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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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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9.26 20:27
최근연재일 :
2018.02.12 00: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62
추천수 :
77
글자수 :
168,777

작성
17.10.16 01:08
조회
159
추천
1
글자
8쪽

2부 4화.

DUMMY

말과는 다르게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줬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았는지 가장 앞에 있던 병사가 그에게 기합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얀은 찔러 들어오는 검을 침착하게 옆으로 흘리고는 그대로 검을 쥔 팔을 잘랐다.


뜨겁고 끈적이는 피가 그의 옆 머리칼과 뺨에 튀겼다.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병사를 발로 밀어 뒤에 있던 자들과 함께 바닥으로 떨구었다. 칼에 묻은 피가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한 명이 달려들었고 얀은 여유롭게 피하며 목을 꿰뚫었다.


도대체 몇 명이야···. 베고 찌르고 넘어트려도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만하면 끝났겠지 싶어도 검을 다룰 줄 모르는 하인마저 죽기 살기로 덤벼들다 보니 아무리 숏소드라도 점점 힘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을 경비들이 오고 있으니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라!”


열린 문 너머로 들려오는 칼부림 속에서 지휘자로 생각되는 자의 목소리가 퍼졌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계단에 있던 자들은 먼저 덤벼들기를 멈추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쪼그라든 입술을 핥으며 그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어쨌든 뚫어야 했다. 밖에서의 상황을 알 수 없어 그는 더욱 애가 탔다. 움찔거리는 앞의 적을 향해 그는 달려들었다. 두 개의 검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검을 쥐지 않았던 실력의 검을 피하고 하단을 향해 가로로 베어오는 것을 막아내며 그는 한 명의 심장을 꿰뚫고는 몸을 던졌다. 뒤로 넘어가는 체중 때문에 아래에 겹겹이 서 있던 사람들은 균형을 잃고 모두 쓰러졌다.


헐레벌떡 일어선 얀은 칼로 정면을 보호한 채 자세를 낮추고 주변의 적이 다가오나 빠르게 훑고는 오른쪽의 나가는 문으로 죽기 살기로 뛰었다. 뒤에서는 몇몇이 무어라 소리치며 쫓아왔다. 문을 통과하자 달빛을 받아 주변이 훨씬 잘 보였다.


“이봐, 빨리!”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아직 마을 경비병들이 도착하지는 않았는지 정원 쪽의 병사들은 몇 없었다. 다만 그들의 실력이 동료들보다 뛰어났기에 몇몇은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빠르게 판단을 마친 얀은 곧장 달려 바로 지척에 있는 병사의 뒷목에 칼을 꽂았다.


소름 끼치는 비틀리는 숨이 병사의 목에서 나오더니 볼품없이 쓰러졌다. 정면의 입구에는 동료 몇 명이 망을 보며 이쪽을 향해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시체는?”


얀의 다급한 물음에 한 동료가 황당한 표정을 짓다 이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그의 팔을 붙잡으며 끌었다.


“무슨 정신 나간 소리 하는 거야, 뛰어! 더 늦으면 우리 다 여기서 뒤지는 거야.”


잡아먹을 듯 소리치며 그는 얀은 억지로 이끌어 정문으로 내달렸다. 옆쪽에서 다급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고 뒤에서는 분노에 휩싸인 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뛰어오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피로에 지친 숨소리들이 한데 섞여 그의 귀를 괴롭혔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멀쩡했고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겪었다. 살아있음. 타라가 살갑게 대할 때도, 루나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도, 심지어 막강한 검투사와 검을 나눌 때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그의 혈관 하나하나에 싹을 틔웠다.


자신의 스위치를 끄고 살아오던 그의 몸에 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래알뿐이던 앞날에 모래성이 지어지고 있었다. 턱 끝까지 숨이 찼지만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경비병들이 쫓아오는 것에서 그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드디어 가드만 올리다 카운터를 먹인 것이다.


----------------------------------


“신고식을 아주 제대로 했어.”


돌아온 자들은 탈진 직전까지 달려서인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숨쉬기 바빴다. 누구 하나 상처가 없는 자들이 없었다. 몇은 기절했고 몇은 헛구역질을 했고 실제로 양동이에 토사물을 뱉는 자들도 있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끝은 달콤하지 않았다.


이반과 대화를 나누던 해럴드는 주변의 모습에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져 갔다. 어느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그는 얀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 눈이 마주친 그가 앞에 다가왔고 해럴드는 잠시간 눈을 마주 보다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한두 군데씩 상처를 입고 돌아온 몰골들을 보며 해럴드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는 박수까지 쳤다. 그리고는 힘이 쭉 빠졌는지 의자에 털썩 앉으며 얀의 옆에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섯 사망, 넷 실종을 제외하고 자잘한 상처가 있는 것 빼고는 다 복귀했습니다.”


“그래도 절반은 건졌네. 수고했어요, 그만 쉬세요.”


자신의 동료에게 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얀을 보며 자신의 앞에 앉으라고 말했다. 격양된 감정은 어느새 수증기가 돼 사라졌고 그는 땀과 피로 절여진 목덜미를 소매를 닦아냈다.


“아홉 명이 죽었어.”


“나도 압니다.”


“살아온 기분이 어때?”


“......”


얀은 입을 움찔거릴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해럴드는 진지함 속에 일렁이는 것을 감추며 말을 이었다.


“너 때문에 절반이 죽었어, 알아?”


“그게 왜 나 때문입니까?”


억울함에 발끈하는 그의 모습을 해럴드는 무심히 바라보고는 한마디 툭 내뱉었다.


“들켰잖아.”


“그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요. 그 새벽에 루카 그놈의 방에 하녀가 들어오는 게 말이 됩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요.”


“그러니까 하녀가 예상도 하지 못할 때에 갑자기 방에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 소리치는 바람에 들켰다 이 말이야?”


얀은 분을 삭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럴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동조했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언제나 변수가 생기니까 말이야. 이해해. 그런데 말이야.”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얀을 가리켰다.


“그 전에 죽였으면 되잖아.”


“예?”


“그러니까 하녀가 소리 지르기 전에 죽였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무슨 말인지 몰라?”


“그게 무슨···.”


얀은 당황함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해럴드는 그에게 더욱 강조하며 말했다.


“왜 안 죽였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민간인이잖아요! 그리고 애초에 너무 순식간이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요.”


그의 대답에 해럴드가 김빠지는 숨과 함께 픽, 웃음을 흘렸다.


“아니, 아니지. 설마 그걸 핑계라고 대는 거야? 시간 있었잖아. 너 망설였잖아.”


쿡 찔러오는 가슴을 외면한 채 그가 탁자를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내리쳤다.


“넘겨짚지 마!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어? 보지도 않고 뭘 안다고 나불대는데, 어? 난 할 만큼 했어!”


“얀, 목소리 낮춰라.”


보다 못한 이반이 적개심 섞인 목소리와 함께 손바닥으로 탁자를 약간 힘을 주어 내리치며 말했다. 얀은 이마에 핏줄이 선 채로 씹어 먹을 듯한 표정으로 으르렁댔다.


“당신은 다물고 있어.”


“오빠...”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도 어색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잠깐의 침묵 틈으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얀은 겁먹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문간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있는 타라가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와 침묵에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빨을 꽉 깨물며 화를 목구멍 안으로 겨우겨우 구겨 넣은 그는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이고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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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부 30화. 18.02.09 104 1 10쪽
45 2부 29화. 18.02.08 82 1 5쪽
44 2부 28화. 18.02.06 420 1 7쪽
43 2부 27화. 18.02.04 87 1 7쪽
42 2부 26화. 18.02.03 142 1 8쪽
41 2부 25화. 18.02.02 336 1 8쪽
40 2부 24화. 18.01.31 437 1 5쪽
39 2부 23화. 18.01.28 105 1 8쪽
38 2부 22화. 18.01.26 96 1 8쪽
37 2부 21화. 18.01.25 112 1 7쪽
36 2부 20화. 18.01.20 107 1 8쪽
35 2부 19화. 18.01.17 114 1 6쪽
34 2부 18화. 18.01.14 115 1 6쪽
33 2부 17화. 18.01.09 133 1 8쪽
32 2부 16화. 18.01.04 132 1 7쪽
31 2부 15화. 18.01.02 171 1 8쪽
30 2부 14화. 17.12.30 140 1 6쪽
29 2부 13화. 17.12.29 145 1 7쪽
28 2부 12화. 17.11.21 162 1 8쪽
27 2부 11화. 17.11.21 195 2 6쪽
26 2부 10화. 17.11.03 220 1 6쪽
25 2부 9화. 17.10.28 202 1 10쪽
24 2부 8화. 17.10.25 162 2 9쪽
23 2부 7화. 17.10.22 167 1 9쪽
22 2부 6화. 17.10.21 156 1 9쪽
21 2부 5화. 17.10.16 209 1 8쪽
» 2부 4화. 17.10.16 160 1 8쪽
19 2부 3화. 17.10.15 179 1 10쪽
18 2부 2화. 17.10.14 21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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