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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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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66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1.20 03:56
조회
107
추천
1
글자
8쪽

2부 20화.

DUMMY

“얀, 이제 너는 제이콥과 다니도록 해.”


동생이 떠나가는 것을 상상하던 얀은 그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까?”


“아니, 내 말은 생활품 같은 걸 사러 갈 때 말하는 거야. 그리고 이제 제이콥이 이반이 하던 일을 이어서 해야지.”


“···알겠습니다.”


이반의 이름에 잠시 멈칫했지만, 그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대답했다. 원래 잘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니 빈자리가 느껴졌다.


“좋은 곳에 갔기를...”


대충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제이콥이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말이 흩어지며 정적이 찾아왔고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


“살려주십시오...”


낡은 흰 담벼락을 마주 보며 무릎 꿇고 손에 깍지 낀 채 머리에 올린 남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가 시작이라도 되듯 그의 옆에 서 있는 사람들도 조그맣게 그와 같은 말을 했다.


“반란군이 아닙니다요. 제발 믿어주세요.”


중무장을 한 병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평소 보다 높여 말했다.


“요 근방에서 반란군들을 봤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한 명 한 명 찾아가며 묻기에는 우리가 시간이 없으니 이해해라. 자, 이제부터 몽타주를 보여줄 건데 혹시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숨겨주거나 거짓말하는 사람은 반란군과 공범이므로 즉결처분하니 명심하도록.”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대답도 듣지 않고 병사들을 돌아봤다. 그러자 뒤에 있던 병사 몇 명이 손에 들려 있는 몽타주가 그려진 종이를 가지고 모르츠 시민들에게 다가가 한 명 한 명에게 차례대로 보여줬다.


거기에는 아롤도를 포함한 타라와 이반, 몇몇 반란군 간부들의 얼굴이 꽤나 정확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중 제이콥의 얼굴은 없었다.


“......”


말을 했던 병사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중간이 넘어갔음에도 말을 꺼내기는커녕 다들 고개를 푹 숙이기만 했다. 얼굴을 구기며 그는 허리에 차 있는 검을 검 집채로 꺼내더니 땅바닥에 쿵 하고 내리쳤다.


“한 명도 못 봤다? 지금 다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


시민들은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은 속으로 누구든 아무나 말을 하길 바랐다. 하지만 인내심이 끊어진 병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올 때까지 눈치의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모두 데려와.”


으르렁거리듯 그가 씹어뱉자 기다렸다는 듯이 맨 뒷줄에 있던 병사들이 각자 한 명씩 끌고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살려주세요, 제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끌려가는 이도 있었고 악을 지르며 가지 않으려 발을 질질 끄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내 두들겨 맞았고 어떤 사람은 혼절해 버리기도 했다. 벽을 바라보고 있던 시민들은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여보!”


손을 발발 떨기만 했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분노와 억울함에 몸을 떨었다. 그중 한 명이 못 참겠는지 근처에 있는 병사의 다리를 붙잡았다.


“제발··· 우리 딸은 보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제발...”


다리를 붙잡힌 병사는 눈에 쌍심지를 켜더니 그대로 남자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뒤로 발라당 넘어진 남자를 차인 배를 부여잡고 컥컥댔다. 병사들이 모두 끌고 오자 제일 처음 말했던 병사가 경고 조로 말했다.


“이제부터 셋을 셀 건데 그때까지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이겠다.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그다음은 너희인 건 말 안 해도 알겠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면서도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자 병사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시민들은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그가 창조자라도 되듯 심판을 받는 기분이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견딜 수 없는 어떤 사람은 아예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둘.”


병사는 이제 기대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로서는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었다. 모르츠 시민들이야 요 근방에는 얼마든지 있었고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꼴 보기 싫은 놈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 흥미로운 일이었다.


“···셋.”


“제가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처분 명령을 그는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온 남자를 삐딱하게 바라봤다.


“몽타주를 보여주십시오. 어디서 봤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영웅 놀이 하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러길 바란다.”


그가 옆의 부하에게 눈짓하자 병사는 종이뭉치를 들고 남자에게 보여줬다. 남자는 그중 한 명을 짚었다.


“이 사람 저 길 끝 삼거리 안쪽에서 지나가다 우연히 봤습니다.”


그가 지목한 인물은 얀이었다. 반란군들이 제대로 활동하기 시작한 기간과 얀이 반란군에 들어간 시기가 겹치고 그 과정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며 굵직한 사건들에 빠짐없이 포함된, 정부와의 이상한 소문까지 도는 요주의 인물. 지휘하는 병사는 구미가 당긴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언제 봤고 뭘 하고 있었지?”


질문을 받은 남자는 마른 침을 삼키며 우물쭈물 거렸다.


“죄송합니다만, 사람들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누가 질문하라고 했나.”


병사의 표정이 삽시간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찢어발길 듯 노려보는 눈빛에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보내고 말고는 내가 정한다. 대답이나 해.”


“···예, 대략 보름 전쯤 주인님 심부름으로 나갔다가 지나가는 길에 봤습니다. 골목길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봐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보름이나 된 제보는 병사의 마음에 들게 하지 못했다. 그는 지나가는 듯 물었다.


“보름이나 지난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지?”


남자는 오해받지 않기 위해 더듬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기억력이 좋아 마을에 사는 사람들 얼굴은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놈은 모르는 사람이다?”


“예, 그렇습니다.”


병사는 남자를 오랫동안 뚫어지라 쳐다봤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그는 가슴이 말라버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바싹 마른 입술을 핥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겨우 참아내며 그는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했다.


“전부 보내줘.”


남자는 고개를 숙인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만 내쉴 뿐 그러한 기색은 숨겨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땅만 바라봤다. 병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전까지.


“얘는 데리고 가서 더 조사해.”


“예? 어째서···.”


말문이 막힌 남자를 보며 병사가 당연하다는 듯 내뱉었다.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잖아. 널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어서 데려가지 않고 뭐하나?”


그의 재촉에 병사 두 명이 남자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끌고 갔다. 남자는 억울함의 비명을 질렀지만, 동요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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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5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6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2 1 7쪽
»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2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5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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