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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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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81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1.3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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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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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2부 24화.

DUMMY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


교대를 완료한 병사가 옆의 동료에게 하소연했다. 인상을 팍 구기며 투구를 벗은 그의 머리는 이미 잔뜩 눌려있었다.


“그러게 말이다. 남은 사람은 뭐 잠도 자지 말라는 건지...”


맞장구치는 동료의 말에 그의 목소리는 더 흥분이 가미됐다.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확실하지도 않은데 최전방 병력까지 빼 가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간 사람들은 좋겠네. 경기도 구경하고 오랜만에 수도도 들리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휘 내저었다.


“부러워해 봐야 뭐하겠어. 배만 더 아프지. 아, 술 좀 남은 거 있냐?”


“아직 좀 남았지. 왜, 새벽에 한잔하자고?”


“그래, 피곤한데 한 잔 마셔줘야지 피로가 조금이라도 가시지. 먹을 것 좀 들고 갈 테니 술만 꺼내놔.”


동료도 피곤한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모르츠로 넘어가는 남쪽 끝에 위치해 있는 부대였다. 두꺼운 벽돌이 끝이 없을 정도로 이어져 있었고 겉에는 철조망이 덮고 있어 밖에서 볼 때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 생각인데 우리 돌아가면서 좀 자는 게······.”


그는 동료에게 말을 걸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귓가를 때리는 종소리에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각자의 숙소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이 급하게 완전무장을 한 채로 집결 장소로 뛰어가는 모습이 둘의 눈에 들어왔다. 근래에 없던 일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웬 훈련? 사람도 없는데 뭐하자는 거야.”


“야, 저기···.”


투덜거리는 그의 팔을 툭툭 치며 동료가 뒤쪽 마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는 손가락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고 그곳엔 멀리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연기는 한 개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마을이 있을 위치 모두에서 연기구름이 하늘로 솟고 있었다. 그는 커진 눈으로 다시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상관의 긴장으로 뻣뻣해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일대 모든 마을에서 반란군들의 습격이다. 모두 출동 준비해라!”


분주한 와중에 상관은 병력을 쪼개 상황을 알릴 병사와 진압에 나갈 병사를 나누며 어느 분대가 어디를 맡을지 정해줬다. 망루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그는 나무판에 두 손을 얹었다. 여섯, 일곱? 몇 군데인지 세어보려던 그는 절망적인 기분에 잠식됐다.


적어도 그보단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연기는 이제 더욱 짙어져 눈에 띌 정도였고 하늘 높이 올라간 연기들은 합쳐져 우중충한 하늘을 더욱 어둡게 했다.


“근무서는 놈들은 똑똑히 들어! 교대 병력은 없으니 우리가 복귀할 때까지 무기한 근무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망루 위에서 넋 나간 채로 듣는 그의 귀에 상관의 말이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그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모두가 희생해야 하는 일이다. 오히려 나가서 칼 맞아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다른 생각이 들어 있었다.


“왜 여기를...?”


-----------------------------------------------


타라는 피 묻은 검을 축 늘어트리며 가쁜 숨을 골랐다. 여기저기엔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누워있었다. 칼집에 검을 넣으며 부상당한 의병들을 병원으로 호송하는 걸 바라보는 그녀에게 트리비아 병사가 다가왔다.


“이걸로 상황 완전히 종료됐으니 바로 올라가시죠.”


중후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서른 줄의 병사는 지치지도 않는지 그녀를 재촉했다. 끌고 온 부대의 총지휘자였고 그만한 능력자였다. 그녀는 피로했지만, 자기 일에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몸을 돌렸다.


“그래요, 히카르두. 가용 인원 모두 소집해서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요. 그전에 이 병사들 제복 상태 괜찮은 거로 몇 벌 챙겨야 하는 거 아시죠?”


“이미 챙겼습니다. 목적지는 어딥니까?”


그녀는 품 안에 꾸깃꾸깃해진 지도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는 태슬리어로 가는 경계선 바로 밑에 있는 마을을 짚었다.


“여기요. 여기서 마지막으로 정비하고 올라가요.”


고개를 주억거린 히카르두는 고개를 들고 부하들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에베르!”


그의 목소리에 앉아 쉬고 있던 에베르가 곧장 일어나 뛰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부상자 제외하고 전 인원 집합시켜. 곧장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에베르가 뒤돌아 뛰어가며 소리치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담겼다. 모르츠는 이제 안전했다. 한시름 덜고 싶었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였기에 타라는 한숨을 내쉬려다 도로 삼켰다. 오빠, 해럴드 잘 버티고 있어 줘···.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는 자신의 말을 묶어놓았던 곳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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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2부 31화.(마지막) + 에필로그. +2 18.02.12 14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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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3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0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8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 2부 24화. 18.01.31 438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6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7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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