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80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2.08 05:20
조회
82
추천
1
글자
5쪽

2부 29화.

DUMMY

기세는 반나절이 가기도 전에 꺾이기 시작했다. 주도권은 점점 군인들에게 넘어갔다. 병사들 하나하나가 잘 훈련되어 있었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아롤도가 판에 끼면서 진두지휘하니 그들도 점점 침착함을 찾아갔고 점점 제대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전방에서 잠시 물러난 해럴드는 시계를 다시 꺼내봤다. 약속한 시각은 이미 지났다. 애초에 타라가 시간에 맞춰서 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그는 중단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지부에 연락을 다 취해놓은 상황이었고 그것을 무르기에는 주변 상황도 좋지 않았었다.


“언제 오는 거야, 타라.”


한 시간의 차이도 컸다. 그는 부디 오늘 안에 그녀가 도착해주기만을 바랐다. 전투에 아는 것이 있는 동료가 거의 없었기에 반란군들은 말 그대로 따로 놀았다. 눈앞의 적을 베고 눈앞의 동료만 구했다. 크게 볼 줄 몰랐다.


얀은 동료를 공격하려는 병사의 옆구리에 검을 쑤셔 넣었다 뺐다. 입에서는 이제 단내가 났고 쓴 무엇인가가 올라와 기분을 더럽혔다. 잠깐 잠깐씩 쉬었지만 직접 지시 내리며 싸워주지 않으니 점점 밀려났다. 이대로는 얼마 못 버텨···.


수도로 빠져나갔던 군인들도 금방 마무리 짓고 올 것이 분명했다. 죽여도 준 것 같지 않은 그들의 수에 얀은 더욱 힘이 빠졌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병사의 목을 날리고는 완전히 지쳤는지 뒤로 물러났다.


검을 바닥에 꽂으며 지팡이 삼고 호흡을 가다듬는 와중에 적 병사들이 쪼개지더니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어디 가는 거지? 의문을 품은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적들의 상관이 지시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쪽에 탈옥수들의 공격이다! 너희는 여기 남고 너네는 나 따라와. 가서 도운다.”


탈옥수? 얀의 머릿속으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루나···.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그녀가 수감된 곳이 멀지 않았다. 근처에 감옥도 없었으니 그는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루나는 어떻게 된 거지?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병력이 분산된 덕에 동료들도 숨을 고를 여유가 생긴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누구라도 같이 데려가고 싶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얀은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대열을 이탈하고는 감옥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얀?”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우던 제이콥이 한숨 돌리며 주변 상황을 훑던 중 얀이 어딘가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쪽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얀과 루나의 관계를 소문으로 들었던 그는 얀이 어디로 가는지 짐작했다. 그리고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너무 위험해, 얀.”


중얼거리던 제이콥은 망설이다가 점점 멀어지는 얀의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얀의 뒤를 따라가기에도 그로서는 벅찼다. 분명 얀도 지쳤을 텐데. 지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 그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가 알기로는 감옥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는데 힘들어서인지 꽤 오래 걸린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겨울에 땀을 쏟아내며 뛰던 중 얀이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멈췄다. 그의 앞에는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다. 제이콥은 풀리려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쫓아갔다.


“블레어...당신이 여기에 왜?”


얀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누군지 알아냈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블레어도 얀이 누군지 알아차렸지만 상대가 자신을 알아본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어떻게 알지?”


“혹시 기억하나? 동료의 팔을 베어버렸을 때.”


블레어가 피식 웃었다.


“한 둘이 아니라 모르겠는데.”


얀은 이를 부득 갈며 단어를 찢듯이 말했다.


“로건 피리스, 몰라?”


“몰라. 근데 그 사람이 너랑 가까운 사이라는 건 알 것 같다. 어딜 가는지는 모르겠다만 난 이쪽 편이라서.”


그는 말끝을 흘렸다. 얀은 바보같이 그 뒷말을 이해 못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기서 블레어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복수라면 복수라고 할 수 있었다. 로건를 나락으로 빠트린 원인. 그가 얀의 앞에 서 있었다. 얀이 자세를 취하며 숨을 고르는 도중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콥이었다. 달려온 속도로 얀을 지나친 그는 그대로 블레어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얘 때문에 못 가는 거 아니야? 가.”


“제이콥···.”


달려온 속도를 실은 검을 그대로 받아낸 블레어가 뒤로 밀려났다. 얀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장 그의 말을 따랐다. 제이콥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블레어에 비빌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얀은 뛰었다. 가슴이 아리는 기분이 들었다. 루나만 찾고 바로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버텨줘요···. 뒤에서 검과 검이 맞대는 금속음이 들려왔고 그럴수록 그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도 억지로 뛰는 속도를 더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라를 위하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2부 31화.(마지막) + 에필로그. +2 18.02.12 144 3 10쪽
46 2부 30화. 18.02.09 104 1 10쪽
» 2부 29화. 18.02.08 83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0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8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6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7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