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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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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83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2.03 02:21
조회
142
추천
1
글자
8쪽

2부 26화.

DUMMY

마테오 갈로파는 준비된 좌석에 앉아서 때를 기다렸다. 관중석은 예상과는 달리 만석이 아니었고 그것이 현재 그의 마음을 언짢게 했다. 아롤도가 이 시기에 공격을 감행할 거라는 말에 분명 병력의 절반을 이곳 수도에 배치했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음에도 관리직이 앉는 자리가 드문드문 비었다는 것은 옳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얀 놈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으로 그의 혼잣말이 섞여 들어갔다. 경기는 벌써 시작한 지 오래였지만, 그는 보는 둥 마는 둥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목적도 아니었다. 자신도 직접 관람하는 것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리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는 셈이었다.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롤도의 얼굴이 보였다. 기대한 것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그로서는 아롤도가 탐탁지 않았다. 흘겨보던 그의 시선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병사 하나가 잡혔다. 어깨의 갑옷은 찌그러져 있었고 목 부근에는 굳은 피가 눌어붙어 있었다.


“아롤도님···.”


그의 눈높이까지 무릎을 꿇은 병사는 그가 지나온 곳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무시한 채 아롤도의 귓전에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는 빠르게 말했다.


“습격입니다. 들려온 바로는 이번에는 수도를 둘러싼 마을들이랍니다.”


“뭐? 레이너는 지금 뭐 하고 있나?”


“현재 전장에서 지휘 중입니다.”


목덜미를 문지르던 아롤도는 짧은 시간에 판단을 내렸다.


“지금 당장 부 지휘관에게 수도에 있는 병력들 절반 데리고 지원 나가라고 전해.”


“예.”


“그리고 병사들 나눠서 일단 토네토부터 지원 나가.”


수도에 밀집될 것을 예상하고 압박한다···. 한 대 얻어맞은 기분과 함께 불안감이 가슴께까지 솟아올랐다. 문득 옆을 돌아보니 마테오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수도 일대 마을을 습격했답니다. 아직 큰 피해는 아니고 거리도 가까워 여기 있는 병력들을 보내면 금방 진압되니 걱정 마십시오. 아무래도 주변을 먹고 농성을 할 계획인가 봅니다.”


“이미 그대가 예측했던 일이니 별말 안 하겠지만, 확실히 처리하게. 두 번은 없어. 입들 다 묶어서 대회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가지 않게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장이라도 선두에 서서 상황을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자리였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는 분을 삭이며 서둘러 현 상황을 마무리 짓기만을 바랐다. 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퍼지며 경기의 결과가 나왔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


“지금입니까?”


얀은 조바심을 내며 해럴드를 재촉했다. 그는 회중시계의 초침이 꺾이는 것에 집중하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직, 조금만 더.”


해럴드는 차분히 기다렸다. 첫날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사람들을 안심시켰는지 둘 째 날은 확실히 전날보다 사람들이 붐볐다. 다친 병사를 봤다는 소문이 돌 낌새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다시 잦아들었다.


얀과 해럴드 그리고 제이콥은 미리 점찍어두었던 층이 높은 폐가 꼭대기에서 거리를 지켜봤다. 경계선 부근과 수도 근처 마을 쪽으로 인원을 분배한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군인들 숫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반란군들의 힘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인원들이 빠져나간 상태였고 이제 남은 병력으로 수도를 공격해야 했다. 시간만 벌면 된다. 시간만···. 해럴드는 속으로 수도 근처 동료들이 오래 버텨주길 바랐다. 초침은 이제 정각을 향해 달려갔다. 때가 다가왔다. 그는 준비해둔 화염병을 옆 건물에 휙 던졌다. 건물에는 이미 기름이 발라져 있었다.


“다들 살아서 보자고.”


일 층으로 내려가면서 해럴드가 당부하듯 말했다. 건물 전체가 불타올라 그 열기가 그들이 있는 곳까지 전해졌고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신호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수 백 명의 반란군들의 함성이 귀청을 찢었다.


와아아··· 사방에서 울분 터진 소리가 대기를 찢었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멀리 있지 않았다. 목표는 딱 두 개였다. 마테오 갈로파를 잡는 것. 그것이 아니면 타라와 트리비아 군사들이 오기 전까지 버텨주는 것. 얀은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반란군의 습격이다!”


경기장 거리에서 순찰을 하던 병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우렁찬 소리는 근처의 병사들에게 닿았고 그것은 번져나갔다. 경기를 관람하던 아롤도는 자욱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는 것을 봤다. 그리고 곧이어 경기장 안에 있던 병사가 자신에게 뛰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단박에 직감이 온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습격이냐!”


“그렇습니다! 주변에 온통 놈들입니다. 어서 나가셔야 합니다!”


뛰쳐나가려던 그는 뒤의 마테오를 보고는 병사에게 지시했다.


“안에 있는 병사들 모아서 마테오님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라.”


그 말을 던지면서 그는 뛰어나갔다. 뒤에서 마테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의 비명에 묻혀 그 뒤의 말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수천 명이 들어찬 경기장은 서로 밖으로 나가려고 아우성이었고 질서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한 발 내딛기도 어려워지자 아롤도는 힘으로 사람들을 밀치며 입구 쪽으로 뚫기 시작했다.


기습은 성공이었다. 아롤도가 예측을 했다고는 했지만, 반란군이 찢어진 만큼 군인들도 절반 넘게 흩어져 있었다. 둘씩 거리를 순찰하던 병사들은 대여섯 명의 반란군들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게다가 지휘권을 넘겨받은 총 책임자가 병력을 가지고 수도를 빠져나갔기에 지시를 내려 줄 상관이 없었다.


얀은 벌써 다섯을 베어 넘겼다. 손부터 팔뚝까지 피로 담근 듯 새빨갰지만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몇 걸음 걸어가면 군인들이 다가왔고 그는 일체의 멈칫거림도 없이 그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옆에서 같이 싸우던 동료는 몇 분 있다가 다시 돌아보면 이미 땅에 누워 피를 뿜고 있었고 그 자리는 다른 동료가 채워져 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토해내듯 경기장에서는 시민들을 뱉어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밀려 넘어져 사람들에게 밟혀 목숨까지 잃었다.


-----------------------------------------


“상황이 좋지 않아. 지금 당장 가야 하니까 교대 대기 인원들 교대해 주면서 상황 설명해.”


교도장인 상관의 말에 근무를 대기하던 인원들은 일제히 감옥으로 뛰어 내려갔다. 멀리서 본 경기장 부근의 건물들은 불이 잔뜩 붙어 누가 보면 산이 타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엄청난 함성은 드문드문 이곳까지 들려와 그들은 벌써부터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전시상황입니다. 반란군들이 작정하고 총공격한 모양입니다. 지금 당장 완전무장하고 모이랍니다.”


속사포로 내뱉은 교대 인원의 말을 들은 근무자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몸은 이미 반응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열쇠를 건네받은 그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전 근무자를 불러 세웠다.


“얘네 일정대로 진행합니까?”


“뭐야, 어떻게 하라고 말씀 안 하셨어?”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근무자였던 자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곧 대답했다.


“진행해. 나라끼리 전쟁 난 것도 아니잖아.”


멀어지는 선임을 보며 그는 의자에 털썩 앉은 채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습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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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26화. 18.02.03 143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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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10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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