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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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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6.08 23:03
최근연재일 :
2017.06.24 11:1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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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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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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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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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화.

DUMMY

아침 햇살이 그를 깨우기 전에 그는 먼저 눈을 떴다. 뻣뻣한 몸을 일으키며 그는 곧장 여관을 나와 익숙한 거리인 양 머뭇거림 없이 길을 걸어갔다. 골목 깊숙이 들어가다 보니 알아채기도 힘든 어느 허름한 가게가 보였고 그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내부 역시 바닥이며 벽, 모든 것들이 낡았고 그 특유의 오래 묵힌 냄새가 그의 코를 파고들었다. 좁은 공간이었기에 테이블 또한 몇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한 테이블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소식은 좀 있습니까?”


의자를 끌어 앉으며 덱스터는 그들에게 물었다. 그의 자리에는 이미 시켜놨던 차가 놓여있었다. 오른쪽에 앉아 있던 사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산을 오가는 사람은 꽤 있었는데 말씀해 주신 아이는 보질 못했습니다.”


덱스터가 고개를 돌리자 왼쪽에 있던 사내도 특별할 것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보고 있는 녀석한테 물으니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산을 빠져나가는 길은 딱 그 두 군데 밖에 없는 게 확실한 겁니까?”


작은 마을에 속해 있는 소규모 길드였기에 돈을 주고 의뢰한 덱스터로서는 의심쩍었다. 그 눈빛을 읽었는지 오른쪽의 사내가 뒷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렇지요. 워낙 산이 크다 보니 뒤쪽 길도 사실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다른 곳은 절벽이거나 사람이 내려갈 지형이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리께서는 조심성이 많으시군요.”


“확실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뭐, 여러분이 알아서 잘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이곳 지리에 아는 게 없으니까요. 그럼 이따 또 뵙시다.”


******************************


“애런, 준비 다 됐니?”


티보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며 들어왔다.


“뭐, 대충 다 된 것 같아.”


그는 우물쭈물해 하며 애런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티보는 새삼 이 작은 방에서 애런 혼자 친구 없이 보내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떠올랐다. 평범한 일상을 포기한 건 자신인데 그게 애런에게 대물림된 것에 아비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자기 때문에 죄 없는 아들마저 위기에 처할지 모르고, 도망을 다녀야 하니 그는 애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격려를 해야 하나? 아니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야. 미안하다 해야 할까? 감히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미안하구나.”


뒷모습을 보인 채 가방을 정리하던 애런의 손이 아주 잠시 움찔거렸다.


“뭐가?”


무엇이 미안한 것일까. 티보는 어느 하나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전부다.”


애런을 보기 두려워 고개를 숙인 건 미안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화가 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받아들이진 않을래. 좋게 풀리면 다시 생각해보지 뭐.”


그는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다. 매듭을 꽉 묶은 그는 그것을 어깨에 걸쳐 메고 화살 통을 집었다.


“많이 위험하겠지?”


“걱정 마라. 너희 둘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부담스런 말에 애런은 어색함을 느꼈는지 일어서려다 티보에 목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왜 이래. 나도 활 쏠 줄 알아. 근데 못 보던 목걸이네.”


“아, 이건 나름··· 부적이란다.”


“너무하네, 혼자만 살겠다고.”


빙긋 웃으며 일어난 애런은 발레르의 방으로 걸어가며 소리쳤다.


“야, 아직도 준비 안 됐어?”


“거의 다 됐어. 기다려.”


“아, 정말 날 새겠네. 나도 바깥 구경 좀 해보자.”


티보는 대견스럽다는 눈빛으로 애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낸 그는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내더니 엄지와 검지로 잡은 그 상태 그대로 한참 그것을 바라보았다. 햇빛을 받아 더욱 그늘져 보이는 그의 얼굴은 기도라도 올리는 듯 매우 진지했고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 신성한 침묵이 끝나자 그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입구를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는 갓난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품 안에 다시 넣고는 일어나며 다시 그 자리에 있나 한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


해는 이제 슬슬 정상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이 비탈진 산에서 내려오며 흘린 땀을 씻겨줄 바람은 온데간데없었고 반대로 나무들이 막아주었던 뙤약볕을 그들은 있는 그대로 맞았다.


“우리가 언제 내려올지 혈안이 돼 있을 텐데 이렇게 정직하게 마을로 나와도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덱스터란 사람은 자신들이 언제 내려올지 지켜보고 어디로 향할지 감시할 거라고 티보는 내려오며 말해주었었다. 그럼에도 티보는 다른 길이 아닌 마을로 통하는 곳으로 빠져나왔다.


“아빠. 뒤쪽에도 길 있잖아.”


“그래, 거기가 사람들도 안 다녀서 좋긴 한데, 감시를 받는 순간부터는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란다. 걸어서는 가려는 곳은 너무 멀어.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말을 타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


티보는 사방을 훑어보며 걷다 문득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못했던 게 번뜩 떠올랐다.


“발레르. 혹시 말 탈 줄 아니?”


발레르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채 티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와, 진짜 시작부터 꼬이기도 힘든데.”


“괜찮아. 내 뒤에 타면 돼. 그것보다 처음 타는 거라 걱정이구나.”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티보는 자신을 바라보는 애런의 눈빛을 피하며 답했다.


“가다 보면 차차 알게 될 거야.”


**************************************


북적대는 한낮의 대로는 여름의 더위를 표현하기라도 하듯 열기가 뜨거웠고 시선을 멀리 두면 어디든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두 사내가 건물 옆 그늘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기보다 슬쩍슬쩍 주변을 훑는 게 누군가를 찾는 듯싶었다. 방향 없이 시선을 보내던 왼쪽의 사내의 눈이 어느 순간 한 지점에 고정되었다. 그는 눈을 조금 찡그려 무엇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길은 그 목표가 이동하는 것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 남자는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옆의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보고 있냐?”


질문을 받은 사내 역시 그와 같은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예. 맞는 것 같습니다.”


“쟤네 따라가서 뭐 하는지 보고 와라. 그리고선 그대로 길드로 간 다음에 입구마다 애들 박아놔서 어디로 가는지 잘 보라고 해. 그리고 뒤쪽에 있는 애들 복귀하라 하고. 말하고 올 테니까 오 분쯤 뒤에 여기로 다시 와.”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뒤로 돌아 걸음을 빨리 놀렸다. 큰 대로에서 건물을 끼고 돌아간 그는 시야에 벗어났다고 생각되자 뛰기 시작했다.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마을 지리를 이용해 사내는 골목길로 돌아 막힘 없이 길을 찾아 뛰어갔다. 마침내 원하던 곳을 찾아낸 그는 거리낌 없이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 그대로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 안에 있던 덱스터는 조금 다급함이 느껴지는 노크 소리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채자 덱스터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말을 듣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내려왔습니다.”


그는 대답 대신 방에서 나와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쪽입니까?”


“아뇨. 반대입니다. 마을에 있어요. 이쪽으로 오시죠.”


“일행이 있던가요?”


덱스터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어떤 대답이 나올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그 꼬마 포함 셋입니다. 또래로 보이는 한 명과 성인 한 명. 그 두 명은 활잡이인 것 같습니다.”


덱스터는 자신이 예상했던 범주를 넘어 당혹스러웠다. 그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저의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상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합류한 그 두 명은 누구인지, 발레르와 어떤 관계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약속한 장소에 그들이 도착했지만, 뒤를 쫓던 사내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길드에 가 일을 처리하고 오기에 오 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았기에 사내는 화가 나거나 의아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유로움에 가까웠다.


이 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덱스터는 평소와 다르게 초조함을 느꼈다. 예측했던 것들이 모두 빗나가자 혼란 속에 빠지는 기분에 그는 답답한 마음과 함께 덩달아 마음이 졸여졌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기는 길에 애들에 배치해둬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덱스터의 감정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사내는 그를 진정시키며 자신의 여유를 간접적으로 알렸다.


“저기 오네요.”


다가오는 남자의 머리는 조금 산발이었고 숨 또한 불규칙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고 그들은 말을 구하러 갔습니다.”


“말?”


덱스터와 사내는 잘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그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사내가 본 그들은 분명 허름한 옷에 비싸 보이는 장신구 같은 거라고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말을 빌린다고 생각할수록 아이러니했다. 의아함도 잠시, 사내는 고민에서 빠져나와 생각에 잠겨있는 덱스터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찍어서 가는 것보다는 마구간에 가서 물어보는 게 좋겠군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기에 덱스터는 굳이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알 수가 없다. 그는 발레르의 일행들을 그렇게 정의했다. 일부로 그를 혼란스럽게라도 한다는 듯 의도가 다분하다고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들의 연속에 덱스터는 감히 어떤 상황이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이마에 맺혀 흐르는 땀을 덱스터는 소매로 닦았다. 뜨거운 열과 많은 사람 속에서 걷고 있자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불쾌한 기분이 점점 쌓여갈 때 그들은 대로를 빠져나왔고 그들의 눈앞에는 방금까지의 상황이 착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한산하고 뻥 뚫린 거리가 펼쳐졌다.


집집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엇이 바쁜지 하나같이 어디론가 향해 빠르게 걸어 다녔다. 덱스터는 왠지 낮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여유가 없어 보였다. 자신이 지내는 곳과 많이 다르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네요.”


덱스터는 옆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까 지나온 것만큼은 아니지만, 입구 근처도 사람이 꽤 많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오늘은 유난히 사람들이 더 많아서 혹시나 놓치면 어쩌나 했는데, 말을 탔다니 그럴 걱정은 없겠네요.”


덱스터는 그 사내만이 이 마을에서 다르게 보였다.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다르게 그는 그만큼 천천히 걷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침착했고 상황을 꿰뚫어 보며 순간적인 판단력이 뛰어난 것이 역시 괜히 의뢰에 책임자를 맡은 사람은 아니라 생각함에 얻은 신뢰감은 덱스터를 사내와 똑같이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마구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 건물 자체는 색이 꽤 어두워 음침한 느낌이 났지만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니 빛이 안을 환히 비춰주어 대조됨을 주었다. 그런 것 때문인지 건물 안은 훨씬 더 아늑한 느낌을 주는 듯했다.


흔히 드나드는 곳은 아니었기에 주변에 사람은 없었고, 그래서 소리라고는 말이 건초를 먹으며 나는 부스럭거림이나 이따금 들리는 말 울음소리가 전부였다. 맨 앞에서 걷던 남자는 안으로 굳이 들어가지 않은 채 문 앞에서 소리쳤다.


“주인장, 안에 계십니까?”


잠시 뒤, 벽에 무언가를 기대는, 나무와 나무가 부딪힐 때 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건물 안에서 발걸음이 들려왔다. 주인은 모습을 채 보이기도 전에 대답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뭣 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사내는 상대가 있을법한 곳에다 시선을 대고 소리쳤다. 덱스터는 주인도 사내처럼 그러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자 지금 이 모습이 꽤 우스웠다. 안에서 들려오는 작았던 발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주인은 그들이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직업의 이유 때문인지 주인의 피부는 보통 그 이상으로 새까맣게 타 있었다. 얼굴의 진 주름들과 섞여 있는 흰머리로 봐서는 마흔 중반쯤 되어 보였다. 조금 말랐지만 팔과 종아리 부분에 탄탄하게 각이 잘 잡힌 근육들과 널찍한 어깨는 아직 그가 충분히 정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인은 한 손은 허리춤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사내가 말을 하길 기다렸다.


“다른 건 아니고 아까전에 여기 꼬마 두 명이랑 보호자 한 명 오지 않았나요?”


“예, 그랬죠.”


“말은 몇 필 빌렸던가요?”


주인은 지금 이 분위기가 무언가 조금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두 필이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사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 내저었다.


“아, 같은 일행인데 잘 못 구하지 않았나 싶어서요. 이쪽으로 갔죠?”


잘 생각하면 허점이 보이는 변명이었기에 사내는 마지막 말에 그들이 갔을법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방향을 찍었다. 자칫하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는 발언이었다.


“네.”


주인은 사내의 자연스러운 행동임에도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주인이 느낀 어색함을 사내와 뒤에 두 명도 그쯤에서 인식했고, 덱스터의 옆에 있던 책임자는 감사하다 인사하며 상황을 마무리 짓고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놀려 남쪽 입구가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주인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괜한 일에 휘둘리기 싫어 가벼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 입구 안은 사내의 말처럼 광장의 대로만큼이나 사람들로 붐볐다. 대게 갖가지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과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마을을 떠나거나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었다.

앞장서서 걷던 사내는 입구 주변을 휙 둘러보더니 무언가 찾은 듯 고정되더니 고개를 돌려 덱스터를 바라보았다.


“다녀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성큼성큼 사람들을 피하며 걷던 사내는 길 오른쪽에 상인이 내놓은 물건을 구경하는 한 여성의 옆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그 여성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작게 말을 건넸다.


“세레지오로 갔습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에 그들의 말은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대답은 들었지만, 그는 못 들은 척 상인이 내놓은 물건을 하나 집어 만지작거리며 구경하는 시늉을 했다. 다시 조심스레 내려놓은 사내는 그대로 지나쳐 살짝 방향을 돌아간 후에야 그들에게 돌아왔다.


“세레지오로 갔답니다.”


덱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은 그 행동으로 끝났음을 알려주었고, 사내 두 명은 그를 지나쳐 어디론가 추적추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 덱스터 역시 뒤로 돌아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구간의 주인은 말들에게 사료를 챙겨준 후에야 자신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날이 더워 그런지 유난히 입맛이 없던 그는 수프만 다 먹고 빵은 차마 다 먹지 못한 채 손에 쥐며 마구간 앞 그늘 밑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마땅히 할 게 없어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오른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식사시간이라 거리에 사람은 없었기에 그는 호기심에 그쪽을 계속 주시했다. 이윽고 상대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동시에 그의 표정엔 알 수 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왜 혼자지?”


아까 전 어떤 사람들을 찾던 사람 중 한 명이 이번엔 혼자 걸어오고 있었다. 더욱 이상한 건 그는 다시 마구간을 향해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앉아있는 주인 앞까지 걸어온 그는 안주머니에서 무언가 뒤적거리더니 꺼내어 주인 앞에 그것을 내밀었다. 더글라스 가문이 새겨져 있는 징표였다.


“말 한 필 좀 빌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종이랑 펜 좀 있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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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마지막화. 17.06.24 222 1 17쪽
34 34화. 17.06.24 231 0 15쪽
33 33화. 17.06.23 168 0 15쪽
32 32화. 17.06.22 298 0 15쪽
31 31화. 17.06.21 180 0 13쪽
30 30화. 17.06.20 194 0 13쪽
29 29화. 17.06.20 226 0 17쪽
28 28화. 17.06.19 192 0 13쪽
27 27화. 17.06.19 178 0 15쪽
26 26화. 17.06.19 176 1 12쪽
25 25화. 17.06.18 215 1 15쪽
24 24화. 17.06.18 179 1 17쪽
23 23화. 17.06.18 195 1 19쪽
22 22화. 17.06.17 222 2 14쪽
21 21화. 17.06.17 233 0 12쪽
20 20화. 17.06.16 249 2 13쪽
19 19화. 17.06.16 262 1 14쪽
18 18화. 17.06.15 251 1 15쪽
17 17화. 17.06.15 235 1 13쪽
16 16화. 17.06.15 230 1 14쪽
15 15화. 17.06.14 212 2 14쪽
14 14화. 17.06.14 247 2 14쪽
13 13화. 17.06.14 245 2 14쪽
12 12화. 17.06.13 277 2 13쪽
11 11화. 17.06.13 308 3 15쪽
» 10화. 17.06.13 386 2 16쪽
9 9화. 17.06.12 333 2 18쪽
8 8화. 17.06.12 33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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