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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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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84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8.02.06 01:26
조회
420
추천
1
글자
7쪽

2부 28화.

DUMMY

밖을 나와 무기고가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그들은 아무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미 병사나 시중을 드는 사람들은 지원을 나갔거나 이곳에서 떨어진 숙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자물쇠가 걸린 문을 로건이 큰 돌로 몇 번 내려치자 그것이 부서지며 열렸다.


모두 질서 있게 차례로 들어가 각자 손에 익은 무기를 골라잡았다. 이곳에 수용된 자들은 대부분 쉽게 풀려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대부분이 반란군이었고 지하 삼 층으로 이루어진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총 숫자를 대충 계산하면 전투에 도움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사람이 검을 꺼내오는 것을 보고는 로건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경기장 쪽을 가리켰다.


“모두 저기로 가세요. 아래층 사람들이 지원 가기 전까지 무리하지 마시고 시선만 분산시켜주시면 돼요. 저는 여기 남아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데리고 같이 가겠습니다.”


한 명이 뒤를 돌아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한 명 한 명 앞에 가는 사람을 따라 경기장이 있는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로건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며 한쪽 다리에 힘이 풀리며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우읍···.”


몸 안에 있는 것들이 저항할 틈도 없이 입 밖으로 분출됐다. 검붉은 피를 한 바가지 게워낸 그는 순간순간 눈앞이 까맣게 보였다가 다시 돌아왔다. 세상이 빙빙 도는 기분이었고 귀에서 윙윙대는 소리가 났다.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무릎을 꿇은 상태였음에도 손을 저어대며 뭐라도 붙잡으려 노력했다.


“로건!”


루나가 허공을 휘젓는 그의 손을 붙잡아주며 외쳤다. 그의 입에서는 아직까지도 피가 흘러나왔다. 옆에서 어쩔 줄 모른 채 벌벌 떠는 그녀는 로건을 차분히 눕혔다. 눈동자는 어디를 보는지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있었고 무슨 말을 하려 해도 솟아내는 피 때문에 쉽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절망감을 느끼며 목이 멨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로건, 갑자기 왜 그래··· 왜...”


“아가씨··· 저는 괜찮아요... 어서 숙소로... 돌아가세요.”


창백해진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짐작하며 시선을 돌린 그는 루나의 손을 꼭 쥐었다. 이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매초마다 몸이 썩어가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는 괜찮다고 했다. 자꾸 피가 역류해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이게 어떻게 괜찮아! 어떻게 괜찮냐고... 내가··· 내가 의사를 데려올게. 조금만 기다려!”


다시 한번 피를 뱉어내며 로건은 있는 힘을 쥐어짜 입꼬리를 올렸다.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었다. 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싸우러 가야 하는데···. 얀을 도와야 하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모래를 짓이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어지는 뜀박질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혼자 남게 됐다고 생각이 들자 그는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저 너무 아파요. 사실 너무 아프고 무서워요···.”


몸속의 혈관을 가위로 자르는 고통을 느끼며 그는 분노로 이를 갈았다. 도대체 주사기 안에 든 게 뭐였길래···.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시야가 점점 좁혀지는 것을 느꼈다. 숨이 더욱 거칠어지며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남은 한 손으로 그는 땅을 쥐어뜯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죽기 싫어···. 죄송해요, 루나 아가씨... 미안해, 얀.”


심장을 찍어 누르는 고통에 로건은 깊게 숨을 들이 마쉰 채 내뱉지를 못했다. 컥컥대던 그는 서서히 온몸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그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 땅바닥을 적셨다.


수감된 인원들을 모두 끌고 지상으로 올라온 죄수들은 무기고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로건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중 로건이 교도관을 제압하기 전에 눈짓을 주고받던 이가 그에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맥박을 짚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말없이 천천히 일어난 그는 곧장 무기고로 들어갔다. 모두 장비를 챙기고 나자 맥박을 짚었던 사내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로건을 바라봤다. 땅바닥에 엎어진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안쓰러웠다. 같이 있던 여자는 어디간거지? 장소를 옮겨줄까 하다가 그는 다시 몸을 돌렸다. 갔다 와서 우리나라에 묻어주겠습니다.


“서둘러 갑시다, 여러분.”


인원들을 이끌고 사내는 누가 일러주지 않았지만, 경기장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로건은 홀로 남겨졌다. 겨울의 찬바람이 그를 괴롭혔지만, 그는 어떠한 미동조차 없었다. 그저 옷만 펄럭이며 바람이 부는 것을 보여줬다.


“로건!”


멀리서 루나가 목소리와 함께 뛰어오고 있었다. 옆에는 마흔이 조금 안 되는 듯한 의사가 따라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열심히 뛰었다. 불러도 대답없는 로건을 보자 그녀는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달리는 그녀의 시야가 뿌옇게 가렸다.


“대답해, 로건!”


엎어지듯 그의 앞에 주저앉은 그녀는 로건을 흔들어 깨웠다. 손과 바지에 피가 묻었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쓰지 못했다. 초점 없이 떠 있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로건···안 돼...”


의사는 그의 앞에 오자마자 재빨리 맥부터 짚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는 생명의 두근거림이 전해지지 않았다. 목에 가져다 댔던 손을 다시 손목에다도 댔지만 역시나였다. 의사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루나에게 말했다.


“눈을 감겨주세요.”


“가지 마···.”


가슴을 움켜쥔 채 눈물을 쏟는 그녀의 어깨는 볼품없이 흔들렸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로건의 눈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다시 떼었다. 로건은 이제 완전히 눈을 감았다. 고통에서 벗어난 그의 표정은 아파하지도 않았고 기뻐하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들어가시죠.”


“조금만, 조금만 이따가···갈게요.”


처연한 그녀의 목소리에 의사도 더는 어쩌지 못하고 그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그리고는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로건의 옆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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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29화. 18.02.08 83 1 5쪽
» 2부 28화. 18.02.06 421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8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3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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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부 22화. 18.01.26 97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3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8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4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4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2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8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6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8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7 1 9쪽
21 2부 5화. 17.10.16 210 1 8쪽
20 2부 4화. 17.10.16 161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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