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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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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72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1.02 16:45
조회
171
추천
1
글자
8쪽

2부 15화.

DUMMY

저녁 시간이 넘어가서야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얀은 지금까지 방관하던 입장에서 과감히 자기 의견을 피력했고 해럴드는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반 또한 열심히 들으며 아닌 부분이 있으면 즉각 알려주었다.


큰 거실에 달랑 셋이 있을 뿐이었지만, 공기는 묵직하고 열이 담겨 있어서 겨울 초입의 날씨임에도 전혀 춥지 않았다. 해럴드가 건네준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얀은 또다시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더딘 느낌이었다.


“···해서 결국 최선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네. 어쩌면 그쪽에서는 이것도 예측할 수 있을 테고.”


“모르긴 몰라도 알고 있을 겁니다.”


대충 정리된 자신들의 작전이 적힌 종이를 내려다보며 해럴드는 만족스러운 얼굴은 아니었고 대답한 이반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급한 얀조차도 쉽게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나눈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할 수 있는 행동은 너무나 제한적이었고 제한적이다 보니 그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려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얀을 포함한 그들은 발가벗은 느낌마저 들었다.


어쩌면 이번 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얀은 생각했다. 자칫하면 여기 둘도. 전혀 깔끔하지 않고 우아하지 않은, 처절한 날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생만 살린다면야···.


그 와중에 얀은 루나를 떠올렸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눈앞에 생생하게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까지도 끝이나 버렸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다. 그것도 이렇게 허무하게 말이다. 아버지가 아롤도라고... 만약 잘 풀렸더라면 장인어른이 되었을 남자.


그를 이제 직접 볼 수 있다. 내가 벨 수 있을까? 머리로는 됐지만, 생각이 마음까지 가니 망설여졌다. 어쨌거나 그녀의 아버지. 친부를 죽인 전 남자친구라··· 결국 우리는 어떻게든 끝이 날 운명이었을까? 씁쓸함이 몰려왔다.


“얀, 너도 이의 없지?”


해럴드의 말이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을 뚫고 들어왔다. 장담하기 어려운 계획, 점점 어긋나는 관계와 그 속에서 동생을 구해야 했다. 그는 솔직히 자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있다고 해도 더 나은 방법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해럴드는 종이 여러 장에 지금까지 정리한 것들을 조금씩 다르게 옮겨 적고는 그걸 이반에게 건넸다.


“이거는 그대로 전해주고, 이거랑 이거는 동쪽이랑 서쪽에 보내라고 해. 그리고 맨 아래에 있는 이건 북쪽으로 보내야 하니 서둘러야 할 거야.”


“지금 갔다 오겠습니다.”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얀이 해럴드에게 말을 건넸다.


“모두 모일까요?”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여유가 된다면 다 올 거야. 애초에 그들을 잡으려고 모인 사람들이니까. 다만 지금 피해가 다들 커서 많이 오길 바라야지.”


--------------------------------------------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다.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촉박할 만큼 그것은 부족했는데 그들은 교환하기로 한 장소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그들은 지시한 대로 이루어졌길 앉아서 바랄 수밖에 없었다.


초겨울의 날카로운 바람이 옷을 꿰뚫으며 살을 파고들었다. 호 하고 불면 입김이 나올 정도였고 공기는 한없이 건조했다. 그들 셋은 손목을 묶은 엘다를 데려가면서 주변을 예의주시했다. 약속된 장소에 가까워질 때까지 정부군에서 어떠한 움직임의 낌새는 없었다.


얀은 거의 다다르면서 입술이 바짝 말라 몇 번이고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다른 둘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완전한 도박. 서서히 저 멀리 그들과 같은 인원이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명이나 매복해 있을지 모르겠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는 공터였고 주변엔 사방이 언덕져 있어서 아래에서는 위쪽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언덕 주변으로는 판잣집이 불규칙적으로 있었다. 서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그들은 동시에 멈췄다. 얀의 눈에 타라가 보였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입니다, 아롤도.”


해럴드의 말에 그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유명인사를 드디어 뵙는군.”


“피차 바쁜 사이인데 빨리 끝냅시다.”


해럴드가 손짓하자 이반이 엘다를 끌고 그의 옆에 대령했다. 그러자 아롤도의 뒤에 있던 병사도 타라를 데리고 그의 옆에 섰다. 그녀도 손이 묶여 있었다.


“자, 그럼 보냅니다.”


도발적인 말투와 함께 해럴드는 엘다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그렇게 타라와 엘다는 자신이 속해있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걸음걸이였지만, 영겁의 시간마냥 느려 보였다. 이윽고 둘은 스쳐 지나갔고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아롤도가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건너편 언덕 위에서 부지 순식간에 수많은 병사들이 엄청난 함성소리와 함께 일제히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말까지 타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해럴드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큰 소리를 내질렀다.


와아아··· 좌우 그리고 뒤쪽에서 정부군에 못지않은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얀은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그의 눈은 커질 대로 커졌고 눈빛이 촉촉해지며 미소가 지어졌다.


“많이도 왔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타라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울 것처럼 보였다.


“이제 괜찮아. 이제...”


멀리서 달려오던 정부군은 이제 지척까지 다가왔다. 얀은 단검을 빼 들고는 동생의 손에 묶인 밧줄을 잘라냈다.


“뒤에 있어, 타라.”


다시 그것을 집어넣은 그는 허리춤에 달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해럴드를 바라봤다. 적절한 시기가 되자 해럴드는 허리 뒤에 숨겨놨던 화염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화염병!”


소리가 닿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다가온 반란군들은 화염병을 일제히 꺼내 들고는 전방을 향해 내던졌다. 수십 아니, 백 개는 족히 넘는 화염병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장관이었다. 거의 동시에 땅에 닿은 그것들은 깨짐과 동시에 화염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군은 그것도 예상했는지 일제히 갈라지며 피해 달려들었다. 그중 몇몇은 화살을 먹여 반란군들을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고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해럴드는 목이 쉬어라 다시 울부짖었다.


“모두 후퇴! 따라오는 적들만 잡아!”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란군들은 뒤로 빠지기 시작했고 이반과 해럴드, 그리고 얀도 그제서야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을 탄 정부군은 그들과의 격차를 금방 좁혀왔다. 뒤를 한 번 돌아본 얀은 바로 앞에 다가온 병사의 횡으로 베어오는 검을 상체를 낮춰 숙여 피한 다음 병사가 아닌 말의 다리를 베어 넘겼다.


말을 비명소리와 함께 올라탄 병사가 날아가며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얀, 일단 도망쳐!”


해럴드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벌어진 거리에 초조함을 느끼며 얀은 서둘러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을 탄 병사는 한 명이 아니었다. 열댓 명이 넘는 그들 중 몇몇은 도망가는 반란군 사이를 헤집으며 셋 넷씩 베어 넘겼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비명과 함성이 뒤엉킨 그곳은 정말 전쟁터였다. 문득 옛 전투가 떠올랐다. 오직 악만이 남은 전쟁터. 그곳이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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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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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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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3 1 7쪽
»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7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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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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