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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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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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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작성
23.05.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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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20화 부산역 철도 2층

DUMMY

본래 능력자는 등반자를 뜻하는 말이었다.


탑에서 귀환한 등반자는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반자와는 다른 유형의 능력자가 나타났다.


우일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각성자.’


종말 시퀀스와 함께 대응 프로그램이라고 떴던 알림.


탑의 접속 권한과 연동되기는 했지만, 별개로 운용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모님은 어쩌다가 능력자가 된 겁니까?”


우일신의 물음에 박철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탑에 끌려가기 전부터 부산역 인근에 볼일이 있었어. 탑에서 돌아온 뒤로 아내랑 같이 부산역 지하철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지하철 전체가 던전으로 변모했다는 거군요.”

“그래, 알림까지 뜬 거 보고 기겁했다니까. 그래서 아내한테 호신용으로 예비 무기까지 쥐여줬거든.”


그런데 박철의 아내는 어린애가 고블린에게 공격받는 걸 보고 냅다 들고 있던 무기를 던져버렸다.


운 좋게도 무기는 급소에 맞았고, 고블린은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아내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르더니 각성자가 되어버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이 던전 내에서 몇 건이나 확인되었다.


각성자가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몬스터와 싸운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등반자와 각성자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다.


“각성자는 등반자처럼 체질 개선이라던가 지식을 주입받지는 않더라.”

“그러면 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던 겁니까?”

“알림창으로 설명해 주는 모양이더라고.”


체질 개선을 받지 않은 각성자의 초기 능력치는 개개인이 달랐다.


그 수치는 아무리 높아도 10을 넘기지 못했다.


등반자의 초기 능력치가 모두 빠짐없이 10이었던 것과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일이었다.


“각성자도 스킬이라는 능력을 얻기는 하지만,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았어.”


각성자는 각성과 동시에 일반 등급 능력 하나를 얻게 된다.


스킬에는 랭크가 있어서 1랭크부터 최대 10랭크까지 올릴 수 있었다.


능력을 성장시키는 위해서는 포인트나 마석이 필요했다.


문제는 스킬 랭크를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스킬을 2랭크로 올리는 데만 2천 포인트가 필요했다.


스킬 랭크의 합계는 각성 레벨의 합계를 넘을 수 없다는 제약도 있었다.


“그 밖에도 공략 레벨이 없고, 장비창도 없고, 상점도 이용할 수 없더라.”

“각성자만의 장점은 없는 겁니까?”

“스킬의 획득과 성장이 직관적인 것 정도?”


각성자는 10레벨 단위로 새로운 스킬을 얻거나 10랭크 스킬을 다음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들을수록 각성자는 등반자의 하위호환이었다.


등반자와 달리 어디까지나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생존을 위한 수단을 쥐여준 느낌이었다.


각성자가 된 사람 전원이 몬스터와 싸운 경험이 있다는 게 그 방증이었다.


‘차별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야.’


지금만 해도 등반자와 각성자 사이의 격차가 확연했다.


시련이 탑에서 귀환한 등반자가 가진 것은 능력과 아이템만이 아니었다.


저마다 경험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각성자는 이제 막 눈앞의 들이닥친 현실과 마주한 사람들이었다.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눈앞의 던전 공략만 봐도 등반자들끼리 파티를 짜는 게 이득이었다.


그나마 각성자를 받아들인다면, 희귀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이리라.


하지만 우일신의 생각은 달랐다.


“알겠습니다. 사모님까지 해서 4명으로 공략하죠.”

“고마워, 동생!”


허락이 떨어지자, 박철은 뛸 듯이 기뻐했다.


“괜찮겠어요?”


윤지우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보스와 싸울지도 모르는데 미숙한 사람을 파티에 넣어도 괜찮겠냐는 물음이었다.


“괜찮아. 우리 세 사람이면 미숙한 사람이 하나 있어도 문제없으니까.”


지옥이나 다름없어진 세상에서 동정이 사치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능력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했다.


능력이 부족한 정도는 이쪽에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었다.


여차하면 마석을 몰아주는 걸로 성장을 가속하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철이 형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우일신에게는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다.


* * *


“백문희라고 합니다.”


박철의 아내는 온화하고 나긋나긋한 성품의 미인이었다.


대체 어쩌다가 박철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 의문은 윤지우도 마찬가지였는지 박철과 백문희를 번갈아 보더니 중얼거렸다.


“도둑놈.”


우일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놓으니 나이 차이가 못해도 10살은 되어 보였다.


액면가로 박철은 40대로 중반, 윤지우는 못 해도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윤지우의 말에 박철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내랑 나이 차이 별로 안 난다고! 고작 3살 차이야!”


남편의 반응이 익숙한 건지 백문희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살포시 웃었다.


“후후, 남편 말대로예요. 저희 두 사람 다 아직 30대거든요.”


백문희의 대답에 윤지우가 박철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말했다.


“우와, 아저씨 진짜 겉늙으셨네요.”

“너도 나이 먹어 봐라. 이렇게 안 되나.”

“저는 아직 파릇파릇한 20대인걸요. 늙더라도 아저씨보다는 사모님처럼 될 거예요!”


윤지우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봐도 박철을 놀리는 말투였다.


“내가 아내랑 결혼한 게 그렇게 의외였냐?”

“네!”

“이 녀석이!”

“꺄악, 근육 고릴라가 날뛴다! 사모님 살려줘요!”

“어머 어머.”


윤지우가 백문희를 방패 삼아 숨어버리자, 박철은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백문희는 윤지우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너무 남편을 놀리지 말아 주세요. 남자다운 외모와 달리 마음이 섬세한 사람이거든요.”


언행만 놓고 보면 싸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이 무기를 던져서 고블린의 뚝배기를 날려버렸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괜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만담이 끝나자, 우일신이 자기소개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일신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남편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백문희의 시선이 우일신의 전신에 두른 뼈 갑옷을 훑었다.


“······호칭은 어떻게 할까요?”

“편한 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기사님이라고 부를게요.”


그녀는 테러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도리어 본명으로 불리기 껄끄러운 상황임을 눈치채고 배려해 주었다.

그만큼 남편의 안목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사모님의 능력을 알 수 있을까요?”

“회복이에요. 마력이라는 걸 추가로 소모하면 해독도 가능하답니다.”


회복 능력은 수요에 비해서 인원은 많지 않았기에 어디를 가든 주목받는 능력이었다.


심지어 해독까지 가능하다면 복권의 1등 상이나 다름없었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박철의 부탁이 없었더라도 키워야 할 수준이었다.


“한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4인 파티가 성립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마다 파티를 이루고 있었다.


1층에 남아서 자리를 지킬 인원을 빼고, 2층으로 향하는 파티는 총 여덟 팀이었다.


이제부터는 파티 단위로 개별 행동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일행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는 묘하게 개찰구를 닮아 있었다.


개찰구 앞에는 알림창이 하나 떠 있었다.


[한 번에 최대 4인까지 진입 가능.]


네 사람은 나란히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4인 입장 완료.]

[다음 입장까지 남은 시간 5분.]


계단을 따라 통로를 내려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넓은 공간이 나왔다.


부산역 던전과 달리 주변에 보스 몬스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타고 내려온 출구 근처에는 8번 출구라고 적혀 있었다.


‘설마 들어오는 통로랑 반대로 내려오는 통로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 건가?’


8번이라는 걸 보면 못해도 출구가 일곱 개는 더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는지 표정이 나빠졌다.


“동생, 이거 설마······.”

“예상하시는 대로 최악에는 여덟 팀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싸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덟 팀이 힘을 합쳐서 보스를 잡는다는 당초의 계획이 흐트러졌다.


그런 일행을 조롱이라도 하듯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부산역 철도 연계 미션]

[던전으로 변모한 부산역 철도 2층의 보스몬스터 고블린 주술사와 그 부하들을 처치하시오.]

[성공 보상 : 4000포인트, 던전 해방]

+


미션을 통해 이곳에 보스 이외에도 고블린이 있다는 게 확정되었다.


“일단 모든 파티가 입장하는 40분까지 기다려 보죠.”

“시간이 다 돼도 아무도 안 오면요?”

“그때는 저희끼리 진입합니다.”


우일신은 스마트폰의 타이머를 확인했다.


입장과 동시에 설정해 둔 타이머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일행은 사주를 경계하면서 다음 파티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록 다른 파티가 내려오는 일은 없었다.


결국 따분함을 참지 못한 윤지우가 백문희와 상대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여러 주제가 오간 끝에 이야기는 박철과 백문희 부부의 결혼 계기로 이어졌다.


“두 분이 원래 편의점 점장이랑 알바였는데 그대로 결혼에 골인했다고요?”

“네, 남편이 발주도 제대로 못 해서 쩔쩔매던 걸 돕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윤지우는 의외라는 눈으로 박철을 곁눈질했다.


저 근육질 몸으로 편의점 점장이라니, 상상이 가질 않았다.


“저 몸으로 편의점 점장이라니 진짜예요?”

“명함도 있는데 드릴까요?”


명함까지 있으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박철이 발끈하며 말했다.


“이 근육은 어디까지나 건강을 위해서 취미 삼아 키운 거라고.”

“그래서 3대 500은 넘겨요?”

“당연히 넘기지! ······아.”


박철은 뒤늦게 자기가 함정에 걸렸음을 눈치챘다.


일반인이 3대 운동 합계가 500kg을 넘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쯤 되면 전문 운동선수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으니까.


“역시 보디빌더가 주업이고 편의점 점장이 부업이죠?”

“······우리 이야기는 이쯤하고 일신 동생 이야기 좀 해보지.”


박철은 필사적으로 주제를 돌렸다.


가만히 있던 우일신에게 유탄이 튀었다.


‘가족 이야기는 가능하면 빼야겠지?’


우일신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가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사고로 돌아가셨다.

부모님이 남긴 약간의 유산으로 원룸에서 버티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처지였다.


‘천애고아라고 말해봤자 분위기만 싸늘해질 게 분명해.’


우일신에게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결국 시련의 탑에 끌려가기 직전의 처지를 간결하게 이야기했다.


“평범하게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취준생이었습니다.”

“평범한 취준생이 그렇게 싸움을 잘한다고? 믿기지 않는데······.”

“형님이 근육질이면서 편의점 점장인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윽, 그러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만.”


물론 박철의 말도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


우일신이 꽃피운 재능은 평화적일 때는 절대 알 수 없는 재능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재능에서 비롯된 감각이 접근하는 인기척을 감지해 냈다.


숫자는 열 이상, 짧고 연속된 발소리는 상대의 크기가 작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던전에서 숫자가 많고 크기가 작은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수다는 여기까지. 전원 전투 준비!”


외침과 동시에 잘 무장된 고블린 부대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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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6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7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33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88 23 12쪽
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5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4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6 23 12쪽
29 29화 울프팩 제거 +1 23.06.04 1,452 20 12쪽
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6 23 10쪽
27 27화 불청객 +2 23.06.03 1,507 25 10쪽
26 26화 손님 +4 23.06.02 1,541 26 10쪽
25 25화 삼재공 +3 23.06.01 1,581 31 11쪽
24 24화 종말을 걷어내는 영웅 +1 23.05.31 1,588 30 12쪽
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0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27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66 23 13쪽
»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5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0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5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6 30 10쪽
16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1 29 12쪽
15 15화 테러를 하자 +2 23.05.22 1,947 31 12쪽
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2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46 34 10쪽
12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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