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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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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70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7.12.29 01:28
조회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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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2부 13화.

DUMMY

저녁 식사에 조차도 동생이 들어오지 않자 얀은 안개에 가려졌던 의구심이 점점 증폭되었다. 해럴드에게 물어도 그는 자세하게 알려주지는 않고 일이 있어서 나갔다고만 말해줄 뿐이었다.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은 더욱 꼬여만 갔다.


로건 형은 도착했을까? 타라는 편지를 보며 무슨 말을 할까. 골머리 앓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쥐어뜯던 그는 답답한 마음에 홀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반과 해럴드가 진지한 얼굴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얀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말하기를 멈췄다. 침묵··· 껄끄러우며 수상한 침묵이 이어졌다. 적어도 얀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묻는 것도 힘에 부쳐 그들을 지나쳐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반은 얀이 간 곳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해럴드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지금이라도 찾아봐야···.”


점점 긴박해지는 그의 말을 자르고 해럴드의 말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건 안 돼. 보나 마나 우리 모두 개죽음당할 거다.”


“그럼 이렇게 넋 놓고 기다릴 셈입니까?”


답답함이 묻어나는 질문에 해럴드는 오히려 차갑게 대꾸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뭘 해줄 수는 없어.”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해럴드는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을 보고 싶은 충동적인 마음을 꼭 붙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아무도 몰라. 몸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라고. 날이 밝고서도 오지 않으면 그때 찾아보자고.”


역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반의 표정이 어떨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배신감과 실망감이 섞인 화가 난 얼굴.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그 소리도 같이 멎었다.


동시에 해럴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특별대우는 없어, 이반. 우리 모두 그렇게 약속했잖아. 그는 예전 처음 반란군을 만들 때의 약속을 되새기며 마른 입술을 핥았다. 충분히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은 아직 물러터진 대장이었다.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빛이 차단되며 감은 눈은 완전히 어둠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것이 현재 자신의 심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정과 바꾼 책임감은 그를 점점 괴물로 만들고 있었다.


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또 다른 걱정거리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진실을 말해야 할까. 절망에 빠져있던 그의 귀에 주방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최대한 편한 자세로 바꿔 앉고서는 얼굴의 근육들을 풀며 여유로운 티를 냈다. 발소리는 이제 점점 다가왔다. 조금 더······지금!


해럴드는 얀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에 먹을 게 좀 있던가?”


옅은 미소마저 띤 그는 부드럽게 물었다. 분명 무엇을 먹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렇게 물었다. 얀은 조금은 초조한 얼굴인 무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네요. 확인해 보지 않아서.”


기다렸다는 듯 해럴드가 대꾸했다.


“그래? 어서 들어가서 자도록 해. 당분간은 물자 지원이 어려워서 기름도 아껴야 한다고.”


약간은 까끌까끌한 말투에 얀은 한쪽 눈썹을 아주 조금 찌푸렸다.


“이제 자려고요.”


그리고는 그대로 그를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침묵의 한가운데에 선 해럴드는 점점 비관적으로 물드는 것에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고 자신의 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해럴드에게 그 날 밤은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새벽잠을 어지럽히는 울어대는 천둥은 그의 마음을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타라, 어디 있는 거냐. 억겁의 시간과도 같은 밤은 그렇게 흐르긴 흘러 바라지만, 바라지 않던 아침이 찾아왔다.


아침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얼빠진 얼굴이었지만, 얀 또한 자기 생각에 빠져 미처 보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해럴드의 피는 점점 말라갔다.


“더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아침과 점심 사이 그쯤의 시간에 이반은 불쑥 그의 방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더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에게 말했다.


“···부탁해.”


그는 차마 이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축 처진 어깨로 외면한 채 대꾸한 그는 방안에 덩그러니 남겨지고서도 그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이제 점점 현실의 문에 노크를 하고 있었다.


이반이 다시 해럴드의 방문을 열어젖히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이반의 손에는 급하게 찢어 윗부분이 울퉁불퉁한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일부로인지 이반은 말이 없었다. 아니,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어 보였다.


“그게... 뭔데?”


종이를 건네받은 해럴드는 첫 줄을 읽자마자 아연실색했다. 타라를 데리고 있고 엘다와 인질을 교환하자는 내용. 그리고 밑에 적힌 시간과 장소.


“어떻게 할 거야, 해럴드?”


이반은 이제 높임말을 쓰지 않았다. 반란군이 만들어지기 전의 동료였던 그때처럼 그는 동등한 위치에서 해럴드에게 물었다.


“다른 수가 없는 거 너도 알잖아.”


적막은 이반의 흥분과 함께 끊어졌다. 애매모호한 말이었지만, 그는 단박에 알아듣고는 그대로 달려가 해럴드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사람이냐고!”


“목소리 낮춰. 얀이 듣겠다.”


이반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였다.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뜨거워져 갔다.


“주둥아리 다물어!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냐? 똑바로 들어 해럴드 피어스. 아무리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해도 이건 아니야, 아니라고. 가장 가까이 있는 동료는 챙기는 게 도리야.”


잠자코 듣던 해럴드가 멱살을 잡은 손을 뿌리치며 그를 노려봤다.


“다 같이 죽자는 말로 해석하면 되나? 아니면 여기 적힌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했어? 가면 다 몰살당하는 거야.”


이반이 밟고 있는 바닥 널이 진한 신음을 내뱉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노려봤다. 이반은 이제 눈 밑마저 떨려왔다. 답답함이 묻어난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넌 늘 그런 식이었어. 지레 겁부터 먹어서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고 대비책만 세웠지. 이제 보니 그게 얼마나 답답한지 알 것 같다.”


말을 끝마친 이반은 그대로 몸을 돌려 방을 나가버렸다. 해럴드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문질렀다. 소수와 다수 사이의 생각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서로 멀어져만 갔다. 얀에게도 말해야겠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그는 깊은 고민의 숲으로 들어갔다. 차악과 모 아니면 도 사이에서 그는 한쪽의 손을 들어야 했고, 결정은 아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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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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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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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부 22화. 18.01.26 96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2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3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 2부 13화. 17.12.29 147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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