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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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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68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2.12 00:56
조회
143
추천
3
글자
10쪽

2부 31화.(마지막) + 에필로그.

DUMMY

“얀!”


바로 옆에 숙소가 있어서였는지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가 들려오자 루나는 무엇인지 확인하러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전 연인을 마주했다. 그의 손엔 아직도 뚝뚝 피가 흐르는 검이 들려있었고 바로 옆에는···.


“루나?”


“아빠...”


검이 박혔던 심장에서는 아직도 피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한눈에 봐도 숨이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이미 지쳐 쓰러질 것 같아도 눈물은 흘러내렸다.


이렇게 하면 고통이 줄어들기라도 하듯 루나는 입을 틀어막고 울음소리를 삼켰다. 그러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얀의 뺨을 올려쳤다.


“······.”


맞은 뺨을 어루만지는 얀은 고개만 살짝 숙였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런 짓을 해...? 어떻게···.”


가슴이 꽉 막히는지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너무나 큰 고통이 겹쳐 잠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자 얀은 루나에게 손을 뻗어 도와주려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쳐내며 거부했다.


“내 몸에 손대지마!”


루나는 무서움, 더러움과 경악. 공포와 실망 그리고 깨져버린 신뢰가 섞인 흔들리는 눈빛으로 얀을 응시했다. 얀은 이번에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네 손으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무슨 변명이라도 좀 해보란 말이야...”


최악의 상황이 코앞으로 다가온 사람이 마지막으로 부정하듯 그녀는 헛된 진실을 갈구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입을 움찔거리기만 하고 결국 침묵인 대답에 그녀는 몸 안에 있는 장기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변명? 아니면 미안하다고? 사람을 죽이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사과인가? 아니 애초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단 한 사람이 목격하자 얀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위로도 사과도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일이었고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얀은 용서도 빌지 않았고 자신을 변명하지도 않았다. 루나는 기어이 막아냈던 울음을 터트렸다.


“나쁜 놈···! 너만큼은... 이러면 안 되는 거야.”


“······.”


“안 되는 거라고···.”


그에게 들러붙어 주먹을 휘두르던 루나는 그마저도 지쳤는지 아니, 정신이 이제 더 버티지 못하겠는지 눈물이 흐르는 공허한 눈으로 얀을 밀어냈다.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루나···.”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가라고!”


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해는 이제 꽤 하늘 위로 올라왔다. 그 주변을 제외하고는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결국 얀은 몸을 돌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얀은 나무둥치에 제이콥이 피를 흘린 채 앉아있는 것을 목격했다. 뱃속 깊숙이 검이 들어가 있었고 피는 굳어서 흐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블레어도 피를 흘린 채 눈을 감고 쓰러져 있었다.


머리칼을 움켜쥐며 얀은 어린아이처럼 울상이 되었다. 모든 게 짜증 났고 억울했고 안일한 생각을 했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고개를 절레며 그는 제이콥 앞으로 다가갔다. 모든 것이 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주저앉아 펑펑 눈물이라고 흘리고 싶었다.


“미안합니다...”


물기 묻은 목소리로 그가 웅얼거렸다.


“내가 그냥 같이 싸워줬어야 했는데··· 진짜 미안해요... 다··· 모두 나 때문에...”


허리에 손을 얹으며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다른 손으로 닦으며 그는 그렇게 자신을 몇 번이고 한탄했다.


“트리비아의 공격이다···!”


감정을 주체 못 하는 그의 앞 저 멀리에서 어떤 한 병사가 절망적으로 외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얀은 제이콥의 옆에 천천히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놓칠까 봐 내내 쥐고 있던 칼도 팽개치듯 옆에 아무렇게나 놓은 얀은 떨리는 호흡과 함께 숨을 들이켰다.


“타라, 조금 늦었네...”


엄청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여럿이 외치는 투항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둘 병기가 땅에 떨어져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필로그-------------------


태슬리어의 한 공동묘지는 그 넓은 터에 이미 묘비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곳은 나라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곳이었고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묘비도, 꽃도.


얀은 세 개의 묘 앞에서 그것들을 내려다봤다. 옆에 타라도 같이 있었고 둘은 꽤 오랫동안 그 앞에서 각자 세상을 떠난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네고 있었다. 묘비에는 로건 피리스와 이반 로페스. 그리고 제이콥 케이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얀은 마지막을 회상했다.


곧장 해럴드를 찾아가 소식을 알리고 뒷정리를 동료에게 맡기고서는 시신을 수습해 이곳으로 옮겨왔던 일이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생생히 기억되고 있었다. 분명 끝이 나면 눈물을 흘려주겠다고 다짐했건만 시간은 그의 감정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약간은 공허한, 허탈한 눈빛으로 그는 로건의 이름이 적힌 곳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을 끄집어냈다. 그는 자신도 웃긴 일이었지만, 아직 잊지 못한 듯 종종 그녀가 떠오르곤 했다. 잘 지내고 있을까?


“얀···.”


처음에 얀은 목소리의 주인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개를 들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루나...?”


타라는 둘을 빠르게 번갈아 보더니 어쩔 줄 몰라 했다.


“오빠, 나는 해럴드 좀 만나고 올게.”


당황함에 그녀는 루나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그 말만 남기고는 도망치듯 묘지를 빠져나왔다. 단둘이 남게 되자 얀은 어색함에 무슨 말을 꺼낼지 빠르게 머릿속으로 골랐다.


“머리···잘랐네?”


허리까지 닿았던 그녀의 긴 생머리는 어느새 단발이 되어 있었다. 초라한 옷차림과 가방을 멘 모습은 그 덕인지 인상 또한 많이 바뀌어 있었다. 어색함에 삐뚤어진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자신이 웃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 달 만인가, 잘 지낸 거야?”


“···아니.”


얀은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무표정에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그것이 자신 때문인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것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임에도 그는 결과만을 생각했다.


“미안해.”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였는지 얀은 그 당시에 하지 못했던 사과를 건넸다.


“사과받으러 온 거 아냐. 받을 마음도 없고.”


씁쓸한 마음으로 입술을 살짝 깨문 얀이 시선을 조금 깔며 힘들게 물었다.


“무슨...일이야?”


루나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르츠에서 살 수 없게 돼서 여기로 내려왔어. 온 김에 얼굴이나 한번 볼까 해서.”


이제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나라에서 감췄던 많은 더러운 짓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얀은 묻지 않았지만, 그 영향이 아롤도의 딸인 그녀에게 닿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려고...?”


“이 나라에 정착해보려고. 그것도 안 되면 트리비아로 넘어가야겠지.”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네 아버지를 죽였다면··· 우린 지금과 달라졌을까? 그 일을 벌이고부터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풀지 못한 질문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물었다. 나를 보며 웃어주고 있을까?


풋풋하게 반쯤 피어난 꽃만 같았던 그녀는 이제 시들기 직전처럼 기운도 생기도 없어 보였다. 얀은 그것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혹 만나면 하고 싶었던, 하지만 염치없을 거라 생각했던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그를 흔들었다.


“···나랑 같이 갈래?”


침묵···. 얀은 입술뿐만 아니라 심장도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괜한 말을 한 것만 같아 후회스러웠고 민망했다. 그녀는 떨어져 있던 거리를 좁히더니 그의 옆에 서서 묘비에 적힌 이름을 바라봤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루나는 잠시 내려놨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금방 뒤를 돌 것처럼 다리를 한쪽 살짝 뒤로 딛고는 말 못 하는 얀에게 말했다.


“그런 일을 벌였음에도 내가 너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건 아마 아직도 네가 내 마음속에 있어서인가 봐.”


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루나는 그럴 거라 예상한 듯 기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네 곁을 떠나려고.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과 나오려는 한숨을 삼켜내고는 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있어.”


잔디를 밟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뒤돌아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한 번 뒤돌아볼까 얀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봤지만, 루나는 앞만 본 채 걸어갔다. 작별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그녀를 보낸 얀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속에 들어차 갑갑한 기분이 들게 했다.


묘지를 나가던 와중 얀은 입구 근처에 큰 비석 앞에 멈춰 섰다. 그곳엔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시신 없이 묘는 만들지 않기에 그들을 기리려 비석을 세우고 그곳에 이름을 새겼다. 얀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 옆에 새기는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루나 파누치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작가의말

제 나름대로 유행에 맞춰보려 여러 가지 양보하며 썼던 글입니다.

그래서인지 1부가 넘어가면서부터 저와 맞지 않은 글 같아서 힘들게 썼습니다

중간에 한 달 반 정도는 아예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요.

사실 그래서 2부부터는 많이 날림입니다. 제대로 묘사도 하지 못하고 세세하게 신경도 쓰지 못했습니다.

읽어주셨던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꾸준히 연재하지 못해 죄송하고, 전작에 비해 발전되지 못한 모습도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갑니다.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로요.

게다가 학교 특성상 일찍 가서 늦게 끝나기 때문에 단편은 써도 이렇게 중편이나 그 이상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아마 저는 나중에 다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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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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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0 굉장해엄청
    작성일
    18.04.25 11:33
    No. 1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제 글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라도 하고 싶네요... ㅎㅎ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녹차.
    작성일
    18.04.30 23:31
    No. 2

    요즘 통 글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바쁨에 열정이 짓눌린 기분이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사후세계님도 분명 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했는걸요
    빨리 새 스토리를 짜서 글을 쓰고 싶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네요 후..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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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31화.(마지막) + 에필로그. +2 18.02.12 144 3 10쪽
46 2부 30화. 18.02.09 104 1 10쪽
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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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부 22화. 18.01.26 96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2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3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5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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