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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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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71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1.25 03:44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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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2부 21화.

DUMMY

얀은 처음으로 제이콥을 따라 다른 지부를 돌아다녔다. 내용은 마지막 항쟁. 날짜는 곧 다가오는 수도에서의 검투사 대회. 그러고 보니 얀은 자신과 같은 검투사들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다.


“대부분은 합류하지 않았다고 보시면 돼요.”


“그렇습니까?”


분명 중요한 자원이었지만, 제이콥의 말로는 애초에 해럴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벌 만큼 벌고 대우받을 만큼 받는 그들이 굳이 애국심이라는 것 하나로 다 포기하기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얀도 마찬가지였다. 마르첼로와의 일만 아니었다면 그에게 반란군들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였고 그는 그들을 비웃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아직까지 그에게 나라를 위한 마음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나라가 못살게 군다고 해서 애국심이 생기란 법은 없었다. 점 조직적으로 흩뿌려진 반란군 지부는 단독적인 듯 아슬아슬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정부군에게 당한 곳들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대부분 허탕이네요.”


씁쓸한 듯 말을 건 제이콥의 얼굴은 수심이 잔뜩 끼어있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얀이 본 것 중 절반은 부서지고 불에 타 그을린 건물들이었다. 얀이 본 제이콥은 첫인상과는 확실히 달랐다.


“중간에 들를 곳이 사라졌으니 부득이하게 밤을 새워서라도 걸어야겠네요. 괜찮겠어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패잔병으로 돌아온 첫인상은 분명 얀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어쨌거나 패배하고 혼자 돌아온 자가 아닌가? 그가 생각한 지도자의 덕목은 그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까지 부하를 살리는 것. 제이콥은 그러지 않았었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어떤 것 말입니까?”


“동생분이요.”


그리 오래 같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가 다시 평가내린 제이콥은 참 섬세한 사람이었다. 타라가 떠나는데 필요한 물품을 짧은 시간에 빠짐없이 가져왔던 것도 그렇고 같이 다니는 내내 그는 은연중 얀의 속도를 맞춰줬다.


“걱정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여기 있는 것보단 더 안심됩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허기가 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쉬어가자 하고 특유의 철저한 준비성은 한겨울에 추위를 크게 막을 수 있었다. 다른 쪽으로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얀이 또 놀란 점은 제이콥은 그가 처음 본 애국자였다.


해럴드가 실질적인 반란군의 우두머리였지만, 얀이 봤을 때 그는 절대 그런 유형이 아니었다. 분명 어떤 계기나 이유가 있다고 그는 확실했다. 그리고 같이 다니던 이반 또한 같았다. 타라는 순전히 부모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삼 년 안 되는 시간 동안 순전히 나라에 대한 갈망으로 싸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와 사연이 있었다. 부모나 친구 또는 개인적인 일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에 춥기도 하거니와 적적하기도 해서 얀은 지나가는 듯 물었다.


“사실 전부터 꿈이 군인이었거든요. 언제부턴 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됐어요.”


입김이 짙게 뿜어 나오는 것을 보며 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크게 연관이 있습니까? 사실 지원하는 대부분이 돈 때문이잖아요. 안정적이고 나름대로 지위도 있고.”


제이콥이 낮고 쓰게 웃었다.


“그렇죠.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어릴 적부터 혼자 지내와서 그런지 남들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지키고자 하는 게 없거든요. 어쩌면 그것 때문일 수도 있어요.”


무덤덤하게 아픔을 말하는 그의 말을 얀은 차분히 들었다.


“붙잡을 게 없더라고요. 전쟁이 나기 전까지 애국심이라고는 없었어요. 저 살기 바빴죠. 아니, 어쩌면 지금도 확신할 수 없어요. 이렇게 오래 활동하다 보니 분명 그래왔다고 믿었던 게 이제는 그저 정신을 붙잡기 위해 쓰는 도구라고 생각될 때가 있어요.”


“도구라...”


“처음부터 가지고 있어도 빛바래지는데 그게 아니니 도금된 것들이 벗겨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급조된 신념의 정체가 밝혀지는 기분. 네, 딱 그 정도가 되겠네요. 물론 그렇다고 사라진 건 또 아니에요.”


얀이 본 그는 자신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왠지 공감됐다.


“처음 품었던 그... 씨앗. 처음 새겼던 그 깨끗한 그것은 남아 있으니까요. 나무는 썩어가지만, 가장 밑의 뿌리는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말했지만, 전 결국 나라를 위해 싸울 거예요. 그게 저를 위험 속에서 흔들리지 않게 하는 유일한 믿음이니까요.”


머쓱한 듯 그가 고개 숙여 웃었다. 이 사람도 겪을 만큼 겪었겠지. 얀 자신도 그렇지만 이제까지 살아남은 자들은 여태껏 사명감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 숙제를 앞둔 아이처럼 그들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마무리를 짓기 위함이었다.


“슬슬 다 와 가네요.”


새까맣던 어둠이 걷어지기 시작할 무렵 제이콥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얀은 날씨 덕이었는지 생각보다 길고 고되다고 생각했다. 다 와 간다는 그의 말에 얀은 여태 참아왔던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도 어둠은 걷히지 않았다. 동틀 시간이 대략 되었다고 생각했음에도 하늘은 아직 보랏빛이었고 그 속에서 몇몇 사람들이 잠에 덜 깬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통 이쯤에는 순찰 인원이 줄어들기 마련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분명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가볍게 여기기에는 어려운 숫자였다. 얀과 제이콥은 골목길 짙은 그림자에 몸을 숨겨 그들이 사라지길 잠자코 기다렸다.


“멀쩡하네요.”


오른쪽 도로 끝에서 꺾어 지나가는 그들을 보며 제이콥이 내뱉었다. 얀은 그를 내려다봤다.


“뭐가 말입니까?”


“경계가 강화되었다 해도 보통 이 시간쯤에는 흐트러지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눈빛들이 다 살아있네요. 게다가 지나왔던 마을들보다 더 수가 많아요.”


“뭔가 알고 있는 걸까요?”


제이콥이 길게 낮은음을 끌어내며 쯥 소리를 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조심스럽고 좋죠. 근데 그럴 확률은 높지 않을 거예요. 반란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거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으니까요.”


순찰하는 병사들이 많았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이 있어도 병사가 없으면 그 길을 지나갔다. 괜히 꼬리를 만들어봐야 좋은 점은 하나 없었다. 제이콥의 뒤를 따라 길을 건너가는데 얀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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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0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7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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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5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6 1 8쪽
»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3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7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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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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