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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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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65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1.09 16:54
조회
133
추천
1
글자
8쪽

2부 17화.

DUMMY

재판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 사건은 딱 아롤도에게만 전해졌고 그는 자신의 손으로 딸의 죄를 판결했다. 비밀리에 진행되었지만, 분명 언젠가 새어나갈 터였다. 주변의 보는 눈은 많았고 딸의 수발을 드는 인원은 적지 않았다.


루나는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로건과 함께 곧장 주변의 수용소에 끌려갔다. 날이 밝기도 전인 루치아노와의 일이 있고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로건은 자다 깨어난 채로 끌려가는데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변명을 뱉어 볼 만했지만, 그는 그저 순응했다. 같이 끌려간다면 적어도 죽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괜히 이것저것 둘러대다 보면 헛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 안전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적어도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내려가시죠.”


중무장한 병사가 근엄하게 타라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앞장섰다. 감옥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지상이 아닌 땅속에 있었다. 내려가는 입구 반대쪽에는 작게 경비초소가 세워져 있었고 한 명이 안에서 대기하고 남은 두 명이 밖에서 경계를 섰다.


루나와 로건은 울퉁불퉁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길이 좁아 한 명씩 내려가야 했고 불규칙 적인 거리마다 벽 옆에 횃불이 놓여 있었다. 계단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수가 많아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았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공기는 퀴퀴했고 한기가 돌았다. 이따금씩 기척임이 벽을 타고 작게 들려왔다. 군 원수의 딸이 들어갈 곳이 전혀 아니었다. 끝내 바닥을 딛고 서자 계단보다는 훨씬 밝은 내부가 보였다.


좌우로 철창이 줄지어 있었고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그런 건지 각각의 자리는 좁았다. 한 명이서 쓰기에도 작아 보였지만, 최소 두 명이 들어가 있었다. 왼쪽으로 이 층으로 매트와 모포 두 장이 고작이었고 일 처리는 구석에 있는 요강이 전부인 듯싶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통로 중앙쯤 의자에 앉아있던 병사가 일어나 자리를 비켜줬고 그들을 통솔하던 병사는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문을 열었다. 옆에는 빈 곳이었는데 그것이 그녀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인 것 같았다. 로건은 횃불에 비춰진 죄수들을 둘러봤다. 어딘가 다들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것만 같았다. 대게 눈의 초점이 잡혀있지 않았고 심한 사람은 이상한 행동까지 했다.


“실험체입니까?”


의자에 앉아있던 병사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아니, 여자는 중요한 분이니 최대한 편의 봐주고 남자는··· 그래도 된다.”


“예, 수고하십시오.”


“저기요, 실험체라니 무슨 말이에요?”


철창을 붙잡고 로건의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의자에 앉은 병사가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꼰 채로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알 필요 없으니까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무슨 말이긴 우리한테 이상한 약물 주입한다는 얘기지. 형씨 당신도 이제 우리처럼 될 거야.”


“야, 거기 주둥아리 다물어!”


약간 맥 빠진 목소리가 다른 철창에서 나왔고 병사는 허리춤에서 몽둥이를 꺼내 그쪽으로 흔들며 위협했다. 로건은 그 모습보다 궁금증이 더 앞섰다.


“약물이라니요, 그게 뭔데요?”


“우리도 몰라. 다만 한 번 주입되면 여기 대부분이 그러하듯 정신병자처럼 되는 거지. 그냥 죽여주기라도 하는 게 덜 고통스러울걸!”


마지막에 외치는 소리와 함께 다른 자리에 있던 죄수들이 뜻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로건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도 같이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앉아 있던 병사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로건에게 말해줬던 자에게 다가갔다.


“말을 안 듣네, 버러지 같은 반란군 놈들.”


열쇠뭉치가 짤랑 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철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바람을 가르는 몽둥이 소리와 고통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


“내가 어디까지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른 아침의 햇살이 커다란 창을 통과해 방 안을 내리쬐었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던 아롤도였지만 정신이 멀쩡했다. 죄송하다는 생각은 일체 없었고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분노뿐이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아롤도.”


마테오 갈로파는 턱을 괴던 손을 떼고는 허리를 펴며 그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노려보는 수준이었다. 아롤도는 의자에 앉아 그의 얼굴 밑에 시선을 던졌다.


“트리비아에서는 좋아라 하겠어. 안 그래?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반란군들한테 된통 당했다는 게 그쪽 귀에도 들어갔을 테니 이제 쳐들어올 기회만 호심 탐탐 노리겠지.”


“......”


대답이 들려오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 마테오는 그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어떻게 책임질 건가?”


“부디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지금 나보고 또 믿어달라는 얘긴가?”


마테오가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함께 과한 몸짓을 취했다. 아롤도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옷 벗겠습니다.”


“아니지, 아니야··· 겨우 관두는 거로 때우겠다고?”


“그럼 어떤...?”


마테오는 한쪽 다리를 꼬며 거기에 깍지를 꼈다.


“확실한 걸 걸어야지 않겠나? 다른 모두가 보기에도 타당하다고 할 정도로 말이야. 이번에도 수틀리면 자네 딸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거 어떤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신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계엄령을 선포해 주십시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마테오가 물었다.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거의 그런 상황 아닌가?”


아롤도가 끄덕이더니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렇습니다. 다만 그것은 온전히 반란군들에게 포함된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니 마음먹고 숨은 그들을 찾아내는 것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부분적인 것들을 일반 시민에게도 적용하고 싶습니다.”


“그리 생각한다면 해 지기 전까지 정리해서 보고하도록 하라. 내가 최종 평가를 내릴 것이다.”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왕에게 짧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저... 마테오님.”


그들 옆에서 잠자코 듣던 간부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야기 나누신 것처럼 나라 정세가 혼란하니 조만간 열리는 검투사 대회는 취소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소리야.”


“예?”


어리둥절한 그에게 마테오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피로를 느꼈는지 눈이 조금 처져 있었다.


“그렇게 한다는 건 우리가 그 녀석들에게 겁먹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기세를 줄 수 있다는 소리라고. 오히려 반대로 해야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아롤도를 바라본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신문에 이렇게 쓰라고 해. 반란군들은 거의 다 색출해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우리가 최대한 유리하게 보이도록 재량껏 쓰도록 해.”


자신이 아닌 아롤도를 바라보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간부는 마른 입술을 슬쩍 핥았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롤도도 그의 눈빛을 피하진 않았다. 다만 받아치는 류의 것이 아닌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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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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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부 27화. 18.02.04 87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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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부 21화. 18.01.25 112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7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2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5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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