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111,201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5.16 22:30
조회
2,132
추천
34
글자
12쪽

9화 웨이브

DUMMY

정황상으로 볼 때 부산역이 3층의 최종 목적지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눈앞의 사람들과 함께 부산역으로 향하는 게 미션의 목적일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반드시 방해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혹시 부산역 주변에는 해골들이 많은 겁니까?”

“눈치가 빠른데, 예상하는 대로 부산역이 해골들의 발생원답게 바글바글 모여 있거든.”


수천에 달하는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장소에 접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똑같이 숫자로 밀어붙이던가, 아니면 막대한 화력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다.

어느 쪽도 격리된 공간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격리 공간이 초량동 전체니까 사람을 모으는 건 가능하지 않냐고?

사람을 모은다고 해도 어떻게 통솔할 것이며, 사람 수만큼의 장비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설령 사람들이 통솔에 따르고 충분한 장비를 구했다고 해도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생자에 대한 끝 모를 증오와 죽음 대한 두려움이 없는 움직이는 해골.

동족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끝도 없이 몰려드는 괴물들을 눈앞 두고 멀쩡히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역은 공략되는 일 없이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야. 자네도 봤지? 녀석들의 감지 능력.”


반경 100미터 내의 생명체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은 가뜩이나 힘들었던 자원 수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스켈레톤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원래 그런 능력이 없었어. 지금처럼 무기를 들고 있지도 않았고.”


초창기 스켈레톤은 뼈다귀답게 멍청했고, 감지 범위도 좁아서 피하기도 쉬웠다.

상황만 받쳐준다면 어린애라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무기를 드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감지 범위까지 넓어져서 까다로워졌어.”


이대로 스켈레톤들이 계속 강해진다면, 언젠가는 대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선택지는 둘뿐이었다.

스켈레톤에게 맞아 죽거나 자원 고갈로 말라죽거나.

그렇게 되기 전에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함께 부산역을 공략하자.”


박철이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했던 것은 영입 제안을 위해서였다.


“좋습니다.”


우일신은 즉답했다.

박철은 놀란 얼굴로 우일신을 바라보았다.

설마 잠깐의 고민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격적인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협력 관계가 되었으니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일신은 그렇게 말하며 스켈레톤의 뼛조각을 꺼내 보였다.


“해골들을 피해서 부산역으로 갈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 * *


[원념의 뼛조각(일반)]

[죽음을 맞이한 스켈레톤의 원념이 깊게 서려 있는 뼛조각. 죽음의 기운이 응축되어 있다. 가루로 만들어서 몸에 뿌리면 30분 동안 스켈레톤의 탐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켈레톤에게서 얻은 아이템은 단순한 뼛조각이 아니었다.

우일신도 감정 기능이 없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다.


일행에게는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으로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다.


우일신의 설득에 힘입어 일행은 부산역으로 향했다.


부산역과 가까워질수록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스켈레톤이 늘어났다.

그러나 스켈레톤들은 일행이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설마 해골의 뼛조각에 이런 효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일행을 감지하지 못하는 스켈레톤들의 모습에 윤지우는 연신 감탄했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등에 메고 있는 활과 화살통이었다.


우일신의 시선을 느낀 건지 윤지우가 말을 걸어왔다.


“왜 그렇게 보세요?”

“여기서 활을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아, 이거요? 던전에서 얻은 물건이에요.”


윤지우는 활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검게 칠해진 활의 몸체는 낡아 보였지만 동시에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는 문양은 이 활이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화살을 맞히면 충격파를 만들어 내는 특수한 활이에요. 이걸로 해골의 머리를 맞히면 그걸로 한 방에 골로 보낼 수 있어요! 대신 당기기 어려워서 연사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단점을 감안해도 충분히 좋은 무기네요.”



우일신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감정 기능으로 활을 확인해 봤기 때문이다.


[우레의 활(일반)]


윤지우의 활은 일반 등급의 명품 무기였다.

이런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동행하고 있는 일행 전원이 일반 등급의 명품이나 고급 등급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전원이 던전에서 탈출했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이만한 전력으로도 부산역을 공략할 수 없다면 애초에 공략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슬슬 보인다.”


선두를 서던 박철이 입을 열었다.

부산역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와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스켈레톤의 수도 늘어났다.


일행은 어슬렁거리는 스켈레톤을 조심하며 부산역 앞 광장에 발을 들였는데.


[경고! 경고! 경고!]


새빨갛게 물든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벤트 지역에 발을 들였습니다.]

[아이템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이벤트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가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연달아 떠오르는 경고문.


키리릭 하는 뼈 울리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들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였다.

검푸르게 타오르는 귀화의 불빛은 명백히 일행을 인식하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시선은 무형의 압력이 되어 전신을 옥죄어 왔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두 집단.


“도망쳐!”


멈춘 것 같은 시간을 움직인 것은 우일신의 외침이었다.


-딱딱딱!


동시에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이빨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일행 역시 스켈레톤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렸다.


우일신은 천축 경공을 펼치면서 절단검을 뽑아 들었다.

달리는 기세를 그대로 실린 대각선 수평 베기가 앞을 가로막던 해골의 목을 베었다.


우일신은 선두에 서서 스켈레톤들을 베어내며 길을 열었다.

향하는 곳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산역 정문 입구.

역 건물의 입구 근처에는 이상하게 스켈레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건물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이쪽으로 빨리!”


가장 먼저 입구에 도착한 우일신은 일행에게 소리쳤다.

미션의 성공 조건은 동행인과 함께 지정된 위치까지 이동하는 것.

혼자서만 골인 지점에 들어가는 건 성공이라고 할 수 없었다.


우일신은 쫓아오는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뒤로 갈수록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광장을 새하얀 뼈가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


우일신은 일행에게 접근해 오는 해골들을 베어내면서 호위에 전념했다.

그 노력에 힘입어 전원이 무사히 정문 입구를 지날 수 있었다.


우일신은 쫓아오는 해골들을 등진 채 입구를 향해 뛰었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스켈레톤들을 뒤로 하고 입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


[시련의 탑 3층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3000포인트가 획득합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우일신은 자신이 부산역의 건물 안이 아니라 안전지대에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안전지대의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열렸던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몇 번을 경험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현실감 없는 상황.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모두 꿈이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무사할까?’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일신은 출입문을 열어 다음 계층으로 향했다.


다행히 문 너머는 조금 전 보았던 부산역의 내부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람들 역시 아까 본 그대로였다.

들어온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켈레톤들은 거짓말처럼 입구 근처에서 멈춰 있었다.


‘다행히 이어지는구나.’


우일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안전지대에 있는 동안 이쪽의 시간이 흐르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다.


‘추측했던 대로 안전지대와 계층 간의 시간은 별개로 흘러가는 건가?’


2층 미로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안전지대에서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복도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그대로였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한다고 해놓고 정신적으로 몰려 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우일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산역 내부는 조용했다.


들리는 인기척은 일행이 내는 소리가 전부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스켈레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여기가 스켈레톤이 나오는 진원지 맞나?’


그런 의문이 든 순간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련의 탑 4층]

[제한 시간 동안 무제한 웨이브에서 살아남으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4000포인트]


뒤이어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5:00]


“이거 저만 보이는 거 아니죠?”

“웨이브라니 이건 대체······.”

“대장 이제 어떻게 합니까?”


시간을 나타내는 알림은 우일신에게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파티 전원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우선은 위로 올라가죠. 어떻게든 몰려드는 녀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우일신은 당황하는 일 없이 해결책을 내놓았다.


“형씨를 따라서 이동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철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선두에 선 우일신은 일행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전기가 끊겨서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는 2층의 대합실로 이어져 있었다.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3:50]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에스컬레이터가 길었던 것도 있지만, 일행이 지쳐있던 게 컸다.

스켈레톤들을 피해서 전력 질주를 한 직후였다.

당연히 몸이 굼떠질 수밖에 없었다.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2:58]


본래라면 사람이 붐벼야 할 2층 대기실은 전광판의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넓고 조용한 공간에 다급한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일행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푸드 코트가 늘어선 3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이번 에스컬레이터는 아래층 것보다 짧았다.


“식당 안에 있는 의자들을 있는 대로 꺼내 와서 장애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좁은 골목길처럼 한 놈씩만 오게 만드는 거였다.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1:33]


우일신을 포함한 11명은 3층 곳곳으로 흩어져 되는대로 의자를 끌고 왔다.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1:00]


3층 중앙을 중심으로 양쪽에 서서히 장애물이 만들어졌다.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0:29]


한쪽 장애물이 완성되고, 다른 한쪽이 절반쯤 만들어졌을 때.


[웨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0:00]

[무제한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알람의 무자비한 선고가 떨어졌다.


아래쪽에서 밀려오는 무수히 많은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건 일행이 올라온 방향만이 아니었다.

대합실 중앙에 자리한 문, 원래라면 고속철도 플랫폼이 있는 통로 쪽에서도 들려왔다.


-딱딱딱!


열려 있는 모든 통로에서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밀려들고 있었다.


탁 트인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해골의 파도에 일행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젠장,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의자를 난간 너머로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3층에서 떨어진 의자는 해골 몇 마리를 박살 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부서진 스켈레톤은 금세 뼈의 파도에 집어삼켜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약간의 방해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의 폭력이었다.


모두가 아연실색하는 가운데.


[웨이브 종료까지 남은 시간 30:00]


새롭게 떠오른 알람이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말

좀비(대신 스켈레톤) 아포칼립스에서 웨이브는 국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화 용종 라부(2) +1 23.06.16 1,073 19 12쪽
40 40화 용종 라부 +2 23.06.15 1,096 21 11쪽
39 39화 중간 보스(3) +1 23.06.14 1,140 21 13쪽
38 38화 중간 보스(2) +1 23.06.13 1,217 20 13쪽
37 37화 중간 보스 +1 23.06.12 1,238 19 14쪽
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2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9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33 33화 신검합일 +6 23.06.08 1,290 23 12쪽
32 32화 남포역 철도(2) +1 23.06.07 1,276 22 12쪽
31 31화 남포역 철도 +1 23.06.06 1,346 20 11쪽
30 30화 울프팩 제거(2) +1 23.06.05 1,357 23 12쪽
29 29화 울프팩 제거 +1 23.06.04 1,453 20 12쪽
28 28화 종말 추적자의 나침반 +2 23.06.03 1,508 23 10쪽
27 27화 불청객 +2 23.06.03 1,508 25 10쪽
26 26화 손님 +4 23.06.02 1,542 26 10쪽
25 25화 삼재공 +3 23.06.01 1,585 31 11쪽
24 24화 종말을 걷어내는 영웅 +1 23.05.31 1,591 30 12쪽
23 23화 질풍일도 +1 23.05.30 1,613 26 11쪽
22 22화 고블린 주술사 +1 23.05.29 1,631 27 13쪽
21 21화 도발 +1 23.05.28 1,670 23 13쪽
20 20화 부산역 철도 2층 +1 23.05.27 1,729 26 12쪽
19 19화 파티 신청 +1 23.05.26 1,764 29 12쪽
18 18화 스컬맨 +1 23.05.25 1,838 29 11쪽
17 17화 재회 +1 23.05.24 1,857 30 10쪽
16 16화 너무 쉽다 +2 23.05.23 1,894 29 12쪽
15 15화 테러를 하자 +2 23.05.22 1,950 31 12쪽
14 14화 삼재합일 +2 23.05.21 1,965 28 12쪽
13 13화 미노스 +2 23.05.20 1,950 34 10쪽
12 12화 발상의 전환 +2 23.05.19 1,965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