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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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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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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작성
23.06.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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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5화 첫 번째 귀환

DUMMY

간이 장례식이 끝나자, 우일신은 간신히 쉴 시간이 생겼다.


근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박철이 말을 걸어왔다.


“수고했어, 동생.”


그는 들고 있던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레몬 맛 탄산수······.”

“좋아하는 거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맛을 좋아하지 않지만, 탄산 특유의 톡톡 튀는 감각은 좋아했다.


박철에게 말한 적이 없을 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박철이 체리 향 콜라 캔을 따면서 피식 웃어 보였다.


“탑에서 들은 거야. 치즈버거랑 탄산수를 마시고 싶다고.”


치즈버거 세트, 콜라 대신 탄산수.

우일신이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었다.


치즈버거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먹는 걸 보고 호기심에 먹어봤다가 맛을 들인 경우였다.


그걸 말한 걸 보면 어지간히 친한 사이였던 모양이다.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탑을 통해서 알게 된 인연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동생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해졌다.


그만큼 박철의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리라.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음료수를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례식이 끝난 뒤, 사람들에게 음식이 제공되었다.


메뉴는 육개장과 밥 그리고 몇 가지의 밑반찬이 전부였다.


전부 우일신이 상점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만든 것들이었다.


요리는 생존자 중에서 음식점을 하셨던 아주머니들이 도맡았다.


사정을 설명하니, 기꺼이 요리를 맡아주셨다.


“간이라고 하지만, 용케도 장례를 치렀네.”

“상주(喪主)를 한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우일신은 대답하다가 아차 싶었다.


곁눈질로 박철의 반응을 살폈다.


담담한 표정은 속내를 알기 어려웠다.


탑에서 사정을 들었던 걸까?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박철이 말했다.


“들어서 알고 있어. 대학 졸업 무렵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며.”

“······.”


우일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은 사정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동생이랑 의형제를 맺게 된 거 말이야.”


먼저 운을 뗀 것은 박철 쪽이었다.


“탑에서 동생이 아내를 구해줬거든.”


그가 아내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그쪽의 나는 종말이 터졌을 때 아내를 구하다가 죽었던 모양이야.”


탑에서 만난 백문희는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되살아난 격이었다.


박철은 탑에서 만난 우일신에게 은혜를 느꼈다.


그것이 탑 밖에서 만난 현실의 우일신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였다.


“물론 탑 속의 동생이랑 탑 밖의 동생이 다른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


뿌리는 같을지라도 함께한 시간이 달랐다.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동생을 도저히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더라고.”


박철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라보는 시선에는 걱정이 어려 있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걱정하는 것 같은 눈이었다.


“동생은 대단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래서 위태롭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


좋은 사람이고, 책임감이 강하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를 떠넘겨져서 짊어졌다.


꺾일 법도 하건만, 가진 바 능력이 책임을 짊어지는 걸 가능케 만들었다.


“이번 일도 그래, 동생이라면 공략대 없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었겠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못한다는 말은 안 하네?”

“······.”


업적에 의한 보정이 있었던 만큼 박철의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반응에 박철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이제까지 만난 보스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어느 것 하나 혼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마 공략대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그나마 예외라고 할 수 있는 건 독고민 정도가 전부였다.


괜히 우일신이 리자드맨 챔피언과 오크 로드를 상대할 때 물러나라는 말을 순순히 들은 게 아니었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령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지금처럼 피해 없이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격차가 크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처럼 도움을 주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공략대의 대장이 보스 몬스터와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게 공략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박철은 생각했다.


우일신은 말속에 담긴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자책, 영웅이 된 의동생을 향한 대견함과 경외였다.


“······.”


우일신은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좋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째서 박철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탑 속의 일을 입에 담은 걸까.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박철의 말에는 걱정과 칭찬 이외에도 부채감 같은 게 느껴졌다.


‘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가령 누군가가 죽었다던가.


“탑에서 제가 죽었던 겁니까?”

“······!”


박철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우일신을 바라보았다.


표정만 봐도 정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안 거야?”

“반쯤 떠 본 거였는데 정답이었네요.”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찔러본 결과, 보기 좋게 걸려든 셈이다.


“탑에서 제가 죽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요.”

“······.”

“형님이나 형수님 돕다가 죽은 거죠?”

“······그래.”

“탑 속의 저는 원망하던가요?”

“아니,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하더군.”

“그러면 문제없네요.”

“너는 그걸로 괜찮은 거냐?”

“제가 원한 거라면서요. 그러면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문제는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 쪽이었다.


죽음은 한 사람의 숨이 끊어지게 전부가 아니었다.


죽은 사람의 주변 사람들에게 크든 작든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저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한동안 빈자리가 크게 다가왔거든요.”


우일신은 식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울면서 숟가락을 움직이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던전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었다.


“슬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배는 고프고 잠은 오더라고요.”


감정은 소모되기 때문에 지속하는 데는 타고남이 필요했다.


그는 식음을 전폐하면서 부모님의 죽음을 슬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그 뒤로는 관성으로 살아왔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일상은 평소처럼 반복되었다.


“시련의 탑에 납치되기 전까지는.”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던 무채색의 일상 뒤집어졌다.


“그곳에서 살기 위해 발악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죠.


나는 아직 살고 싶은 거구나.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었으면서, 죽음에 의해 살아갈 의지를 얻다니.

지독한 모순이었다.


“아마 그쪽의 저도 비슷한 걸 느꼈을 겁니다. 그러니까 형님이 부채감을 느끼실 필요는 없어요.”

“동생은 강하네.”

“잃을 게 없으니까요. 그러는 형님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내가?”

“세상이 개판이 되었는데도 가족을 지켜냈잖아요. 충분히 대단한 일 아닙니까.”


이곳은 그런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이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다.


두 사람은 들고 있던 음료수를 들이켰다.


음료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마다 탄산의 톡톡 튀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마치 지금 느끼고 있는 우울함을 씻어내는 것처럼.


“음료수 다 마셨네. 하나 더 가져와야겠다. 동생은 어떻게 할래?”

“저도 부탁합니다.”


박철이 음료수를 가지러 자리를 뜨자, 뒤이어 독고민이 우일신을 찾아왔다.


“한참 찾았네. 어디 갔나 했는데 여기서 궁상떨고 있었던 거야?”

“장례식 끝나자마자 어디 안 가고 계속 여기 있었는데?”

“누구보고 길치에 바로 앞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도 못 찾는 집중력 부족이라는 거야!”

“······.”


이 마법사, 마법 빼고는 허당인 구석이 있었다.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귓가가 불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은 건데.”

“크흠, 슬슬 떠날 생각이거든.”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멋대로 따라붙을 때는 언제고, 통보만 하고 떠나겠다니.


“그래, 잘 가라.”

“한 번쯤 붙잡는 게 예의잖아!”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막는 주의니까.”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저런 식으로 반응하니 놀리는 맛이 있었다.


“그러면 예의상 물어보겠는데, 이유가 뭐야?”

“내가 줄곧 따라다녔던 건 네가 가진 강함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어.”


지금까지 졸졸 따라다닌 이유가 그거였다니, 어지간히 경쟁심이 강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비밀을 알아냈어?”

“당연히 알아냈지. 무지 재미없는 사실이었지만.”


독고민은 손가락 세 개를 펴면서 말했다.


“네가 가진 강함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었어. 재능, 노력, 그리고 운.”

“세 개 다 당연한 거 아니야?”

“그래서 재미없다고 했잖아.”


우일신이 강해진 데는 특별한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고, 매일 시간을 내서 이를 갈고 닦았다.


여기에 운이 더해져서 좋은 아이템과 대량의 포인트를 얻었다.


그 뒤로는 이점이 한곳에 모여서 눈덩이 굴러가듯 점점 불어났다.


독고민으로서는 공략대를 이끄는 상황이 족쇄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대로 붙어 있어봤자, 들러리 노릇만 할 것 같으니까. 그래서 떠나려고.”

“어디로 갈 건데?”

“네가 가려는 쪽이랑 반대 방향.”


철저하게 반대노선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야?”

“동부산 쪽으로 갈 것 같아.”


우일신은 운명 극장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면 나는 서부산이네.”

“바로 떠날 거야?”

“왜 인제 와서 아쉬워졌어?”

“뛰어난 마법사가 간다는데 아쉬워하는 게 당연하지.”

“······탑에 다녀온 뒤에 떠날 거야.”


독고민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바로 떠날 것처럼 굴더니 칭찬 한 번에 마음을 돌리다니.

너무 쉬워서 도리어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모르는 아저씨가 칭찬하면서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된다?”

“누굴 어린애로 보는 거야!”

“자, 잠깐, 마법 쓰는 건 반칙!”


독고민이 마법을 쓰자, 우일신은 냅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한동안 두 사람의 추격전이 이어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말리지 않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겨울이 가까운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 * *


다음날, 체류 기간이 종료되면서 등반자들은 일제히 탑으로 복귀했다.


탑 바깥으로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진에 빨려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탑으로 복귀하였습니다.]

[귀환 기능이 비활성화됩니다.]

[다음 귀환은 10층 클리어 이후입니다.]


알림창은 지구로 귀환하고 싶다면 탑을 공략하라고 못을 박았다.


[안전지대에 입장하였습니다.]

[최대 7일까지 체류가 가능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체류 기간 안내였다.


우일신은 상점과 장비창을 열어서 이제까지 얻었던 부산물들을 정리하려 했다.


[아이템 강화권(희귀)]


그러다가 지금까지 장비창에 짱박아 둔 아이템을 발견했다.


‘다른 일로 바빠서 이제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네.’


[아이템 강화권(희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하나를 선택해 등급을 한 단계 올린다. 최대 희귀 등급까지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아이템 강화권은 이름 그대로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올릴 수 있는 건 희귀 등급까지니까 미노스의 투구에는 쓸 수 없었다.


고급 등급 아이템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았다.


현재 보유 중인 고급 등급 아이템은 크게 세 가지.


복원의 서랍장.

강사보의.

절단의 장검.


복원의 서랍장은 이미 아이템 수리용으로 잘 쓰고 있는 제외였다.


강사보의도 미노스의 투구를 통해서 강화할 수 있으니 제외.


소거법으로 남은 것은 절단의 장검이었다.


‘오래 쓰기는 했지.’


처음 얻은 고급 등급의 명품 아이템인 만큼 애착이 가는 무기이기도 했다.


우일신은 아이템 강화권을 절단의 장검에 사용했다.


티겟이 산산이 찢어지면서 장검에 들러붙었다.


환한 빛과 함께 장검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절단의 장검(고급)이 강화됩니다.]

[삭풍검(희귀)을 획득하였습니다.]


작가의말

치즈버거는 아이언맨1에서 토니 스타크가 치즈버거를 먹는 것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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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용종 라부(2) +1 23.06.16 1,073 19 12쪽
40 40화 용종 라부 +2 23.06.15 1,095 21 11쪽
39 39화 중간 보스(3) +1 23.06.14 1,139 21 13쪽
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8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33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89 23 12쪽
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5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6 23 12쪽
29 29화 울프팩 제거 +1 23.06.04 1,452 20 12쪽
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7 23 10쪽
27 27화 불청객 +2 23.06.03 1,507 25 10쪽
26 26화 손님 +4 23.06.02 1,541 26 10쪽
25 25화 삼재공 +3 23.06.01 1,582 31 11쪽
24 24화 종말을 걷어내는 영웅 +1 23.05.31 1,589 30 12쪽
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1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8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66 23 13쪽
20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5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1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5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6 30 10쪽
16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2 29 12쪽
15 15화 테러를 하자 +2 23.05.22 1,948 31 12쪽
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3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47 34 10쪽
12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2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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