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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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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85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7.11.03 02:24
조회
220
추천
1
글자
6쪽

2부 10화.

DUMMY

천장에 달린 작은 전구 하나가 방 안을 아슬아슬하게 밝히고 있다. 방 안은 온통 검게 도배돼 있고 퀴퀴한 냄새가 가득했다. 중앙 벽 쪽에 철제 의자가 놓여 있고 거기에 엘다가 묶인 채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 앞에는 가로로 긴 낡은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고 의자는 없었다. 그 위에 해럴드가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의 두근거림마저 들릴 정도로 그곳은 조용했고 음침하며 공기는 바짝 날이 서 있었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그 자신도 몰랐다. 꽤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참을성 있게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입을 조금도 열지 않은 채. 그가 다리를 꼬자 나무 탁자가 한차례 신음을 내뱉었다.


자세히 보니 탁자에는 군데군데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리 신경 쓰지 않았는지 짙게 바랜 얼룩은 작거나 크게 남겨져 있었고 의자 밑 부분은 그보다 많은 얼룩들이 겹겹이 쌓여 누구의 피인지 모를 정도였다.


“......”


고통에서 깨어나는 소리와 함께 엘다의 정신이 점점 돌아오며 뒤척이는 소리가 퍼졌다. 잠시간 초점을 맞추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려다 그것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동시에 자신이 묶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동공이 떨리며 그녀는 손발을 거칠게 움직이며 버둥거렸고 해럴드는 그때까지도 가만히 그녀가 하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해럴드, 이게 무슨 짓이야?”


당황 섞인 목소리에 그는 피식 웃었다.


“연극은 더 안 해도 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엘다의 표정은 조금 전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무표정의 차가움으로 바뀌었다.


“무슨 수를 부린 거냐.”


“그건 비밀로 해두지.”


어깨를 으쓱이며 그는 양손을 탁자 위에 얹었다. 그는 대놓고 여유로움을 뿜고 있었지만, 받는 입장인 엘다는 정반대였다.


“이제 어쩔 셈이야? 고문이라도 하려고?”


“고문이라니 너무 잔인하잖아. 난 그런 짓은 안 해.”


그녀는 뻣뻣해진 입꼬리를 올려 일그러진 미소를 지어봤다.


“난이라니, 다른 사람은 한다고 해석해도 되려나?”


해럴드가 의미 모를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잠시간의 정적 동안 둘은 서로를 노려봤고 먼저 눈을 돌린 해럴드는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식상한 말을 하자면 네가 얼마나 잘 대답하느냐에 따라 안전할지 그렇지 않을지 결정돼.”


“정말 식상하네.”


“대답은?”


거짓 여유를 부리는 것에 해럴드는 살짝 강압적인 말을 뱉었다.


“맹세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식상하네.”


드디어 탁자에서 내려온 해럴드는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방 안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그는 그 상태로 엘다를 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억압된 지 벌써 이 년이 다 되가. 무슨 말인지 알아? 짐승으로 살아간 지 이 년이 다 돼간다는 얘기야. 너희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아무것도 말이야. 혹시 모르지 적당히를 알았더라면 우리가 들고 일어서지 않았을 수도.”


그는 몸을 돌려서 다시 그녀를 바라봤고 눈이 마주쳤지만, 엘다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희는 너희가 옳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린 최소한의 우리 것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거야.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란 말이지. 이해해?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준을 맞추기 힘든 자유를 우린 원할 뿐이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해럴드는 꿋꿋하게 자기의 말을 이었다.


“매일 피를 보니까 익숙해지더라고. 그리고 원하는 게 점점 많아졌어. 난 참 그게 무섭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슬슬 이 지긋지긋한 걸 끝내려고 해. 계획하고 또 계획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데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 어떻게 될 것 같아?”


“조약한 너희로는 개죽음뿐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코웃음 치는 그녀의 말에 그는 동의했다.


“그럼 넌 누가 옳다고 생각해?”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반란군?”


“대단한 애국자군.”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바꾸었다.


“더 얘기해도 응하지 않겠다는 말이지?”


대답 없는 것을 대답으로 들은 그는 한숨을 뱉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유감이네, 마지막 기회였는데.”


문 앞까지 걸어간 그는 문고리에 손을 얹고는 잠시 멈칫했다.


“그래도 한 식구였으니 하나 말해주자면 언제라도 말해준다면 우린 깨끗이 놓아 줄 수 있어.”


문에서 기분 나쁜 끼익 거림이 퍼졌고 나가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은 다시 닫혔고 들어온 사람은 아까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엘다는 고개를 들었고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반.”


그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곧장 탁자로 가 오른손에 들려있는 네모나게 몇 겹으로 접힌 가죽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쇠의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천천히 접힌 가죽 주머니를 펼쳤고 거기에는 갖가지의 고문 도구가 끼워져 있었다.


이반은 그중 하나를 꺼내고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입은 웃고 있었다.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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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3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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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부 27화. 18.02.04 88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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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부 24화. 18.01.31 438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6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7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 2부 10화. 17.11.03 221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10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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