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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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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86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7.11.21 23:47
조회
162
추천
1
글자
8쪽

2부 12화.

DUMMY

얀은 입을 반쯤 벌린 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넋을 놓고 그를 바라봤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형. 루나는?”


로건이 코를 찡그리며 이죽거렸다.


“인마, 형을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데 아가씨 먼저 찾으면 나는 뭐가 되냐?”


“아가씨?”


그는 힘을 빼며 품 안에서 편지를 꺼내 얀에게 건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리고 지금 아가씨는 아롤도가 있는 곳에 묵고 있고 감시 받고 있는 상황이라 도저히 나올 여건이 안돼서 내가 직접 왔어.”


편지를 받아든 얀은 감시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랐다.


“감시라니, 루나한테 무슨 일 있는 거야?”


“아직은 별일 없이 지내신다.”


얀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 왜...?”


로건이 답답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왜긴 왜야. 너 때문이지. 너랑 연인 관계라는 것을 아가씨는 부정하는데도 아롤도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어. 그리고 나한테까지도 감시를 붙였는데 일단 대충은 따돌렸어.”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멍하니 서 있는 그에게 다시 말했다.


“시간 없으니 빨리 편지나 읽어봐. 답장은 보내야 할 것 아니야.”


“어···알았어.”


퍼뜩 정신을 다시 차린 그는 봉투를 뜯고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잘 지내, 얀?

얼굴 보며 얘기하고 싶은데 상황이 좋지 않아서 편지로 보내.

아마 우리가 이제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해.


분명 너는 나를 위해서 거짓말을 했겠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니 씁쓸하네.

넌 참 못됐어. 정말 못됐어.

나한테는 말 해줬어야 했어. 늘 나를 어린애 보듯 바라보고 말이야.


네가 지금 너무 미운데 그래도 너무 보고 싶어.

널 사랑하지만, 난 이 나라와 아버지를 버릴 수 없어.

아무래도 난 연극 속 주인공이 될 수는 없나 봐. 미안해.

그래도... 이게 우리 둘에게 좋을 것 같아.


그렇다고 해서 네가 다치길 바라는 건 아니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네 편으로서 하나 알려주려고 해.

아버지는 수도를 포함해 각 주요 마을에 포위망을 구축하고 경계를 강화하기 시작하셨어.

대부분의 병력들이 투입된 전보다 분위기 자체가 달라.

그러니 당분간은 밖에 돌아다니지 말아줘.


이렇게 얼굴도 못 보고 이별하게 돼서 슬프네.

널 원망하지 않을게. 그러니 너도 날 미워하지 말아줘.

다신 볼 수 없겠지...?

이만 줄일게.

안녕.


얀은 편지를 다 읽고서도 못 박힌 것처럼 굳어버렸다. 가슴이 조여오고 쿡쿡 찔러와 너무도 아팠다.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 답답했다. 루나···.


예견된 결말이었다. 이렇게 될 거라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다만 알고 있을 때와 직접 현실에 부딪혔을 때의 체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비참했다. 괴로웠고 미안했으며 좌절감이 들었다.


로건은 흙빛으로 어두워지는 그의 얼굴을 보며 대충 짐작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펜을 건넸다.


아무 말 없이 건네는 그와 역시 아무 말 없이 받아 든 얀은 편지 뒷장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감정이 진정이 되지 않는 듯 약간 손을 떨었다.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어깨를 두드리기라도 하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로건은 더욱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초조함은 날아가고 남은 건 겨울을 알리는 날카로운 공기뿐이었다. 끝내 펜을 종이에서 뗀 얀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천천히 접어 봉투에 넣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잘 전해줘, 형.”


약간은 갈라진 목소리였다.


“그래.”


돌아서려던 그는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너네의 목적지는 어쨌든 아가씨가 있는 곳일 테니까.”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그는 자신의 팔이 날아갔을 때 받았던 위로를 돌려주고 싶었다. 형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가씨는 내가 지킬 테니까 이왕 하는 거 정말 뒤집어 보라고. 그때 되면··· 우리 셋이 반드시 다시 만나자. 알겠지?”


얀은 굳은 입가를 올렸다. 왠지 로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고마워, 형. 그리고 미안해.”


그가 방긋 바주 웃어주었다.


“미안한 줄 알면 됐다. 갈게, 몸조심해.”


“형도 조심해서 가.”


멀어지는 로건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얀은 오히려 그 모습이 고마웠다. 감정이 점점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끼며 그는 서둘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


타라는 당장에라도 오빠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둘이 대화를 나눈 옆집 지붕 위에서 몸을 숨긴 채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그들이 침묵에서 느낀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똑같이 마음 아파했다.


내심 후회마저 들었다. 이런 상황을 보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본 것처럼 그녀는 찝찝한 마음마저 생겼다. 감성에 더 젖어있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얀보다 빨리 돌아가야 했기에 그녀는 서둘러 지붕에서 내려왔고 얀이 빠져나간 길과는 다른 곳인 지름길로 빠져나왔다.


“읍···.”


아니,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그 순간 골목에서 몸을 숨기던 한 사내가 순식간에 그녀의 입을 막고 제압했다. 그녀가 반응을 채 하지 못할 만큼의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속도였다. 뭔가 잘못됐어... 돌덩이처럼 짓누르는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고 그녀는 악을 쓰며 몸을 흔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강인한 그 손은 그녀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하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둘에서 셋이 되고 점점 목소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모두가 중무장을 한 채였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맞지? 타라 앨버트.”


그녀의 머리맡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왕국 병사?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자 그녀는 속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타라는 고개를 들어 누군지 바라보려 했으나 코까지 덮인 억센 손 때문에 그마저도 움직일 수 없었다.


“예, 확실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옮기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끼자 그녀는 있는 힘, 없는 힘을 쓰며 발버둥을 쳤다. 손으로 막힌 입으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지만, 아무 소리도 새어 나오지 못했다. 안 돼, 절대 안 돼! 이대로는···.


“가만히 좀 있어!”


그녀를 저지하는 남자가 신경질 난다는 듯 작게 소리 질렀고 타라는 당장 타오를 듯한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뒷목을 내려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는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몸을 축 늘어트렸다. 눈동자가 뒤집혀가며 정신을 잃어가면서 타라는 자신의 오빠와 해럴드를 떠올렸다. 미안해···.


“뜻하지 않은 수확이로구먼.”


정신을 잃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남자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몇 명은 나랑 같이 복귀하고 나머지는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명령을 내렸던 남자가 다시 한번 주변의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타라를 둘러업은 병사와 함께 호위를 받으며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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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3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1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8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3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8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6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7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 2부 12화. 17.11.21 163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1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10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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