뒤엎어버려야 했다.


“우선 숲부터 불태웁시다.”


늪지대를 불태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온갖 초상적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자들이 있었다.


‘능력을 연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우일신은 늪지대를 화마로 뒤덮어 초토화하기로 마음먹었다.


* * *


서양에는 3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온도 30도 이상, 습도 30% 이하, 풍속 30km/h 이상일 때 산불 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늪지대는 기온이 높았지만, 습도가 높고,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그러나 능력자들이 힘을 쓴다면 얼마든지 조건을 맞출 수 있었다.


먼저 물의 정령과 물 속성 초능력자들이 인근의 습기를 빨아들여 습도를 낮추었다.


여기에 흙의 정령과 흙 속성 초능력자들이 축축한 진흙과 늪을 치워버렸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화재가 일어나기 쉽도록 건조한 환경을 만드는 거였으니까.


“준비 끝났습니다.”

“2단계에 돌입합니다.”


물 속성 능력자들과 흙 속성 능력자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 대신 불 속성 능력자들과 바람 속성 능력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1단계가 환경 조성이라면, 2단계는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는 단계였다.


“플레어 월!”


독고민을 비롯한 화염 속성 능력자들이 나무에 불을 질렀다.


사전에 만들어 둔 환경 때문에 손쉽게 불이 붙었다.


“나래야! 바람!”

-짹짹!


여기에 윤지우를 비롯한 바람 속성 능력자들이 바람을 일으켰다.


여럿이서 일으킨 질풍이 넓게 불어오자, 바람을 타고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남은 건 불꽃이 곳곳에 퍼지도록 유도만 하면 됐다.


불과 바람 속성 능력자들이 이동하면서 화재를 퍼트리는 동안, 나머지는 보초를 섰다.


우일신은 늪지대 안쪽을 주시했다.


본래라면 이쪽이 찾아가야 했지만, 화재로 인해 입장이 역전되었다.


이대로 리자드맨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늪지대와 함께 불탈 뿐이었다.


-크라아아악!


예상했던 대로 리자드맨들이 불을 피해서 도망쳐 나왔다.


“리자드맨이다!”

“당황한 틈을 노려서 공격해!”


박철을 비롯하여 대기하고 있던 인원이 도망쳐 나온 리자드맨들을 공격했다.


불길에서 도망쳐 나온 리자드맨들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뛰어난 방어력을 가진 비늘도 화재에 의해 무력화된 상태였다.


불길이 늪지대의 절반을 집어삼켰을 무렵, 우일신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렸다.


“방어!”


우일신은 그렇게 소리치며, 윤지우와 독고민이 있는 쪽으로 몸을 날렸다.


지시를 들은 방어 담당 능력자들이 재빨리 태세를 갖췄다.


직후 늪지대 안쪽에서 무언가가 불타고 있는 나무를 모조리 잘라버렸다.


만약 방어가 늦었다면 나무 근처에 있던 이들까지 피해를 보았을 게 분명했다.


잘려 나간 수풀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리자드맨 무리였다.


그중에는 다른 리자드맨과 비교해서 머리 하나는 더 큰 개체가 섞여 있었다.


리자드맨 챔피언은 직속 부하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고 있는 갑옷이나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크기가 맞지 않는 장비를 고쳐서 입은 듯한 모습.

장대에 매단 공략대에게서 빼앗은 장비들로 보였다.


거기에 불에 의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 전의 공격처럼 불이 번지기 전에 주위의 나무를 베어서 불길을 막은 듯했다.


-크르륵.


녀석은 심기가 불편한 듯 으르렁 소리를 내며 일행을 노려보았다.


이내 들고 있던 창으로 우일신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결투를 신청하는 것 같았다.


이를 무시하고 싸워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우일신은 결투를 받아들이고 다른 이들을 뒤로 몰렸다.


조금이라도 공략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니, 이것도 변명이었다.


리자드맨 챔피언의 낯짝을 보는 순간, 시체가 된 사람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이 녀석을 직접 베지 않으면 도저히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리자드맨 챔피언이 부하들을 뒤에 두고 홀로 앞으로 나섰다.


도마뱀과 해골 기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리자드맨 챔피언이었다.


녀석의 창 주위에 물이 넘실거렸다.


물을 생성해서 다루는 초능력이었다.


광범위한 나무 절단, 토막 난 시체의 흔적.

전부 물을 이용한 공격이었던 모양이다.


물은 창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녀석이 창을 내지르자, 물줄기가 쏘아졌다.


고속으로 사출된 물줄기는 그 자체로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리자드맨 챔피언은 승리를 예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물줄기가 우일신의 갑옷을 뚫는 일은 없었다.


물줄기가 갑옷을 때릴 때마다 철포삼의 호신기공이 동심원을 그리며 요동쳤다.


-크륵?!


리자드맨 챔피언은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에 놀랐지만, 멈추지 않고 공격했다.


이번에는 물줄기와 함께 창까지 내질렀다.


육중한 몸집과 달리 재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느 것 하나 철포삼의 내공 방벽을 뚫지 못했다.


늪지대의 지배자는 미동도 하지 않는 적을 앞에 두고 움츠러들었다.


“다 했냐.”


리자드맨 챔피언이 공격을 멈추자, 우일신이 말했다.


저게 전부라면 이번에는 이쪽의 차례였다.


아직 뽑지 않은 절단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광이 명멸하며 리자드맨 챔피언의 목이 날아갔다.


늪지의 지배자는 숨통이 끊기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절명했다.


작가의말

제목이 내용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변경합니다.


나 혼자 탑에서 무공 천재 → 아포칼립스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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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용종 라부 +2 23.06.15 1,095 21 11쪽
39 39화 중간 보스(3) +1 23.06.14 1,139 21 13쪽
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7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33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88 23 12쪽
»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4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6 23 12쪽
29 29화 울프팩 제거 +1 23.06.04 1,452 20 12쪽
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7 23 10쪽
27 27화 불청객 +2 23.06.03 1,507 25 10쪽
26 26화 손님 +4 23.06.02 1,541 26 10쪽
25 25화 삼재공 +3 23.06.01 1,581 31 11쪽
24 24화 종말을 걷어내는 영웅 +1 23.05.31 1,589 30 12쪽
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0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7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66 23 13쪽
20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5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0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5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6 30 10쪽
16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1 29 12쪽
15 15화 테러를 하자 +2 23.05.22 1,947 31 12쪽
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3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46 34 10쪽
12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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