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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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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90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7.12.30 01:39
조회
140
추천
1
글자
6쪽

2부 14화.

DUMMY

방문 앞에 우뚝 서 있는 해럴드는 아까부터 미동조차 없었다. 그저 낡아 버린 나무로 된 문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도 두꺼우며 무거운 그것이었다. 초침이 몇 바퀴를 돌고서야 그는 굳은 손을 뻗어 노크했다.


“얀?”


애석하게도 대답은 곧장 들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얀의 얼굴은 그의 얼굴만큼이나 핼쑥해져 있었다. 그 모습이 해럴드의 입을 더욱 무겁게 했다. 벙어리마냥 바라보기만 하자 얀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뭡니까, 무슨 일 있어요?”


“들어가도 되지?”


평소와 다른 모습에 얀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만을 흔들었다. 방문이 천천히 닫히고 해럴드는 벽에 시선을 고정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멈춰있었다. 불안을 동반한 침묵이 감돌았고 얀은 일단 조심스레 침대에 걸터앉았다.


“타라가 붙잡혔어.”


삽시간에 바뀐 표정과 대비되게 방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 일단 말을 내뱉은 해럴드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얀을 바라볼 때까지 얀은 입만 뻐끔거리기만 할 뿐 수많은 말들이 서로 나가려 애를 써 말이 나오는 모습은 해럴드에게는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입꼬리와 눈 밑이 떨렸고 목소리도 그러했다. 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그에게 다가가는데 흡사 그 모습은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이번에는 해럴드의 입이 벙어리마냥 침묵했다.


“왜... 도대체 무슨 일을 시켰길래 이딴 일이 벌어진 거야!”


흐느적거리던 얀의 손이 잔뜩 힘이 들어간 채 해럴드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코앞까지 얼굴을 바짝 붙인 얀은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고 찢어발길 듯 노려보는 눈빛은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해럴드는 눈을 마주하지는 못하며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다.


“...운이 좋지 않았어.”


“뭐, 운?”


기가 찬 듯 되물은 그는 해럴드의 옷깃을 더욱 말아쥐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말할 얘기야? 당신이 지시를 잘못 내려서 벌어진 것 아니야!”


듣던 해럴드의 눈썹도 찌푸려졌고 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그가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 억울했다.


“함부로 지껄이지 마. 우연한 사고였을 뿐이라고.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하는데 이러는 건 좋지 않아, 얀.”


숨을 헐떡이며 살기 띤 눈빛으로 바라보던 얀은 거칠어졌던 호흡이 점점 돌아옴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모든 것이 그에게서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당신이 총 책임자 아닙니까. 해럴드 그쪽은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적어도, 적어도 바쁜 척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


갈라지던 그의 목소리는 기어이 물기를 머금었고 그것이 눈에서 흘러나왔다. 수많은 눈물을 봐왔고 무덤덤해 했던 해럴드였지만, 이번만큼은 가슴이 저릿할 만큼 진심이 전해졌다. 가까운 동료인 탓인가? 아니면 자존심 센 사람이 무너져서 그런 것일까. 그 자신도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모습에 무슨 말이라도 꺼내며 어깨를 다독이고 싶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얀의 말대로 그는 책임자였다. 무슨 이유에서 간에 책임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었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본인이었으니 말이다.


“···미안하다.”


아주 조그만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삐져나왔다. 더 이상 비참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예상을 넘은 비참함이 그들을 덮쳤다. 얀은 억지로 울음을 쑤셔 넣으며 눈물 자국을 닦아내며 말했다.


“살아는 있는 겁니까?”


해럴드는 이제 진짜 해야 할 말을 꺼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그래. 근데 그쪽에서는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야.”


바짝 마른 입술을 핥으며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엘다와 맞바꾸자고 제안이 왔어. 물론 그건 표면적이겠지. 엘다가 정부 놈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정보를 받아왔던 그들의 입장에서는 타라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을 테지. 그래서 이런 과감한 제안을 던지는 거고 말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겠군요.”


도발적인 그의 말투에 눈이 마주친 해럴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아니 나는 그러기로 작정했다. 칼자루를 쥔 자식들이 얼마나 대단한 준비를 했는지 몸소 겪으러 가야지.”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하소연하듯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번 일로 우리의 전력이 크게 줄어들지도 몰라. 그들이 제안한 것은 지도자 몇 명만 모이자고 했지만, 헛소리에 불과해. 그들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만발의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이번 일은 우리가 나락으로 떨어질지 훨씬 앞으로 나아갈지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이야.”


“빈사 상태에 빠지더라도 크게 한 방 먹일 겁니다.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응축된 얀의 분노가 그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얀, 어렵겠지만 감정은 모두 집어넣어야 해. 아주 조금이라도 일이 어긋나면 그 순간 모두 끝이니까.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타라를 데려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해. 알겠어? 쓸데없는 전투는 피하고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야.”


뒤틀린 미소가 얀의 입에 걸렸다. 그의 눈빛은 반짝였지만, 좋은 의미가 담긴 깨끗한 것이 아니었다.


“서둘러 계획을 짜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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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6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 2부 14화. 17.12.30 141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3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1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10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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