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91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1.17 03:15
조회
114
추천
1
글자
6쪽

2부 19화.

DUMMY

“제이콥?”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좀 전의 우울함을 걷어내고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먼지로 뒤덮인 그는 옷을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어떻게 됐어?”


“독립시켜주는 조건은 수출품을 매년마다 생산량의 십 퍼센트 상납하거나 그에 준하는 값을 돈으로 보내는 겁니다.”


“그게 끝?”


제이콥은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제가 들은 바로는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위기부터 빠져나가야지. 그래, 언제 출발하면 돼?”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그러자 그가 바라던 대로 얀과 타라가 방에서 나왔다. 제이콥은 그들에게 눈인사로 대충 인사하고는 대답했다.


“지금 당장이요.”


“혹시 신분증 가지고 있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순간 멈칫한 제이콥은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아뇨.”


해럴드는 고개를 돌려 얀을 바라봤다. 목소리에 애타는 것이 묻어났다.


“얀, 너는?”


“저도 없습니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타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 역시 고개를 내저었다. 국경을 넘으려면 신분증이 필수였다. 다 준비됐는데 가장 기초적인 것이 없었다. 제이콥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궁금증을 던졌다.


“근데 국경을 넘을 방법은 있지 않습니까?”


“그래, 남동쪽 산을 넘으면 돼. 험난하긴 하지만. 근데 중요한 건 그다음이지. 우리나라로 진입한 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오기에는 너무 늦어. 그대로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그쪽에 병력이 적지가 않지.”


“어떡해야 하죠...?”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가 말없이 서서 생각에 빠졌을 때 문득 얀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신분증··· 불법. 루나···.


“있습니다, 신분증.”


확신에 찬 목소리에 모두들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해럴드는 조금 커진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있다고?”


“예. 정확히는 제 것이 아니라 타라 것입니다. 전에 트리비아로 도망가려고 타라 신분증을 먼저 만들었었죠.”


“오빠···.”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얀이 말했다.


“차라리 거기로 가는 게 나아, 타라. 트리비아 군인들에게 보호받는 것이 여기 있는 것보다 백배 낫지. 마을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문제없을 거야.”


늘 반대만 하던 해럴드도 이번엔 얀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타라. 얀의 말이 맞아. 경계는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약해지지는 않을 거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가자.”


“난···.”


그녀는 거기에서 말을 더 꺼내지 못하고 끌었다. 아직 일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주어진 일은 어깨에 무겁게 매달렸다. 입만 움찔거리며 우물쭈물하는 타라를 향해 얀이 조금 다가갔다. 고개를 그녀의 귀 쪽으로 숙인 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여기에 담긴 감정들을 버리고 가. 있어봤자 더 힘들 거야. 괴롭기도 할 거고. 다 잊고 여행 간다고 생각해, 타라. 이건 너에게 일을 맡기는 게 아니라 네가 편히 쉬고 오라고 오빠들이 배려해 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살짝 웃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모르지 않았다. 길게 심호흡을 한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향해 힘들지만,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나 신분증 좀 가져다줄 수 있어?”


“그래, 그렇게 할게.”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준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타라는 이제 해럴드를 바라봤다.


“마을 밖까지 안전히 나가게 해줄 거죠?”


울컥 치미는 감정을 숨기려 해럴드는 억지로 활짝 웃었다.


“당연하지. 그렇지, 제이콥?”


“안 돼도 그렇게 만들어야죠. 그럼 저는 말을 구하러 다녀오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후 나간 그와 동시에 금세 찾았는지 얀은 방문을 열고 동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그 위에 그것을 살포시 올려줬다.


“괜찮아?”


“응, 덕분에 괜찮아.”


---------------------------------------------------


제이콥이 협상을 갔다 온 것이 뜻밖의 행운이었는지 비교적 수월하게 타라가 떠나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구할 수 있었다. 말부터 시작해 부피가 적은 말린 음식들과 물. 빠른 시간 안에 그는 부족함 없이 모두 구해오는 섬세함을 발휘했다.


오후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해는 벌써 땅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온도는 내려갔지만, 저 끝에서부터 서서히 덮는 노르스름한 노을 때문인지 얀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한시름 놔서 그래서였을까. 쉬운 일이 아니었고 동생이 떠나는데 그는 마음이 편했다. 애초에 이곳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여자라서가 아니었다. 분명 아니었다. 그건 지금껏 가족으로서 봐온 모습 때문이었다.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동생의 모습이 예전의 자신이 봤다면 깜짝 놀랄 만큼 변했고 그는 새삼 그 사실이 쓰라렸다. 넌 할 만큼 했어.


“조심해. 그게 가장 먼저야, 알았지?”


그녀가 말에 올라타는 것을 도와주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혹여 빠진 것들이 있나 재차 확인했다. 조그맣게 응이라고 대답한 그녀를 한 번 올려다본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정말 보내야 할 때다.


“네가 나서지 말고 최대한 그들을 이용해, 타라. 언제까지나 네 목적은 트리비아 군인들을 데리고 우리나라를 돌려놓고 여기로 치고 올라오는 거니까.”


해럴드가 마지막 인사 겸 조심하라고 돌려 말했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다들 조심하고 있어요.”


“걱정 말고 다녀와.”


얀의 대답이었다. 그걸 끝으로 그녀는 말을 몰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오래 배웅하지 않았다. 노을은 이제 하늘 전체를 진하게 덮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라를 위하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2부 31화.(마지막) + 에필로그. +2 18.02.12 144 3 10쪽
46 2부 30화. 18.02.09 104 1 10쪽
45 2부 29화. 18.02.08 83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1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8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3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7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8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6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7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 2부 19화. 18.01.17 115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6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1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3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1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10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80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