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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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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6.08 23:03
최근연재일 :
2017.06.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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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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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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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노을이 지던 하늘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옅은 보랏빛과 섞인 석양을 등지고 달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에즈라의 집이었다.


"선생님, 안에 계세요?"


그녀의 조급한 마음은 두드리는 소리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애타게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에즈라는 하던 것을 멈추고 빠르게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간을 붙잡고 거친 숨을 뱉어내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타라...? 무슨 일인 거냐."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며 그녀가 말을 하려는 순간, 에즈라의 옆으로 애런이 다가왔다. 그의 한 손에는 끝이 약초로 물든 절굿공이가 잡혀져 있었다.


"애런...?"


"뭐야, 너 왜 울어."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려던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더미드가 발레르를 속여 동굴에 들어가게 했어요."


"동굴?"


"다시 말해 보거라. 동굴이라고?"


다시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함께 그녀는 에즈라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시간이 없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에즈라는 허리에 차 있는 검을 만지고는 전속력으로 산 쪽을 향해 뛰어갔다.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타라를 보고는 애런은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의 방에서 활과 화살을 챙기고는 절구에 담겨있는 으깨진 약초를 주머니에 넣고 문밖으로 나왔다.


"데려올 테니까 안에서 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애런은 이미 멀어진 에즈라의 뒤를 쫒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섞여 있던 하늘은 점점 보라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


멀리 보이는 산 쪽으로 무작정 뛰어간 발레르는 겨우 산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 때가 자주 묻지 않았는지 펫말과 거기에 적혀있는 글씨는 퇴색되어 있었다.


정신 나간 사람마냥 발레르는 방향 없이 올라가며 애런을 불렀다. 마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빛을 잃은 하늘 밑의 숲은 바깥보다 훨씬 어두웠다. 초조함을 느끼며 그는 목이 쉴 때까지 자신의 친구를 부르고, 또 불렀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산을 뛰어다니던 중 그의 시야에 회색의 큰 돌이 들어왔다. 직감이 온 그는 그곳을 향해 달려 올라갔다. 눈높이가 맞춰지자 큰 돌 가운데로 입구가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다가가던 그는 동굴 주변으로 누군가 인위적으로 심어 놓은 꽃을 발견했다. 타라와 돌아다니며 무수히 많은 약초를 보았지만, 이곳에 심어져 있는 건 그에게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좁은 간격으로 입구 앞을 넓게 둘러싸고 있는 약초를 넘어가 동굴로 들어가려는 순간, 위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목소리에 그는 황급히 고개를 올려다봤다. 그 자리에는 더미드가 서 있었다.


"너 이 새···."


"다시 한번 말할게. 타라한테 치근덕대지 마라."


"애런이 여기 안에 있냐."


"아직 답을 듣지 못했는데."


"안에 있냐고 이새끼야!"


"대답."


같은 말이었지만, 전과 달리 명백한 강요였고 협박 조였다. 발레르는 이미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기에 오히려 더미드의 말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어줬다.


"싫은데."


더미드는 그의 비웃음을 맞받아 보내줬다. 그리고는 별안간 입을 모아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는 발레르에게 더미드는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안에 있으니 잘 찾아봐."


그의 행동에 발레르는 경멸이 담긴 눈빛과 함께 등에 걸린 검을 뽑아냈다. 더미드를 공격하려 단숨에 달려가려던 발레르는 그러지 못했다. 발을 움직이려 했지만,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붙어버린 발은 안간힘을 줘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발을 잡아떼려는 그의 모습을 보며 더미드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황급히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발레르는 칼로 땅을 파내려 했지만, 딱딱하게 굳은 땅은 강철이라도 된 듯 박히지 않았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그의 귓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울림이 가득한 소리는 동굴에서 들려왔다. 맨발로 돌바닥을 딛는 소리와 언어가 아닌 알 수 없는 신음 소리가 퍼져 나왔다.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는 점점 커졌다. 발레르는 그쪽 방향으로 검을 쥐며 주시했다.


맹수라고 생각했던 그의 예상은 어둠 밖으로 삐져나온 사람의 발에 의해 깨져버렸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어둠 바로 뒤에 서 있던 정체 모를 사람은 갑자기 밖으로 양팔을 뻗었다.


발레르는 땅이 울리는 느낌이 양옆에서 느껴졌다.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는 하마터면 검을 놓을뻔했다. 그의 고개는 점점 위로 올라갔다. 나무가 일어서고 있었다. 그는 그 말도 안 되는 말만이 이 상황을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단히 박혀진 뿌리가 살아있는 오징어의 다리처럼 땅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잔뿌리가 뜯어지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반대로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는 방금 본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완전히 땅 위에 선 나무는 얼굴의 형태는 없었지만, 마치 사람처럼 움직였다. 양옆으로 뻗은 굵은 나뭇가지를 팔처럼 움직이는 그 모습은 발레르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가지를 흔들어보던 나무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방향을 돌려 발레르를 봤다. 눈이 있는 게 아니었지만, 그는 분명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왼쪽에 있던 나무가 천천히 오른 나뭇가지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더 높이 올릴 수 없을 때까지 올라간 팔은 힘이 섞인 채 발레르에게 내리쳐졌다.


꽉 다문 그의 입술에서 고통이 새어 나왔다. 움직일 수 없어 그는 그대로 받아냈다. 손목이 끊어지는 고통을 채 느끼기도 전에 반대쪽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옆으로 돌려 후려치는 나뭇가지를 쳐내며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가 동굴의 누군가에게 말을 걸 틈도 없이 반대쪽에서 아직 남은 팔로 공격이 들어왔다.


가까스로 쳐낸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손목 어딘가 끊어지는 고통에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미 산을 이 잡듯 뛰어다닌 그의 체력은 바닥난 지 오래였다.


검으로 땅을 짚으며 아직 남은 오른쪽 나무의 들어 올려진 손을 보며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입에서는 단내와 쓸개즙이 올라와 역한 맛이 났다. 천천히 올라가 멈춘 나뭇가지를 보며 그는 힘겹게 검을 들어 올렸다. 왜인지 자꾸 눈 밑이 떨려왔고 왼쪽 무릎이 자꾸 주저앉았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검 끝은 이제 더는 막기 힘들어 보였다.


떨어지는 굵은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그는 검의 자리를 잡았지만, 그의 팔이 점점 내려갔다. 입술을 깨문 채 그는 비극적인, 억울한 죽음을 마주했다. 가속도가 붙은 나뭇가지는 그를 부숴버리기 위해 맹렬히 내리쳐졌다. 눈앞이 점점 그것으로 가득 차는 그의 시야에 맹렬히 타는 불길이 들어왔다.


발레르에게 내리쳐지던 나무는 어떤 힘에 부딪혀 그의 바로 옆에 떨어졌고, 전체가 불에 타고 있었다. 그의 왼쪽 귓가에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리더니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왼쪽에 있던 나무 전체가 불에 타고 있었다. 나무는 마치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다 뒤로 고꾸라졌다. 누운 채 불에 타는 그 속에서 발레르는 화살이 박혀있는 걸 보았다.


"발레르!"


들리지 않아야 할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너무도 생생히 들렸다. 감겨지려는 눈을 억지로 붙들고 그는 땅을 짚은 검을 옮기며 뒤를 돌아봤다. 애런이 활에 화살을 끼운 채 다가오는 모습이 흐릿하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새 에즈라가 그의 앞까지 와 있었다. 그는 발레르의 몰골을 보고는 있는 힘껏 껴안았다. 발레르는 자신의 옆에서 불타는 나무의 열기보다 그의 품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꽉 안았던 그는 발레르에게서 떨어지고는 검을 잡지 않은 손에 들려 있는 걸 동굴 앞에 던졌다.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으로 볼품없이 뭉쳐진 약초 뭉치였다. 눈을 작게 떠 바라본 발레르는 그게 동굴을 둘러싸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을 깨달았다. 바람이 한차례 붐과 동시에 동굴 안쪽에서 경기를 일으키는 소리가 울리며 퍼져 나왔다. 동시에 묶였던 발레르의 발이 풀리며 그는 힘없이 뒤로 엎어졌다.


몸에서 강한 열이 나는 걸 느끼며 그는 자꾸만 감겨지는 눈으로 무어라 소리치며 달려오는 애런을 바라봤다.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긴장이 풀리며 그는 눈에 힘을 풀고는 어눌한 목소리를 중얼거렸다.


"다행이야."


***********************************************


발레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집에 누워 있었다. 천장도, 이불과 벽지 모두 에즈라의 집이 아니었다. 이마에 머리를 가져다 대려 팔을 움직이자 엄청난 고통이 그의 몸에 퍼졌다. 이마에는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운 수건이 놓여있었다. 창문 밖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았고, 방 안은 랜턴에 의해 밝혀지고 있었다. 억지로 일어나려 신음을 뱉는 그의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깨어난 거니, 발레르? 움직이지 마, 아직 일어나면 안 돼."


"선생님..."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발레르를 다시 눕혔다. 온몸에 알이 배겨 고개를 돌리기 힘든 발레르는 천장을 바라본 채 말했다.


"애런은 어디 있죠?"


"내 옆에서 자고 있단다. 이틀 밤낮으로 학교도 안 가고 널 돌봐줬어."


"이틀이요?"


발레르는 잘 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고, 에즈라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틀 동안 의식이 없어서 걱정했어. 다행이게도 다리 쪽의 화상과 손목은 많이 다쳤지만, 그래도 검을 잡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닌 걸로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지."


"제가 본 건 도대체 뭐였죠? 그 동굴에 뭐가 있는 거예요?"


에즈라는 그들밖에 없는 방 안을 괜히 둘러보고는 보이지 않을 그를 향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회복하고 집에 가면 이야기 해주마."


그의 목소리에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껄끄러움이 묻어 있었다. 발레르는 작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예요?"


"촌장님 댁이란다.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여기서 지내거라."


"그럼 학교는..."


에즈라는 발레르의 물수건을 갈아주며 죄책감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안 가도 그만이란다. 안 가도 돼···. 중요한 건 더미드에 대한 죄를 묻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더미드의 이름을 듣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그는 고개를 에즈라 쪽으로 조금 돌렸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절대."


"그래, 내가 도와주마."


에즈라는 자신 없는 표정을 짓는 것과 반대로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에즈라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해 했다.


"타라는 괜찮아요?"


"아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 아까도 병문안 왔다 갔는걸."


"다행이네요."


모든 것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발레르는 그제야 안심하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이틀간 잠들었지만, 그는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문득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발레르는 뜨거운 눈을 감았다.


금세 잠든 그를 가엾게 바라보던 에즈라는 조용히 애런을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비비는 그의 몰골은 제대로 잠을 자지 않아 푸석푸석하고 다크서클이 져 있었다.


"발레르가 깨어났어."


"네?"


깜짝 놀라며 말하는 애런을 보며 에즈라는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가 세워 보였다.


"방금 다시 잠들었어,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대요?"


"그래, 며칠 지나면 다 나을 것 같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애런은 충혈된 눈을 감고 미간을 문질렀다.


"괜찮다고 하니 집에 가도 되겠네요. 좀 자야겠어."


피로감에 살짝 비틀대며 일어나는 애런을 보며 에즈라는 일어나기 전 잠든 발레르를 바라봤다. 창문이 꽉 닫혔는지 확인하고 다시 한번 물수건을 갈아주고서야 그는 방에서 나왔다. 거실에 있던 클레망은 그들을 보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레르가 깨어났습니다."


"오, 그런가?"


서둘러 발레르가 있는 곳으로 가려던 그를 에즈라가 불러 세웠다.


"방금 다시 잠들었습니다. 나쁘지 않아 보여요."


"그래, 고생했네. 나머지는 내가 하겠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고생하세요."


"조심해서 가거라, 애런."


문 앞까지 갔던 에즈라는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을 머뭇거리더니 멈추고 몸을 돌렸다.


"촌장님."


말없이 그를 바라보는 촌장을 향해 에즈라는 주저하며 말했다.


"더미드가 죗값을 치를 수 있을까요?"


클레망은 애런을 한 번 쳐다보고는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과를 지켜봐야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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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17.06.20 194 0 13쪽
29 29화. 17.06.20 22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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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17.06.18 215 1 15쪽
24 24화. 17.06.18 179 1 17쪽
23 23화. 17.06.18 195 1 19쪽
22 22화. 17.06.17 222 2 14쪽
21 21화. 17.06.17 2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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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17.06.16 26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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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17.06.15 2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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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17.06.14 21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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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17.06.14 245 2 14쪽
12 12화. 17.06.13 277 2 13쪽
11 11화. 17.06.13 308 3 15쪽
10 10화. 17.06.13 385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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